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단 1초라도 의식이 있을 때 눈 마주치면서 사랑한다는 말을 못한 게 죽을 때까지 한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CCTV를 보면 의료진들이 숨 쉬기 힘들어 하는 대희를 앞에 두고 얘기를 나누고 있어요. 그 시간에 가족들에게 연락이라도 빨리 좀 해 주지... 저렇게 방치해 놓고 대학병원 응급실로 보내고 나서도 한참 지나서야 전화를 해 준 것은 정말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스물다섯 살 청년을 사망에 이르게 한 성형수술

 취업준비생 스물다섯 살 권대희 씨는 유명 성형외과 전문의가 운영하는 병원에서 턱 수술을 받은 후 과다출혈로 대학병원에 응급 이송되었으나 뇌사상태에 빠져 49일 만에 사망했다.
 취업준비생 스물다섯 살 권대희 씨는 유명 성형외과 전문의가 운영하는 병원에서 턱 수술을 받은 후 과다출혈로 대학병원에 응급 이송되었으나 뇌사상태에 빠져 49일 만에 사망했다.
ⓒ 한국환자단체연합회

관련사진보기


스물다섯 살 권대희씨는 착실하게 목표를 위해 준비하는 여느 대학생과 다름없는 청년이었다. 인천공항공사를 취업 목표로 삼고 모교 홍보대사도 맡아 했고, 한국사능력검정시험 1급 등 자격증 취득을 위해 열심히 노력했다.

대희씨가 평소에 불만이 많았던 턱 부분 수술을 위해 성형외과를 찾은 것도 그런 맥락에서였다. 서초구에 있는 한 성형외과를 선택한 것도 이 병원의 원장이 유명 TV 프로그램에 나왔던 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병원 홈페이지에 적혀 있는 "14년 무사고" "턱 전문병원"이라는 광고도 한몫했다.

"턱이 사각턱이라 평소에 불만이 많았던 모양이에요. 가족들은 성형수술에 반대를 하니까 친구들에게만 얘기를 하고 상담을 받은 거죠. TV에 나올 정도로 유명한 원장이 수술을 해준다고 하고 '14년 무사고'라고 하니까 친구에게 안심이 된다고 하면서 혼자 수술을 하러 간 거예요."

권대희씨는 지난 9월 8일, 서초구의 한 성형외과에서 아래턱과 사각턱 절개 수술을 받았다. 수술 중 출혈이 심했고, 10~20분 걸리는 다른 환자들과 달리 마취에서 깨는 데만 1시간 이상 걸렸다. 회복실로 옮기는 시간도 다른 환자 보다 두 배 가량 길었다고 한다. 의사들은 이날 오후 7시 30분에 대희씨를 회복실로 옮긴 뒤 퇴근했다. 이후 간호조무사 2명만 근무하는 가운데 대희씨가 사실상 방치됐다고 유족들은 강하게 의심하고 있다.

"기록을 보면 수술 후 대희 상태가 좋지 않았어요. 마취 담당 의사는 혈압이 80까지 떨어져 있으니까 이상이 있다고 느껴서 혈압 유지를 위해 펜타스판이라는 수액을 3번이나 놔줬다고 해요. 수혈이 필요한 상황이었고 혈액을 주문해 놓은 상태였는데도 수혈을 하지 않았어요. 그런 상태에서 오후 7시 30분에 회복실로 옮기고 퇴근을 한 거죠."

환자 상태가 안정되지 않자 성형외과는 오후 11시 47분에 119구급대를 불러 대학병원 응급실로 전원 조치했다. 응급실로 옮겨진 후 수혈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새벽 0시 34분에 2분 정도 심정지가 왔다. 심폐소생술을 하고 난 후 생체 징후는 돌아왔지만 대희씨는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가족들이 연락을 받은 것은 9월 9일 새벽 0시 50분이 돼서였다.

"처음 전화를 받은 건 대희 형이었어요. 성형외과 간호실장이라면서 전화를 했는데 '혈압이 낮아서 수혈을 받으러 왔고 문제가 있어서 온 것은 아니니 안심하고 오라'고 했다는 거예요. 가족들이 전화를 받고 부랴부랴 응급실에 도착했지만 대희는 의식불명 상태였어요."

