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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대학교·순천향대학교에서 경영학을 전공하는 학생인 우리는 음식에 삶을 녹여내는 푸토리 텔러(Footory Teller, Food + StoryTeller)를 꿈꾼다. 열정 하나로 기획한 월간 칼럼 'Eat Item'(잇 아이템)은 제철을 맞은 식재료의 산지를 찾아 식재료와 음식, 지역민들의 이야기를 지면에 녹인다. 해당 지역 문화와 경제 활성화에도 보탬이 되길 바라며... - 기자 말

서해 금빛열차는 홍성을 포함한 서해안의 명소를 간다
 서해 금빛열차는 홍성을 포함한 서해안의 명소를 간다
ⓒ 변민우, 장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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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겨울은 유독 따뜻했다. 따뜻한 날씨 덕분인지 '겨울 같지가 않네'라는 농과 함께 길거리의 모습에도 포근함이 번지곤 했다. 그런데 사람들의 말에 거북함이라도 표하는 걸까? 겨울은 소한(小寒)과 대한(大寒)을 거치며 '진짜' 추위를 가져왔다. 물론 잠깐씩 지속되는 추위였지만, 그 강도는 예년의 추위를 웃돌았다.

취재를 하는 과정에서 가장 염려스러운 것 중 하나가 바로 날씨인데, 갑작스레 찾아온 추위에 우리의 마음에는 조바심이 넘쳤다. '과연 어떤 식재료를 전하는 게 좋을까?' 혹은 '과연 이 날씨에 취재를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들이 뇌리를 스쳤지만, 다행히도 추위와 가장 잘 어울리는 한 명의 주인공을 만났다. 추위와 비례하여 맛이 깊어지는 '새조개'가 그 대상이다.

새를 닮은 그 모습

새의 모습을 닮은 새조개
 새의 모습을 닮은 새조개
ⓒ 문화체육관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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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조개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만나볼 수 있는 식재료인데, 동양에서는 한국과 대만 일본 등지가 주된 서식처다. 새조개는 껍질을 깠을 때 보이는 발(복족:服足)의 형태가 작은 새의 모습과 닮았다 하여, 새조개라는 이름이 붙었다. 물을 뿜으며 이동할 때 최대 1m를 간다고 하니, 이른바 '나는' 모습이 또한 그 이름과 잘 어울리기도 한다. 한편 특유의 다리 부분이 닭고기 비슷한 맛이 난다 하여, 조합(鳥蛤)이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섭취의 역사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 수 없으나, 19 C 초 기술된 정약전의 <자산어보 玆山魚譜>에는 "큰 것의 지름이 4, 5치 되고 조가비는 두껍고 매끈하며, 참새의 빛깔을 지니고 무늬가 참새 털과 비슷해 참새가 변한 게 아닐까 의심스럽다"라는 말로 작합(雀蛤 :새조개)을 소개하고 있다.

또한 1945년 해방 무렵, 경남지역에서는 새조개를 '해방조개'라고 부르기도 했다. 치욕스러운 역사를 벗어났으나 먹을 것 하나 변변치 않던 이들에게, 수년간 중요한 수입원이 되었던 새조개. 해방조개라는 이름은 그들만의 애칭이었을 것이다. 이처럼 새조개는 특히나 우리나라 남해안을 중심으로 비교적 친근한 식재료였던 것으로 생각된다. 그만큼 각 지역마다 다양한 섭취가 이루어 졌으리라.

일본인들도 탐냈던 '고품질' 새조개

새조개 찜(좌)과 새조개(とりがい) 초밥
 새조개 찜(좌)과 새조개(とりがい) 초밥
ⓒ 맛객, The taste of oreg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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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나 여수의 가막만, 보성의 여자만 일대 새조개는 예로부터 그 품질을 인정받아 왔다. 일제시대에는 '수산통제어종'으로 지정될 정도로 일본인들이 탐냈던 식재료였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사람들은 새조개를 어떤 방식으로 먹고 있을까?

