2001년 4월 1일 만우절, 한국 라디오 방송사에 한 획을 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방송이 시작되던 날이다.

마왕 신해철의 <고스트스테이션>.

첫 시즌 방송은 SBS에서 시작했지만 MBC로 무대를 옮겨 방송하기도 했고, 때론 방송명이 <고스트네이션>이 되기도 하였으며 방송 형태에 따라 <로스트스테이션>(인터넷 배포 버전)으로 변모하기도 하는 등 <고스트스테이션>은 바퀴벌레처럼 끈질기게 방송을 이어갔다(바퀴벌레라는 표현은 그가 종종 쓰던 표현이라 따라 써본 것일 뿐, 다른 뜻은 없다). 그가 2012년 10월 <고스트스테이션>의 소멸을 고하던 그 날까지.

거짓말 같이 돌아오다! <고스트스테이션> 리부트

2017년 4월 1일 만우절, <신해철의 고스트스테이션>이 출범한 지 꼭 16년이 되던 날 거짓말같이 그 방송이 돌아왔다. SBS, 벅스, 팟티 앱을 통해 신해철의 <고스트스테이션>을 다시 들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특히 벅스(Bugs)에서 청취할 경우 방송 중간에 나오는 음악까지 전부 청취할 수 있다(SBS, 팟티 앱을 통해 청취할 경우 음악은 미리 듣기 형식으로만 나오게 된다).

거짓말처럼 돌아온 <고스트스테이션>을 기념하여 당시 PD였던 고민석PD, MC 고현준씨, 넥스트의 기타리스트 김세황씨와 넥스트의 베이시스트 제이드, 그리고 신해철 트리뷰트 밴드 Reboot Ourselves와 고스 식구(고스트스테이션 팬을 일컫는 애칭)들이 함께 했다.

 <고스트스테이션> 리부트 행사 현장의 모습.

<고스트스테이션> 리부트 행사 현장의 모습. ⓒ 이세진


16년 만에 리부트 된 <고스트스테이션>을 기념하는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고스에 대한 추억을 아낌없이 나누었다. 조용한 심야에 라디오에 귀를 기울이고 있던 이들의 친구이자, 고민을 들어주는 '쫌 놀아본 오빠'이자, 때론 그 누구보다 깊이 있는 음악 지식을 전달하는 뮤지션이었던 신해철.

그는 지금까지도 찾아보기 힘든 전무후무한 방송을 했다. 방송 오프닝에는 '본 방송을 청취함으로써 발생하는 정신적, 육체적, 물질적 피해, 불면증 등에 대해 책임지지 않는다'라는 경고문이 나오기도 했지만 수많은 청취자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이 방송을 애청하곤 했다.

이번 행사에서는 직접 당시 방송을 함께 들어보는 시간도 마련되었는데, 몇몇 팬들은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생생한 목소리가 여전히 우리 곁에 있는 것만 같았다. 신해철 트리뷰트 밴드인 'Reboot Ourselves'는 <고스트스테이션>의 대표곡인 'Anarky In The Net'과 신해철의 '그대에게'를 선보여 관객들의 환호를 이끌었다.

ⓒ SBS


행사 말미에는 '나에게 신해철이란?'이라는 질문에 한 단어로 적어보는 순서가 있었다. <고스트스테이션>의 첫 방송 당시 프로듀서였던 고민석 PD는 이에 '신해철'이라고 적어 보였고, MC였던 고현준씨는 '대체 불가'라는 표현을 덧붙였다.

2017년에 우리 곁에 그가 있었다면 그는 어떤 표정으로 어떤 말과 어떤 노래를 우리에게 들려주었을까. 그 어떤 존재로도 대체할 수 없는 그의 빈자리가 유독 커 보인다.

우리의 어린 날을 함께 했던 <고스트스테이션>은 다시 시작되었고, 그의 음악은 여전히 많은 이들에게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다. 오늘도 여전히 그가 보고 싶다.

신해철의 고스트스테이션 다시 듣기
- SBS 고릴라팟 팟캐스트
http://wizard2.sbs.co.kr/w3/main/podcast_radio/podcast_sub01.jsp?vVodId=V2000010307&pgm_id=22000010307
- 팟티 앱 (앱 설치 후, '신해철' 혹은 '고스트스테이션' 검색)
http://podty.me
- 벅스 (앱에서도 청취 가능. 음악까지 함께 청취 가능)
http://music.bugs.co.kr/specialView/musiccast/G38625MQWRF9YT42I6YV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이세진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sejin90.tistory.com/2618)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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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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