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켈레톤의 신성' 윤성빈(한국체대)이 안방에서 올 시즌 마지막 금빛 질주를 예고한다.

윤성빈은 오는 17일부터 19일까지 평창 알펜시아 슬라이딩 센터에서 열리는 2016-2017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IBSF) 월드컵 8차대회에 출전한다. 평창 동계올림픽 테스트이벤트로 열리는 이번 대회를 위해, 윤성빈은 지난달 독일에서 열렸던 세계선수권도 포기하고 오로지 평창 트랙을 익히는 데만 주력했다. 올 시즌 이 종목의 황제 마르틴스 두쿠르스(라트비아)와 엎치락 뒤치락 경쟁한 윤성빈은 홈에서 열리는 마지막 대회에서 다시 한번 승기를 잡겠다는 각오다.

 윤성빈의 레이스 모습

윤성빈의 레이스 모습 ⓒ 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


윤성빈 VS 두쿠르스, 적응 여부가 최대변수

이번 대회에서도 남자 스켈레톤 경기의 최대 관심은 단연 윤성빈과 두쿠르스의 맞대결이다. 윤성빈은 올 시즌 월드컵에서 두루크스와의 대결에서 3승 4패를 기록하고 있다. 초반 북미지역에서 열렸던 1, 2차 월드컵에선 윤성빈이 모두 이겼지만, 유럽으로 옮겨간 뒤에 두쿠르스가 다시 되살아 났다.

두 선수의 맞대결은 5차 월드컵에서 정점을 찍었다. 당시 윤성빈은 1차 레이스부터 트랙 레코드를 깨며 환호했지만 곧바로 두쿠르스가 윤성빈의 기록을 깼다. 2차 레이스에선 두쿠르스가 다시 한번 트랙 레코드를 깼고, 윤성빈은 끝까지 맹추격을 펼쳤지만 마지막 결승선을 통과하면서 결국 두쿠르스에 패했다. 윤성빈에게 있어선 어떤 대회보다 아쉬운 경기였다. 7차 대회까지 마친 윤성빈은 곧바로 한국으로 돌아와 '타도 두쿠르스'를 외치며 이번 대회만을 매진했다. 평창 트랙도 다른 선수들에 비해 무려 3배 가까이 더 많이 타면서 적응 감각을 익히는 것을 최우선으로 생각해 왔다.

두쿠르스는 윤성빈의 경력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스켈레톤의 역사를 써내려온 주인공이다. 사실 입문한 지 겨우 5년차인 윤성빈이 그와 맞대결을 펼친다는 게 신기할 정도로 두쿠르스는 이 종목의 전설로 꼽힌다. 세계선수권에서 5번, 월드컵에선 무려 47번이나 금메달을 차지했다. 그러나 올림픽에선 두 번 모두 은메달에 그치며, 올림픽 금메달에 한이 가득하다. 두쿠르스는 평창에서 그 한을 풀기 위해 단단히 벼르고 있다.

세 곳의 마의 구간, 그리고 위축된 심리 회복

평창 알펜시아의 트랙은 크게 세 곳에 마의 구간이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1376m를 자랑하는 평창 트랙은 비교적 쉬운 트랙으로 알려져 왔다. 하지만 직접 주행해본 선수들은 예상과 다르게 까다로운 구간이 많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봄 트랙이 완성된 이후 아이스메이커들이 얼음 손질을 해오면서 처음보다 다소 변화가 생겼기 때문이다. 특히 4번, 9번, 14번 코너가 가장 어렵다고 평가돼 오고 있다.

이 세 곳의 코너에서 속도를 끌어올리기 위해선 최고점을 찍고 내려와야 하지만, 내려오는 과정에서 얼음에 부딪혀 속도가 떨어질 위험이 크다. 또한 10,11번 코너 역시 일부 선수들이 어려운 구간으로 꼽았다. 지난달 썰매 종목 중 가장 먼저 진행된 루지 종목의 월드컵 경기에선, 일부 선수들이 9번 커브에서 썰매가 전복되는 사고가 있기도 했었다.

또 한 가지의 변수는 윤성빈이 심리적인 위축을 얼마나 극복하는지다. 윤성빈은 올 시즌 5차 월드컵 이후부터 2차 레이스에서 밀리는 모습을 보였다. 5차 월드컵 마지막에서 두쿠르스에 역전을 허용한 후, 6, 7차 월드컵에서도 모두 2차 레이스에서 1차 레이스 당시 자신보다 순위가 낮았던 선수들에게 연달아 역전을 허용했다. 윤성빈은 1차 레이스에서 완벽한 스타트부터 마지막 도착까지 흔들림 없는 주행을 보여 왔지만, 유독 2차 레이스에선 주행도중 원심력 등에 의해 흔들리거나 벽에 부딪히는 등의 모습을 노출하기도 했다. 마지막 월드컵이었던 7차 대회에서도 윤성빈은 2차 레이스 결과를 본 직후 고개를 떨궜다.