일본에서는 새조개를 '토리가이(鳥貝: とりがい)'라는 이름으로 부르며, 고급초밥이나 회의 재료로 사용한다. 쫄깃한 맛을 좋아하는 한국과는 달리, 부드러운 식감을 선호하는 일본인들은 다리에 칼집을 내어 조리한다고 한다. (양국의 활어회와 선어회 문화를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듯 하다) 한편 서양에서는 에그코클(Egg Cockle) 혹은 코클쉘(Cockle shell)이라 불리며, 클램차우더 수프나 찜, 리조토 등의 재료로 사용된다.

국내에서는 단연 '샤브샤브'의 입지가 독보적인데, 어족자원이 풍부한 여수지역의 조리법이라고 한다. 가령 여수의 명물인 갯장어 데침회(하모 유비끼)를 생각해 보았을 때 특별한 조리방식은 아니나, 부드러운 맛을 좋아하는 일본인들의 방식이 어느 정도는 담겨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새조개는 100g 당 필수 아미노산과 칼슘(32mg), 철분(3.7mg)을 함유, 무려838mg의 타우린 성분을 담고 있는 건강 식재료이다. 특히나 쌍패류 조개 중 콜레스테롤 함량이 가장 낮고, 상당한 양의 비타민 D를 함유하여 어린 아이들에게도 좋다. 최근에는 피로회복과 자양강장에 좋은 타우린이 높고, 칼로리가 낮아 웰빙푸드로 주목 받고 있다.

이러한 뛰어난 성분을 접하기 위해서는 물산이 풍부하고, 가장 에너지를 잘 비축하고 있는 제철에 소비하는 것이 좋다. 새조개의 제철은 산란기(2~6월, 8~11)를 비껴가는 시기다. 숫자만 봐도 '겨울에 먹으라'고 말하는 듯 한데, 실제로 12월에서 2월까지를 제철로 친다. 추위마저 무르익는 이 시기야말로, 부드럽고 담박한 새조개를 즐기기 좋은 때라고 할 수 있다.

서식지를 옮겨오다

청정한 자태의 새조개
 청정한 자태의 새조개
ⓒ 변민우, 장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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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국내 새조개 산지는 예부터 여수를 손꼽는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새로이 떠오른 신흥 강자가 있으니, 바로 충남 홍성이다. 홍성군은 한반도 어족자원의 보고(주된 산란지)라고 할 수 있는 천수만을 접하고 있다. 과거에도 천수만 일대를 중심으로 새조개가 잡히긴 했으나, 그 양이 적고 맛이 보잘 것 없어 무시 받기 일쑤였다고 한다.

그런데 1980년대 진행(90년대 중반 종료)된 '서산 방조제 사업'은 천수만 일대 해산물의 '격'을 높였다. 당시 어업을 중심으로 생계를 유지하던 지역민들은 본 사업에 반대하며, 하나 둘씩 홍성을 떠났다. 극히 일부만이 그 자리를 지켰으나, 놀랍게도 방조제 사업 이후, 홍성 근해의 바다에는 전보다 좋은 생태계가 형성됐다. 혹자는 방조제 사업(간척사업)에 사용된 '황토'가, 인근 간석지(갯벌)의 질을 높였다고 말한다. 그 말이 틀린 말은 아니었는지, 이 무렵 남당항에는 대규모의 새조개 군락이 찾아왔다. 예전보다 훨씬 맛과 질이 좋은 새조개들이 말이다.

