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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학교 좌담회
 꿈의학교 좌담회
ⓒ 황명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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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스스로, 실패해도 괜찮아, 마을이 곧 학교, 공동체···'

경기 꿈의학교 바탕을 이루는 정신이다.

이 중에서, 경기 꿈의학교 2년만에 거둔 가장 큰 성과는 '학생 스스로 정신'을 실현했다는 점이었다.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과 박재동 꿈의학교 운영위원장, 윤계숙 전 꿈의학교 담당 장학관과 김경관 현 꿈의학교 담당 장학관, 그리고 학생들까지 이구동성 입을 모아 이렇게 말했다.

이 사실은 '꿈의학교 꿈의교육, 2017 꿈의학교 어떻게!'라는 좌담회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학생들 의견은 이 좌담회 3일 전에 열린 학생 좌담회 '꿈의학교, 꿈의교육!'에서 들었다. [관련 기사] "즐기며 한 우물 파면 원하는 대학 갈 수 있어!"

좌담회 시작 전, 좌담회 장소인 커피숍 '예그리나(경기도 교육청 남부청사)'에는 옅은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번 행사가 페이스북 경기도교육청 계정(https://www.facebook.com/kgedu1/?fref=ts)과 경기도교육청 청사 텔레비전으로 생중계가 예정돼 있었기 때문이다.

예그리나는 장애학생에게 안정적인 현장실습 장소를 제공하고, 장애인 고용을 넓히기 위해 경기도교육청이 지난 2014년에 개관한 카페다. 현재 장애인을 고용해서 운영하고 있다.

이날 좌담회는 무게감 있는 이재정 교육감과 박재동 꿈의학교 운영위원장(화백)이 이야기꾼으로 나온다는 게 긴장감을 더 높였다. 거기에다가 꿈의학교 속살을 가장 많이 알고 있으리라 여겨지는 윤계숙 전 꿈의학교 담당 장학관과 김경관 현 장학관까지 가세하기로 했으니, 긴장감이 도는 게 당연했다.

좌담회 시간은 오전 10시 30분(2017년 1월 16일)이었다. 좌담회는 기자인 내가 직접 제안했고, 사회까지 보기로 예정돼 있었다. 기자는 예정시간보다 20분 앞서 예그리나 2층에 도착했다. 좌담 테이블을 포위하듯 서 있는 여러 대의 카메라를 보니 갑자기 긴장감이 엄습했다.

 '괜히 페이스북 생중계 제안했나!'

이런 후회감이 잠깐 스쳤지만, 아랫배에 힘을 꽉 주자 신기하게도 '잘해야지, 잘될 거야!'하는 기대감으로 바뀌었다. 생중계는, 사회자인 기자의 제안을 이은민 경기도교육청 SNS 팀장이 흔쾌히 받아들이면서 이뤄지게 됐다.

박재동 운영위원장과 이재정 교육감 좌담회 계획은 1년 전에 계획됐다. 입담 좋고, 꿈의학교 정신을 가장 잘 이해하는 두 사람이 만나면 알맹이(의미)있고 재미까지 쏠쏠한 이야기가 나올 것 같았다.

하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1년만에야 성사됐다. 워낙 바쁜 분들이라 일정 맞추기가 어려웠다는 점도 핑계 중 하나다. 그러나 좌담회가 늦어진 결정적 이유가 '내 게으름'임을 부인할 수는 없다.

"꿈의학교, 제 인생에서 가장 멋진 일... 설렌다"

이재정 교육감
 이재정 교육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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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을, 학교가 아닌 마을과 학생 중심으로 바꿔 놓았어요. 교육이라고 하면 그동안 학교만 생각했잖아요. 정부가 정한 교육시수에 따라서 선생님이 교육과정을 짜고, 등교했다가 종치면(끝나면) 돌아오고. 교육을 학교 울타리 안에 묶어둔 거죠. 학교 밖에 배울 거리가 많고 아이들 꿈이 학교 안이 아닌 학교 밖에 있고, 마을에 교육전문가가 많은데도 말이죠.

