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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봉길영화 '강철무지개'의 제작비가 국민모금으로 진행되고 있다.
 윤봉길영화 '강철무지개'의 제작비가 국민모금으로 진행되고 있다.
ⓒ (주)강철무지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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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암울하던 1932년 상하이. 꺼져가는 독립의 불씨를 되살리며 '한국인은 독립을 원한다'는 진실을 전 세계에 천명한 윤봉길 의사. 그가 없었다면 대한민국 독립과 민주주의, 지금의 번영은 없었을 것입니다. 그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듭니다. 국민을 믿고, 민족의 이름으로 시작합니다."

윤봉길 의사의 상해 의거를 다룬 영화 <강철무지개>가 국민 모금으로 제작될 예정이다.

이 영화는 <개 같은 날의 오후>, <인샬라>, <보리울의 여름> 등을 내놨던 이민용 감독의 복귀작이다.

청년 윤봉길이 상해 의거를 치르기까지의 불꽃 같은 여정과 마지막 순국장면 등 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더해 역동적이고 흥미로운 이야기로 재탄생시킬 예정이다.

영화는 80억 원 이상의 예산이 소요되는 대형프로젝트로 현재 크라우드 펀딩사이트 '와디즈'에서 모금 중이다. 크라우드 펀딩은 소규모 후원이나 투자 등의 목적으로 인터넷 등을 통해 다수의 개인에게 자금을 모으는 방식을 뜻한다. 이번 펀딩은 공신력을 확보하기 위한 사전프로젝트로 제작에 앞선 일종의 투자 마중물이다. 목표액은 5000만 원이며, 22일 종료된다.

애초 한-중프로젝트로 구상, 중국 상하이문화투자유한공사와 80억 원대의 투자계약을 맺었으나, 한국 내 사드 배치 발표 이후 중국 정부가 투자허가를 보류해 난항을 겪으면서 이 감독이 직접 (주)강철무지개를 설립하고 제작기금 모금에 나선 것이다.

이 감독은 10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정국이 너무 어수선해 국민들의 관심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윤봉길 의사의 순국기념일(12월 19일)을 넘길 수 없어 지난 12월 15일부터 펀딩을 시작했다"면서 "여러 매체와 인터뷰를 했지만, 모두 아시다시피 워낙 큰 뉴스 때문에 묻히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이 감독은 또 "이번 펀딩은 <강철무지개>가 국민영화라는 상징적 의미를 담는 것으로서, 펀딩이 마무리되면 바로 후속 투자자 모집에 나설 계획이다. 중국 투자도 가능한 방법을 찾고 있다"고 밝힌 뒤 "영화는 반드시 만들어질 것이고, 만들어야만 한다"고 강한 의지를 나타냈다.

제작 일정에 대해서는 "2018년 8월 15일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투자자 모집과 배우들의 스케쥴에 따라 유동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영화사는 펀딩사이트를 통해 "일본이 노골적으로 우경화로 치닫는 이때, <강철무지개>는 국민의 지친 심신을 달래주는 통쾌하고 장렬한 감동의 한마당이 될 것"이라며 "국민 한분 한분의 힘이 모여 영화제작을 위한 마중물을 모아주면 여세를 몰아 제작 진행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또 대한민국홍보전문가로 유명한 서경덕 교수는 "인도하면 간디, 미국 하면 링컨처럼 나라를 대표하는 영웅들은 그 나라의 국가 이미지와 브랜드를 대변해 왔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우리의 영웅들에 대해 무관심하다. 이민용 감독의 영화 <강철무지개>는 이 시대의 삶을 다시금 돌아보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다"라고 응원하고 있다.

16일 14시 현재 모금액은 1772만5000원으로 목표액의 35%를 달성한 상태다. 모금에 참여하려면 와디즈 온라인사이트(www.wadiz.kr/web/campaign/detail/11257)에 접속해 회원가입을 한 뒤, 금액을 선택하면 된다. 최저액과 최고액에 대한 제한은 없다. 펀딩 결제는 바로 진행되지 않고, 마감일 다음 날인 23일에 한꺼번에 이뤄진다. 마감일까지 목표 금액이 100% 모이지 않으면 결제가 진행되지 않는 방식이다.

