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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대학교·순천향대학교에서 경영학을 전공하는 학생인 우리는 음식에 삶을 녹여내는 푸토리 텔러(Footory Teller, Food + StoryTeller)를 꿈꾼다. 열정 하나로 기획한 월간 칼럼 'Eat Item'(잇 아이템)은 제철을 맞은 식재료의 산지를 찾아 식재료와 음식, 지역민들의 이야기를 지면에 녹인다. 해당 지역 문화와 경제 활성화에도 보탬이 되길 바라며... - 기자 말

눈 내린 횡성
 눈 내린 횡성
ⓒ 변민우, 장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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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쩍 추워진 날씨 속에 2017년의 첫 동이 떴다.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면 참으로 많은 사람과, 많은 일들이 우리를 스쳤다. 호기심과 열정 하나로 떠났던 봉평의 메밀과, 문경의 오미자 그리고 고소함의 끝을 보여준 박대까지. 매 여정 속에서 우리는 지역과 식재료를 위해 애쓰는 많은 이들의 노력을 엿봤다. 그분들의 노력이 있기에, 우리의 밥상은 계절의 변화처럼 나날이 다채로워질 수 있는 건 아닐까?

꽁꽁 얼어붙은 몸에, 집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겨울. 겨울이면 아이어른 할 것 없이, 집안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 집에 있는 시간이 늘면서 햇빛을 쐬는 시간도 자연스레 줄고, 추위와 미세먼지 걱정에 환기를 시키는 빈도도 점차 낮아진다. 이러한 와중에 우리 몸은 면역력이 떨어지기 마련인데 안방의 감초 '귤'뿐만 아니라, 겨우내 우리 몸을 보호해 줄 새로운 강자를 소개해보고자 한다. 그 주인공은 바로 '더덕'이다. 

횡성군 더덕(연합뉴스 자료사진)
 횡성군 더덕(연합뉴스 자료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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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덕은 초롱꽃과에 속하는 다년생 덩굴식물로, 우리나라를 비롯한 중국·일본의 야산에 자생한다고 전해진다. 더덕은 재배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다. 환경에 따라 그 약효와 품질에 차이가 나타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국토의 대부분이 산지이며 산수(山水)가 맑고 조화로워, 더덕 재배에 용이한 환경이다.

더덕은 보통 1~2월 싹이 난 뒤 성장해, 가을에 꽃이 핀 후 수확을 한다. 수확기인 이 때 가장 향과 효능이 좋다고 알려지나, 더덕의 제철을 수확기인 가을로 보느냐 혹은 겨울로 보느냐에 대해선 이견이 존재한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겨울철이야말로 더덕의 적기라고 생각한다. 늦가을 꽃이 진 뒤, 다시 꽃이 피어나기까지의 시간 동안 영양분이 뿌리에 응집된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으나, 겨울철 입맛을 돋우고 부족한 영양성분을 보충하며, 겨울철 고질병인 감기에도 특효가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식이섬유가 풍부하여, 활동량이 주는 겨울철 걸리기 쉬운 변비에도 효과가 있다. 제철이라는 건 꼭 '물산이 많이 나는 시기'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데, 먹고 쓰는데 '제격인 시기'야말로 진짜 제철이 아닐까?

더덕더덕 붙은 영양소의 응집체

한국인의 삶에서 더덕은 '약용식물'로 널리 이용돼 왔다. 사실 더덕의 성분은 일반적인 산야의 식물들과 큰 차이 없지만, 인삼의 대표 성분 중 하나인 '사포닌'을 함유하고 있어 이점이 더덕의 약학적 이용을 가능케 했다.

중국 한대의 본초학서인 <명의별록>(名醫別錄)에는 "인삼(人蔘)·현삼(玄蔘)·단삼(丹蔘)·고삼(苦蔘)·사삼(沙蔘)을 오삼(五蔘)이라 하며, 그 모양과 약효가 비슷하다"라고 전한다. 여기에서 사삼(沙蔘)이 바로 더덕인데, 인삼에 비할 정도로 더덕은 우리 몸에 이로운 식물로 평가돼 왔다.

각종 한의서에서는 '그 성미가 달고 쓰며, 찬 성질을 가졌다'고 전하면서, 자양강장과 해독, 가래∙기침의 완화에 효능이 있다고 기록돼 있다. 겨울철 도라지와 더불어 더덕이 인기가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한편, 민간에서는 음부가 가렵고 종기가 심한 경우, 독충에 물렸을 때에 더덕을 활용했다고도 전해진다.

