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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매일 이용하는 교통, 그리고 대중교통에 대한 최신 소식을 전합니다. 가려운 부분은 시원하게 긁어주고, 속터지는 부분은 가차없이 분노하는 칼럼도 써내려갑니다. 교통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전하는 곳, 여기는 '박장식의 환승센터'입니다.[기자말]
2020년 들려오는 교통 소식 중 가장 섭섭한 소식이 있다. 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광을 자랑하는 기찻길 중 하나가 사라진다는 이야기다. 서울에서 제천을 넘어가는 길, 봄꽃이 피고 단풍이 물든 치악산의 정취를 눈으로 바라보는 중앙선 철길이 올해를 마지막으로 역사 너머로 사라진다.

올해 12월 중순 개통 예정으로 막바지 공사와 시운전에 돌입한 중앙선 철도 개량 사업. 이 사업으로 가장 큰 변화가 생기는 구간이 바로 원주 문막 일대에서 제천 봉양까지의 구간이다. 원주에서 치악산에서 탁사정을 따라 제천까지 구불구불, 어떨 때에는 한 바퀴를 크게 돌아가던 한 가닥 철길의 구간. 

이 구간이 완전히 새로운 구간으로 대체된다. 선로 역시 두 가닥으로 늘어나고, 준고속열차도 오갈 수 있을 정도가 된다. 대신 새로운 철길은 '울고 넘는 박달재'와 해발 1000m가 넘는 백운산을 터널로 그대로 지나친다. 속도를 얻는 대신, 풍경과 정취를 잃어버리게 되는 것. 지난 10일, 사라지는 중앙선 원주-제천 구간을 다녀왔다.

이름과 꼭 닮은 동화역, '노무현 소나무'가 있네
 
 마치 동화 속 간이역의 모습이 생각나는 중앙선 동화역의 모습.
 마치 동화 속 간이역의 모습이 생각나는 중앙선 동화역의 모습.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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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사라지는 구간 중 가장 풍광이 아름다운 역이 원주에만 두 곳이 있다. 특별하게도 대통령의 이름을 딴 여든 살 나이의 '노무현 소나무'가 있다는 동화역, 그리고 여러 매스컴과 드라마의 배경으로 활용되었고, 역 건물 역시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반곡역이 그렇다.

동화역은 원주에서 문막과 간현으로 가는 길목에 있는 간이역이다. 2017년 KTX 개통 이후에도 정차역으로 지정되지 못한 이 역은 강릉으로 가는 경강선 KTX 열차가 수시로 통과한다. 중앙선 무궁화호 열차는 하루에 열 번 남짓 역에 멈추어 문막 일대에서 서울로, 제천으로 가는 손님을 실어나른다.

동화역은 석탄광산을 잇는 갱도선이 부설되어 사람들로, 석탄으로 붐볐던 역이었다. 하지만 석탄합리화 사업으로 숱하게 섰던 열차가 역에서 점점 떠나갔다. 하루 두 번 남짓 열차가 오갔던 역에 열 두 번의 열차가 서기 시작한 것은 2011년 간현역이 사라진 이후. 간현역을 대체하기 위해 마련된 서원주역의 공사가 더디자, 동화역이 두 역의 대체역이 되어 9년째 열차가 오가고 있다.
 
 동화역의 상징이 된 '노무현 소나무'. 노무현 대통령이 "예쁘게 잘 자랐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 소나무이다.
 동화역의 상징이 된 "노무현 소나무". 노무현 대통령이 "예쁘게 잘 자랐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 소나무이다.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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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은 '동화'라는 이름답게 마치 동화 속의 간이역을 닮았다. 자그마한 도서관을 겸하는 아담한 대합실은 다섯 명만 앉아 있어도 꽉 찰 정도다. 등 뒤의 따사로운 햇빛을 받으며 승강장 쪽으로 나가면 나무 세 그루가 심어진 자그마한 정원을 지난다. 빨간 보도블록이 깔린 두 벌의 승강장도 주변의 녹색과 대비되지만, 그러면서도 묘하게 어울리는 매력이 있다. 

이 역의 하이라이트는 역에서 플랫폼으로 가는 길에 위치한 아름드리 소나무. 역이 만들어졌던 1940년 심어진 이 나무는 2007년 4월 열차를 타고 원주에 가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잠시 내려 살펴본 뒤 감탄을 했다고 전한다. 노 대통령은 이 소나무를 곁에 두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울 정도였다고 할 정도인데, 나무 앞에 서면 꽃봉우리를 닮은 커다란 소나무의 모습에 감탄사가 절로 터져나온다.