겨울 별미 새조개 (1997.02.14 동아일보)
 겨울 별미 새조개 (1997.02.14 동아일보)
ⓒ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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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서해안 지방에서 새조개를 먹기 시작한 것도 90년대 중반부터인데, 제법 오랜 시간 동안 인기를 끌지 못하고 '미식가'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다. 만화 <식객(食客)>의 저자, 허영만 화백 또한 새조개의 맛을 극찬하며 스파클링 와인과의 궁합을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비싼 와인에, 비싼 새조개는 일반적으로 접하기 힘들었을 터. 지금의 새조개는 2000년대 초반 음식 프로그램에 새조개가 소개되면서부터, 대중들의 입맛에 자리잡았다고 한다. 우리는 새조개 음식에 대한 직접적인 정보를 얻고자 홍성 남당항을 찾았다.

부드럽고 담박한 새조개의 맛 

한파와 폭설로 텅 빈 새조개 축제장소 (01.20)
 한파와 폭설로 텅 빈 새조개 축제장소 (01.20)
ⓒ 변민우, 장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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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군은 2004년부터 올 해로 14년 째 '남당항 새조개 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마침 우리가 방문한 날은 축제의 마지막 날이었으나, 폭설과 한파로 인해 점심시간에도 관광객과 노점의 열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2017.01.06 ~ 2017.01.20 개최) 축제의 모습이나 열띤 사람들의 설렘을 느낄 수는 없었지만, 넓은 주차장과 즐비한 음식점의 모습에서 그 명성을 엿볼 수는 있었다.

새조개의 부산물(다리 외 부분) 중에는 펄이 많이 들어, 긁어내어야 한다
 새조개의 부산물(다리 외 부분) 중에는 펄이 많이 들어, 긁어내어야 한다
ⓒ 변민우, 장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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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직접 새조개를 손질하고 계신 사장님의 모습에 이끌려 한 가게로 들어갔다. 가격은 1kg에 5만 원으로 상차림을 포함하며, 샤브샤브 형태로 준비된다. (포장 시 40,000/kg) 가격은 정찰제로 운영되고 있다고 했다. 따라서 어느 음식점을 가도 비슷한 상차림과 동일한 금액을 받는다. 새조개의 양은 2~3인 기준1kg면 적당하다. 중량의 약 1/2 ~ 1/3정도는 껍데기, 그리고 내장(뻘이 많아 버려진다고 한다)으로 버려지기 때문에, 실제로는 500g 보다 조금 넘는 양이 나온다.

시계방향으로 샤브샤브 전골, 가리비와 피조개, 멍게 해삼 개불 등, 한상, 생굴, 산낙지
 시계방향으로 샤브샤브 전골, 가리비와 피조개, 멍게 해삼 개불 등, 한상, 생굴, 산낙지
ⓒ 변민우, 장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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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구 앞의 음식점이라 그런지 전체적으로 해산물의 비린 맛이 덜했다. 음식들의 싱싱하고 단 맛이 매력적인데, 특히나 새조개는 지금까지의 조개와 남달랐다. 우선 식감부터 특이했고 '닭고기 맛이 난다'는 이야기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맛 자체는 강하지 않고 담박하나, 씹을수록 감칠맛이 느껴지고 달다. 냉이와 배추 속을 함께 곁들여 먹으면 그 구수함이 겨우내 쌓인 몸의 피로를 달래줄 만 했다. 이렇게 맛있는 음식이 대중에게 소개된 지가 불과 20년밖에 안됐다는 게 신기하다.

새조개와 관련된 재미있는 논란이 있다. '얼마나 익힐 것인가'에 대한 문제이다. 혹자는 5초 이내로 데쳐 새조개의 연한 속살을 먹어야 한다고 말하고, 또 누구는 20초 내외로 익혀 새조개의 다리가 쫄깃해질 때 먹어야 제 맛이라고 말한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조금 오래 익히는 게 입에 맞았다. 하지만 사람마다 취향이 다른데 정답이 있을 리 없다. 분명한 건 새조개를 먹고 패즙(貝汁)이 우러난 국물이 일품이라는 것뿐(칼국수나 라면을 넣어 먹으면 훌륭한 마무리가 된다).

