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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미수습자 허다윤양의 어머니 박은미씨가 23일 인양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진도 해역의 배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박씨를 비롯한 미수습자 가족들은 22일 오전 9시부터 사고 현장에서 1.8km 떨어진 배에 머물며 인양을 기다리고 있다.
 세월호 미수습자 허다윤양의 어머니 박은미씨가 23일 인양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진도 해역의 배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박씨를 비롯한 미수습자 가족들은 22일 오전 9시부터 사고 현장에서 1.8km 떨어진 배에 머물며 인양을 기다리고 있다.
ⓒ 박훈규(길바닥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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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가 수면 위로 올라온다는 소식을 접한 22일, 가장 먼저 떠오르는 얼굴들이 있었다. 세월호에 탔던 가족을 3년 가까이 기다리고 있는 미수습자 가족들이다.

22일 오후 10시, 미수습자 허다윤양(단원고)의 어머니 박은미씨에게 "오늘 밤 간절히 기도하겠다"라고 문자를 보냈더니, 답장이 왔다.

"네. 꼭 인양돼서 다윤이가 엄마 품으로 올 거예요. 기도해주세요."

23일 오전, 세월호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 사고 후 1073일이 지난 시점이었다. 박씨와 전화통화를 할 수 있었다. 그는 올라온 세월호 사진을 보고 "대성통곡했다"고 말했다.

"은화 어머니(미수습자 조은화양 어머니 이금희씨)랑 나랑 같이 앉아서 (수면 위로 올라온 세월호) 사진을 보고 대성통곡했어요. 내가 다윤이를 찾기 위해 3년을 기다리고, 기다리고, 또 기다렸는데 이 배가 너무 흉측하잖아. 이런 곳에 내 딸이, 미수습자 9명이 있다는 게 믿기지 않고 비참했어요."

박씨는 22일 오전 9시 진도 팽목항을 출발해, 사고 해역으로부터 1.8km 떨어진 곳의 배 위에서 현재(23일 오후 3시)까지, 약 30시간 동안 머물고 있다. 반잠수식 선박에 세월호가 옮겨질 때까지 그곳에 머물 예정이다. 식사는 주로 즉석밥, 라면, 김치 등으로 해결하고, 잠은 배 안의 테이블과 의자에 의지해 겨우 청하고 있다.

"간밤에 인양이 잘 되길 성공하는 마음으로 날밤을 샜어요. 배 밖에 나가면 사고 현장이 보여요. 현장 바라보고 있다가 좀 추우면, 안에 들어와서 몸 좀 녹이고, 또 나가 현장 바라보고..."

박씨는 기자에게 "아직 인양에 성공한 것이 아니"라고 강조하고 또 강조했다.

"사람을 찾는 게 최우선이에요. 사람 먼저 찾아야 해요. 사람 먼저 가족 품으로... (한숨) 아직 세월호는 인양된 것이 아닙니다. 우리 입장에선 세월호가 뭍으로 올라와 미수습자 9명을 찾아야 인양에 성공한 거예요. 갈 길이 멀어요."

아래는 박씨와 나눈 대화 전문이다.

"너무 아파요, 너무 아파... 우리가 마지막이었으면"

23일 오전 전남 진도군 세월호 인양 현장에서 바닷속에서 녹슬은 세월호 선체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세월호가 진도 해상에서 침몰한 뒤 이날 수면 위로 처음 떠오른 것은 정확히 1천73일째다.
▲ 3년만에 모습 드러낸 세월호 23일 오전 전남 진도군 세월호 인양 현장에서 바닷속에서 녹슬은 세월호 선체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세월호가 진도 해상에서 침몰한 뒤 이날 수면 위로 처음 떠오른 것은 정확히 1천73일째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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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부터 사고 해역에 가 계셨나요.
"어제 오전 9시 쯤 진도 팽목항에서 출발했어요. 일단 세월호가 수면 위로 올라왔지만, 이후 해야 할 작업들이 더 많잖아요. 물살이 약한 곳에서 반잠수식 선박으로 (세월호를) 옮겨야 하고, 그 다음에 목포 신항으로 옮겨 뭍으로 올려야 해요. 반잠수식 선박까지 옮겨질 때까지 여기 사고 해역에 있어야 합니다."

