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4.05 10:55최종 업데이트 18.09.21 16:21
3일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제1야당의 대선후보로 최종 확정됐다. 문 후보는 자신의 텃밭인 영남(3월 31일)뿐만 아니라 최대 관심지역이었던 호남(3월 27일)과 충청(3월 28일), 수도권(4월 3일)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한때 '반문정서'로 고심했던 호남지역에서는 60.2%라는 압도적 지지를 얻었고, 안희정(36.7%) 충남도지사의 텃밭인 충청지역에서도 50%에 가까운 득표율(47.8%)을 올리며 안 지사를 제쳤다. 마지막 관문이었던 수도권.제주.강원(60.4%) 경선에서도 50% 이상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부산 찾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후보인 문재인 전 대표가 31일 오후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19대 대통령후보자 영남권역 선출대회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 남소연

문 후보가 이렇게 경선에서 잇달아 승리할 수 있었던 요인은 무엇일까? 문 후보가 지난 27일 호남지역에서 승리한 직후 '압승 요인'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가장 잘 준비돼 있고"라고 '자신있게' 답변한 대목에 그 해답의 실마리가 있다. 그의 답변이 국정운영과 정책뿐만 아니라 경선과 본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 '조직기반'까지 잘 준비했다는 뜻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오마이뉴스>가 문 후보의 정치자금 사용내역(2012년부터 2016년까지)을 분석한 결과, 그는 정치자금 마지막 사용 시기인 지난해 1월부터 5월까지 거의 매일 간담회를 열고 지역과 직능, 의원, 당직자, 당원 등을 접촉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간담회' 비용의 85.8%(약 1620만 원)을 '지역'(700만여 원)과 '의원'(약 424만여 원), '정책'(약 330만 원), '직능'(166만여 원)에 집중적으로 사용했다. 총선이 있긴 했지만 다음해(2017년)에 열리는 대선 경선 등을 염두에 두고 간담회를 통해 조직기반을 다졌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2015-2016년, 여론조사 관련 비용에만 3439만 원 사용



<오마이뉴스>는 지난해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 2012년 10월 7일부터 2014년 12월 31일까지 문 후보가 사용한 정치자금 내역('정치자금 수입·지출부')을 중앙선관위로부터 받아 분석한 바 있다(관련기사 : 2012-2014 문재인 정치자금). 같은 기간 문 후보는 ▲ 간담회 9339만여 원 ▲ 사무실 약 4180만 원 ▲ 홍보 3836만여 원 ▲ 차량 약 3349만 원 ▲ 후원 약 2946만 원 ▲ 교통 1289만여 원 ▲ 인건비 1010만 원 ▲ 정치 524만여 원 ▲ 언론 약 220만 원 ▲ 정치 524만여 원 등 총 2억6754만여 원의 정치자금을 사용했다. 정책에 사용한 정치자금은 59만 원에 불과했다.




 

 

   

최근 <오마이뉴스>는 문 후보가 2015년 1월부터 2016년 6월까지 사용한 정치자금 사용내역을 추가로 받아 분석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같은 기간 문 후보는 '홍보'(1억1852만여 원)와 '간담회'(약 3937만 원), '정치'(약 3878만 원), '차량'(약 2709만 원), '후원'(2575만여 원) 비용에 많은 정치자금을 썼다. 반면 '정책'에 지출한 정치자금은 4만3600원에 불과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인건비-금융-여론조사·컨설팅-송사-정치활동'에 사용한 항목인 '정치' 비용에 2015년 517만 원, 2016년 약 3391만 원 등 총 3878만여 원을 썼다는 점이다. 이는 2012년 10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2년여 간 쓴 '정치' 비용(524만여 원)보다 7.5배나 많은 액수다. 특히 3878만여 원 가운데 대부분은 여론조사와 관련해 사용한 비용(총 3439만5000원)이었다.



