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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차관리업무는 직원들이 가장 기피하는 보직인 반면, 매표업무는 이른바 '땡보직'으로 분류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청주시시설관리공단이 올해 진행한 공개채용에서 부정채용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부정채용 당사자로 지목된 신입사원 A씨는 본보의 취재가 시작된 다음날 돌연 사표를 제출했다가 다시 사흘 뒤 이를 번복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또한 이 과정에서 공단은 사표를 수리하지 않았고 A씨가 이틀간 무단결근한 셈이 됐지만, 4일만에 업무에 복귀한 A씨는 이렇다 할 제재도 받지 않아 특혜 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 사진설명-청주시시설관리공단이 올해 상반기 공채에서 부정채용이 있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 사진설명-청주시시설관리공단이 올해 상반기 공채에서 부정채용이 있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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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시시설관리공단은 지난 4월, 2016년 상반기 공개채용을 진행했다. 총 채용예정인원은 36명으로 일반직과 업무직으로 직군을 구분하고, 업무직의 경우 주차관리원·해피콜운전원·대관매표·화장로 등 직렬별로 구분해 모집 공고를 냈다. 공단은 각 직렬 별로 응시자격을 구분했다. 직렬별로 구분 채용함으로서 업무의 전문성과 적합성을 높이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신입사원 A씨(27)도 같은 과정을 통해 채용됐다. A씨가 지망한 분야는 주차관리요원이다. 첫 출근일인 7월 1일, 그는 도로변 주차장이 아니라 공단이 관리하는 체육시설 사무실로 출근했다. 그가 맡은 일은 개인 이용객에게 사용료를 받는 매표창구업무였다.

공단 직원들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기 때문이다. 내부에서 돌던 이야기는 급기야 'A씨의 부모와 공단 고위간부가 친분이 있는 사이고, 특별한 관리(?)를 받고 있다'는 식으로 커졌다. 그도 그럴 것이 주차관리업무는 직원들이 가장 기피하는 보직인 반면, 매표업무는 이른바 '땡보직'으로 분류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매표직원 3명 뽑으면 될 일을...

주차관리는 공단 내 여러 업무 가운데 가장 노동강도가 높은 업무로 평가받는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 30분까지 사실상 노상에 서서 근무해야 한다. 취재과정에서 만난 한 주차관리요원은 "하루에 적게는 100건, 많게는 200건 가량 주차요금을 받는다"며 "그에 따른 수당을 받기는 하지만 정해진 식사 시간도 없고, 휴식 시간도 없다"고 근무여건을 설명했다. 반면 A씨가 맡은 체육시설은 개별 이용객이 많지 않아 가장 여유가 있는 근무지로 꼽힌다.

A씨를 체육시설로 발령 낸 것에 대해 공단 관계자는 자리가 비어 충원이 필요했다고 답변했다. 이 관계자는 "용정축구공원에서 근무하던 직원이 정년퇴직해 그 자리에 매표업무 직원이 옮겨갔고, A씨를 매표업무로 돌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수많은 직원 가운데 A씨를 그 자리에 앉힌 이유에 대해서는 "적임자라고 생각해서 취한 조치"라고 덧붙였다.

공단은 지난 5월 공채에서 매표요원 2명을 구분해 채용했다. 공단에는 새롭게 관리를 맡을 사격장에서 일할 매표직원 2명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실상은 1명이 더 필요했다. 용정공원 근무자가 6월 정년퇴직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 업무도 매표업무로 구분되고, 이후 체육시설에서 근무하던 직원이 용정공원으로 옮겨간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애초에 3명을 뽑았으면 논란의 여지가 없다. 그런데도 공단은 2명만 매표직으로 뽑고, 엉뚱하게도 인력충원이 어려운 주차관리업무에서 인력을 끌어왔다. 이 같은 내용을 접한 한 주차관리업무 직원은 "면접 때 봤고, 채용된 것으로 아는데 주차장에서 보이지 않아 그만둔 줄 알았다"며 놀라워했다.

공단은 청주시 산하기관이라는 점 때문에 구직자들에게 꽤 인기가 있는 직장이다. 공채 때마다 적지 않은 경쟁률을 나타내지만 주차관리업무는 항상 인력이 부족해 이번 공채에서도 주차요원은 지원자 모두 합격했다.