- 현장에 계속 있으면 힘든 점이 많을 텐데, 건강은 괜찮으신가요.
"은화 어머니는 혈압약을 계속 드셔요. 저도 그렇고, 미수습자 가족들 모두 좋을 리가 없죠. 어휴 근데, 지금 힘든 게 문제가 되겠어요. 세월호가 온전하게 올라와야 하는데 시간이 걸리니, 그거 기다리는 게 더 힘들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이렇게 아픈 사람들은 우리가 마지막이었으면 좋겠어요. 너무 아파요, 너무 아파..."

- 목포 신항까지 빠르면 2주 안에 옮겨질 수도 있는데.
"하아, 그것까지도 2주 걸리고, 거기서도 육상에 거치되려면 안전검사와 방역처리를 해야 하는데, 그러면 또 1~2주 걸려요. 그러면 세월호가 수면으로 올라온 뒤 한참 지나는 건데, 빨리 사람을 찾아야 하는데... 일단 사람을 찾는 게 최우선이에요. 사람 먼저 찾아야 해요. 사람 먼저 가족 품으로... (한숨) 아직 세월호는 인양된 것이 아닙니다. 우리 입장에선 세월호가 뭍으로 올라와 미수습자 9명을 찾아야 인양이 성공한 거예요. 갈 길이 멀어요."

- 식사는 어떻게 해결하고 계신가요.
"팽목항 식당에서 이것저것 가져왔어요. 주로 햇반(즉석밥)에 라면, 그리고 김치."

- 잠은 어떻게 주무셨어요.
"잠 한 숨도 제대로 못 잤죠. (지금 머물고 있는) 배에 테이블이랑 의자가 있는데, 거기서 쪽잠 자고 있어요."

- 지금 머물고 계시는 배는 어느 정도 크기인가요.
"1250톤. 잠자리라고 할 수 있는 곳이 없어요. 간밤에 인양이 잘 되길 성공하는 마음으로 날밤을 샜어요. 배 밖에 나가면 사고 현장이 보여요. 현장 바라보고 있다가 좀 추우면, 안에 들어와서 몸 좀 녹이고, 또 나가 현장 바라보고…."

- 사고 현장에서 계시는 배까지는 어느 정도 떨어져 있나요.
"1.8km."

- 세월호가 수면 위로 올라왔을 때 어떤 심정이었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음... 사실 은화 어머니랑 나랑 같이 앉아서 그 사진을 보고 대성통곡했어요. 내가 다윤이 찾기 위해 3년을 기다리고, 기다리고, 또 기다렸는데 이 배가 너무 흉측하잖아. 이런 곳에 내 딸이, 미수습자 9명이 있다는 게 믿기지 않고 비참했어요."

- 딸을 만난다면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엄마가 너무 미안하다는 말, 그 말을 해주고 싶어요. 세월호 안에 너무 오래있게 해서 미안하다고, 영원히 사랑한다고... 착하고 예쁜 딸, 나의 전부인 딸, 반드시 엄마 곁으로, 아빠 곁으로, 언니 곁으로 꼭 돌아올 거예요."

- 다음 대통령에게 꼭 하고 싶은 말.
"제가 하고 싶은 말이 뭐가 있겠어요. 대통령이 될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어요. 세월호 미수습자 9명 꼭 찾아달라는 것, 그걸 약속하면 그 사람한테 한 표를 줄 거예요.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생명을 지킬 수 있는 사람이 대통령이 됐으면 좋겠어요. (인터뷰 마치면서) 좋은 날씨 (유지되도록) 기도해주세요. 앞으로 할 일이 많잖아요. 갈 길이 멀어요."


태그:#세월호, #인양, #미수습자, #허다윤, #박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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