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주)이젠컴스가 개발한 사물인터넷서비스 '키즈버스' 앱.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통학버스에 탄 자녀의 승, 하차 여부를 부모에게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알려준다. 아이가 부모님이나 선생님과 너무 멀리 떨어졌을때도 알려주고, 버스 근처에 아이가 있을때 위험 알림 서비스를 제공한다.
▲ 우리 아이 어디까지 갔나 (주)이젠컴스가 개발한 사물인터넷서비스 '키즈버스' 앱.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통학버스에 탄 자녀의 승, 하차 여부를 부모에게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알려준다. 아이가 부모님이나 선생님과 너무 멀리 떨어졌을때도 알려주고, 버스 근처에 아이가 있을때 위험 알림 서비스를 제공한다.
ⓒ 서울시제공

관련사진보기


#. 서울시의 한 유치원. 노란 유치원 버스로 통학하는 아이의 부모들은 최근 한시름을 놓았다. 아이가 무사히 유치원에 도착했는지 여부를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친절한 도우미가 생겼기 때문이다. 버스를 타기 전 '바이바이' 인사를 하고 찜찜하게 뒤돌아 집에 오면 아이가 버스에서 내리고 유치원에 들어가는 단계마다 스마트폰으로 알림문자가 온다.

#. 같은 아파트에 사는 독거노인들을 관리하는 사회복지사, 방문간호사들도 일이 편해졌다. 어르신들이 밤새 잘 주무셨는지, 몸에 이상은 없었는지 여부를 훤히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만 켜놓으면 어르신들의 맥박수, 호흡수, 움직임 등의 24시간 모니터링 결과를 받아볼 수 있다. 아침에 어느 집부터 방문해야 하는지 우선순위가 자동으로 매겨지는 것이다.

서울시가 지난해 사물인터넷 서비스 실증(시범) 지역으로 지정한 금천구 시흥동 관악산벽산타운 5단지의 모습이다.

마치 미래의 영화에나 나올 법한 이같은 장면들이 가능한 것은 유치원 아이들의 목걸이나 가방, 그리고 어르신들 안방과 거실, 화장실 등에 설치된 비콘(Beacon) 혹은 센서 덕분이다. 여기에서 발생한 신호가 인터넷 망을 타고 스마트폰에 전달되는 것이다.

이같이 사물에 비콘이나 센서를 부착해 인터넷을 통해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주고받는 기술을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IoT)'이라고 부른다. 말 그대로 컴퓨터뿐 아니라 모든 사물에 인터넷의 옷을 입혀 정보산업의 혁신을 이루는 것이다.

어린이안전통학 사물인터넷서비스 '키즈버스'를 시행하고 있는 이 아파트 내 운현유치원 신미식 원감은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놓고 불안해 하는 부모들에게 만족도가 높다"며 "앱 설정이나 인터넷선 불통 등으로 같은 알림이 두 번 오는 등 오작동 현상이 바로잡히면 앞으로도 계속 사용할 것 같다"고 말했다.

사용하지 않는 개인 주차공간을 공유하는 서비스. (주)이노온이 개발한 서비스로 IoT센서의 LED색과 앱을 통해 실시간으로 공간의 상태를 운전자에게 제공한다. 운전중 초록색인 센서가 있는 주차공간을 찾아 주차하거나 앱으로 초록색인 주차공간을 찾아 차를 댄뒤 결제한다.
▲ 비어있는 주차공간 15초안에 찾기 사용하지 않는 개인 주차공간을 공유하는 서비스. (주)이노온이 개발한 서비스로 IoT센서의 LED색과 앱을 통해 실시간으로 공간의 상태를 운전자에게 제공한다. 운전중 초록색인 센서가 있는 주차공간을 찾아 주차하거나 앱으로 초록색인 주차공간을 찾아 차를 댄뒤 결제한다.
ⓒ 서울시제공

관련사진보기


관광 목적지 알려주고, 비어있는 주차공간 찾아주고

"여기가 서울시 사물인터넷의 중심 북촌입니다. 뭐가 좀 보이시나요?"

지난 2일 오후 북촌에 도착한 김유식 주무관(서울시 정보기획담당관)이 기자에게 말했다. 무언가 잔뜩 기대하고 따라나섰던 기자의 눈엔 그저 수려한 한옥집들과 중국인 관광객 외 특별한 점을 찾을 수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사물인터넷의 핵심인 비콘이나 센서는 겨우 동전이나 야구공 만해 크기도 작을 뿐더러 벽이나 주차장 문턱, 휴지통 안쪽 등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숨어 있기 때문이다.

북촌은 서울시가 지난 2015년 12월 가장 먼저 사물인터넷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 곳이다.

▲ 북촌체험여행 ▲ 북촌을 헤매는 당신을 위한 VR안내서 ▲ 가회동성당 안내서비스 등 북촌을 많이 찾는 관광객들이 손쉽게 목적지를 찾고 체험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그리고 ▲ 스마트 소방방재 서비스 ▲ 어린이 등하교 안심통학 알리미 서비스 같은 안전 분야, ▲ 15초 안에 비어 있는 주차공간 찾기 ▲ 차량번호인식 스마트주차 같은 교통 분야, ▲ 스마트 쓰레기통 같은 환경 분야 서비스도 있다.