3만 원부터 100만 원까지 후원액에 따라 기념품과 엔딩크레딧(영화가 끝나고 나오는 명단), 시사회 초대, 회중시계 등 다양한 리워드가 제공된다.

영화사 연락처는 ☎010-5358-7487/ chgbaek@hanmail.net이며 일반후원계좌는 우리은행 1005-303-067879(예금주 (주)강철무지개)다.

"윤봉길영화, 마중물이 필요합니다"
'강철무지개' 이민용 감독


이민용(59) 감독은 자리에 앉자마자 숨도 안 쉬고 상해의 '강철 무지개' 윤봉길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다 식은 차에 입술만 적시며 지친 표정 없이 긴 시간 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그를 보며 '영화가 과연 만들어질 수 있을까?' '만들어진대도 성공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은 사라졌다.

1995년 영화 '개 같은 날의 오후'로 그해 청룡영화상, 대종상, 백상예술대상, 춘사대상영화제에서 신인감독상을 휩쓸며 영화계의 관심과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사람. 톱배우 최민수, 이영애 주연의 블록버스터 '인샬라'(1997), 착하고 예쁜 영화 '보리울의 여름'(2003)을 거치며 흥행과 관계없이 실력 있는 영화감독의 반열에 올랐던 이 감독은 이후 10여 년 동안 작품을 내놓지 못하면서 관객들의 기억에서 잊혀 갔다. 그런 그가 윤봉길의 이야기를 들고 돌아왔다.

10일 진행된 이 감독과의 인터뷰를 1문1답 형식으로 정리한다.

윤봉길영화 '강철무지개'의 이민용 감독.
 윤봉길영화 '강철무지개'의 이민용 감독.
ⓒ <무한정보> 장선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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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백기가 왜 그렇게 길었나. 그동안 작품은 전혀 안 한 건가.
"10년 넘게 작품을 내놓지 못해 경력이 단절되다 보니 지금 어려움이 더 크다. 나로선 억울한 면도 있다. 2004년 독도프로젝트에 나섰다. 우리나라의 숨은 영웅들, 독도의용수비대 33인에 대한 이야기다. 그런데 '시나리오나 기획이 아무리 좋아도 잘못 투자했다가는 일본시장에서 불이익을 받는다'면서 기업들이 몸을 사리더라. 오기가 생겼다. 일본을 두려워하지 않는 기업이 하나라도 있겠지라는 생각으로 긴 시간을 들였다. 2014년에는 오스트리아까지 갔다. 유럽한인총연합회 총회에서 투자 모금하기로 결의했지만 흐지부지 끝났고, 그렇게 독도를 접었다. 하지만 잃은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 10년이라는 시간은 내 인생관과 영화관을 바꿔놓았다. 나는 상업영화를 하는 사람이지만, 반성을 모르고 역사를 외면하는 일본을 깨우치는 소재에 집중하게 됐다. 이번 작품은 그 연장선이다."

- 지금까지 영화를 기억하는 관객들이 많을 정도로 전작들 모두 화제가 됐다.
"'개 같은 날의 오후'는 여성 문제뿐만 아니라, 사회적 약자, 소수자 등 소외계층의 문제를 다룬 영화다. '인샬라'는 야심차게 찍었는데 완성도가 너무 떨어졌다. '보리울의 여름'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헌정이었다. 이 영화는 종교간, 지역간, 계층간 '화합'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참 예쁘고 착한 영화다. 또 아픔도 많은 영화다. 이 영화 주제곡을 만든 이영훈 작곡가는 이전 두 작품의 음악작업도 함께했다. 이문세씨 노래를 비롯해 많은 가요 작곡가로 유명하지만, 영화음악은 나와 한 세 작품이 전부다. (이영훈 작곡가는) 제작사 문제로 영화가 흥행에 실패하면서 명곡임에도 음악상 하나 받게 해주지 못해 속상해하니 '형! 내가 독도 영화음악은 어떻게 하나 봐'라며 오히려 힘을 줬던 동생인데,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또 영화가 너무 일찍 내려져 출연했던 아이들이 '어디서 영화를 볼 수 있냐'고 물어오는데 어찌나 미안하던지.(이 감독의 목소리가 잠시 잠겼다)"