중환자실로 옮겨진 대희씨는 수면상태에서 저체온 치료를 받았다. 담당 주치의는 의식이 돌아오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 확률이 반반이라며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했다. 경련을 여러 번 심하게 일으켜 장담할 수 없다며 의식이 안 돌아오면 식물인간이 될 수도 있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 이후 49일간 뇌사 상태로 있던 대희씨는 10월 26일, 사망했다.

"환자들이 믿고 찾아갈 수 있도록 객관적인 인증 기준 마련해야"

 권대희 씨의 어머니 이나금 씨가 12월 27일, 서울시 NPO지원센터에서 열린 제19회 환자샤우팅카페 무대에 올라 “제2의 권대희가 나오지 않도록 동참하고 싶다.”고 샤우팅했다.
 권대희 씨의 어머니 이나금 씨가 12월 27일, 서울시 NPO지원센터에서 열린 제19회 환자샤우팅카페 무대에 올라 “제2의 권대희가 나오지 않도록 동참하고 싶다.”고 샤우팅했다.
ⓒ 한국환자단체연합회

관련사진보기


권대희씨의 어머니 이나금씨는 지난 27일, 서울시 NPO지원센터에서 열린 제19회 환자샤우팅카페 무대에 섰다. 이씨는 아들 대희씨가 "제때 수혈을 받고 의료진들이 환자 상태를 조금 더 세심하게 신경을 썼더라면 사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14년 무사고라고 했으니 보호자도 없이 혼자 간 것이다. 성형수술로 인생이 망가지거나 사망하는 일이 없도록 문제점을 보완해 제도화해야 한다"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동참해 힘이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권대희씨가 성형수술을 결심하는 데 해당 병원의 의료광고가 영향을 줬다고 생각한다"라면서 "해당 병원 홈페이지를 보면 법률적인 문제가 될 수 있는 문구들이 있다. '14년 무사고'라고 하면 근거를 밝히고 해야 하는데 이는 의료법 제56조 제2항 제7호에서 금지하는 객관적 근거 없는 의료광고에 해당한다. 또한 '전문병원'이라는 문구는 정부에서 전문병원으로 지정된 경우만 쓸 수 있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 의료법 제42조 제1항 제2호에 위반돼 불법이라는 지적이다.

 자문단으로 참석한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와 권용진 서울의대 건강사회정책실 교수가 과잉·불법 미용성형 의료광고 관련 다양한 방지대안을 솔루션으로 제기했다.
 자문단으로 참석한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와 권용진 서울의대 건강사회정책실 교수가 과잉·불법 미용성형 의료광고 관련 다양한 방지대안을 솔루션으로 제기했다.
ⓒ 한국환자단체연합회

관련사진보기


권용진 서울의대 건강사회정책실 교수는 "펜타스판을 주었다는 얘기는 환자에게 혈액이 부족하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는 얘기"라면서 "그 상황에 혈액검사도 하지 않았다는 것, 수혈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은 의사로서 이해가 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또한 제도적인 보완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권 교수는 "성형수술의 경우에도 매우 큰 출혈이 동반되는 수술의 경우에는 의료기관 인증 등과 같은 별도의 기준이 정해져야 한다"라면서 "동네 내과나 가정의학과에까지 필요하다고 하는 것은 아니다. 최소한 수술을 하는 의원급 의료기관은 환자들이 믿고 찾아갈 수 있는 기준이 제도화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환자샤우팅카페에서는 성형후기를 올리도록 되어 있는 어플 '○○톡'에 대응하는 '○○캅'을 만들자는 제안도 나왔다. 권용진 교수는 "'○○캅' 앱을 만들어서 부적절한 의료광고를 신고하고 이를 환자단체연합회에서 취합해 대한의사협회, 정부 등에 보내는 시스템을 만들자"라며 "미용 성형 부분에 관한 개인의 선택의 폭이 넓어진 데에 그만큼 책임이 따르게 된다. 소비자들 스스로 자율적인 감시망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이유로 설명했다.


댓글6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취재후원

'좋은 사람'이 '좋은 기자'가 된다고 믿습니다. 오마이뉴스 지역네트워크부에서 일합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