주차요원에서 매표로 가는 것은 많은 주차요원들이 바라는 일이다.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공단은 업무직의 경우 다른 분야로 채용됐더라도 공단 운영 사정에 따라 보직 변경이 빈번하게 이뤄진다고 설명했지만, 취재결과 주차관리업무로 채용돼 내근직으로 옮긴 경우는 찾아볼 수 없었다.

특히 일반적인 보직 변경의 경우 근무평정 등 인사고과에 의해 대상자가 선정되거나 공단 인사규정 시행세칙에 따라 희망보직 신청서를 적극 이용하도록 하고 있지만 이 같은 제도나 근거는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한 관계자는 "정 필요해서 보직을 바꾼다면 서로 가려는 자리이니 만큼 구성원들이 납득할 만한 인사가 이뤄졌어야 한다. 근무평정이 좋다거나 근속연수가 길다거나 하는 객관적 지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A씨 변심에 사표제출도 없던 일

A씨의 근무태도도 논란거리다. 신입사원이라고 하기에는 상식을 벗어난 행동들이 이어졌다는 게 동료들의 평가다. 그렇다보니 A씨의 채용 배경에 대해서도 이러쿵저러쿵 소문이 돌았다.

해당 체육시설을 이용하는 한 시민은 "제때 문을 열지 않아 기다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 같은 문제를 제기해도 개선되지 않는다"며 "동호인들 사이에서도 소문이 파다하다. 부모가 다 공무원 출신이고, 여기 이사장·본부장도 모두 공무원 출신이니 그래서 봐준다는 이야기가 많다"고 말했다. A씨 소속부서 관계자도 "점심시간을 잘 지키지 않아 구두 경고를 하기도 했다"며 평소 성실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급기야 지난 9월 22일에는 시설 내에 이용자가 있는 상황에서 시설을 잠그고 조기 퇴근에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같은 내용은 '레드 휘슬'이라는 익명 신고 시스템에 올라왔다. 인사규정 시행세칙에는 상벌규정과 관련해 근무지 이탈이나 무단결근 등에 최소 견책·감봉 등의 징계를 내리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어떤 징계도 없었다.

취재진이 취재에 들어간 다음날인 21일 A씨는 돌연 사표를 제출했다. 그리고 3일 뒤인 월요일 사무실에 찾아가 다시 다니겠다고 이야기했고, A씨의 뜻이 받아들여져 25일 현재 정상 출근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A씨의 사표에 대해 직원관리부서 경영기획부장은 "이야기를 듣기는 했지만 전달받지 못했다"고 답변했다. 해당부서 실무자 또한 "잘 모른다"고 답변했다. A씨의 소속부서 상사도 "다른 직원으로부터 보고는 받았지만 결제라인이 아니라서 어떻게 진행됐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사직서를 제출했는데 사직서를 받은 사람은 없고, 그래서 처리를 하지 못했다는 답변이다. A씨의 사직서는 알 수 없는 곳에서 표류했고, 그렇게 4일만에 '별 것 아닌 해프닝'으로 일단락됐다.

25일 A씨는 일련의 진행과정에 대해 해명했다. A씨는 취재진과 전화통화에서 "내부에서 나에 대해 안 좋은 소문이 돈다는 것을 안다. 몇 번의 실수도 저질렀고, 나랑 맞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어 그만두려 했다"고 말했다. 다시 다니기로 결심한 것은 며칠 사이 마음이 바뀌었기 때문. 그는 "직원들이 좋게 이야기를 해줘서 마음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배경과 관련한 소문에 대해서도 "아버지가 공무원 출신이고, 엄마가 현직 공무원인 것은 맞지만 그럴만한 위치에 있지도 않고, 어떤 도움도 받지 않았다"고 잘라 말했다.

A씨의 해명이 모두 사실이라도 A씨는 매우 특별한 경우다. 현재 40여명의 공단 주차관리요원 중 20대 여성은 단 한명도 없으며, 지원한 사례도 확인하지 못했다. 주차관리요원은 40대이상 여성과 30대 남성이 주류를 이룬다. 자격요건(워드프로세서 자격 등)이 강화되면서 평균연령이 젊어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20대 여성이 선호하는 직장은 아니다.

한편 공단에는 전·현직 시의원의 아들이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고, A씨 외에도 부정채용 의혹을 받는 직원들이 더 있는 것으로 알려져 추가적인 논란이 예상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충북인뉴스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청주시시설관리공단, #부정채용, #충청북도, #충청리뷰, #오옥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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