여론조사와 관련된 지출내역을 보면, 문 후보는 4.13 총선이 끝난 직후인 지난 2016년 4월 19일 '연구용역비'로 여론조사회사인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 2200만 원을 지급했다. 이는 '정치' 비용에 쓴 정치자금(4432만여 원)의 절반(49.6%)에 가까운 금액이다. 또다른 여론조사회사인 리얼미터에도 1000만 원 이상이 지급됐다. 여론조사 보고서를 구독하는 비용과 별도의 여론조사 보고서를 의뢰해 작성하는 비용으로 각각 770만 원과 440만 원을 쓴 것이다. 



문자발송 6900만 원... 경조사 화환 발송 5500만 원



'의정보고서 제작-발송-인건비-현수막-인터넷-우편-문자발송-화환.근조-상장-기타'에 해당하는 '홍보' 비용도 3배 정도 늘어났다.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쓴 '홍보' 비용은 3836만여 원에 그쳤는데 2015년(8677만여 원)과 2016년(약 3175만 원)에 쓴 '홍보' 비용은 총 1억1852만여 원에 이른다. 이는 문 후보가 2015년 2.8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하고, 2016년 4.13 총선을 지원하면서 문자발송 비용 등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문 후보가 당 대표 경선을 전후해 문자발송에만 쓴 정치자금은 4099만 원에 이른다.



115만여 원(2013년), 230만 원(2014년)에 머물던 문자발송 비용은 2015년 약 4679만 원, 2016년 약 1873만 원으로 크게 늘어났다. 문 후보가 2012년 10월부터 2016년 5월까지 문자발송에 쓴 비용만 무려 6937만여 원에 이른다. 같은 기간에 사용한 전체 '홍보' 비용(1억5688만여 원)에서 22.6%를 차지하는 규모다.



문 후보는 당 대표 경선용 문자발송을 위해 유앤텔, 아이라이즈, 다우기술, 로넥스 등의 업체를 이용했는데 이 가운데 유앤텔과 아이라이즈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당 대표 경선이 진행되고 있던 2015년 1월 19일과 2월 3일에 각각 약 683만 원과 약 682만 원, 680만여 원을 아이라이즈에 지급했다. 유앤텔에도 같은 해 1월 7일(100만여 원), 1월 14일( 100만 원), 1월 25일(200만 원), 1월 31일(300만 원), 2월 3일(100만 원), 2월 4일(300만 원), 2월 5일(100만 원), 2월 6일(150만 원), 2월 7일(130만 원) 등 1000만 원 이상의 정치자금을 썼다. 로넥스에는 1월 19일 704만 원이 지급됐다. 



3배 정도 늘어난 '홍보' 비용에서 경조사 화환 발송도 큰 비중을 차지했다. 문 후보가 경조사 화환 발송에 쓴 비용은 총 약 5532만 원으로 2013년 약 1220만 원, 2014년 약 1398만 원, 2015년 약 1617만 원 등 계속 늘어났다. 2016년 1월부터 5월까지 5개월간 쓴 경조사 화환 발송 비용만 1000만 원(약 991만 원)에 가까웠다. 문 후보는 경조사 화환 발송을 위해 로즈 스토리, 화수목화원, 산화플라워, 블뤼테, 이공사공 등의 업체들을 자주 이용했다. 정치자금 사용내역에 가장 자주 등장하는 '로즈 스토리'는 부산지역 꽃배달전문업체다.   



2016년 1월-5월 '언론에 잘 잡히지 않은' 활동들



문 후보가 2012년 10월부터 2016년 6월까지 사용한 정치자금(총 약 5억5498만 원) 가운데 '홍보' 비용 다음으로 비중이 높은 항목은 '간담회' 비용이었다. 문 후보가 2012년 10월부터 2016년 6월까지 '간담회' 비용에 사용한 정치자금은 총 약 1억3308만 원에 이른다. 문 후보가 국회에 입성한 2012년(약 169만 원)을 제외하고는 '간담회' 비용에 연평균 3000만 원 이상을 지출한 것이다.




