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최순실씨 국정 농단' 사태 이후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5%로 급락했다. 20~30대 지지율은 1%로 젊은 층의 분노는 가히 폭발적이다. 젊은 세대가 이렇게 크게 반발하고 있는 것은 최씨의 딸 정유라의 영향이 크다. '헬조선'이라는 말이 회자될 정도로 치열한 입시경쟁과 극심한 취업란을 겪고 있는 청춘들에게 '고교시절 부당한 출결 관리 및 이화여대 특혜 입학', 그리고 '돈도 실력이다'라는 발언은 분노를 넘어 허탈감마저 자아내게 했다.

전북 원광고 학생들은 대자보를 통해 "우리는 지금 어떤 세상을 사는 건가? 열심히 노력한 학생들은 꿈과 희망이 무참히 짓밟히고 찢기는 세상이라고 생각한다"라고 토로했고, 원주의 북원여고 출입문에는 "우리는 '말(馬)'은 없지만 '말'할 권리는 있다. 민주주의는 소수의 기득권층이 만든 것이 아니다. 우리가 앞으로 물려받을 민주주의를 더럽히지 말아 달라"는 대자보가 붙어있다.

원주의 북원여고 대자보
▲ “우리는 ‘말(馬)’은 없지만 ‘말’할 권리는 있다" 원주의 북원여고 대자보
ⓒ 인터넷 시민단체 카페에서 사진 갈무리

관련사진보기


또한 대통령 하야를 요구하는 시국선언과 집회가 들불처럼 전국적으로 번져가고 있는 가운데, 대구에서 자유발언을 한 조성해 학생의 일침이 눈길을 끌고 있다. 그녀는 "굉장히 평범한 고등학생이다. 평소 같았다면 역사책을 읽으며 다음 모의고사를 준비했을 것이지만 기가 막히고 처참한 현실을 보며 살아있는 역사책 속에 나오게 됐다"고 자신을 소개한 후, "우리 청소년들은 이런 현실을 보며 이러려고 공부했나, 자괴감도 들고 괴로울 뿐"이라며 국정농단 사태를 날카롭게 꼬집었다.

광주에서도 10대 청소년들이 "최순실씨 딸 정유라의 이대 부정 입학으로 드러난 불공정한 사회와 이를 묵인한 정권에 분노하며 이젠 행동하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우리는 대학진학을 위해 친구들과 경쟁하며 온갖 노력을 다해 대학에 진학하고 나서도 취업 걱정을 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면서 "정유라 사례와 같이 재력과 권력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시대에서 우리는 대체 무엇을 보고 배우고 있는가?"라고 강하게 반문했다.

서울 강북의 한 고교에서는 고3 교실에서는 평소 친하게 지내던 학생들 간에 난데없는 주먹질이 오갔다고 한다. 서울 상위권 대학 수시모집에 체육특기자 전형으로 지원한 학생에게 친구들이 '너도 부모 빽으로 운동해서 대학 가냐'고 농담을 했다가 싸움으로 번졌다는 것이다.

“굉장히 평범한 고등학생이다. 평소 같았다면 역사책을 읽으며 다음 모의고사를 준비했을 것이지만 기가 막히고 처참한 현실을 보며 살아있는 역사책 속에 나오게 됐다”
▲ "우리 청소년들은 이런 현실을 보며 이러려고 공부했나, 자괴감도 들고 괴로울 뿐" “굉장히 평범한 고등학생이다. 평소 같았다면 역사책을 읽으며 다음 모의고사를 준비했을 것이지만 기가 막히고 처참한 현실을 보며 살아있는 역사책 속에 나오게 됐다”
ⓒ 대구 여고생 자유발언 동영상 갈무리

관련사진보기


“정유라 사례와 같이 재력과 권력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시대에서 우리는 대체 무엇을 보고 배우고 있는가?”
▲ 광주 청소년들의 목소리 “정유라 사례와 같이 재력과 권력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시대에서 우리는 대체 무엇을 보고 배우고 있는가?”
ⓒ 21C청소년공동체 `희망’

관련사진보기


팔꿈치 사회

현재 우리나라 일부 부유층들이 벌이는 반칙 중 하나가 온갖 편법과 탈법을 동원해 자녀를 '명문학교'에 넣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사회를 '팔꿈치 사회'라고 부른다. 옆 사람을 팔꿈치로 쳐 넘어뜨리는 '불공정한 경쟁사회'라는 뜻이다. 태어나면서부터 금수저와 흙수저 사이의 차별이 존재할 뿐 아니라, 반칙과 꼼수로 승리를 거머쥐는 불공정한 사회에 대한 풍자다.

이에 대해 백진우 학생(서강대학교 2학년)은 "일부 특권층의 반칙을 통한 입학은 일반학생들에 대한 기만일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큰 손실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의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주지 못하고 각종 허위 지표와 성과 등을 통해 입학하려는 행태에 허탈하면서도 학벌에 집착하는 그들이 불쌍해 보이기도 한다"고 말했다.

최훈민 씨투소프트 대표(전 희망의우리학교 대표)는 "정유라 특혜 사건은 헬조선이 사실임을 증명한 것이라 생각한다. 이런 말도 안 되는 막장드라마로 청년세대들에게 절망을 줬다. 각본 최순실, 주연 박근혜의 막장드라마는 조기 종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정유라 특혜 사건은 헬조선이 사실임을 증명한 것"
▲ 중고생의 분노 표출 “정유라 특혜 사건은 헬조선이 사실임을 증명한 것"
ⓒ 교육희망

관련사진보기


서울의 한 고교 교사는 "특권층은 초등학교부터 다른 삶을 살고 있다"고 말문을 연 뒤, "재벌총수 아들이 영훈국제중에 부정입학을 했고, 특권층의 자녀들이 하나고 부정입학 의혹에 연루되고, 최순실과 같은 비선실세의 자녀가 다시 이화여대에 부정한 방법으로 입학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고 졸업과 동시에 어린 나이에 청와대 행정관 등 고위공직자도 되고 기업체의 돈을 뜯어 재단을 만드는 삶의 방식은 이미 교육정의가 심각하게 훼손된 우리의 심각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고 한탄했다.

고보선 인천 석남중학교 교장은 "특권을 누리는 사람들이 어찌 이들뿐이겠는가? 반칙과 편법이 기본이 되어버린 우리 사회 슬픈 자화상"이라고 운을 뗀 뒤, "중요한 것은 정직하고 양심있는 사람이 바보가 되는 사회가 되어서는 안 된다. 기성세대는 크게 각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우리 학생들에게 편법이 아니라 기본과 원칙이 중요한 사회 요체라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 지금의 입시중심 교육정책을 혁신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는 어디를 가나 경쟁을 부추기며 등수를 매기는 데 익숙하다. 이제는 차가운 경쟁사회에서 따뜻한 협력사회로 나아가야 한다. '나 혼자 잘 먹고 잘 살자'에서 '더불어 잘 사는 사회'로 전환해야 한다. 우리도 다시 계층이동이 자유롭고, 열려있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 개천에서 용 나는 사회, 자수성가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사회가 희망적이고 좋은 나라가 아니겠는가?


태그:#특권을 이용한 반칙, #정유라(최순실 딸) 특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교육포럼 <교육을바꾸는새힘>,<학교안전정책포럼> 대표(제8대 서울시 교육의원/전 서울학교안전공제회 이사장) "교육 때문에 고통스러운 대한민국을, 교육 덕분에 행복한 대한민국으로 만들어가요!" * 기사 제보 : riulkht@daum.net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