- 많은 독립운동가가 있는데 윤봉길 의사를 선택한 이유는?
"어려서부터 좋아했던 인물이다. 상해 의거처럼 다수의 일본 수괴들을 한 방에 쓰러뜨린 독립운동이 또 있었는가. 얼마나 통쾌한가. 그 의미 또한 대단하다. 한국인의 독립의지를 전 세계에 알린 쾌거였고, 중국이 한국임시정부를 지원하고 한중이 항일투쟁에 공조하는 계기가 됐다. 카이로회담에서 100여 개 식민지 국가 중 유일하게 독립을 보장받는 밑거름이 됐다. 이는 현재 우리나라의 민주주의까지 연결돼 있다. 윤 의사는 물론 나보다 훌륭한 사람이지만, 나와 비슷한 면이 있다. 강직하고 개성있고 성깔 있다는 점에서."

- 가제가 '광야'였던 걸로 알고 있는데, 제목을 '강철무지개'로 확정한 건가?
"'강철무지개'는 민족시인 이육사의 시 '절정'에 나오는 구절이다. '매운 계절의 채찍에 갈려/ 마침내 북방으로 휩쓸려 오다// 하늘도 그만 지쳐 끝난 고원/ 서릿발 칼날진 그 위에 서다// 어디다 무릎을 꿇어야 하나/ 한발 재겨 디딜 곳조차 없다// 이러매 눈 감아 생각해 볼 밖에/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갠가 보다' 강철은 단단하고 차갑다. 무지개는 따뜻하고 희망을 상징한다. 청년 윤봉길의 이미지와 잘 맞지 않나."

- 일제강점기를 다룬 영화들이 흥행하면서 관객들의 눈이 높아졌다. 현재 진행상황은?
"'암살', '밀정' 후배감독들이 너무 잘 만든 작품이다. 선배로서, 오랫동안 작품을 준비했던 독도의 한과 힘, 에너지를 모아 재미있고 감동 있고 의미 있는 작품을 만들 것이라 확신한다. 2013년부터 시작한 시나리오 작업을 3년만인 지난 8일 마무리했다. 시나리오는 영화의 가장 중요한 설계도다. 영화에서 '연출력은 곧 시나리오력'이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시나리오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시나리오를 본 사람 모두 재미있다고 한다. 독립운동 영화의 방점을 찍고 싶다. 자신 있다."

- 지난 4월 예산군에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결국 유보로 결론이 났다.
"내가 약해서겠지. 유명감독이 아니고 나이도 많으니까. 하하. 예산군에 임시정부청사와 홍커우공원 세트장을 짓고 싶다. 고향 장면도 넣어야 하고, 윤 의사 독립사상의 계기가 된 고덕시장만세운동장면도 재현해야 하는데 기왕이면 예산에서 하면 좋지 않나. 예산군과 충남도가 관광자원화 차원에서 지원할 만 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예산군에 제안한 지원액이 5억 원이었는데, 스탭과 배우들이 예산에서 숙식하면 체재비로 지역경제에 대부분 환원될 것이다. 군정의 조심스러움을 이해하지만, '의지만 보여달라'는 요청이 유보돼 아쉬웠다. 하지만 아직 끝난 게 아니다. 펀딩에 참여하셔서 함께 목표액을 이뤄낸다면 이것이 마중물이 돼 투자의 공신력을 확보하고 결국 영화 속 윤봉길을 만나게 될 것이다."

서울이 고향인 이 감독은 충남 예산 출신인 친구를 따라 고교 때 예당저수지에서 낚시를 했다고 한다. 친구 어머니가 끓여주신 어죽 맛을 잊을 수가 없어 여러 번 놀러 왔다며 예산과의 인연을 소개하기도 했다. 그는 또 전작 세 편의 시나리오와 이번 작품 모두 덕산 세심천호텔에서 썼다면서 "밤새워 글을 쓰고 구상을 한 뒤 온천욕으로 피로를 풀면 작업이 훨씬 잘 됐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현재 (사)한국영화인총연합회 부회장을 맡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제6회 북한인권국제영화제(NHIFF)'에서 심사위원장을 맡았다.


덧붙이는 글 | 충남 예산에서 발행되는 지역신문 <무한정보>와 인터넷신문 <예스무한>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윤봉길, #윤봉길영화, #강철무지개, #이민용, #예산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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