1kg를 주문하여 손질돼 나온 모습. (2~3인이 먹기 적당)
 1kg를 주문하여 손질돼 나온 모습. (2~3인이 먹기 적당)
ⓒ 변민우, 장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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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먹고 나오면서 우리는 사장님과 몇몇 이야기를 나눴다. 예전에도 새조개를 먹었냐는 질문에, 사장님께서는 '먹어보긴 했는데 맛이 없었어. 제대로 된 손질방법도 몰랐고, 고춧가루 넣고 볶아서 먹거나 했는데 무슨 맛인가 했지'라는 답을 주셨다. 샤브샤브 방식이 전해지고 나서야 상품화가 된 모양이다.

일부 사람들은 새조개를 '피꼬막'이라고도 한다는데, 패각(껍데기)의 방사형 무늬가 유사하기 때문인 듯 하다. 또한 지역에 따라서 꼬막을 '새조개'라고 부르는 곳도 있어, 용어의 차이가 아닌가 싶다. 헌데 대화를 나누면서 느낀 건, 음식점을 운영하는 분들조차도 새조개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는 점이다. 음식을 먹는 건 머리로 알고, 코로 맡으며, 입으로 즐기는 행복인데 음식에 대한 스토리가 더해진다면, '오감만족'에 조금 더 가까워지지 않을까?

그러나 부담스러운 가격과 부족한 특산화 

홍성군청 사진
 홍성군청 사진
ⓒ 굿모닝 충청 - 김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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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개의 귀족 새조개는 역시 뛰어난 별미였다. 그런데 일상적으로 즐기기엔 가격이 너무나도 높다. '별미'라는 이름으로 접하기엔 손색이 없으나, 생각날 때마다 접하기엔 대중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생산량이 감소하는 추세인데다, 어획량이 일정치 않은 어족자원의 특성 상, 일관된 가격을 유지하기 힘들다는 것은 통감한다. 그러나 이에 대한 대비는 분명 필요하다. (새조개 국내 생산량 : 1987년 5,521M/T, 1992년 3,398M/T, 1997년 1,587M/T으로 감소. 최근에는 500 ~ 1,000 M/T 수준. <해양수산통계연보>)

또한 우리는 현지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접했다. 약 2주간 진행되는 줄 알았던 축제가 무려 5월까지 진행된다는 것이다. 4~5 개월 간 진행되는 축제가 과연 '특별함'이 있을까? 축제운영 초기 관광객 확보를 위한 방편도 아니고, 무려 10년도 넘게 운영된 축제가 축제의 본질을 잊었다니 말이 안 됐다. 우리는 이러한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자 횡성군청에 인터뷰를 요청했고, 농수산과의 이병창 주무관님과 문화관광과의 손형진 주무관님께서 답을 전해주셨다.
( 01.20 방문 / 01.22 서면인터뷰 요청 / 01.23 회신 )

- 새조개의 생산량 감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생산량과 관련하여 관내 수협위판장이 없다 보니, 정확한 생산량을 집계하고 있지는 못하나 분명 생산량의 감소추이에 대해서는 체감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생산량 감소의 가장 큰 원인은, 어업인들의 '수자원 보호 인식 부재'이겠으나 최근에는 어민들에 대한 교육과 더불어 불법어업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소추세가 이어지는 것은 어족자원의 이동이나, 해양생태계의 변화 등 다양한 이유로 추정되는 바 구체적인 답변을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 지자체에서 새조개를 위해 하고 있는 노력이 있나요 ?
"군에서는 해양수산부와 협력하여 '새조개 종패발생장 환경개선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2016년 신규도입 된 본 사업은 전남 강진군에서 인공종묘배양을 통해 생산된 새조개 치패를 약 3~4개월간 중성패로 성장시킨 뒤, 약품 표식처리 후 천수만 인근에 살포하는 사업입니다.