 

 



연도별로 보면 2013년 약 4091만 원, 2014년 5080만여 원 등 높은 지출을 보였고, 2015년과 2016년(1월-5월)에도 각각 2077만여 원과 약 1862만 원을 '간담회' 비용에 썼다. '간담회' 비용은 대부분 '식대'인데 문 후보도 '간담회-식대' 비용에 약 1억3167만 원을 썼다. 한국사회의 특성상 '밥'은 '표심'과 직결된다. '간담회-다과' 비용은 100여만 원에 불과했다.



특히 <오마이뉴스>는 '간담회'에 정치자금을 사용한 시기 가운데 2016년 1월부터 5월까지를 주목했다. '2016년 1월부터 5월까지'는 문 후보가 국회의원으로서 정치자금을 쓸 수 있는 마지막 시기였다. 문 후보는 2016년 1월 3일부터 5월 27일까지 총 146일 동안 103회(13회 열린 기자 간담회는 제외)의 간담회를 열었다. 같은 기간 주말을 뺀다면 하루에 한 번 꼴로 간담회를 연 셈이다. 문 후보의 정치자금 사용내역을 살펴보면 하루에 두 번씩 간담회를 여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렇게 5개월간 '간담회' 비용에 쓴 정치자금만 약 1889만 원에 이른다.



흥미로운 것은 간담회 대상이다. 문 후보가 간담회를 통해 접촉한 사람은 의원단이나 대변인단, 정책자문단뿐만 아니라 지역위원회와 직능위원회, 원로, 구의원, 중앙당 당직자, 지역인사, 당원, 영입인사, 지역보좌진, 주민 등 다양했다. 특히 '지역'과 관련된 간담회에만 700만여 원(구의원, 지역주민 간담회까지 포함)을 썼다. 이는 같은 기간 간담회에 지출한 비용(약 1889만 원)의 37%에 해당하는 규모다. 여기에는 지역위원회뿐만 아니라 지역원로, 지역정책전문가, 지역주민 등이 참석한 간담회까지 포함됐다.



'지역' 관련 비용 다음으로 많이 지출한 항목은 '의원'과 관련된 간담회였다. 문 후보는 '의원단 간담회', '의원단 도시락 간담회', '의원 간담회' 등의 명목으로 약 424만 원의 정치자금을 썼다. '의원'은 지역구 조직을 장악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한 정치자원이다. 또한 '정책간담회', '정책전문가 간담회', '정책자문단 간담회', '전문가 초청 간담회' 등 '정책'과 관련된 '간담회' 비용에도 약 330만 원을 지출했다. 직능위원회 등 당 직능조직과 함께 한 간담회에도 166만여 원을 썼다. '직능'은 지역과 함께 가장 중요한 조직기반이다. 



영입인사들을 6차례(간담회) 만나 약 122만 원을 지출했다. 영입인사를 만난 장소 가운데 '별주부짱'이 있는데 여기는 문 후보가 영입한 조응천 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부부가 운영하는 곳이다.     



지역-의원-정책-직능으로 완성한 조직기반



2016년 문 후보는 소속 의원들의 탈당과 '안철수 신당'(현재의 국민의당) 창당, 호남지역의 반문정서 등으로 정치적 위기에 직면했다. 차기 대통령 선호도에서도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에 이어 2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당 인재영입위원장을 직접 맡아 표창원·김병관·이수혁·오기형·김빈·양향자 등을 영입하며 위기 극복에 나섰지만 결국 1월 19일 신년기자회견을 통해 당 대표 사퇴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어 1월 27일 당 대표에 선출된 지 353일 만에 당 대표에서 물러났고, '김종인 비대위체제'가 출범했다.



