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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2월 11일, 정부가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한 조치로 개성공단 가동을 전면 중단하자 개성공단 입주기업 관계자들이 물품을 싣고 줄지어 복귀하고 있다.
▲ 줄지어 개성공단 철수하는 화물차량 지난해 2월 11일, 정부가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한 조치로 개성공단 가동을 전면 중단하자 개성공단 입주기업 관계자들이 물품을 싣고 줄지어 복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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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0일이면 개성공단 가동이 중단된 지 1년이다. 2013년 1차 가동 중단 때보다 중단기간이 늘어나면서 기성공단 입주기업과 협력업체의 피해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정부가 조사한 피해액 보상마저 외면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개성공단 폐쇄를 결정 한 뒤, 정부의 대북제제 의도와 달리 북핵문제는 더 복잡해졌고 남북관계만 더 악화됐으며, 대북제재 국제공조 또한 중국의 미온적인 태도로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그사이 개성공단 입주 기업과 우리 중소기업들만 피해를 보고 있는 실정이다.

개성공단 폐쇄로 120여 개 기업이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거나 국내 대체 부지를 찾아 떠돌고 있다. 입주기업에 납품하던 협력업체 5000여 개도 줄도산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

개성공단기업협회가 추산해 9일 발표한 피해액만 1조5000억 원을 넘어섰고, 공단에서 일했던 남측 노동자 1000명 이상이 일자리를 잃고 회사를 떠났다.

심지어 개성공단 폐쇄가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인한 것이라는 의혹이 언론보도로 제기되면서 입주기업과 국민들의 상실감은 더욱 컸다.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지난해 2월 7일. 박 대통령이 주재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때 체류인원 축소만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개성공단입주기업협의회 관계자는 "당시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국방부장관이 국회에 출석해 '개성공단 폐쇄와 관련한 언급은 없었다'고 진술하기 전에 이미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개성공단 전면중단은 형식적으로는 지난해 2월 10일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이 주재한 NSC에서 전격적으로 결정된 것이다. 하지만 "이미 8~9일에 대통령의 결심이 있었고, 여기에 비선실세의 개입의혹이 있다"는 언론보도가 뒤따랐다.

이 같은 개성공단 폐쇄에 대해 개성공단기업협회는 "헌법상 대통령의 긴급명령이나 남북교류 협력법 등 법적 절차에 따라 했어야 했는데, 무시하고 결정했다"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한 상태다.

개성공단 중단사태가 길어지면서 피해도 늘고 있고, 정부가 약속한 보상금마저 제대로 지원되지 않아 이중고를 겪고 있다. 입주기업들은 1조5000억 원이 넘는 피해액 가운데, 정부로부터 3분의 1도 채 보상받지 못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아울러 기업들은 공단 내 재고자산과 설비를 회수하지 못한 채 '야반도주' 하듯이 쫓겨났기 때문에 손실이 크다. 또 중단으로 영업 인프라까지 훼손되면서 피해는 더욱 커졌다.

특히, 언제쯤 공장을 재가동 할 수 있을지 짐작조차 할 수 없는 '불확실성'과 1년 넘게 지속되는 '장기실업'에 입주기업 임직원들의 가슴은 시커멓다 못해 다 타버렸다.

인천개성공단입주기업협의회 관계자는 "특검이 개성공단 폐쇄 결정을 주도한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 국정농단 세력의 진상을 철저하게 규명해야 한다. 또한 법적인 요건과 절차적 정당성마저 무시하고 결정한 개성공단 폐쇄는 당장 취소하고 재가동해야한다"며 "통일부가 개성공단 즉각 재개를 위한 실무준비에 착수할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고 말했다.

"최소한 정부가 인정한 피해규모는 보상해줘야"

지난해 2월 11일 오전 경기도 파주 경의선남북출입사무소에서 개성공단 직원들이 정부의 공단 가동 중단 선언으로 물품을 싣고 복귀하는 차량을 기다리고 있다.
▲ 개성공단 가동 중단 조치에 망연자실한 입주업체 직원들 지난해 2월 11일 오전 경기도 파주 경의선남북출입사무소에서 개성공단 직원들이 정부의 공단 가동 중단 선언으로 물품을 싣고 복귀하는 차량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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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기업협회는 지난 7일 자체적으로 집계한 입주기업 120여 개 업체들의 실제 피해액이 1조5000억 원 이상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5월 조사한 피해 규모 9446억 원 보다 약 6000억 원 더 늘었다.

피해액은 지난해 3~5월 조사한 '피해 실태조사' 결과에 그 후 입주기업이 추가로 신고한 피해액을 합한 금액이다.

공단에 두고 온 토지, 건물, 기계설비 등의 자산 피해액이 5936억 원, 원·부자재 등 유동자산 피해 2452억 원, 가동중단에 따른 미 납품 위약금 1484억 원, 개성 현지 미수금이 375억 원, 가동 중단에 따른 1년 영업손실 3147억 원, 거래처 단절 등 영업권상실에 따른 피해 2010억 원 등 총 1조 5404억 원 규모이다.

개성공단기업협회는 또 가동 중단 후 1년간 손실금액(순손실)이 2500억 원 가량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는 업체당 평균 20억 원 규모다. 2016년 매출의 경우 전년대비 평균 31.4%p 감소했다고 했다.

개성공단기업협회에 따르면 중단 1년 현재 입주기업 123개 가운데 11개 업체는 완전 휴업 상태다. 그리고 업체 75개가 국내외 기존 공장 또는 신규 공장에서 기업을 운영하고 있고, 36개 업체는 재하도급 방식으로 수주한 물량을 처리하고 있다.