단순 살포가 아닌 사업의 효과성 분석과 더불어 성장과정을 모니터링하기 위해 약품처리를 하고 있으며, 전남지역의 양식장과 기술센터를 활용하는 바 해당 지역의 새조개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현재로써 본 사업의 효과를 말씀 드리긴 어려우나, 어장복원을 통해 새조개의 가격을 완화시켜 대중적 식재료로 거듭날 수 있는 활로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 '남당항 새조개 축제'의 기간이 모호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축제에 사용되는 새조개는 전부 홍성의 새조개인가요 ? 
"축제에 사용되는 새조개는 전량 홍성의 새조개로 충당되지 않아, 전남지방의 새조개를 공수하여 함께 사용하고 있습니다.

또한 새조개 축제의 경우 군에서는 (2017년 기준) 1월 6일~1월 20일로 지정하고 있으며, 5월까지는 남당항의 상인분들이 주축으로 진행하는 기간입니다. 새조개뿐만 아니라, 다양한 해산물을 만나볼 수 있는 집중 판매기간으로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 앞으로 홍성만의 새조개를 위해 어떤 준비를 ?
"군에서는 외지의 관광객에게 합리적이고 정직한 가격으로 특산품(새조개)을 제공하고, 신뢰감을 형성하고자 정찰제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뿐만 새조개에 대한 실질적인 사업을 하는 지자체는 홍성군 이외에 없다고 알고 있으며, 앞으로도 대한민국 새조개를 이끌어나가기 위한 다양한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단순 내수와 관광이 아닌 세계화를 목표로 노력할 계획입니다."

대한민국의 새조개를 이끌기 위해 홍성군청 담당자 분들께서는 불철주야로 노력하고 계셨다. 실제 우리가 방문한 날이 종패발생장에 새조개를 살포하는 날 이었는데, 인원이 한정되고 정부협력사업인지라 참관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축제에 활용된 새조개들이 전국 각지에서 공수된 것들이라, 진짜 '홍성만의 새조개 축제'로 발전하지 못한 듯해 괜한 여운이 남는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것이 대한민국 새조개의 현주소가 아닐까? 생산량의 부족과 발전되지 못한 체계가 말이다.

조금 더, 자랑스러워 해도 좋다

홍성 특산물을 검색하면 나오는 페이지. 다소 난해하다.
 홍성 특산물을 검색하면 나오는 페이지. 다소 난해하다.
ⓒ 지역별 농특산물 모음집 (농촌진흥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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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새조개의 아성을 이겨낸 홍성 새조개. 축제를 통한 입소문과 인프라가 그 역할을 톡톡히 했으리라(여수의 해산물을 낮춰보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홍성군청 홈페이지나, 포털 사이트에 홍성 특산물을 검색했을 때 '홍성 새조개'를 쉽게 찾아볼 수는 없었다.

홍성군청의 특산물 홈페이지를 접속하면 수도 없이 많은 농수산특산물이 즐비해 있었다. 홍성과 여수를 주축으로 하는 새조개보다는 대하가 오히려 메인인 듯 했고, 대하를 클릭했을 때 비로소 새조개가 등장했다. 포털 사이트의 홍성 특산물 소개란 에는 딸기와 냉이, 그리고 햄이 나왔다. 왜 이렇게 수줍으신 걸까?

새조개를 이제는 조금 더 당당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해도 좋을 것 같다.

세계를 향한, 새조개의 비상

새조개를 손질하는 어머님
 새조개를 손질하는 어머님
ⓒ 신현구 기자 (환경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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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여수시에서 가막만 새조개의 인공종묘 대량생산에 성공했다는 기사를 접했던 적이 있다. (http://www.nspna.com/news/?mode=view&newsid=134826) 대한민국 새조개의 미래는 여수와 홍성, 두 지역에 달려있다. 특산화와 관광객 유치를 두고 본다면 경쟁으로 볼 수도 있겠으나, 어족자원을 중심으로 본다면 두 지역은 충분히 상생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제로섬 형태의 경쟁이 아닌, 상호 가치증진과 더불어 거시적인 성장을 바라보며 두 지역이 나아가길 간절히 염원한다. 그래야만 우리네 겨울밥상에도 따뜻한 새조개 국물이 함께할 수 있다. 훨씬 더 합리적이고 부담 없는 가격으로 말이다.