당 대표 자리에서 물러난 뒤 경남 양산 자택에 머물던 문 후보는 3월 10일 강원을 시작으로 총선 지원에 나섰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야당 분열의 핵심인물들은 자중해야 한다"라고 견제했지만, 강원에 이어 경남·경기·충남·부산·서울·전북 등 전국을 돌며 지원 유세를 벌였다. 특히 4.13 총선을 전후해 세 차례나 호남지역을 방문했고, 심지어 "호남이 지지를 거두면 대선에 불출마하고 정계은퇴하겠다"라고 배수진까지 쳤다.



이러한 문 후보의 활동은 언론에 고스란히 보도됐다. 그런데 정치자금 사용내역에 나타난 '간담회' 활동(103회)은 잘 드러나지 않았다. 문 후보는 총선 지원 유세라는 명분을 내세워 '지역'과 '의원', '정책', '직능' 등을 물밑에서 접촉하며 조직기반을 완성하고 있었다. 문 후보가 반문 정서가 심했던 호남권과 안희정 지사의 텃밭인 충청권에서 연이어 승리한 것도 이러한 치밀한 정치활동이 뒷받침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관계자가 "당의 대선후보와 당 대표까지 지낸 유력후보와, 전국 선거 한번 치러보지 못한 현직 단체장의 조직력은 '하늘과 땅' 차이다, '대세론'이라는 게 여론조사 수치만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라고 말한 점은 꽤 정확한 상황분석이었다(관련기사 : 문재인, 안희정 안방서도 조직력 앞서... '대세론' 도장). 안희정 캠프의 이철희 의원조차 충청권 경선이 끝난 직후 "조직력의 열세가 그대로 드러났다"라고 '조직력 열세'를 인정했을 정도다.      



남은 정치자금으로 총선 후보 20명 총 2000만 원 후원



한편 '단체-의원-후보-일반당비-직책당비-특별당비-선물-의원모임-반환'에 해당하는 '후원' 비용에서도 흥미로운 사실이 확인됐다. 20대 총선에 출마하지 않았던 문 후보는 남아 있던 정치자금으로 20명의 후보들을 후원했다. 4.13 총선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후보 20명에게 1인당 100만 원씩 총 2000만 원을 후원한 것이다.



자신이 당 인재영입위원장으로 있을 때 영입한 김병관·표창원·오기형 후보는 물론이고, 현재 안희정 캠프에서 활동하고 있는 정재호.김종민 후보에게도 100만 원씩 후원한 사실이 눈길을 끈다. 반면 부산지역에서 당선된 김영춘·김해영·박재호·전재수·최인호 후보는 물론이고 자신의 지역구를 물려받은 배재정 후보는 '마지막 후원 명단'에 이름이 보이지 않았다. 문 후보에게 후원받은 후보 명단은 다음과 같다. 



'오기형 박성수 이용선 김병관 표창원 정재호 김정우 한태선 김종민 양한자 송갑석 이형석 백무현 조상기 박영순 하귀남 정찬모 위성곤 이정환 이재강'



문 후보는 2016년 5월 26일 '일본군 위안부 기억의 터 조성사업' 후원비(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로 100만 원을 쓰기도 했다.    



한편 문재인 후보의 2012년~2016년 정치자금 사용내역은 첨부파일로 다운로드 받거나 구글드라이브(https://goo.gl/SXlGnO)에서 확인할 수 있다.



[대선기획취재팀]

구영식(팀장) 황방열 김시연 이경태(취재) 이종호(데이터분석) 고정미(아트 디렉터)
 
덧붙이는 글 <오마이뉴스>는 지난해 2012년-2014년 국회의원 정치자금을 공개한 데 이어 2015년과 2016년(6월까지) 국회의원(문재인) 정치자금 사용내역을 추가로 공개합니다. 구체적인 정치자금 사용내역은 기사 본문에 파일로 첨부해 누구든지 자유롭게 이용하도록 했습니다. 관련자료를 다운로드해서 보고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는 사용내역이 있다면 제보게시판이나 기자쪽지로 보내주시면 검토해서 보도하도록 하겠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이 많이 활용해주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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