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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에서 일하다 허리를 다쳐 무더운 여름을 병원에 오가며 더 힘들게 보냈다. 싸돌아다니다가 집에 틀어박혀 있는 것도 못할 짓이다. 차도가 있어 활동을 시작할 돌파구로 짧은 기간 편하게 다녀올 수 있는 해외여행을 계획했다. 여러 여행지를 검토하다 선택한 곳이 홋카이도(북해도)였다.

9월 30일 새벽 3시경 아내와 아들이 합승한 승용차가 청주에서 인천국제공항으로 향하며 여행이 시작되었다. 밤길이지만 가족이 함께해 즐겁다. 운전하느라 고생한다고 안마 서비스도 받는다. 5시경 공항에 도착해 3층 출국장에서 인솔자와 함께할 일행들을 만났다.

7시 50분 대한항공 여객기가 인천국제공항을 이륙한다. 우리가 이용했던 KE9765편 승무원들이 친절해 기내에서의 시간도 지루하지 않았다. 직선으로 가면 가까운 거리인데 일본 본토를 거치며 V자로 이동하느라 3시간이 지난 10시 50분경 홋카이도의 아사히카와공항에 착륙했다.

아사히카와공항과 아사히카와역 주변 풍경
 아사히카와공항과 아사히카와역 주변 풍경
ⓒ 변종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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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히카와가 홋카이도 제2의 도시이지만 공항은 규모가 자그마하고 주변의 환경이 시골처럼 소박하다. 10월 초 특별연휴를 맞아 대한항공에서 전세기를 처음 띄운 곳이라 11시 20분경 밖으로 나오니 현지인들이 일장기를 들고 환영했다. 차창으로 깨끗한 거리와 꾸밈이 없는 주택들을 구경하며 시내로 이동해 아사히카와역 앞 식당가에서 일식으로 점심을 먹고 주변의 풍경을 둘러봤다.

패치워크
 패치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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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적의 70% 이상이 산림인 비에이로 이동하며 일본 CF에 자주 등장한다는 비에이의 명소 패치워크를 차창으로 감상하고 세븐스타 나무(졸참나무), 아버지와 아들 나무(떡갈나무), 캔과 메리 나무(이태리포플러)도 만난다. 이곳의 자연환경이 여러 가지 색상, 무늬, 소재, 크기, 모양의 작은 천 조각을 서로 꿰매 붙이는 패치워크를 빼닮았다. 라벤더와 메밀꽃이 활짝 피는 7월에 다시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만큼 자연환경이 특이하다.

시키사이노오카
 시키사이노오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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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으로 둘러싸인 자연풍경을 구경하면서 종묘상이 개발했다는 시키사이노오카 전망화원에 도착했다. 개인소유임에도 무료입장이라 상점을 지나며 자연스럽게 패치워크를 닮은 꽃밭으로 들어선다. 노롯코 트랙터에 올라 아리따운 무지개를 품어 평화로운 언덕을 15분 동안 돌아본 후 다시 꽃길을 걸으며 사계절의 언덕을 뜻하는 이곳이 보랏빛 향기로 넘실거리는 풍경을 가족들과 만끽한다.

닝구르테라스
 닝구르테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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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분 홋카이도의 중앙에 위치한 후라노로 이동한다. 프린스호텔 앞 잘 가꿔진 숲 속에서 15개의 오두막 상점과 커피숍이 있는 닝구르테라스를 만난다. 작은 수제품 선물 가게들이 들어선 닝구르테라스는 숲속의 통나무 마을로 닝구르는 숲의 지혜자, 숲에 살고 잇는 작은 요정을 뜻한다. 입구에 드라마 촬영지였던 기념품가게 찻집이 있고 밤에 불이 들어오면 아기자기한 공방이 더 예쁘게 보여 늦게까지 운영한다. 숙소가 위치한 죠잔케이로 2시간 30여분 이동해 홋카이도가 왜 천혜의 땅인지를 실감한다.

죠잔케이뷰호텔 주변 풍경
 죠잔케이뷰호텔 주변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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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의 대형식당이라 관광객만큼이나 먹거리도 많다. 북해도 맥주가 유명하다는 말에 솔깃해 반주로 540㎜에 750엔이나 투자한 것도 부족해 인근의 편의점에서 맥주를 또 사왔다. 목욕한 후에 몸을 닦는 수건이라는 말에서 유래되었다는 일본 전통 의상 유카타를 입고 동행한 아들과 인생살이를 얘기하다 늦게 잤다.

일찍 일어나 죠잔케이뷰호텔 주변을 산책했다. 승려 죠잔이 온천을 발견하고 개발에 전력하여 이름 붙여졌다는 죠잔케이는 삿포로에서 가장 가까운 온천마을로 아름다운 산과 계곡에 둘러싸여 자연환경이 빼어나다. 유서가 깊은 온천지역이라 하천에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홋카이도는 문화유적지가 없는 곳이라 일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신사도 길거리에 없다. 온천지역이라 아침 일찍 족욕장을 이용하는 관광객도 있다.

사이로 전망대
 사이로 전망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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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먹고 도야 호수를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사이로 전망대로 갔다. 하늘의 구름만 바쁘게 흘러갈 뿐 전원적인 주변의 풍경과 먼발치로 내려다보이는 호수의 풍경이 호흡을 멈춘 듯 정적이다. 어느 시간이든 역광으로 맞이한다는 도야호수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남기는 사람들의 웃음소리만 크게 들린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제 블로그 ‘추억과 낭만 찾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아사히카와, #패치워크, #시키사이노오카, #닝구르테라스, #사이로 전망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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