경강선 선로가 그대로 있고, KTX가 수시로 오가니 그대로 역을 영업하는 것이 어떨까 싶지만, 아쉽게도 2km 거리의 서원주역, 4km 거리의 만종역과 역세권이 겹치는 탓에 열차가 서지 않는다. 대신 명물인 소나무와 아담한 기차역은 그대로 보존된다. 기차 타러 오는 이 대신, 이따금 여유를 찾으러 방문하는 길손을 반기는 셈이다.

폐역 앞두고... '마지막 불꽃' 피운 반곡역
 
 6년동안 부활해 혁신도시의 사람들을 실어날랐던 반곡역의 모습.
 6년동안 부활해 혁신도시의 사람들을 실어날랐던 반곡역의 모습.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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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와 만종을 지나면 열차는 원주 시내를 훑고 지난다. 원주역도 큰 변화를 맞는다. 원주역은 중앙선 이설이 끝나면 도심 북쪽에 위치한 학성동에서 약 5km 떨어진 남쪽의 무실동으로 이전한다. 80년간 원주를 관통했던 기차의 소리가 사라지게 되는 셈. 원주역을 들른 열차는 그대로 원주 시내 끄트머리의 반곡역으로 향한다.

반곡역의 운명은 참 묘하다. 반곡역은 2007년부터 열차가 서지 않았지만, 원주혁신도시의 개발로 수요가 도리어 늘어나면서 6년 전부터 아침과 저녁 출근객을 실어나르는 무궁화호가 선다. 하지만 선로가 개량되면 열차가 지나지 못한다. 역으로의 역할을 마치기 전 마지막 가을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자연부락인 반곡마을에서 서울 나들이를 갈 때 이용했던 반곡역은 지역 주민들의 이용 수요가 근근히 있어왔다. 하지만 원주혁신도시의 공사를 위해 주민들이 모두 떠나가야만 했고, 역은 공사판 한가운데에서 손님을 맞을 수 없어 여객 취급을 중단했다. 그렇게 역은 여섯 번의 벚꽃을 맞아가면서도 겨울잠에 빠졌다.

그 사이 역은 승객을 부르는 대신 역 자체를 찾는 사람을 불러들였다. 봄에는 역 앞에 흐드러지게 핀 벚꽃이, 여름과 가을에는 역 이곳저곳에 핀 신록과 풀꽃들이, 겨울에는 치울 필요가 없는 눈이 반겼다. 역 안에서는 이따금씩 지역 작가들의 사진, 그림을 담은 전시가 열려 좋은 볼거리가 되기도 했다.
 
 반곡역의 안내판은 꽃들이 임무를 다하고 있다. 역 입구, 통로, 승강장에 이르기까지 자연과 함께하는 느낌이 물씬하다.
 반곡역의 안내판은 꽃들이 임무를 다하고 있다. 역 입구, 통로, 승강장에 이르기까지 자연과 함께하는 느낌이 물씬하다.
ⓒ 박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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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2014년, 혁신도시의 개발이 끝나자 혁신도시에서 서울로 올라가는 주말부부가, 매일 혁신도시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도리어 혁신도시 덕분에 다시는 열차가 서지 못할 것만 같았던 반곡역이 부활했다. 그렇게 반곡역에는 매일 출퇴근시간 여덟 편의 열차가 서는데, 한 열차에 스무 명 남짓이 타고 내린단다.

열차가 오갈 때 붐비는 반곡역의 모습을 걷어내면, 참 예쁜 간이역의 모습이 남는다. 흔한 타일 대신 잔디가 승강장이 되어주고, 방음벽 대신 나무가 소리를 막아주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길 안내는 승강장으로 가는 길 곳곳에 핀 풀꽃과 코스모스가 해준다. 그래서인지 드라마에서도, 영화에서도 자주 반곡역을 담았다. 최근 방영되었던 TvN의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에도 이 역이 나왔다.

반곡역은 열차가 멈추더라도 철거되지 않는다. 근대 시기의 간이역을 잘 담아냈다는 이유로 역 건물이 등록문화재 165호로 지정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열차가 멈춰도, 역은 아이들과 주민들의 놀이터가 되고 사랑방이 될테다. 어쩌면 반곡역이 그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역 본연의 임무로는 '마지막 불꽃'을 태우는 것은 아닐까.

- 2편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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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도 쓰고, 스포츠와 여행까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러면서도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그리고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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