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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고기 고로케와 양배추, 바지락 된장국와 보리밥.
▲ 고로케 정식 소고기 고로케와 양배추, 바지락 된장국와 보리밥.
ⓒ 강윤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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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나 소설, 만화나 드라마에 등장하는 음식들. 군침이 절로 나오는 이야기 속 음식 레시피와 그에 얽힌 잡담을 전한다. 한 술 뜨는 순간 장면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음식 이야기를 '씨네밥상'을 통해 풀어낼 예정이다. - 기자 말

하루키가 묘사하는 음식은 유난히 식탐을 불러 일으킨다. 그래서인지 하루키의 글 속에 등장하는 음식을 연구하는 '부엌에서 무라카미 하루키를 읽는 모임'마저 존재하며 이 모임에서 낸 레시피 책 <내 부엌으로 하루키가 걸어들어왔다>도 국내에 번역, 출간되었다.

아무래도 하루키가 그리는 음식의 이미지라면 '섹스 후 냉장고에서 꺼낸 재료로 만드는 스파게티와 차가운 맥주' 정도, 이국적인 향취가 살짝 버무려졌지만 어느정도 생활감이 가미된 음식이다. 하루키는 소설 외에 에세이에서도 음식 얘기를 자주 다루는데 그 특유의 '뻥카 스킬', 그러니까 실재로는 존재하지 않는 허구의 이야기인데 마치 실재하는 듯이 써내려가며 흥미를 유발하는 능력이 백배 발휘되는 것도 바로 음식에 관해 쓸 때이다. <상실의 시대>에서 남자 주인공이 자주 가는 밥집으로 묘사되는 '토끼정'에 대해서는 그의 에세이집 <무라마키 아사히도 하이호>에 따로 쓰기도 했다. 그 내용은 대략 다음과 같다.

간판도 없는 민가. 조그만 문패에 '양정식 토끼정'이라 새겨져 있을 뿐. 메뉴는 단 두 가지. 오늘의 특별 메뉴와 고로케 정식. 바지락 된장국과 채 썬 양배추, 김치류, 밑반찬, 보리밥이 따라 나온다. 접시에 커다란 고로케가 두 개.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만큼 맛있다. 가게 주인 역시 수수께끼의 인물이다. 전직이 야쿠자였다는 소문도 있는데 요리 솜씨만은 믿을 만하다.

정말 도쿄 어딘가에 있는 것처럼 능청스럽게 써내려간 글을 읽다 보면 뜨끈한 고로케에 바지락 된장국을 훌훌 먹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최근엔 국내에 바로 이 가게 이름을 딴 일본 가정식 프랜차이즈가 등장하기도 했다.

여기서 질문? 여기저기 많이 생기고 있는 일본 가정식 전문점이란 대체 무엇인가? 보통 가정식이라 하면 그야말로 집에서 즐겨 먹는 음식, 우리나라로 치면 백반 정도라고 해야할 텐데 외식업계에서 내놓는 일본 가정식은 뭔가 이상하다. 이것저것 오만 메뉴가 다 들어간 한 상에 맛을 보면 조악한 레토르트 맛이 나기 일쑤다. 물론 안 그런 가게도 있지만 만족할 만한 가게 찾기가 힘들다.

그리고 이건 상관 없는 이야기지만, 하루키는 자기 이름을 딴 가게 음식을 싫어할 게 분명하다. 그는 "카레도 우동도 좋아하지만 카레우동은 도무지 먹고 싶지가 않다"라고 쓴 적이 있다. 그런데 크림카레우동이 대표메뉴라니!! 물론 한 소설가의 음식 취향은 중요치 않고 알 필요도, 따라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그의 수많은 에세이를 통해 그의 식습관은 어느 소설가보다 많이 알려져있으며, 그걸 읽는 게 꽤나 재미있기 때문에 알고 싶지 않아도 알게 된다.

참고로 그는 담백한 입맛의 소유자로 고기는 쇠고기 밖에 못 먹고 조개류는 굴 외에는 입에도 대지 못하며 생선과 채소, 된장국을 중심으로 한 음식을 즐겨 먹는다고 한다. 밥 대신 두부를 주식으로 삼는 열광적인 두부팬으로 "맥주와 두부와 토마토와 풋콩과 겉만 살짝 익힌 가다랑어만 있으면 여름날의 저녁나절은 더 이상 바랄 게 없는 천국이다"고 말할 정도다.

각설하고, 하루키의 토끼정에 나오는 고로케 정식을 만들어보자!

보통 일본의 고로케는 감자와 다진 고기를 기본으로 다진 양파 등이 들어가지만 토끼정의 고로케는 오직 감자와 고기, 그것도 질 좋은 소고기만 들어간다. 일반적으론 다진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3:7의 비율 정도로 섞어 사용하는 것을 추천하는데 이렇게 해야 더 부드러운 맛이 나기 때문. 개인의 기호에 따라 비율을 조절해 만들어보자. 지갑 사정이 여의치 않다면 저렴한 다진 돼지고기만을 사용해도 좋다.

