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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글 <시가·친정 모두 '교류 없음', 아이에게 준 영향은>에서 이어집니다)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여러분, 모두 내게로 오십시오. 내가 여러분에게 새 힘을 주겠습니다. 나는 성품이 온화하고 마음이 겸손하니…, 그러면 여러분은 새 힘을 얻을 것입니다." - 마태복음 11:28,29

똑깍인형의 엄마의 분명한 욕구는 똑깍인형이 다정다감한 사람으로, 마음이 따뜻한 사람으로 살길 바라는 것이었다.

나는 아이가 부모님께 비밀스러운 내용이길 원하거나 아이를 위한 검사(지능검사, 심리검사 등)를 할 때가 아닌 경우에는 아이를 상담하더라도 그 부모님과 한 공간에서 한다. 아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어른이 어떻게 이야기할 때 아이의 속생각을 말하는지 등을 부모님이 직접 보고, 듣고, 관찰하여 일상 생활에 적용하면 아이와 부모님 모두에게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나와 아이의 만남은 일주일에 평균 1시간이다. 하지만 그 외의 많은 시간은 아무래도 아이는 부모님과 함께 지낸다. 그러므로 부모님이 집에서 아이를 대할 때에도 내가 아이를 대하고 이야기하는 것과 같은 방법으로 아이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배려하며, 고려해주길 기대한다. 그렇게 된다면 가족간의 대화가 오가고, 가정에 즐겁고 여유로운 에너지가 도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또한 중요한 이유로는 아이의 마음에 응어리를 훨씬 빠르게 풀어놓을 수 있다. 아이의 정서적·심리적인 괴로움은 오래갈 필요가 없는 문제들이 꽤 있기 때문이다. 물론, 한 공간에서 아이의 부모님이 보고 듣고 관찰 함으로 나는 신경이 더 쓰이고 더 집중해야 한다. 에너지를 더 필요로함과 동시에 20회 상담할 것을 10회면 끝나게 된다. 그런 이유로 나는 또 다른 내담자를 기다려야 하지만, 난 이 방식을 계속 고수할 것이다. 나는 똑깍인형의 엄마를 상담 후 이제 똑깍인형과 30분 상담할 순서였다.

똑깍인형의 말문이 트였다

아이는 인형과 같이 말이 아무런 감정 표현이 없었다.
 아이는 인형과 같이 말이 아무런 감정 표현이 없었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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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 "똑깍인형아~. 선생님이 똑깍인형에게 배워야 할 것이 있는 것 같은데?"

순간 아이는 '뭐지?'라는 듯 표정이 살짝 변했다. 그러나 곧 다시 두 눈만 말똥말똥 하면서 아무런 말도 표정도 없다.

나 : "뭔지 혹시 맞혀 볼래?"
똑깍인형 : (여전히 눈만 말똥말똥)
나 : "내가 1번부터 3번까지 말할게. 그중에 몇 번인지 맞혀보는 건 어떠니?"
똑깍인형 : (고개를 똑깍똑깍하듯이 두 번 끄덕인다)
나 : "1번 앞 사람이 말할 때 그 사람을 바라보는 모습, 2번 말하는 사람을 바라보면서 어깨와 허리를 펴고 반듯하게 앉아 있는 모습, 3번 잘 웃는 모습. 몇 번일 것 같아?"

똑깍인형은 다시 한 번 더 말해주길 바라는 표정이 역력했다. 그러나 나는 그것을 알아챘으나 기다렸다. 똑깍인형이 필요하면 본인의 말로 직접 하기를 바랐기 때문이였다. 한참을 생각하더니 말을 한다. 시간은 약 4분이 지나고 있었다.

똑깍인형 : "2번."

나는 그때 '이제 됐다' 싶었다. 이렇게 똑깍인형의 말문이 트였다.

나 : "OK. 정확히 맞혔습니다. 선생님은 앞사람이 말할 때 앞 사람은 바라보지만 무릎이 아파서 왼쪽과 오른쪽을 번갈아 가면서 다리를 꼬다 보니 자세가 움직이게 되는데 똑깍인형은 선생님 앞에서 처음 앉은 자세 그대로 끝날 때까지 그렇게 앉아 있어요. 그런 모습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똑깍인형 : "네!"

애기때부터 반듯한 자세로... "힘들어도 울지 않았어요, 왜냐면"

똑깍인형은 나름 흐뭇해하는 미소와 함께 자기에게 배우라는 의미가 강하게 담긴, 자신있고 힘 있는 대답을 해줬다.

