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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정 "관료가 만든 '우주의 기운' 오방색 끈, 소름끼쳐" 11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 '최순실 게이트 등 진상규명' 긴급현안질문. 이 자리에서 이재정 의원은 황교안 국무총리에게 국회의원실과 해외공관에서 배포된 달력을 들어보였다. (취재 : 정현덕, 편집 : 박소영)
ⓒ 정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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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뭐하는 겁니까."

황교안 국무총리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11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관련 대정부 긴급현안질의에 마지막으로 나온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오방끈과 오방무늬가 담긴 달력(문화체육관광부 제작)을 건네자, 황 총리가 당황한 듯 말을 내뱉었다.

'오방'은 지난 달 25일 이른바 '최순실 태블릿 PC'에서 '오방낭' 문서가 발견되면서 이슈의 중심에 섰다. 실제로 박 대통령의 취임식 때 오방낭을 이용한 이벤트가 진행돼 '최순실씨와 박 대통령이 무속 신앙에 심취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해외 방방곡곡에 우주의 기운 배포"

11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최순실 게이트' 진상 규명을 위한 긴급현안질문에 출석한 황교안 국무총리가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달한 오방끈을 살펴보고 있다.
▲ 오방끈 전달받은 황교안 총리 11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최순실 게이트' 진상 규명을 위한 긴급현안질문에 출석한 황교안 국무총리가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전달한 오방끈을 살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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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이 의원은 "샤머니즘, 해외 방방곡곡에 우주의 기운이 배포됐다"라며 "무슨 이야기인 줄 아나. 지난 해 연말, 의원실과 해외공관에 배포된 달력이다. 우주의 기운을 설명하는 오방무늬를 설명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의원은 끈 하나를 꺼내들며 "이 끈은 오방색 끈이다. 저는 뱀을 드는 것보다 (이 끈을 드는 게) 더 소름이 돋는다"라며 "우리나라 관료가 제작해 배포한 끈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대통령은 어린이날 어린이들에게 '간절히 바라면 이뤄진다'고 우주의 기운을 말씀하셨다"라며 "자, 최순실이 믿고 있다는 그 종교가 우리나라 관료 사회까지 지배하고 있는데, 끔찍하지 않나"라고 황 총리를 추궁했다.

이에 황 총리는 "대통령께서 (대국민담화를 통해 종교문제는)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말씀하셨다"라고 해명했다. 그런데 황 총리가 "제가 그 동안 경험한 바로는..."이라고 말을 이어가자, 이 의원은 달력과 끈을 들고 황 총리를 향해 걸어갔다. 황 총리는 자신이 서 있던 단상에 달력과 끈이 놓이자 "이거 뭐하는 겁니까"라고 항의했다.

황 총리의 항의에 이 의원은 "보시라고 드린 거다.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해명 말고, 매번 증거 가져오라고 하시니까 증거를 드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황 총리는 "증거 가져오라고 한 적 없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정적이 흘렸다. 황 총리를 한동안 쳐다보던 이 의원은 "(달력의) 발행인이 어떻게 돼 있는지, 정부가 제작해 배포한 달력에 어떤 내용이 담겨 있는지 보십쇼"라고 재차 물었다.

달력을 한두 장 넘겨 본 황 총리는 "대강 어떤 취지인지 알 거 같다"라며 "대통령은 샤머니즘을 믿지 않는다고 말씀하셨고, (달력에 담긴 내용은) 샤머니즘이 아니라 전통문화를 문체부에서 소개한 거라고 이해한다"라고 주장했다.

황교안 "할 일 많아서 잘 모른다" 답변에, 정세균 '경고'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1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최순실 게이트' 진상 규명을 위한 긴급현안질문에 나서 황교안 총리에게 작년 연말 의원실에 배포된 오방무늬를 설명하는 내용이 담긴 달력과 오방끈을 전달하고 있다.
▲ 오방끈 전달받은 황교안 총리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1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최순실 게이트' 진상 규명을 위한 긴급현안질문에 나서 황교안 총리에게 작년 연말 의원실에 배포된 오방무늬를 설명하는 내용이 담긴 달력과 오방끈을 전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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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총리와 이 의원의 기싸움은 앞서 질문 초반부에서부터 진행됐다. 이 의원은 모두 발언 직후 황 총리를 불러 샤머니즘과 관련된 질문을 던졌는데, 황 총리는 이 의원의 모두 발언 중 "통합진보당 해산이 최순실 기획이라는 기사도 나왔다"는 말을 걸고 넘어졌다.