재하도급은 가동중단으로 일감을 처리하지 못하기 때문에 받은 일감을 다른 업체에 맡겼다는 뜻이다. 영업이익이 없어 사실상 휴업이나 다름없는 상태지만 입주기업들은 더 이상 거래처를 놓칠 수 없기 때문에, 재하도급으로 기업을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피해액이 1조5000억 원을 넘어섰지만, 정부가 지금까지 지원한 금액은 모두 4838억 원에 불과하다. 이는 정부가 조사한 피해규모 7779억 원 보다 약 3000억원 모자란 금액이다.

정부는 지난해 5월 정부합동대책반 6차 회의를 열고 입주기업 피해규모를 고정자산 5088억 원과 유동자산 1917억 원, 미수금 774억 원 등, 총7779억 원으로 확정했다.

이는 입주기업들이 자체 조사해 발표한 고정자산 5654억 원과 유동자산 2317억 원, 위약금 1100억 원, 미수금 375억 원 등 총9446억 원과 1667억 원 차이가 났다. 당시 개성공단기업협회는 "정부가 개성공단에 가보지도 않고 피해액을 확정했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정부는 투자자산에 대해 3589억 원, 유동자산에 대해 1249억 원만 지원했다. 개성공단기업협회는 1년 간 영업손실이나 위약금, 현지 미수금, 영업권 상실 피해 등이 빠져 있다고 여전히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영업손실이나, 미수금, 위약금 등의 경우 남북경협보험이나 교역보험 대상이 아니고, 또 피해를 추산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보상을 꺼려하고 있다.

인천개성공단입주기업협의회 관계자는 "보상이 정부가 실태 조사한 피해규모에도 미치지 못하면서 많은 기업들이 생사의 기로에서 고통 받고 있다. 최소한 정부가 인정한 피해금액 7779억 원 중 2989억 원만이라도 서둘러 반영을 해야 한다. 그래야 입주기업들이 재가동 될 때까지 버티며 기업을 운영할 수 있다"고 호소했다.

"기업 67% 재입주 희망… 국민 76% '가동중단 잘못'"

개성공단기업협회와 더불어민주당 박정(경기 파주을) 국회의원은 지난해 10월 2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개성공단 폐쇄에 비선실세가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부에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 개성공단 비선개입 의혹 개성공단기업협회와 더불어민주당 박정(경기 파주을) 국회의원은 지난해 10월 2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개성공단 폐쇄에 비선실세가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부에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 출처 더불어민주당 박정 국회의원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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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은 지난 2005년부터 본격적으로 가동되기 시작했으며, 중단전까지 120여 개 업체에, 최대 5만6000여 명이 일했고, 방문자만 115만 명에 달했다.

개성공단을 조성하면서 북한은 서부전선의 핵심 군사력이 집중 돼 있던 개성에 주둔한 북한군을 뒤로 물려야 했다. 서울에서 불과 1시간 거리에 북한의 무력이 집중돼있던 지역에, 군대가 사라지고 남북합작으로 개성공단이 들어섰다.

그래서 개성공단은 단순히 남북경협이 아니라 남북협력과 한반도평화의 안전핀 역할을 했다. 남북관계가 경색될 때도 개성공단 만큼은 유지되며 남북교류의 보루 역할을 했는데, 박근혜 정부에 들어서만 2번 중단 됐고, 심지어 국정농단 세력이 개입했다는 의혹까지 번진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박근혜 정부 초대 통일부 장관을 맡아 2013년 1차 가동중단 때 남북대화로 재가동을 이끌어낸 류길재 전 통일부장관은 9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개성공단 재가동'을 주문했으며, 개성공단 입주기업 또한 재가동 시 입주할 의사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장(비상대책위원장)은 9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성공단 폐쇄 1년을 맞아 비대위가 입주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67%의 기업이 재입주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고 밝혔다.

정 회장은 또 통일부가 재입주 의향을 밝힌 업체가 45개라고 한 데 대해서는 "통일부는 공식 설문조사를 한 적이 없다. 비대위원장인 나한테도 문서나 구두로 물어본 적이 없다"며 "'45개사'의 근거를 모르겠다"고, 통일부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이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캠프 선대본부장을 맡고 있는 송영길 국회의원(인천계양을)은 "개성공단은 반드시 재가동해야 한다. 입주기업과 직원들의 생존권이 달려있을 뿐만 아니라, 개성공단은 그 자체로 전쟁위협을 줄여주는 한반도 평화엔진이기 때문"이라며 "우선 입주기업의 실질적인 피해를 보상하고, 정당성 없는 조치에 대한 정부의 사과와 대북제재의 절차적인 개선을 위한 후속조치가 있어야 한다. 정권교체를 통해 잘못된 대북정책을 바로잡겠다"고 말했다. 

인천평화복지연대 또한 가동 중단 1년을 맞아 성명을 내고 통일부에 즉각적인 가동재개 준비 착수를 촉구했다.

인천평화복지연대는 "최근 국회와 여론조사 기관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75.9%가 '개성공단 중단이 남북관계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답했고, '재개해야 한다'는 의견도 54.6%를 차지했다"며 재개를 촉구했다.

그런 뒤 "국민들은 개성공단 재개가 한반도 평화의 길이며, 한반도를 전쟁 위협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하는 마중물임을 알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있는 만큼, 정치권이 이제 국민들에게 응답 할 때다"라며 "황교안 정부는 지금 당장 국민의 '개성공단 재개 명령'을 따라야 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개성공단 , #개성공단 폐쇄, #국정농단, #개성공단기업협회, #송영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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