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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015년 10월 13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대통령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015년 10월 13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대통령주재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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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강력하게 추진한 역사교과서 국정화에도 국정농단의 주역 최순실씨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추론을 뒷받침하는 정황이 드러났다. 국정화를 주장한 대통령 발언 원고에 최씨가 개입한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팀은 10일 최순실씨가 사용한 또 다른 태블릿PC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 태블릿PC에서 특검팀은 2015년 10월 13일 열린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 때 박 대통령의 모두발언 원고 파일을 발견했다.

소위 '대통령 말씀자료'로 불리는 것으로, 특검은 정호성 당시 대통령실 부속비서관이 최씨에게 모두발언 초안을 보냈고, 최씨가 이를 검토, 수정해 정 비서관에 돌려보낸 것으로 파악했다. 공식 연설문과 회의 모두발언 등 박 대통령의 발언 자료 여러 건을 최씨가 수정했다는 것은 검찰 수사에서 이미 밝혀지고 있는데, 특검 수사에서 2015년 10월 13일 수석비서관회의 발언도 최씨가 수정한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출국 당일, 예정에 없던 회의 갑자기 열려

하지만 이 원고는 단순히 '최순실의 손을 탄' 여러 원고 중 하나로 보고 넘어가기엔 석연찮은 면이 있다. 우선, 박 대통령이 이 원고를 읽은 회의 자체가 예정에 없이 갑작스레 열렸다는 점이다.

회의가 열린 당일 오후 박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을 위해 출국을 앞두고 있었다.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회의는 예정에 없었는데, 갑자기 회의 일정이 잡혔고 청와대 출입기자들에겐 당일 아침에 공지됐다.

여러 언론이 확인해 보도한 2013년 11월 최씨와 정 전 비서관 사이의 통화내용 녹취록에는 박 대통령의 서유럽 순방을 앞둔 상황에서 '해외에 놀러다니는 것처럼 보이지 않도록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를 열게 하라고 지시한 내용도 있다. 최씨는 "(순방 전에) 마지막 비서관회의를 그냥 하든가, 그러면 한 번 가시기 전에 잠깐, 국무회의를 하든가"라고 지시했고 실제 순방 전 수석비서관회의가 열렸다.

이때와 마찬가지로 한·미정상회담 출국 직전 박 대통령이 갑작스레 회의를 연 것 자체가 최씨의 지시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른 나라 지배 받을 수 있다"는 최순실 작품?

이같이 갑작스레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박 대통령이 당부한 내용은 ▲ 서비스발전기본법 등 소위 노동개혁 5개 법안의 국회 통과 촉구 ▲ 한·중FTA의 국회 비준 촉구 ▲ 역사 교과서 국정화 당위성 강조 등 세 가지다.

박 대통령은 역사교과서 국정화와 관련, "대한민국에 대한 확고한 역사관과 자긍심을 심어주는 노력을 우리가 하지 않으면 우리는 문화적으로도 역사적으로 다른 나라의 지배를 받을 수도 있다", "역사교육은 정쟁이나 이념 대립에 대해서 국민들을 가르고 학생들을 나누어서는 안 된다"는 등의 발언을 했다.

교육부가 한국사교과서 국정화를 행정예고 해 역사교과서 문제가 정국의 핵으로 떠오른 다음날 박 대통령은 국정화 논란에 대해 직접 강경한 입장을 밝힌 것이다. 박 대통령은 열흘 뒤인 10월 22일 여야지도부 회동에서는 "역사교과서 집필진의 80%가 편향된 역사관을 가졌다"고 발언했다. '부끄러운 역사로 보이는 게 어디냐'는 질문에 박 대통령은 "전체 책을 다 보면 그런 기운이 온다"고 말했다.

11월 10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박 대통령은 "자기 나라 역사를 모르면 혼이 없는 인간이 되고, 바르게 역사를 배우지 못하면 혼이 비정상이 될 수밖에 없다"고 발언, 합리적인 명분 없이 주술적인 언사로 국정화를 강행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최씨가 관여했을 거란 의혹은 이미 제기돼 있는 상황이다. 국정화를 추진한 김상률 당시 대통령실 교육문화수석비서관이 '최순실의 사람'이란 점 때문이다. 최씨의 최측근인 차은택 전 창조경제추진단장은 자신의 외삼촌인 김상률 숙명여대 교수를 최씨에게 추천했고, 이대로 인사가 이뤄졌다고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밝혔다.  

이같은 의혹이 있는 상황에서 지난 2015년 10월 박 대통령이 갑작스레 회의를 소집해 국정화를 역설했고, 이에 최씨가 개입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국정 역사교과서는 '최순실 교과서'라는 오명을 벗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태그:#국정화, #역사교과서, #최순실, #수석비서관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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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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