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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일 탄핵반대 집회 근처의 노점상 앞에서 한 여성이 '민노총에 자금이 들어간다'고 외치고 있다.
▲ 노점이 민노총의 자금줄? 3월 1일 탄핵반대 집회 근처의 노점상 앞에서 한 여성이 '민노총에 자금이 들어간다'고 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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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님, 여기 민주노총 노점이에요. 여기서 사 먹지 마세요. 여기서 먹으면 빨갱이한테 돈 내는 거예요."

1일 보수단체의 탄핵 반대 집회가 한 창인 서울 광화문 사거리의 노점상. 계란빵과 번데기, 어묵, 커피 등을 팔고 있는 노점상 앞에 한 젊은 여성이 서서 소리쳤다. "계란빵 얼마에요?"라며 묻는 손님에게 다가가 "아직 모르시나 본데, 여기 빨갱이에요. 촛불"이라며 구매를 막기도 했다. 손님 중 몇몇은 "이 아가씨가 왜 이래"라며 노점상을 이용하지만 대부분은 "그래? 여기가 빨갱이야?"라며 발걸음을 돌렸다.

태극기 머리띠를 착용한 이 여성은 한 시간여 노점상 앞에서 사람들을 막아섰다. '내일은 밝은해가 떠오른다'는 문구에 박근혜 대통령이 새겨진 옷을 입고 있던 그는 "탄핵기각 국회해산"을 외치기도 했다. 노점상 앞을 가로막은 그에게 다가가 "이 노점이 왜 빨갱이냐?"고 물었다.

"왜냐고 물으면 뭐라고 말을 해요. 그냥 믿어야죠. 아니, 여기가 빨갱이 아니라는 증거 있어요? 여기서 사 먹으면 다 민노총으로 돈 들어가요. 이 사람들 우리 돈 갖고 촛불 집회 돈 내는 거예요. 제 말 믿으세요." 

노점상 주인인 안모씨는 그에게 다가가 "아가씨 도대체 왜 그래. 우리 그냥 장사하는 거야"라고 달래다 "우리를 언제 봤냐고 그러나. 내가 이 장사만 20년째"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안씨는 결국 이 자리에서 철수했다. 탄핵반대 집회가 시작되고 태극기를 든 사람들이 많아질수록 노점 앞에서 "에라이 빨갱이들아", "북한으로 가버려", "민노총에 우리 돈을 왜 써?"라는 고함이 오갔기 때문이다.

안씨는 이날 철수하며 "노점만 20년째 하는데, 얼마 전부터 탄핵반대인지 태극기인지 이 집회만 오면 이런 소리를 듣는다"고 말했다. 그는 "같은 집회, 같은 위치여도 1월만 해도 이런 일이 없었는데, 얼마 전부터 빨갱이라는 소리를 듣고 있다"라며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먹고 살려고 나왔는데 갖은 욕을 먹고 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와 같은 내용의 공지사항이 탄기국 관계자들의 카카오톡 방에도 올라왔다. 다른 탄핵반대 집회 관계자들의 방에도 같은 내용의 공지사항이 올라왔다.
▲ 노점은 민노총? 이와 같은 내용의 공지사항이 탄기국 관계자들의 카카오톡 방에도 올라왔다. 다른 탄핵반대 집회 관계자들의 방에도 같은 내용의 공지사항이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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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에 나온 노점상이 민노총과 연결돼 있다는 이 여성의 확신은 어디에 근거한 걸까. 본인은 "빨갱이 아니라는 증거가 있느냐"며 아무 증거를 내놓지 않았지만, 이같은 거짓 정보가 카카오톡을 통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는 사실은 확인된다. 3·1절 집회를 앞두고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모여 있는 여러 카카오톡 방에는 이같은 내용의 글이 토씨 하나 다르지 않게 퍼 날라졌다.

공지요청이라며 돌았던 내용은 '내일 파는 어묵, 핫도그, 커피 등등은 민노총에서 운영하는 촛불의 자금줄이 된다', '편의점 CU는 통진당으로 자금이 들어간다', '던킨도너츠는 스스로 촛불 좌파라고 했다' 등이다. 이 공지사항은 300여 명의 탄기국 회원이 가입된 한 카카오톡 방에 지난달 27일부터 3월 1일까지 총 20번이 넘게 공지됐다. 각기 다른 사람이 "전달 요청을 받았다"라며 같은 내용을 퍼다 나른 것이다.

탄기국 관계자들의 방에서 엄마부대 푸드트럭의 이용을 안내하고 있다.
▲ 엄마부대 탄기국 관계자들의 방에서 엄마부대 푸드트럭의 이용을 안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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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 점장 "노인들이 들어와서 삿대질... 그런데 통진당이 뭐예요?"

노점 불매를 소리치던 여성의 사례처럼, 반복된 공지는 1일 집회에서 효과를 발휘했다. 실제로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집회 장소 주변의 이 편의점을 지나는 이들은 단순히 불매운동에 동참할 뿐 아니라 "여기가 빨갱이 당에 돈을 준다"며 가게에 들어가 따져 묻기도 했다.

이 편의점 점장인 김모씨는 이런 소문에 대해 "오늘 몇몇 노인들이 와서 삿대질하고 통진당이냐며 화를 냈다"며 기자에게 "그런데 통진당이 뭐냐"고 반문했다. CU 본사 관계자 역시 "사실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보수단체 카카오톡에서 '촛불집회 편'이라는 풍문이 돌았던 대한문 앞의 던킨도너츠 지점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이 지점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여러 손님이 촛불집회 참여하냐. 촛불 집회 쪽이냐고 묻더라"라며 "그런 소문이 왜 도는지 모르겠지만 궁금한 사항이 있으시면 고객센터에 연락하라고 말했다"고 답했다.

탄기국을 비롯한 보수단체 카톡방의 사용자들은 노점과 편의점, 도넛 가게는 금지했지만, 엄마부대 푸드트럭은 추천했다. 금지가게 항목이 공유된 이후에는 대부분 '엄마부대의 푸드트럭을 이용하라'는 메시지가 올라왔다. 이들은 "엄마부대 푸드트럭은 시청역 5번출구 앞에서 바로 보인다"라며 "엄마부대 앞치마 입고 현수막 간판도 걸고 있다"고 안내했다.

한편 엄마부대의 푸드트럭은 앞서 열린 집회에서 어묵꼬치 1개에 3000원, 2개 5000원에 판매했다. 광화문 일대에서 어묵꼬치 1개는 통상 1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태그:#탄핵반대, #촛불집회, #가짜뉴스, #민노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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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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