기자 소개

글쓴이 강윤희는 음식잡지에서 기자로 일하다 나와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는 푸드라이터. 음식에 관련된 콘텐츠라면 에세이부터 영화, 레시피 북까지 모든 것을 즐긴다. 영화를 보다가 호기심을 잡아끄는 음식이 나오면 바로 실행!

여기에 바지락된장국과 채썬 양배추, 보리밥을 곁들인다. 하루키의 글을 읽으며 "왜 보리밥이지?" 궁금했는데 곁들여 먹어보니 다 이유가 있다. 고슬고슬 톡톡 씹히는 질감의 보리밥이 촉촉하고 부드러운 고로케와 어우러져 악센트가 된다. 고로케도 부드러운데 밥까지 부드러워 쉬 질리곤 했는데 보리밥이라면 끝까지 질리지가 않는다. 좀 유아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고로케에 바지락된장국은 풍부한 바다의 감칠맛, 어른의 맛을 더한다.

[씨네밥상 레시피] 토끼정 고로케 정식

기호에 따라 양파나 당근, 버섯 등을 다져 반죽에 섞어도 된다. 개인적으론 양파를 반 개에서 한 개 정도 다져 넣는 걸 추천한다. 다진 채소를 반죽에 넣을 때에는 반드시 고기와 따로 볶아 넣는다. 그래야 고기가 질척해지지 않는다.

캔옥수수를 넣어도 친근하다. 반죽에 파마산 치즈를 갈아 넣으면 깊은 치즈의 풍미가 더해진다. 반죽을 둥글려 빚은 다음 속에 모짜렐라 치즈를 넣으면 치즈가 쭉 늘어나는 고로케가 된다. 감자는 삶기 보단 껍질째 찜기에 찐 뒤 껍질을 벗겨야 포슬포슬한 맛이 살아난다.

소고기고로케 (8개~10개 기준)

재료 : 감자 4개 (600g), 다진 소고기 200g, 버터 1큰술, 설탕 ½큰술, 소금 1작은술, 백후추 약간, 식용유 적당량, 곁들임 양배추 적당량
반죽옷 : 달걀 2개, 박력분·빵가루 적당량씩
소스 : 시판 우스터소스나 돈까스소스, 케찹 등 개인 기호에 따라 준비

1. 감자는 껍질째 깨끗이 씻어 찜통에 넣고 30~40분 가량 찐다. 젓가락으로 찔러 보아 푹 들어가면 된다.
2. 달군 팬에 기름을 두르고 다진 소고기를 넣어 볶는다. 설탕과 소금 ½작은술, 백후춧가루로 간해 표면이 노릇노릇해질 때 까지 익히고 접시에 옮겨 담아 한 김 식힌다.
3. 감자가 충분히 익으면 껍질을 제거하고 볼에 담는다. 아직 뜨거울 때 버터와 소금 ½작은술을 넣고 포크 등을 사용해 곱게 으깨 섞고 한 김 식힌다.
4. 감자에 소고기 볶은 것을 더해 잘 섞는다. 반죽을 8~10등분한 뒤 1개 분량을 떼어내 둥글린다. 손바닥으로 평평하게 누르고 가장자리는 다듬어 가며 둥글납작한 원형으로 빚는다.
5. 달걀은 곱게 풀어 달걀물을 만든다. 고로케 반죽을 박력분, 달걀물, 빵가루 순으로 옷을 입힌다.
6. 튀김냄비에 식용유를 충분히 붓는다. 170~180℃로 달궈진 기름에 고로케를 넣어 노릇하게 튀긴다. 한쪽 면이 먹음직스러운 갈색을 띠면 뒤집어 다른 면도 같은 색이 띨 때까지 튀긴 뒤 튀김망에 올려 기름기를 제거한다.
7. 그릇에 채썬 양배추와 튀긴 고로케를 보기 좋게 담고 소스를 곁들여낸다.


일본식 바지락된장국 (3~4인분 기준)

재료 : 바지락 150g, 미소된장 1큰술, 쪽파 약간, 마른 다시마 사방 5cm 1조각, 물 4컵

1. 바지락은 소금물에 넣고 해감한 뒤 깨끗이 씻어 손질한다.
2. 냄비에 물과 다시마를 넣고 약한 불에 올린다. 물이 끓기 시작하면 불을 끄고 다시마는 건져낸다.
3. 다시물에 바지락을 넣고 끓인다. 바지락이 입을 벌리면 미소된장을 잘 푼다. 한소끔 끓어오르면 바로 불을 끈다.
4. 그릇에 옮겨 담고 송송 썬 쪽파를 올려낸다.



태그:#무라카미 하루키, #토끼정, #고로케, #음식,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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