배울 거리를 교사가 아닌 학생이 직접 기획·준비해서 평가까지 했다는 게 정말 중요해요. 우리 교육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거든요. 학생은 그동안 주로 듣는 처지였죠. 기획·준비·평가는 교사의 임무였고요. 이게 큰 성과라고 봅니다. 학생이 변한 게 눈에 보입니다."

이재정 교육감이 밝힌 꿈의학교 2년의 성과다. 박재동 교수가 '맞아, 맞아' 맞장구를 치면서 칭찬 릴레이가 시작됐다. 이에 질세라 이 교육감.

"꿈의학교 2년, 박 교수님이 엄청난 영향을 주었어요. 안 계셨다면 (꿈의학교가)잘 안 됐을 거예요. 거기에 윤 장학관 열정, 그 뒤를 이어 김 장학관이 내부를 잘 정리해서 운영의 틀을 다졌고요."

이 말을 받아 사회자인 기자가 '칭찬 배틀(battle)을 하는 것 같아요'라고 너스레를 떨자 방청객 여럿이 한꺼번에 '풋'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이날 좌담회를 경기도교육청 직원 10여 명이 지켜봤다. 칭찬 릴레이 마무리는 박 화백 몫이었다.

"교육감님 돌직구가 있어, (꿈의학교) 팍팍 밀어붙이니까 확 일어난 거예요. 너무 계산만 하면 안 돼요. 좋다는 느낌 있으면 확 저지르는 게 창조적인 리더야!"

칭찬 릴레이 덕분에 분위기가 한층 더 경쾌해졌다. 입이 풀렸는지 이야기꾼들 말이 술술 풀렸고 사회자인 기자도 긴장감에서 벗어나 가벼운 마음으로 좌담회를 진행할 수 있었다.

박 교수도 이 교육감과 마찬가지로 '학생 스스로 정신'을 최고의 성과로 꼽았다. 윤 장학관과 김 장학관도 마찬가지였다. 거기에 윤 장학관은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도 성장했다고, 김 장학관은 양적인 성장뿐 아니라 질적인 성장도 이루어졌다고 덧붙였다.

윤계숙 장학관 : "아이들이 스스로 할 때까지 어른들이 느긋하게 기다려 줄 수 있다는 점이 큰 성과입니다. 교육을 바라보는 어른들 시선이 바뀐 거죠. 2015년에 처음 만들 때는 정말 자다가 깨서 꿈의학교 생각할 정도로 고민이 많았어요. 그렇게 한 해를 보내고... 성장한 아이들이 당당하게 살아가는 모습 보면서, 대한민국 교육을 이끌 방향이 바로 꿈의학교라는 확신을 갖게 됐어요."

김경관 장학관 : "꿈의학교 수가 계속 늘고 있어요. 기초 지방자치단체가 예산을 지원해서 가능한 일입니다. 이게 긍정적인 신호라고 봐요. 인정받고 있다는 증거이니까요. 꿈의학교를 경험한 학생이, 그 경험을 바탕으로 원하는 대학, 원하는 학과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들리는데, 이 또한 큰 성과입니다. 꿈의학교 처음 맡았을 때는 찬바람 부는 언덕에 선 느낌이었는데, 요즘은 정말 따뜻합니다. 꿈의학교가 파괴적인 혁신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감히 해 봅니다." 

박재동 화백 : "아이들이 스스로 꿈의학교를 만들기도 하는데, 저는 이런 식으로 하면 공교육도 변할 수 있다고 봐요. 아이들 능력은 놀랍거든요. 굉장한 아이들 많아요. 컴퓨터 도사도 있고... 공부도 아이들끼리 할 수 있어요. 3학년이 1학년을 가르치는 거죠. 언니나 오빠가 가르치는 게 선생님이 가르치는 것보다 더 나을 수도 있어요. 가르치는 아이도 더 확실하게 알게 되고요. 저는 요즘 제 인생을 통틀어 가장 멋진 일을 하고 있어요. 아이들 삶과 미래를 바꿀 수 있는 꿈의학교라는 일이죠. 꿈의학교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설레입니다."

박 교수 말이 끝나자 김경관 장학관이 "가장 잘 배우는 방법은 누군가를 가르쳐 보는 것"이라고 맞장구를 쳤다. 사회자인 기자가 "놀랍게도, 학생이 꼽은 최고의 성과도 '학생 스스로 정신'이었다"라고 말하자 "오~"하는 탄성이 흘러나왔다.

