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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역 주류업체인 금복주가 생산하는 술.
 대구지역 주류업체인 금복주가 생산하는 술.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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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복주는 대구에서 '참소주'로 유명한 주류 제조업체입니다. 참소주뿐 아니라 '경주법주'와 '화랑' 등의 술을 제조해 판매하고 있습니다. 술을 좋아하거나 좋아하지 않거나 대구·경북에서 금복주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대구와 경북의 어느 술집에서건 손님이 "여기 소주 하나요"라고 말하면 주인은 물어보지도 않고 '참소주'를 갖다 줍니다. 좀 까탈스런 손님이 "참소주 말고 있잖아요"라고 해야 "어떤 술을 드릴까요"라고 묻습니다.

하청업체 상납 요구에 성희롱까지 막 나가는 금복주

주류를 제조하다 보니 금복주가 술에 취했나 봅니다. 지난해 결혼 여직원에 대해 퇴직을 강요하더니 올해에는 하청업체에 상납을 요구한 대표이사 겸 부사장인 박아무개(61)씨가 구속되고 전 홍보팀 차장인 송아무개(45)씨가 불구속 입건됐기 때문입니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와 송씨는 지난 2013년 12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홍보대행사 대표 등을 상대로 협박해 2800만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또 박씨는 2014년 2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같은 수법을 이용해 인력용역공급업체로부터 1억8200만 원, 쌀 도정업체로부터 3000만 원을 받는 등 모두 2억4000만 원을 받은 혐의도 있습니다.

이들은 돈을 요구하면서 "2년 더 거래하도록 만들어줬으니 고마워해야 한다"거나 "고맙다고 눈물을 흘려도 모자랄 판국에 1000만 원 주는 게 다야"라고 말했습니다. 일감을 줬으니 상납은 당연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경찰은 금복주의 상납 비리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100여 개의 하청업체 중 10여 곳을 상대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김동구 회장은 하청업체 대표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를 당했습니다.

대구지역 대표 주류업체인 금복주.
 대구지역 대표 주류업체인 금복주.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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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아르바이트생들에게 성희롱을 했다는 의혹도 불거졌습니다. 홍보업체 대표에 따르면 "같이 일하는 애들한테 가슴이 크다"거나 "여름 유니폼이 단추가 이렇게 있는 유니폼인데 단추를 하나 더 풀어서 손님들한테 보이면 (홍보가) 더 잘되지 않겠느냐"고 했다고 합니다.

금복주의 이런 행태는 이번만이 아닙니다. 지난해에는 결혼한 여직원을 강제로 퇴직하게 했다가 물의를 빚었습니다. 당시 박아무개 사장은 "우리 회사는 여직원이 결혼하고 근무한 선례가 없다"며 "회장님이 퇴임하시고 그 자제분이 오면 바뀔까 불응하면 너만 손해다"라고 퇴직을 종용했습니다. 이같은 성차별은 창사 이후 지난해까지 무려 60여 년간 이어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직원들의 승진 연한에 있어서도 남성과 여성을 차별했습니다. 남성 근로자의 경우 승진 소요 최소연한을 3년으로 하면서도 여성은 5년으로 하는 인사규정을 두어 근로자의 승진 및 퇴직에서 남녀고용평등법을 위반하고 일·가정양립지원에 관한 법률도 위반했습니다.

이것만으로는 애교로 봐줘야 할까요? 금복주는 매년 대구경북에서 20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영업이익은 400억 원 이상, 순이익은 300억 원 이상인 매우 우량기업입니다. 그런데도 임금체불을 하고 최저임금도 지급하지 않아 회장과 사장은 고발당했습니다.

근로자들에게 1주일에 12시간 이상 연장근로를 시키지 못하도록 하고 있지만 25시간을 초과 근무하게 하고 18세 이상 여성근로자들에게 동의를 받지 않고 휴일 근로를 시키기도 했습니다.

3.8세계여성의날 기념 대구여성대회 조직위 관계자들이 9일 오전 주류회사인 금복주에 성평등 걸림돌상을 전달하기 위해 회사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3.8세계여성의날 기념 대구여성대회 조직위 관계자들이 9일 오전 주류회사인 금복주에 성평등 걸림돌상을 전달하기 위해 회사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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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업체 금품 상납과 여직원 성차별 논란을 빚은 대구지역 주류업체인 금복주 불매운동에 들어간 시민단체 회원들이 금복주가 생산한 주류를 쓰레기통에 넣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협력업체 금품 상납과 여직원 성차별 논란을 빚은 대구지역 주류업체인 금복주 불매운동에 들어간 시민단체 회원들이 금복주가 생산한 주류를 쓰레기통에 넣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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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구 회장과 당시 박아무개 회장은 이런 이유로 대구지방법원으로부터 각각 1500만 원의 벌금형을 받았고 금복주는 남녀고용평등법을 위반한 혐의로 8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습니다.

불과 몇 년 전에는 천연암반수로 제조한다고 떠들썩하게 홍보해놓고 수돗물을 이용해 술을 제조하다가 발각되기도 했습니다. 도대체 언제까지 소비자들을 우롱하면서 "우리 지역 주류이니 팔아 달라"고 앵벌이를 해야 합니까?

시민단체의 이유 있는 불매운동 "여성노동자의 분노와 하청업체의 눈물이 담긴 술"

급기야 시민단체들이 불매운동에 나섰습니다. 여성단체들은 지난 8일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금복주에 '성평등걸림돌상'을 수여했습니다. 대구시민단체들은 금복주 제품을 발로 밟고 쓰레기통에 던지며 불매운동을 선언했습니다.(관련기사 : 대구지역 시민단체 지난해 이어 2차 금복주 불매운동 나서)

금복주는 경영이념으로 고객 감동과 사회공헌, 환경보호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그래서 슬로건도 '100년을 향한 고객 감동경영'이고 '고객 감동경영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여 신뢰받는 기업을 만든다'는 경영목표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금복주 누리집에 있는 경영이념.
 금복주 누리집에 있는 경영이념.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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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구 회장님! 부끄럽지 않습니까? 지금 금복주는 고객 감동은커녕 고객으로부터 외면당하고 있습니다. 사회공헌을 하겠다는 약속도 결국은 허언이 되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동안 금복주가 해온 행태들은 고객 감동이 아니라 고객을 속이기 위한 권모술수가 아닌지 다시 한번 돌아보셨으면 합니다.

오늘 밤에도 많은 애주가들이 금복주가 생산한 '참소주'를 마실 것입니다. 그렇지만 참소주에 대한, 금복주에 대해 불편한 생각이 들 것 같습니다. 많은 주위의 애주가들이 금복주 불매운동에 동참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잘못을 인정하고 새롭게 거듭나길 바라며 며칠 전 한 시민단체 활동가가 한 말로 끝을 맺겠습니다.

"금복주 술은 지난 60년간 강제퇴직 당한 여성노동자의 분노와 하청업체의 설움이 담긴 술입니다. 마을 구석구석에서 불매운동을 벌여 오만한 금복주에 대한 분노를 보여줍시다."


태그:#금복주, #불매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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