더덕의 어원
잘 알려지진 않았으나, 사삼(沙蔘) 혹은 가덕(加德)으로 기록돼 왔다. '더할 가'자가 쓰인 '가덕'이란 표기에서, '더덕'의 명명 이유가 엿보인다. 뿌리가 더덕더덕(다닥다닥) 얽혀 있어, 더덕으로 불리게 됐다는 설도 존재한다.
산천에서 쉬 찾아볼 수 있고, 약(藥)에 버금가는 효능과 탁월한 맛을 가진 더덕은 잎부터 뿌리까지 다양하게 이용돼 왔다. 어린 잎은 삶아서 나물이나 쌈으로 먹고, 뿌리는 장아찌와 생채, 구이에서 장, 술에 이르기까지 팔방미인으로써 한국인의 식탁을 수놓았다. 더덕은 예부터 식용된 식물로써, 산과 강 가까이에 터를 이룬 선조들에게 일상적인 별미로 손꼽혔을 것이다.

1123년 송(宋)의 사신 서긍이 고려를 방문해, 보고 느낀 것들을 기록한 <고려도경(高麗圖經)>에는 "관에서 매일 내놓는 나물 중에 더덕이 있는데, 그 모양이 크며 살이 부드럽고 맛이 있다"라고 적혀 있다. 이처럼 한국의 더덕은 오래전부터, 그 품질과 맛을 우수한 평가를 받아왔다.

다양한 인프라, 최고 더덕을 향한 횡성의 노력

덕이와 향이
 덕이와 향이
ⓒ 변민우, 장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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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덕 축제 - 껍질 까기 대회
 더덕 축제 - 껍질 까기 대회
ⓒ 횡성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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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는 횡성 더덕을 으뜸으로 친다. 전국 생산량의 1/4을 차지할 뿐 아니라, 청정자연을 간직한 강원도의 환경이 더덕의 맛과 향을 더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횡성은 뛰어난 더덕 재배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산에서 나고 자란 더덕과 가장 유사한 품질과 효능을 품고 있다.

따라서 소비자들은 재배된 질 좋은 더덕을 합리적인 가격에 만나볼 수 있어, 횡성 더덕에 대한 높은 선호를 갖고 있다. 실제로 2015년과 2016년에는 전례 없는 가뭄과 고온현상으로, 더덕 재배에 적신호가 켜졌다. 원활한 재배가 이뤄지지 않아, 평균 생산량의 90%를 웃도는 수준이었지만 수요는 오히려 급등했다. 횡성 더덕의 인기를 실감하는 순간이다.

횡성군은 매년 9월 전국 유일의 더덕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횡성 이외에도, 고창 화순, 서귀포 등 많은 산지에서 저마다의 더덕을 선보이고 있지만, 횡성군은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횡성 더덕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셈이다.

대외적인 홍보의 차원과 더불어, 횡성더덕의 본질적 가치를 드높이기 위한 노력도 병행되고 있다. 가령 '향이'와 '덕이'라는 캐릭터(시그니처)를 통해, 횡성더덕의 '뛰어난 향'을 연상케 하며, 소비자에게 횡성만의 브랜드를 각인시키고 있다. 또한 2009년에는 산림청의 '지리적 표시제' 22호로 등록되기도 했는데, 유사품의 시장 유통을 차단함으로써 소비자들이 보다 안심하고 횡성더덕을 구입할 수 있도록 기여하고 있다.

향과 구수한 맛이 일품인 더덕의 진가는, 주산지인 횡성에서 빛을 발한다. 얇게 저민 더덕을 고추장 양념에 노릇하게 구운 더덕구이와 더불어, 횡성에는 더덕을 이용한 나물과 식품, 음식들이 다양하다. 횡성 시내에서 조금 벗어난 곳에는 횡성 먹거리 단지가 조성돼 있다. 횡성 한우와 더덕, 한식과 양식 등 다양한 음식점이 분포해 있었는데, 지난 17일 우리는 더덕 음식으로 유명한 한 식당으로 향했다.

