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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대통령이 21일 오전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1일 오전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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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려고 '대국민 메시지'를 기다렸나, 많은 국민들이 자괴감이 들고 괴로울 수밖에 없는 광경이었다. 곧이어 '송구스럽다'가 포털 검색어를 장식했다. 귀가 의심스러웠던 걸까. 단어의 뜻을 다시 확인하느라 바빴던 이들이 다수였던 것으로 풀이된다. 그렇게, 21일 오전 9시 30분경 전직 대통령인 '피의자' 박근혜씨는 단 두 마디를 남기고 검찰청 청사로 입장했다.

"국민 여러분께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습니다."

"송구스럽다"라는 박근혜씨, '대국민 메시지'는 거짓말이었나

준비했다는 듯한 두 마디, 그뿐이었다. "송구스럽다"는 표현이 송구스러울 만큼, 박 전 대통령의 표정은 냉랭하기 짝이 없었다. "송구스럽다"보다는 "유감이다"가 더 어울릴 정도랄까. 한편으로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습니다"라던 파면 이후 밝힌 입장문 중 마지막 표현이 '탄핵 불복'으로 해석됐던 만큼,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겠습니다"는 발언 역시 '법정 투쟁'을 암시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올 수밖에 없는 대목이었다.    

"송구스럽다"는 표현도 국민들은 익숙하다. 박 전 대통령이 즐겨 쓰는 표현 중 하나다. 박 전 대통령은 최순실씨의 태블릿 PC 보도가 나간 직후 이뤄진 작년 10월 25일 발표한 제1차 대국민사과와 작년 11월 4일 발표한 제2차 대국민담화에서도 '송구스럽게'란 표현을 썼다. 오늘의 "송구스럽게"에 큰 의미를 둘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유감이 아닐 수 없다. 

"저로서는 좀 더 꼼꼼하게 챙겨 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인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치고, 놀라고 마음 아프게 해 드린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국민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립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먼저 이번 최순실 씨 관련 사건으로 이루 말할 수 없는 큰 실망과 염려를 끼쳐 드린 점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무엇보다 저를 믿고 국정을 맡겨 주신 국민 여러분께 돌이키기 힘든 마음의 상처를 드려서 너무나 가슴이 아픕니다. 저와 함께 헌신적으로 뛰어 주셨던 정부의 공직자들과 현장의 많은 분들, 그리고 선의의 도움을 주셨던 기업인 여러분께도 큰 실망을 드려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결론적으로, 전날 변호인들을 통해 흘러나온 '대국민 메시지'는 없었다. 생중계 화면을 통해 지켜본 다수 국민들은 허탈함과 실망감을 토로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탄핵 이후 박 전 대통령이 내놓은 사과는, 자택 앞에서 내놓은 입장문 중 "제게 주어졌던 대통령으로서의 소명을 끝까지 마무리하지 못해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라는 단 한 문장 뿐이었다.

이날 예고됐던 '대국민 메시지'가 주목됐던 이유도 거기에 있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은 싸늘한 표정을 지은 채 단 두 마디를 남겼을 뿐이다. 수확이 있다면, 국민들에게 '육성'을 들려줬다는 사실 뿐이리라. 결과적으로, 박 전 대통령과 변호인들은 '대국민 메시지' 운운하며 또 한 번 국민들을 속인 꼴이 됐다.

개혁 대상으로 떠오른 검찰, "송구스럽지" 마시기를 

지지자들은 새벽부터 삼성동 자택 앞에서, 검찰청 주변에서 '피의자 박근혜'씨에게 응원과 격려를 보냈다. 눈물을 흘리고 오열하는 이들도 일부 눈에 띄었다. 그 와중에, 조사를 받으며 공용화장실을 이용해야 하는 박 전 대통령의 '신변'을 걱정하는 이들도 적지 않으리라. 반면 대다수 국민들과 정치권은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검찰이 조사 중 영상녹화를 하지 않기로 한 방침에도 의구심을 보낼 수밖에 없다. 이날의 취재 제한 조치와 같이 피의자 신분의 파면된 전직 대통령에게 과도한 예우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팽배하다.

"검찰은 국민의 명령을 받들어 혐의를 부인하고 증거인멸마저 우려되는 박근혜 대통령을 구속수사하고 청와대를 압수수색해야 한다."

이재명 캠프의 김병욱 대변인이 이날 오전 낸 성명 중 일부다. "대통령에게는 더 큰 책임이 따라야 한다. 법 앞에 모든 국민이 평등함을 보여주기 바란다"는 이재명 캠프의 성명은 쏟아져 나온 정치권 반응 중 아마도 가장 센 일성에 해당할 것이다.

최근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만 봐도, 박 전 대통령의 구속수사를 촉구하는 여론이 70%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한편 '피의자 박근혜'가 성실하게 조사에 임하지 않으리라는 불신이 팽배하다고 볼 수 있다. 

검찰이 오롯이 '사법 정의'를 지킬 것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가 어느 때보다 드높다. 뇌물수수, 직권남용 등 박 전 대통령의 혐의만 13개다. 박영수 특검팀이 적용하지 못한 혐의도 8개나 된다. 장시간의 조사 이후 검찰은 구속영장 청구와 불구속 기소 중 양자택일을 해야 한다. 

법대로 하시라.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이 '헌법적 판단'에 충실한 결정이었다면, 이제 검찰은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기만 하면 된다. 그것이 어렵다면 눈치를 보시라.  그저 "철저한 수사"와 "구속 수사"를 요구하는 다수 국민들의 눈치만 보면 될 일이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제1의 개혁 대상으로 떠오른 검찰이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그거 하나다. 이번 만큼은, 국민 앞에 '송구스러운' 결과를 내놓는 검찰이 되서는 안 된다. 


태그:#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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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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