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넷 <프로듀스101>이 시즌2 보이그룹편으로 돌아온다. 오는 26일 첫 촬영에 돌입하며, 보아가 장근석의 뒤를 이어 MC로 나선다. 17년 차 가수인 보아는 MC로서 프로그램 진행뿐 아니라 참가자들에게 결정적 조언을 건네는 멘토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프로듀스 101>은 가수 데뷔를 꿈꾸는 연습생 101명를 두고 프로젝트 그룹으로 활동할 멤버를 시청자가 프로듀서가 되어 직접 뽑는 프로그램이다. 시즌1을 통해 꾸려진 프로젝트 그룹 아이오아이는 국민 걸그룹이라 불리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시즌1의 주역이었던 소속사의 연습생들이 이번 시즌에도 대거 합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소식에 기대보다 걱정이 앞선다면, 그건 시즌1에서 드러난 여러 문제 때문일 것이다. 야동 발언, 악마의 편집, '픽 미(Pick Me)' 표절, 출연료 0원 계약서, A-F 계급분류, 외모지상주의 등 <프로듀스101>은 갖은 논란을 다 품은 프로그램이었다. 인기에 비례해 오명도 컸던 게 사실이다.

아이오아이, 열심히 달려가는 소녀들 오디션 프로그램인 '프로듀스 101'을 통해 태어난 걸그룹 아이오아이(I.O.I)의 멤버들이 5일 오전 서울 장충동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첫번째 미니앨범 <크리슬리스(Chrysalis)> 발매 쇼케이스에서 각자가 자신있어하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아이오아이(I.O.I)는 Ideal Of Idol의 약자로 '가장 이상적인 아이돌'이라는 의미를 지닌 걸그룹으로 타이틀곡 '드림걸스'는 꿈을 향해 열심히 달려가면 언젠가 이뤄질 수 있다는 희망적인 메세지를 담고 있다 .

엠넷 <프로듀스101> 시즌1으로 탄생한 걸그룹 아이오아이 일부 멤버. ⓒ 이정민


건전야동 발언, 불공정 경쟁

가장 뜨거운 감자는 야동 발언이었다. 지난해 7월 21일 발간된 <하이컷>(178호) 인터뷰에서 엠넷 한동철 국장은 <프로듀스101>을 두고 "여자 판을 먼저 만든 건 남자들에게 건전한 야동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생각에서"라고 언급해 논란이 됐다.

한 국장은 "남자 판은 반대로 여자들의 야동을 만들어 주는 것"이라고도 말했다. 시즌 1은 아이오아이라는 국민 걸그룹을 탄생시키며 크게 인기를 끌었지만 그의 '건전 야동' 발언은 아직도 '찝찝함'으로 남았다. 참가 소녀들에게도, 시청자에게도 상처 주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그 발언은 가수의 꿈을 이루기 위해 참가한 연습생들을 성적 대상화 했고, 10대 소녀들의 꿈은 얼룩졌다. 남성 시청자에게도 실례였다. 그들을 잠재적 '야동 열광자'로 두었기 때문이다.

한 국장은 당시 논란이 된 발언에 대해 정식으로 사과하며 "'눈을 떼기 힘들 정도의 강력한 콘텐츠'라는 표현을 하기 위해 사용한 단어"라고 해명했다. 그런데도 이미 내뱉은 그의 생각, 들켜버린 '제작의도'는 기억에서 완전히 잊히지 않는다.

불공정 경쟁에 대한 문제의식도 불거졌다. 방송 시간이 정해진 만큼 분량 경쟁이 치열했고, 그 경쟁은 '힘'에 의해 좌지우지될 수밖에 없었다. 연습생을 A-F 등급으로 나눌 때도 그가 속한 소속사를 평가 기준에 두었다. 대형 소속사를 힘으로 이길 수 있는 소규모 기획사와 개인 연습생은 없을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특정 참가자 띄우기가 있었다. 대형기획사 소속 연습생들에겐 많은 분량이 비쳤지만 소형기획사 연습생들은 상대적으로 카메라에 잡히기도 어렵고 잡히더라도 편집되는 경우가 많았다.

A-F 등급나누기, 출연료 0원 계약서, '픽 미' 표절논란

<프로듀스101> 시즌1의 논란거리는 이것뿐이 아니었다. <슈퍼스타K> 등으로 꾸준히 '악마의 편집' 비난을 받았던 엠넷은 <프로듀스101>에서도 이 비난을 피할 수 없었다. F등급을 받은 연습생은 화면에 제대로 비치지 않았다.

사람을 두고 A부터 F등급으로 나누는 발상 자체가 애초에 문제였다. F에 가까운 등급을 받은 연습생들은 죄지은 사람처럼 어깨를 펴지 못했다. 실력 못지않게 '외모'와 '소속사'가 판단 기준으로 작용한 듯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출연료 0원 계약서도 문제였다. 지난해 2월 15일 <일간스포츠>는 <프로듀스101>의 계약서 일부를 단독으로 공개했다. 공개된 내용을 살펴보면 '출연료가 0원'이며, '어떠한 경우에도 민·형사상 법적 청구를 할 수 없다'고 명시돼있다. 또한 '10개월간 인큐베이팅 시스템에 참여, 음원 콘텐츠 수익을 갑(방송사 CJ E&M)과 을(개별 기획사)이 50%씩 나눠 갖는다'고 돼 있다. 이는 살아남기 위해 애쓰는 연습생들은 방송에 출연하는 기회만으로도 감사히 여겨야 한다는 논리로 비쳤다.

주제곡 '픽 미' 표절 논란도 있었다. 누리꾼들 사이에서 '픽 미'가 한스밴드의 '호기심'(1999)이란 곡과 비슷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 누리꾼은 '픽 미'의 도입부와 '호기심'의 일부 구간이 유사하다고 주장하며 비교 자료를 게재했고, 이에 동의하는 댓글들이 달렸다. '픽 미' 앨범 표지 로고도 표절 논란에 휩싸였다. '픽 미' 재킷 디자인이 미국의 펑키 록 그룹 폴아웃보이(Fall Out Boy)의 2013년 앨범 <Save rock and roll>의 피라미드 도형과 그 밖의 디테일한 문양과 비슷하다는 의혹이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프로그램이었다. 그런데도 많은 사람이 <프로듀스101>을 사랑하고 지켜봐 왔다. 아이오아이도 큰 사랑을 받았다. 이는 소녀들의 꿈을 응원하는 마음에 더해, 적나라하게 그려지는 걸그룹 탄생과정이 호기심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시즌2 보이그룹편에서도 이런 관심은 지속할 것이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을 둘러싼 우려와 논란거리들을 무시하고 마냥 즐겁게 시청할 수만은 없을 듯하다. 성적 판타지를 부추기는 내용부터 불공정 경쟁까지…. 이미 한 번 겪은 논란들에 또 불을 붙인다면 시청자의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자극적인 요소들에 매달리느라 중요한 것을 놓치지 않길 바란다. 중요한 건, 가수가 되고 싶은 소년들의 귀한 꿈을 상하게 하지 않는 것이다.

 Mnet <프로듀스101> 시즌2가 방송을 앞두고 있다. 101명 출연자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는 계획에 따라 순차적으로 공개될 예정이다.

Mnet <프로듀스101> 시즌2가 방송을 앞두고 있다. 101명 출연자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는 계획에 따라 순차적으로 공개될 예정이다. ⓒ Mnet



프로듀스101 아이오아이 엠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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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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