윤성빈은 지난시즌 한국 스켈레톤의 새 역사를 쓴 이후로 줄곧 뜨거운 화제를 몰고왔다. 많은 사람들은 그의 유니폼에 새겨진 아이언맨 이미지를 보고 썰매의 '아이언맨'이라고 부르곤 했다. 올 시즌에도 1차 월드컵부터 금메달을 차지했고, 7번의 월드컵에서도 모두 5위 이내에 꾸준히 진입해 여러 번 메달을 획득해 세계 랭킹도 두쿠르스에 이어 2위다.

그러나 윤성빈이 월드컵 후반 2차 레이스에서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자, 이것이 자칫 평창을 앞두고 고질적인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닌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이번 대회가 안방에서 열리는 만큼 홈 팬들의 응원도 어느 때보다 뜨거울 것은 당연하다. 홈 트랙이기에 경쟁자들보다 더 쉽게 적응하고 더 많이 주행을 연습했다는 이점도 있지만, 그에 대한 응원이 자칫 부담이 될 수도 있는 걱정도 있다.

이번 트랙은 내년 평창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그 트랙이다. 세계 정상들이 빠짐없이 찾아와 이번 경기를 통해 주행감각을 익히고, 올림픽을 방불케 하는 실전 감각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려 뜨거운 경쟁을 펼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윤성빈이 홈 트랙에서 시즌 후반 생긴 문제점을 극복하고 자신이 만족할 수 있는 모습을 모두 보여준다면, 평창을 앞두고 그가 더욱 큰 자신감을 얻을 것이란 기대도 커지고 있다.

 원윤종-서영우의 모습

원윤종-서영우의 모습 ⓒ 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


원윤종-서영우, 부진 털고 유종의 미 거둔다

한편 윤성빈과 함께 지난시즌 썰매 종목에서 새 역사를 쓴 원윤종(강원도청)-서영우(경기BS연맹)도 이번 대회를 통해 부진 탈출에 나선다.

원윤종-서영우는 이번 시즌 고난의 연속이었다. 초반 출발은 좋았다. 1차 월드컵에서 동메달을 획득해 지난시즌 월드컵 랭킹 1위이자 세계선수권 은메달리스트다운 모습을 그대로 보여줬다. 하지만 유럽으로 무대를 옮긴 후부터 이들의 성적은 급격하게 떨어졌다. 메달권에선 점차 멀어져 갔고, 5차 월드컵을 지나서는 10위권 밖으로 밀렸다. 급기야 가장 마지막 대회였던 세계선수권 대회에선 3차 시기에서 컷오프를 당해 마지막 4차 시기조차 참가하지 못했다. 불과 지난 시즌 이 대회에서 은메달을 획득했던 팀이라고는 믿기 어려운 모습이었다.

두 선수가 부진한 원인에 대해선 몇 가지가 제시되고 있다. 우선 원윤종이 시즌 개막을 앞두고 주행 연습 도중 썰매가 전복돼 부상을 입은 것이다. 또한 올 시즌을 앞두고 현대자동차 측에서 제공한 새 썰매에 적응하는 것에서 어려움이 있었다는 얘기도 있었다. 여기에 선수들이 지난시즌 워낙 높은 성적을 기록한 탓에, 그 성적을 이어나가야 한다는 심리적인 압박과 부담감도 한 몫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코치진의 문제였다. 지난 시즌까지 두 선수는 고 맬컴 로이드 코치(영국)의 지도 아래 성장해 왔다. 그러나 그가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고, 이후 새로이 발탁된 프랑스 코치와 스위스의 날 전문가 사이에 갈등이 생긴 것이다. 결국 스위스 출신의 이 전문가는 팀을 떠났고, 대표팀은 급하게 미국인 전문가를 영입했다. 하지만 이 전문가는 날을 다루는 숙련도가 스위스 전문가에 비해 현저하게 떨어졌다. 또한 스위스 전문가와 함께 장비를 담당했던 쉬즈(미국) 부자 역시 연습 도중 썰매가 전복돼 원윤종이 부상당한 것을 놓고 프랑스 코치와 이견 다툼을 벌였다. 결국 두 부자도 팀을 떠나고 말았다.

썰매 종목은 트랙 적응과 장비에 따라 기록차이가 상당히 많이 나는 예민한 종목이다. 그렇기에 장비는 성적에 가장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다. 그러나 이 부분에서 문제가 생김으로서 두 선수에게 치명적인 타격이 생긴 것이다. 최근 쉬즈 부자 중 아들인 파비오 쉬즈가 다시 팀에 복귀할 수도 있음을 내비치기도 한 상태라 관계가 다시 회복될 여지는 있다.

이러한 어수선한 상황과 육체적, 정신적인 문제를 딛고 원윤종과 서영우는 다시 한번 합심하기로 했다. 홈트랙에서 성적을 회복해 힘들었던 시즌을 마무리 하고 올림픽 시즌을 맞이하겠다는 각오다.

한편 윤성빈과 원윤종-서영우가 출전하는 이번 월드컵 8차 대회는 17일 오후 5시 50분부터 SBS SPORTS를 통해 생중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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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빈 봅슬레이 스켈레톤 평창동계올림픽 알펜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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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스포츠와 스포츠외교 분야를 취재하는 박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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