혁신학교 외연 확장한 게 꿈의학교

박재동 꿈의학교 운영위원장
 박재동 꿈의학교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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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덜하지만, 꿈의학교를 시작할 당시만 해도 학교 안에서 서운한 목소리가 많이 흘러나왔다. 공교육을 대표하는 교육청에서 공교육 기관인 일반 학교가 아닌, 학교 밖 학교인 꿈의학교에 어째서 공을 들이냐는 볼멘소리였다. 또한, 꿈의학교 지원하느라 혁신학교를 등한시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었다.

이 문제에 관한 질문을 던지자 이재정 교육감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 굳은 표정으로 변했다. 하지만 이내 화사한 얼굴빛을 되찾고는 미리 준비하고 있었다는 듯 차분한 어조로 답변을 이어갔다.

"꿈의학교는, 결코 공교육과 동떨어진 게 아닙니다. 학교 교육을 뒷받침하는 학교입니다. 꿈의학교를 경험한 아이들이 학교 수업에 더 열정적으로 임하는 그런 변화를 2년 동안 많이 보았습니다. 학교만 가지고는 충분한 교육이 이루어질 수 없어요. 마을에 있는 자원을 다 동원해서 아이들을 가르쳐야 합니다.

혁신학교 430여 개 운영하는 데 260억 원 정도 투입합니다. 이에 비하면 꿈의학교에 들이는 비용은 아주 적습니다. 360여 개 운영하는데 47억 정도 지원하니까요. 지방자치단체에서 31억 원 정도 투입하는데, 자꾸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이게 중요한 점입니다. 혁신학교는 우리만 지원하는데, 꿈의학교는 지자체에서도 지원한다는 점이죠."

김경관 장학관도 예산과 관련한 문제를 언급했다.

"꿈의학교에 투자하는 게 교육적인 측면에서 절대 손실이라 생각지 않아요. 학생들 꿈을 찾게 해 준다면 안이든(공교육에 투입하든지) 밖이든(꿈의학교에 투입하든지) 상관없다고 봅니다. 꿈의학교와 혁신학교는 분리해서 볼 수가 없어요. 혁신학교의 장이 확대된 게 바로 꿈의학교입니다. 두 학교 모두 아이들이 스스로 꿈을 꾸고 도전하게 하는 게 목표거든요."

곧바로 박재동 화백이 김경관 장학관 말에 맞장구를 쳤다.

"좋은 의견입니다. 혁신학교와 꿈의학교는 서로 대립적인 게 아니에요. 자발성과 창의성을 줘서 교육을 혁신하는 게 혁신학교이고, 이 방침을 학교 밖에까지 확대시킨 게 꿈의학교이니, 혁신학교의 외연 확대로 봐야 하겠지요."

윤계숙 장학관은 학교의 냉대로 힘겨웠던 경험을 털어 놓았다.

"처음에 참 맘이 아팠던 게 선생님들의 냉대였어요. 왜 공교육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학교 밖에서 하느냐고, 교육청이 교사를 못 믿어서 그러는 게 아니냐고 공격했어요. 그런데, 꿈의학교에 직접 참여한 다음에 아군으로 바뀐 분들이 많아요. 공격하던 분들이 '해보니 안 그렇다. 아이들이 변하는 게 보인다. 이 아이들이 공교육도 바꿔낼 수 있을 것 같다'며 희망을 전했어요. 정말 꿈의학교 아이들이 공교육을 바꿔내면 좋겠어요."  

윤 장학관 말이 끝나고 난 뒤, 경기도교육청 페이스북에 의미심장한 시청자 댓글이 달렸다. 기자가 그 댓글을 읽어주자 이야기꾼과 방청객 모두 박수를 보냈다.

"학생이 만드는 꿈의학교를 운영하면서 아이들과 소중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혁신학교와 마을교육공동체, 경기 꿈의학교의 결은 다르지 않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지역 특성을 살리고 현장을 존중하면서 실제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지원 부탁합니다."

국영수 할 시간에 웬 꿈의학교?... "인생은 길어요" 로 이어집니다.


태그:#꿈의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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