더덕정식 - 시계방향으로 더덕밥, 구이, 샐러드, 장아찌, 식혜, 무침, 튀김, 된장
 더덕정식 - 시계방향으로 더덕밥, 구이, 샐러드, 장아찌, 식혜, 무침, 튀김, 된장
ⓒ 변민우, 장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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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덕 정식의 가격은 1인당 1만3000원이다. 불고기를 비롯한 육류는 포함돼 있지 않지만, 더덕 돌솥밥과 더덕구이와 더덕된장, 더덕샐러드, 더덕장아찌에 튀김까지 한 상 가득한 더덕요리를 맛볼 수 있다(더덕튀김은 굉장히 별로였지만). 다양한 양념과 식재료에 어우러진 더덕의 맛은 역시나 일품이었는데, 잘근잘근 씹을 때마다 퍼지는 향이 무척 매력적이다. 그중에서도 돌솥밥에 더덕된장을 슥슥 넣어 비벼먹는 맛은 가히 천하일미라고 할 수 있겠다.

육식에 익숙해진 우리네 입맛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은 듯, 혀끝에서 느껴지는 맛의 향연은 추위에 얼어붙은 입맛을 녹이기에 충분했다. 횡성에서 제대로 된 더덕 음식을 맛보고 싶다면, 한 끼쯤 고기를 제쳐두고 더덕에 빠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또한 가게 지하에는 별도로 '더덕 판매장'이 운영되고 있어, 더덕김치와 더덕된장, 생더덕, 더덕장아찌, 더덕주 등 더덕을 활용한 식품들을 만나 볼 수 있다. 12월 중순 우리가 방문했을 때에는, 가을에 수확하는 더덕의 특성 때문일까? 더덕주를 제외한 나머지는 판매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대부분 더덕 하면, 더덕구이를 가장 먼저 떠올릴 것이다. 필자 또한 방송에서도 흔히 등장하는 더덕구이 이외에는 다른 음식을 떠올려본 적이 없었는데, 횡성에서는 이처럼 다양하게 더덕을 활용하고 있었다.

그러나 존재감이 없는, 횡성 더덕

더덕은 별로 보이지 않던 횡성시장 (상설장)
 더덕은 별로 보이지 않던 횡성시장 (상설장)
ⓒ 변민우, 장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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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횡성의 더덕을 살펴보기 위해 횡성시장을 찾았다. 횡성시장은 터미널 근방에 위치한 상설장으로, 우리가 방문한 12월 17일에는 상설장 이외에 어떠한 정기장도 열리지 않았다. 장날이 아닌 탓일까, 거리와 시장을 오가는 사람들의 발길은 드물었다. 그럼에도 분주히 가판을 꾸리는 상인들의 모습에는 나름의 활기가 돌았다. 한우의 명소답게 정육점도 눈에 띄었고, 동글동글 귀여운 안흥찐빵도 멋스러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더덕은 눈에 띄지 않았다. 간혹 나물과 산채를 파는 곳에서 더덕을 볼 수 있었지만, 그마저도 한두 곳에 그쳤다. 우리는 의문이 들었다. 거리의 관광안내도(지역 지도)마다 '한우와 더덕의 고장'이라는 문구가 쓰여 있는데, 문구가 잘못된 걸까? 시장에서 더덕은 횡성의 자랑이 아닌 듯했다.

아쉬움을 뒤로한 채 시장을 나서던 와중에, 거리에 가판을 둔 한 할머니를 만났다. 직접 재배한 더덕을 손질하고 계셨는데, 알이 굵은 더덕을 한 봉지 가득담아 1만 원에 판매하고 계셨다. 장날에는 얼마나 많은 분들이 더덕을 들고 나오실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 분들의 더덕에는 깊은 향이 있을 것 같았다.

불편을 더한 판매방식, 눈에 띄지 않는 특산품

시내 더덕직판장
 시내 더덕직판장
ⓒ 변민우, 장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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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성군 농특산물 직거래 센터
 횡성군 농특산물 직거래 센터
ⓒ 변민우, 장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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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우리는 횡성 시내의 더덕 직판장(판매장)을 돌아다녔다. 통합판매장이 아닌 개별판매 형태로 판매가 이뤄지는 듯했는데, 각 매장이 흩어져 있어 매장 별 더덕의 상태를 비교하기가 어려웠다.

