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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와 아이
▲ 학교와 아이 학교와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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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방학이 시작되고 돌봄교실에서 안내장이 왔습니다. 초등학교 2학년 시기의 돌봄교실 등록을 위해서 맞벌이 가구임을 증명하는 서류를 제출하라는 거였습니다. 쌍둥이 남매용으로 부부의 재직증명서, 등본, 4대 보험 납입 증명서 등의 서류를 각 2부씩 준비해서 제출했습니다.

서류를 제출한 뒤 같은 돌봄교실 참여 어린이이자 방글이네 반 친구 A 엄마에게 문자가 옵니다.

"올해 돌봄교실 신청 인원이 많아서 추첨할 수도 있다는 얘기 들었어요?"
"아~ 그랬나요? 저는 못 듣긴 했는데, 작년에 입학하면서 서류 접수할 때도 똑같이 말했어요. 매년 하는 얘기 아닐까요?"

작년에 초등 1학년으로 입학하면서 돌봄교실을 신청할 때가 생각났습니다. 서류 접수에 분주하시던 선생님의 모습도 떠오르더군요. 그때 별 문제 없이 돌봄교실에 참여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돌봄교실이 어떻게 운영되는지에 큰 관심을 가졌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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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2월 개학을 앞두고 갑자기 돌봄교실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이번 새 학기 돌봄교실 참여 안내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새로 입학하는 1학년 중에 돌봄교실을 신청한 아이들이 너무 많다고 합니다. 쌍둥이 남매가 다니는 학교의 경우 총 40명, 두 개 반으로 운영되는 돌봄교실에 모두 참여시킬 수가 없기 때문에 우선순위를 정해 참여 여부를 가렸다고 하시더군요. 1학년 우선, 2학년 중에서도 저소득층, 한 부모 가정 등 우선, 그 밖의 경우에 다자녀 우선, 두 자녀인 경우 쌍둥이, 연년생 우선 등의 우선순위를 정했다고 해요.

쌍둥이 남매, 방글이 땡글이는 쌍둥이라 우선순위가 있어 일단 돌봄교실에 참여하게 되었고, 남은 세 자리를 두고 열한 명의 아이가 추첨을 해야 한다고 하시더군요. 저희 아이들은 별 탈 없이, 교실과 선생님은 바뀌지만 작년과 동일한 환경에서 2학년을 맞이할 수 있다는 안도감에 선생님이 말씀하시는 다른 얘기는 귀에 잘 들어오지도 않았습니다.

그리고 회의자료를 만들며 야근을 하던 중 다시 친구 A 엄마에게 문자가 왔습니다.

방글이 남매는 돌봄에 참여하나요?
네. 쌍둥이라 우선순위 됐다고 전화받았어요. A는요?
추첨하러 가요.
아.... 그렇군요.

저도 돌봄에서 떨어지면 학원을 어떻게 돌려야 하나 걱정하고 있었어요. 혹은 지역 돌봄을 신청하거나 최악의 경우 전학도 고려하고 있더라고요. 그렇잖아도 3학년부터는 돌봄교실 지원도 안 되니까 '그땐 같이 방과 후 수업도 시키고 학원도 보냅시다'라고 서로 격려해줬는데 3학년이 채 되기도 전에 벌써 고비를 맞은 겁니다. 쌍둥이 남매와 한 교실에서 돌봄을 하던 외동아이들 서너 명의 얼굴이 우수수 떠올랐습니다.

돌봄교실 찾아서 전학까지?

일하는 엄마
▲ 일하는 엄마 일하는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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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버텨온 직장인데 초등학교 2학년 아이의 돌봄 문제로 경력 단절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겁니다. 돌봄에서 떨어진 아이의 엄마는 어떻게 아이를 케어해야 할지 걱정스러운 마음에 며칠간 밤잠을 설칠 것만 같습니다.

쌍둥이 남매가 돌봄 교실에 당첨됐는데 제가 무슨 고민이냐고요? 같은 반 혹은 같은 반은 아니더라도 유치원과 같은 분위기에서 학교에 적응하느라 가장 큰 도움을 준 친구들을 2학년 때에는 만나지 못하는 이유를 아이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요? 그 아이가 쌍둥이가 아니어서 혹은 연년생 형제자매가 없어서 돌봄교실에 함께 다닐 수 없다고 설명하면 아이들이 납득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정원이 총 40명, 모두 2개 반인데, 초과되는 아이들의 수가 8명이에요. 정원을 24명으로 하면 안 되는 이유를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을까요? 혹은 돌봄교실은 꼭 2개만 운영해야 하나요? 3개로 반을 늘릴 수는 없는 걸까요? 정원이 20명에서 24명으로 늘어난다고 참여가 확정된 아이들의 부모가 나머지 4명의 참여를 반대할리도 없는데 정원을 늘릴 수는 없는 걸까요?

규정이 중요하고, 그것을 지키는 일은 더욱 중요하다는 걸 잘 알지만 그래도 마음이 너무 안 좋습니다. 돌봄 수요의 예측이 쉽지는 않겠지만 대책이 없는 교육청이나 학교의 상황이 참 답답하네요.

초등 1학년 이제 겨우 적응하고 2학년은 해볼 만하겠다고 한시름 덜려고 하니까 새로운 고비가 생겼습니다. 돌봄교실이 없는 3학년도 벌써 걱정입니다. 워킹맘이 아니더라도 힘들어진다는 초등 고학년이자 모든 학습이 갑자기 어려워진다는 4학년 역시 걱정됩니다. 사춘기가 시작된다는 5학년은 두렵고요. 중학교 입학을 준비해야 하는 6학년은 또 어떻고요. 정말 매년이 고비입니다.

직장을 다니면서 아이 하나 키우는 일. 매년, 뭐 이렇게 고려할 사항이 많은 걸까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네이버 개인블로그(http://blog.naver.com/nyyii)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초등, #돌봄교실, #쌍둥이육아, #워킹맘육아, #까칠한워킹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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