나 : "똑깍인형은 언제부터 이렇게 반듯한 자세로 30분 이상 앉아 있을 수 있기 시작했을까?"
똑깍인형 : "어려서부터요."
나 : "어려서부터라면?"
똑깍인형 : "엄마가 그러는데 애기때부터래요."
나 : "똑깍인형이 좋아서 그렇게 앉아 있기 시작한 건가요? 아니면…."

나는 이렇게 말하면서 똑깍인형이 부모님에게 혼나는 게 자기에게만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면 마음에 부담이 줄어들어 자연스럽게 내게 말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나는 이 과정을 돕기 위해 내 경험을 덧붙여 설명했다.

나 : "사실 선생님은 어렸을 때 하기 싫은데도 선생님 엄마 아빠가 하라고 하셔서 한 적이 꽤 있었거든요."
똑깍인형 : "저도 엄마 아빠가 그렇게 앉으라고 하셨어요."
나 : "네. 저는 엄마 아빠가 그렇게 하라고 하셨을 때…. 처음에는 움직이고 싶어서 힘들었었는데 그러다가 움직이면 엄마 아빠한테 혼나고 그랬었는데…. 똑깍인형은요?"
똑깍인형 : "저도 많이 혼났어요."

나 : "선생님은 엄마 아빠께 매맞은 적도 여러번 있어요. 똑깍인형은?"
똑깍인형 : "말로도 혼나고 매도 맞았어요."
나 : "저런…. 힘들어서 움직인 건데 엄마 아빠한테 혼났으면 슬펐겠다."
똑깍인형 : "네."
나 : "똑깍인형은 슬플 때 어떻게 해요? 선생님은 우는데."
똑깍인형 : "저는 안 울어요."(담담하게 말한다)

나 : "선생님 만큼 슬프지 않아서 안 울었나요?"
똑깍인형 : "아뇨, 저도 슬프긴 했지만 울면 더 혼나요."
나 : "아…. 슬퍼서 울면 더 혼났군요."
똑깍인형 : "네, 그러면 싫어요."
나 : "아…. 엄마 아빠께 더 혼나는 것이 싫어요?"
똑깍인형 : "네."
나 : "선생님도 싫은데~ 그리고 선생님은 친구들한테도 가끔 놀림 받았었어요. 왜냐하면 친구들처럼 행동하지 않는다고…."

나의 말을 듣고 있던 똑깍인형의 두 눈에 별이 비치듯 반짝였다.

엄마는 눈물을 흘렸다... 그저 몰라서 그랬을 뿐

어려서부터 바른자세 훈련이 있었다... 부모는 아이가 울면 더 혼내기도 했다. 아이의 스트레서는 쌓였고, 인형과 같은 무감정 무반응의 결과를 낳았다.
 어려서부터 바른자세 훈련이 있었다... 부모는 아이가 울면 더 혼내기도 했다. 아이의 스트레서는 쌓였고, 인형과 같은 무감정 무반응의 결과를 낳았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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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깍인형 : "저도 그랬어요…."(고개를 숙인다)
나 : "선생님은 친구들한테 놀림 받을 때 속상해서 친구들을 때리기도 했는데."
똑깍인형 : "저도 그랬어요. 놀리지 말라고 했는데도 자꾸 놀려요. 그래서 그때는…."
나 : "그때는…, 할퀴기도 하고?"
똑깍인형 : "네."
나 : "친구들은 왜 그렇게 놀리나 몰라…. 그치?"
똑깍인형 : "네. 정말 싫은데…."

똑깍인형과 나와의 대화를 옆에서 조용히 지켜보던 엄마의 눈에선 눈물이 흐른다. 똑깍인형의 엄마는 이제 딸을 머리로가 아닌 가슴으로 알아가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똑각인형의 로보트 같은 말과 태도를 자신과 남편이 그렇게 길들여놓은 것에 대한 아픔과 함께…. 그러나 그때 이 부부는 분명 몰라서 그런 것뿐이었다.

그리고 똑깍인형의 엄마로부터 들은 정보에 의하면 똑깍인형은 4살때부터 정좌 자세(일본식 무릎꿇고 앉는 자세)를 훈련하기 시작해 5살때부터는 양어깨를 펴고 목을 세우고 턱은 밑으로 하는 자세를 하도록 아빠로부터 훈련을 받았다. 엄마 또한 그런 자세가 나쁘다기보다는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아빠가 훈련하는 대로 그냥 뒀다고 했다. 그때에 아이의 마음상태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로….


태그:#마음, #따뜻함, #자세, #부모님,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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