이재정 "샤머니즘 이야기가 언론을 달구고 있다. 많은 현상들을 목격하면서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이런 상황을 어떻게 생각하나."
황교안 "방금 전에 통합진보당 해산과 관련..."
"묻는 질문에 답하십쇼."
"이 부분은 제가 헌법재판소에 직접..."

이 의원은 "잠시만요, 총리님"이라고 운을 뗀 뒤, "제가 그 동안 대정부질문에 답변하는 (황 총리의) 모습을 여러번 봐왔는데 조금 바뀌셔야 할 것 같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곧 그 자리에서 물러나시겠지만 답변 태도가 적절치 않다. 저는 국회의원으로 여기 서 있다. 법조인 경력 부족하다. (황 총리의) 법조인 경력이 훨씬 풍부할 거다. 그러나 저는 국민의 대표다. 관료에게 갑질하러 나와 있는 것 아니다. 때로 언성 높이고 힐난할 수 있다. 왜, 국회의원 이재정은 국민이기 때문이다.

저는 국민이다. 언짢더라도 다른 사람에게 해소하라. 저녁에 친구와 소주 한잔 하시며 풀어라. 안하무인으로 그렇게 거만하게 답변하시면 안 된다. 그리고 총리님은 검사가 아니다. 이제껏 답변 태도를 보면 증거를 가져오라고 하고, 증거가 있어야만 인정한다. 그럴려면 검사나, 변호사를 하라. 총리는 정치적 묘미를 발휘해 국정 갈등을 해결하는 자리다. 태도에 참고하시길 바란다."

이에 황 총리는 "제가 직접 경험한 사실인데 사실이 아닌 말씀을 하니 해명을 하려는 거다"라며 "설명할 기회를 달라"라고 항의했다. 하지만 이 의원은 "이 자리에서 못 드린다. 묻는 질문에 답해 달라"라고 거절했다.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1월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관련 긴급현안질의에서 황교안 국무총리에게 오방끈과 오방무늬가 담긴 달력(문화체육관광부 제작)을 건네고 있다.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1월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관련 긴급현안질의에서 황교안 국무총리에게 오방끈과 오방무늬가 담긴 달력(문화체육관광부 제작)을 건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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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황 총리의 답변 태도에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항의를 쏟아내기도 했다. 이 의원이 "박 대통령의 지시로 전경련이 기업들을 동원한 행사"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 신바람 페스티벌(지난 해 8월 15일)을 거론하며 "이 내용을 알고 있나"라고 묻자, 황 총리는 "듣지 못했다"라고 답했다

이에 이 의원은 "총리하면서 뭘 했나"라고 되물었고, 황 총리는 "할 일이 많다"라고 답변했다. 곧장 이 의원은 "대통령이 특별히 챙겼던 중요한 행사를 놓쳐서 되나"라고 지적했다.

이 과정에서 우상호 원내대표가 단상에 올라와 정세균 국회의장을 향해 "무슨 저런 식의 답변이 있나. 할 일이 많다는 게 말이 되나"라고 항의했다. 황 총리는 "그런 세세한 행사까지 다 알 수 없다는 의미다. 사실과 다른 말씀이 너무 많아서..."라고 답했다.

황 총리의 말에 단상 아래 앉아 있던 야당 의원들의 항의가 쏟아졌다. 정 의장은 곧장 "총리는 국무위원 자격으로 답변하고 있으니 조금 불편하시더라도 적절히 처신해주길 바란다"라고 요청했다. 이에 황 총리는 "유의하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국회에서 국무위원들과 야당 의원들의 공방이 벌어지는 동안 새누리당에서는 질의를 신청하는 의원도 맞고함을 치는 의원도 나오지 않았다. 마지막 순간에 자리를 지킨 여당 의원은 박인숙, 염동열, 장제원 등 10여 명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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