예부터 식재료의 발전과 연구는 풍부한 물산으로부터 비롯됐다. 가령 최근에도 '새조개 부산물을 활용한 감미료 연구'가 진행되어, 감칠맛을 내는 데 특출 난 성질을 가졌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러나 지나치게 높은 가격으로 경제성이 없다면, 과연 그게 상품화/대중화가 될 수 있을 리 없다. 또한 현재는 샤브샤브 수준에 머물러 있지만, 다양한 조리방식이 개발되기 위해서도 대중성이 필요하다.

일반적인 서민들도, 바다의 귀족을 '알현'할 수 있기를.

홍성역 인근 전경
 홍성역 인근 전경
ⓒ 변민우, 장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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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만의 브랜드. 머지않은 시일에 홍성 '천수만 새조개'가 세계로 진출해, 샤브샤브 뿐 아니라 한식과 접목된 특별한 맛을 담아내면 좋겠다. 팔지 않아도, 먼저 알리지 않아도 각지에서 새조개 음식을 찾아 오는 날이 온다면 더 바랄 것이 없으리라.

새조개는 이제 첫 운을 떼었다. 2015년 여수시에서, 그리고 2016년 홍성에서. 이제는 힘을 합쳐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지금으로부터 약 50년 전에도 대한민국의 새조개는 미국에 수출됐을 정도로 뛰어난 맛을 인정받았다. 유통시스템과 생산과정이 수없이 발전된 오늘날이라고 불가능할 이유가 또 있겠는가? 매 겨울 우리네 입맛을 책임질 새조개의 행보에, 조개 국물처럼 달고 따뜻함만이 가득하기를 바라본다.

▲ 참고 자료
- "새조개", <한국민족문화대백과>, 한국학중앙연구원(1991)
- 김경수 (2007), 「맛으로 떠나는 여행 : 천북굴, 간재미, 키조개, 새조개」, 대한지방행정공제회, 『지방행정』 56권 639호, pp.108-118
- 학회자료 (2010), 「언 입 녹이는 쫀득쫀득 새조개」, 대한지방행정공제회,『도시문제』 45권 495호, pp.68-69
- "새조개", <두산백과>,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1110254&cid=40942&categoryId=32465 (2017.01.22)
- 표언구, '바다의 노다지' 새조개 서해에 되살린다", SBS뉴스, http://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3386499&plink=ORI&cooper=NAVER&plink=COPYPASTE&cooper=SBSNEWSEND (2017.01.15)
- 김창희, "새조개 효능… 타우린·아미노산 등 풍부, 원기 회복·숙취 해소 '굿'", 문화일보,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1122801033143058004 (2017.01.16)
- 수협, "서해안 겨울철 별미는?", 위키트리, http://www.wikitree.co.kr/main/news_view.php?id=244078 (2017.01.16)
- 서순곤, "여수시, 가막만 새조개 인공종묘 대량생산 성공", NSP 통신, http://www.nspna.com/news/?mode=view&newsid=134826 (2017.01.16)
- 김유경, "KBS 라디오 전국일주, 요리톡 조리톡 - 새조개편", 테이스티코리아, http://tastykorea.kr/220915052268 (2017.01.17)

Footory Teller - 저작/제작
 Footory Teller - 저작/제작
ⓒ 변민우, 장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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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취재에 응해주신 홍성군청의 이병창, 손형진 주무관님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태그:#홍성 새조개, #남당항, #새조개, #FOOTORY TELLER, #변민우 장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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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글거리를 좋아하고 사람과 삶, 환경에 관심이 많습니다. (독립출판 저자, 스토리텔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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