오프라인 구매에서의 강점은 분명 '직접 비교하며 살 수 있는' 것일 텐데, 어느 매장의 더덕이 가장 나은지를 평가하기란 굉장히 수고스러운 일이었다. 거리를 지나던 중 우리는 '횡성군 농특산물 직거래 센터'를 발견했고, 군에서 운영하는 센터라면 횡성 더덕을 포함한 특산물에 대한 답을 들을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직거래 센터는 우리를 더욱 혼란스럽게 했다. 횡성의 7대 특산물에 대한 홍보물과 더불어 지역에서 나는 갖은 곡류와 나물, 건강기능식품, 주류 등이 잡다하게 늘어놨기 때문이다.

특산지의 더덕을 묻다

횡성군청
 횡성군청
ⓒ 변민우, 장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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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특산물의 브랜딩과 판매, 유통현황에 대해 우리는 다소 실망감을 갖게 됐고, 심도 있는 정보를 얻기 위해 횡성군청에 인터뷰를 요청했다. 방문 당일(17일)이 토요일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서면 인터뷰를 요청했다. 횡성군농업기술센터의 더덕재배담당 이용환 간사님께서 지난 26일 회신해주셨다.

- 횡성 더덕이 '횡성 7대 명품'으로 선정된 이유가 무엇인가요? 또, 횡성 더덕만이 가지고 있는 특장점이 있다면?
"횡성군은 30여 년 전부터 전국 최초로 야생 더덕의 종자를 채취해, 노지 재배를 시작했습니다. 꾸준히 횡성만의 재배기술을 확립하고 재배면적을 확대하여, 현재는 250여 농가에서 300여 ha의 토지에서 고품질의 횡성 더덕을 재배하고 있습니다.

야생더덕은 해발 400~700m 정도의 반양지에서 잘 자라는데, 횡성군 내 주된 재배지인 청일, 안흥, 둔내 지역 등은 해발 300~600m의 준고랭지로써 이와 비슷한 환경을 갖추고 있습니다. 따라서 강원도의 맑은 환경을 담은 고품질 더덕을 횡성의 명품으로 칭하기에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 횡성 더덕이 인기를 얻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더덕은 건강 기능성 식품으로 알려져 찾는 수요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추세와 더불어, 자부심을 갖고 최고의 품질을 유지하려는 지역민들의 노력이 전달된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또한 더덕 축제 개최를 통한 입소문도 한몫 했다고 생각합니다."

- 시내 더덕 직판장이 통합돼 있지 않고, 농특산물 직거래 센터에서는 아로니아·꿀 등의 다양한 품목을 취급하고 있어 횡성의 7대 특산물이 크게 와닿지 않았습니다. 7대 특산물에 좀 더 주력해야 하지 않을까요?
"횡성더덕은 횡성더덕상인연합회가 30여개의 개별 판매장에서 영농조합 법인 형태로 생산 및 판매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횡성시내 농특산물 직거래 센터는, 횡성군 전체 농업인들의 농산물 판매확대 및 홍보를 지원하게 되어 여러 품목이 같이 유통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 앞으로 횡성 더덕의 발전을 위한 계획이 있다면?
"농업종사 인력의 고령화·부녀화에 따라, 횡성군은 더덕 생산과정의 기계화 및 생력화 기술지원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또한 현재 생더덕의 유통에 따른 소비자의 구매 불편을 해결하기 위해 깐 더덕의 생산∙유통 및 가공제품 보급에 주력하고 있으며, 이러한 노력들을 통해 앞으로 횡성더덕이 6차 산업단계로 발전해 갈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입니다."

횡성군은 여느 지역보다도 개방적으로 사업전반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일반 시민들도 쉽사리 궁금증을 해소 할 수 있는데, 이러한 열린 마인드가 횡성더덕을 보다 성장시키는 원동력이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 문제와 애로사항을 즉각 반영하고, 개선하는 데에는 열린 소통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브랜딩의 부재, 과욕이 부른 주의의 분산

횡성군 농특산물 공동 브랜드 '어사품'
 횡성군 농특산물 공동 브랜드 '어사품'
ⓒ 변민우, 장혜림, 횡성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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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횡성군청과의 인터뷰에도 불구하고 특산품 지정과, 특산화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가시지 않았다. 결국은 브랜딩의 부재와 일종의 과욕이라고 생각이 된다. 횡성군에서 제작한 농특산물 공동브랜드 '어사품'은 결국 '횡성의 것'이라는 원산지 표기 수준에 그칠 뿐, 횡성만의 '무언가'를 연상시키지 못한다. 과연 어사품이라는 네이밍에서 횡성의 한우와 더덕, 토마토가 떠오르는가?