17개 서비스를 1년간 실험한 결과 10개를 제외하고 7개는 서비스가 '정리'된 상황이다. 그럼 정리된 서비스들은 실패한 걸까? 절대 그렇지 않다는 게 김 주무관의 설명이다.

"사물인터넷 관련 스타트업 사람들은 대부분 엔지니어나 개발자 출신이라서 기술만 생각했지 경영이나 시장 상황 등은 많이 생각하지 못한 분들이죠. '우리 기술이 최고이니 시장에서도 잘 될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했겠지만 실제 해 보면 그게 아니라는 것을 체득합니다. 여기서 실패하더라도 소중한 경험을 얻어 나가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실제 북촌에서 정리된 업체들이 기술을 보완해서 다른 지자체나 대기업들과 사업을 한 결과 결국 상품화에 성공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서울시가 첫 번째 시범사업을 북촌에서 한 것도 나름의 이유와 관계가 있다. 북촌은 유명한 관광지이면서 한옥보존지구여서 개발에 많은 제한이 걸려 있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제한이 많다는 게 오히려 새로운 서비스를 실험해 볼 수 있는 장점이 된다.

게다가 북촌에는 원거주민, 소상공인, 관광객 등이 혼재돼 있어서 그들의 이해관계를 풀어주고 도시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을 시험해 보기에 최적의 장소라는 것이다.

(주)이큐브랩이 서울 북촌에 설치한 IoT 스마트 쓰레기통 서비스. 가로변 쓰레기통에 쌓여있는 쓰레기의 적재량을 실시간 확인할 수 있다. 기존 쓰레기통에 적재량 감지 센서를 설치하고 측정 데이터는 3G통신을 활용해 서버로 전송한다. 쓰레기 넘침을 예방하고 효율적인 수거를 가능하게 한다.
▲ 스마트 쓰레기통 (주)이큐브랩이 서울 북촌에 설치한 IoT 스마트 쓰레기통 서비스. 가로변 쓰레기통에 쌓여있는 쓰레기의 적재량을 실시간 확인할 수 있다. 기존 쓰레기통에 적재량 감지 센서를 설치하고 측정 데이터는 3G통신을 활용해 서버로 전송한다. 쓰레기 넘침을 예방하고 효율적인 수거를 가능하게 한다.
ⓒ 서울시제공

관련사진보기


북촌... 공동주택... 올해는 단독주택으로 확대

북촌의 성과에서 자신감을 얻은 서울시는 2016년 들어 사물인터넷 실험을 확대하고 나섰다.

공모를 통해 실증지역으로 선정된 금천구 관악산벽산타운 5단지에 ▲ 어린이안전통학서비스 ▲ 홀몸어르신안심케어서비스 ▲ 공동현관자동출입시스템 등 새로 9종의 서비스를 도입했고, 신촌·이대지역과 홍대, 강남 등 관광지역에도 길안내나 주차공유 등 다양한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2015년 북촌이 서울시가 주도적으로 해나간 사업이라면 2016년부터는 철저히 '수요'를 기반으로 한다는 게 시의 원칙이다. 즉, 자치구의 신청을 받아서 실증지역과 서비스를 선정하고 이에 맞는 업체를 매칭해주는 방식이다. 작년에는 50개의 서비스를 발굴해 매칭하는 성과를 올렸다.

운현유치원 등 20여개의 유치원과 학원에서 '키즈버스' 서비스를 하고 있는 ㈜이젠컴즈 유종우 이사는 "우리는 벤처기업이어서 기술은 있지만 아직 홍보나 마케팅까지는 여력이 없었는데, 서울시의 실증사업 덕에 기술 테스트나 홍보를 할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홀몸어르신안심케어서비스'의 드림비전스(주) 민승호 이사는 "실증지역과 업체를 서울시 이름으로 연결해주니 대상자들이 더 믿고 하는 측면이 있다"며 "올해는 더 확대한다고 하니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올 3월 중순에는 구로구 G밸리 서울시 창업지원센터에 '서울IoT센터'를 열고 지자체 신청과 업체 발굴을 전담시킬 계획이다.

서울시는 올해 총사업비 58억 7600만 원을 들여 사물인터넷 실증지역을 7곳에 추가로 조성한다. 작년에 아파트 단지에서 실험을 했다면, 올해는 단독주택 지역으로도 실증지역을 넓혀갈 예정이다.

사물인터넷과 정보통신기술 전문가로 이뤄진 '서울 사물인터넷도시조성 자문단'도 꾸려 사물인터넷도시 조성 전략을 수립하고 기술도입 자문을 받는다.

오는 2020년까지 디지털도시 5개년 계획을 세워놓은 서울시의 목표는 '세계에서 사물인터넷을 가장 잘 활용하는 도시'이다. 국내 어느 도시나 지자체도 서울시가 마땅히 벤치마킹 할 만한 곳이 없을 정도로 사물인터넷은 미개발지다.

서울시 관계자들은 "우리가 어렵게 개척해 놓으면 쉽게 돈으로 사가지고 하는 후발주자들도 있고, 우리를 거쳐 기술이 개선된 업체들이 다른 곳으로 가서 잘 되는 경우도 본다"면서도 "크게 보면 그게 성공이고 보람일 수도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태그:#사물인터넷, #북촌, #IOT, #유치원, #금천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