뿐만 아니라 횡성은 무려 7가지 명품 특산물을 내세우고 있다. 2015년 6월, 정책 심의회를 통해 기존의 6대 명품(한우, 더덕, 찐빵, 어사진미쌀, 토종복분자, 홍삼)을 7대 명품(한우, 더덕, 찐빵, 어사진미, 토마토, 절임배추, 잡곡)으로 변경했는데, 그 수가 너무 많고 상호 연관성이 떨어진다고 생각된다.

브랜드라는 건 그 조직만이 가진 정체성이다. 이는 일종의 대표성이기도 한데, 7대 명품이라는 과욕은 오히려 횡성만의 연상을 흩트린다. 어느 하나에 몰두해도 부족할 판에, 그 역량이 1/7로 분산되기 때문이다. 명품(名品)을 만들겠다는 열정이 오히려 각각의 상품들을 멸품(滅品)으로 만들고 있다. 횡성의 브랜딩에는 구체적인 스토리와 명확한 콘셉트, 상호 특산물 간의 호혜성이 필요해 보인다.

횡성 더덕,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나라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기 위해 세워진 누각 (태풍루)
 나라의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기 위해 세워진 누각 (태풍루)
ⓒ 변민우, 장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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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횡성은 한우를 넘어서, 더덕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국내 유일의 더덕축제는 약 5년간 성황했고, 강원도의 산지 특성과 품질에 증진 노력에 힘입어 더덕 판매량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횡성인삼영농조합법인은 '하심정'이라는 더덕 브랜드를 통해, 미국 시장 진출에 성공하기도 했다. 미 현지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하니, 앞으로 횡성 더덕의 세계적인 행보가 기대된다.

물론 이러한 성공에는 건강에 대한 선호와, 과학적 연구가 뒷받침 됐다. 최근 연구에서 더덕의 항산화, 항암작용에 대한 효능이 입증되고 있는데, 과거에도 그러했듯 더덕은 현대인의 질병 개선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더덕은 '수분 증발'을 막는 능력을 가져, 떡의 경화(굳어지는 것)를 막기도 하고 인체피부가 건조해지는 것을 막는 데 효능이 있다. 이처럼 더덕은 가공식품과 더불어, 고보습 화장품의 제조에도 새로운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횡성은 맑은 고장이다. 천혜의 자연은 물론, 사람들의 웃음 마저도 순수함이 가득했다. 우리는 순수한 횡성의 맛, 횡성만의 향을 보다 깊이 느끼길 원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들의 역량을 조금 더 핵심 특산물에 집약 시킬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러한 부분을 개선한다면 국내외 소비자들이 횡성 더덕을 접하고 느낄 기회가 많아질 것이다. 얇게 저민 더덕구이의 향처럼, 더덕의 행보에도 향긋함이 가득하길 바라본다.

▲ 참고 자료
- "더덕", <식품과학기술대사전>, 한국식품과학회(2008)
- "더덕", <한국민족문화대백과>, 한국학중앙연구원(1991)
- 민혜린 외(2014), "더덕분말을 첨가한 설기떡의 이화학적 특성 및 항산화 활성", 한국식품영양과학회 학술대회발표집, p.337
- 심승보, 전용진(2012), "더덕 발효추출물의 피부 안전성 및 화장품제형에서의 피부개선효과에 관한 연구", 한국산학기술학회논문지 13권 11호, pp.5623-5627
- 김수현 외(2009), "더덕 추출물의 항돌연변이 및 항종양 효과", 한국식품영양과학회지 38권 10호, pp.1295-1301
- 김나영 외(2010), "더덕껍질의 일반성분 분석과 항산화 활성", 한국식품영양과학회지, 39권 11호, pp.1627-1633
- 네이버캐스트, <더덕> (2016.12.19)

덧붙이는 글 | 갑작스러운 요청에도 인터뷰에 응해주신 횡성군청 관계자분들과 이용환 간사님께 감사를 전합니다.



태그:#횡성더덕, #더덕축제, #횡성, #더덕, #FOOTORY TEL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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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글거리를 좋아하고 사람과 삶, 환경에 관심이 많습니다. (독립출판 저자, 스토리텔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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