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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기사] 짝꿍 얼굴 할퀸 아이... 원인은 '호칭'에 있었다?

"부드러운 애정이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해도 그러한 감정을 기르기 위해 노력하면 가능합니다."

'사랑스러움'이란 표현에 자극을 받은 똑깍인형의 엄마는 고백한다.

엄마 : "저는 지금까지 사랑스러움에 대하여 생각해본 적이 사실은 없는 것 같아요."
나 : "아~ 네, 그러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엄마 : "제가 살랑대지 않고 묵묵하다는 이유로 남편과 결혼했거든요."
나 : "네~ 똑깍인형의 엄마께서 점잖으시고 침착하신 면이 아까 처음 뵈었을 때 제 눈에도 들어왔었어요."
엄마 : "그래요…."

엄마가 잠시 똑깍인형을 보고 머뭇하시길래 아이가 옆에 있어 조심스러워하셔서 나는 똑깍인형에게 약 30분간(똑깍인형은 한국어, 일어, 영어를 할 줄 알며 읽고 쓰기는 물론이고 시계보는 것을 아는 아이였다) 조교 선생님과 함께 있어도 되겠는지 물어보고 그러겠다는 대답에 조교에게 보냈다. 그러자 그 엄마가 말하기 시작했다.

"남편은 아버지를 지금도 몰라요... 왜냐면"

똑깍인형네 가족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정'은 없었다.
 똑깍인형네 가족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정'은 없었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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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 "사실 남편은 아버지(똑깍인형의 친할아버지)를 지금도 모르고 있습니다. 시어머님이 장사를 하시는 분이셨어요."
나 : "장사를 하셨다면~?"
엄마 : "술 장사요"
나 : "예~ 술 장사하셨어요?"
엄마 : "네~"
나 : "그 시대(1958년)에 혼자서 아이를 키우시기가 쉽지 않으셨고 또한 여성들이 할 수 있는 일도 별로 없으셨을 것 같아요."

엄마 : "네~ 시어머님 말씀으로는 그래서 그러셨대요."
나 : "시어머님 말씀으로는 그래서 그러셨다면~?"
엄마 : "얘(똑깍인형) 아빠는 시어머니의 그런 생활이 싫어서 벗어나려고 일찍부터 초등학교 4학년때부터 하숙을 하면서 죽어라 공부만 했대요."
나 : "네~ 그러셨군요. 어린 아이로서는 사생아라는 것이나 어머님이 술 장사를 하셨다는 것을 이해하기가 쉽지는 않으셨겠네요."
엄마 : "그러다 보니 결혼도 안하려고 했었고, 늦게한 편이예요."

나 : "늦게 한 편이시라면, 언제 결혼하셨나요?"
엄마 : "남편은 40살 때 저는 29살에 결혼했어요."
나 : "예~ 그러셨군요. 똑깍인형의 엄마께서는 언제 남편의 그런 과정을 알게 되셨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엄마 : "우리는 사내결혼이였어요. 일본 회사에서 근무하다 만났지요. 그때는 워낙 그 사람이 일도 잘하고, 정확하고 외모가 반듯해서 눈에 들어왔었는데 그 사람도 저에게 호감을 갖고 있었고... 그렇게 교재를 1년 6개월하고 결혼하려고 하는데 그때 말해주어서 알게 되었어요. 저는 그때 그것이 뭐 그리 큰 문제이겠나 싶고 얘 아빠만 보고 결혼했어요. 물론, 시어머님은 함께 살지 않고요. 저보다도 그 사람이 시어머님 얼굴보는 것조차 싫어해요."

나 : "혹시 지금도 그러신가요?"
엄마 : "네... 지금도 연락도 자주 안하고 1년에 두 번정도 뵙고 있는데 그것도 시어머님이 사시는 곳이 아닌 우리집으로 시어머님이 찾아오셔서 뵙게되요."
나 : "그러시면 시어머님이 살고 계신 곳을 가보신 적은 있으신가요?"
엄마 : "아뇨~ 애 아빠가 못가게해요."
나 : "시어머님에 대한 불편함이 남편께는 꽤 큰가 보네요."
엄마 : "아직도 시어머님에 대한 모든 게 싫다고해요."

나 : "저런... 똑깍인형의 아버님의 마음에 상처가 깊은가 보네요. 그러시면 똑깍인형의 엄마 입장에서는 중간에서 어떻게 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신경쓰이는 상황들이 있으실 것 같으신데요."
엄마 : "네... 종종요."
나 : "제가 똑깍인형의 엄마를 뵙고 지금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까 이런 생각이 드네요. 똑깍인형의 엄마는 시어머님의 존재에 대하여 특별한 감정 보다는 시어머님의 존재에 대한 인정과 할 수 있으면 도리를 담담하게 하고 계실 것 같은데 어떠신가요?"

엄마 : "네~ 뭐 특별히 신경쓸일이 없어서 부담이 없긴 해요."
나 : "혹시 명절 때나 어버이날, 생신 이런 때는 어떻게 하시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엄마 : "명절때만 시어머님이 오세요."
나 : "네~  그러시면 혹시 친정 부모님은 자주 뵙나요?"

"친정엄마는 독립적이어서 귀찮은 걸 싫어해요"

머뭇거림 없이 담담하게 대답한다.

엄마 : "우리는 친정에도 자주 안가요."
나 : "자주 안가신다면?"
엄마 : "시어머님 뵙듯 1년에 몇 번 정도만 가요."
나 : "아... 네. 친정과 거리가 멀어서 그러시나요, 아니면 다른 일이 있어서 1년에 몇 번만 뵙고 있나요?"

엄마 : "친정엄마는 워낙 독립적이어서 누가 귀찮게 하는 것을 싫어하세요. 친정아버지와도 두분은 그렇게 지내고 계세요. 다행히 양가 모두 분위기가 간섭하지 않고 각자 살아가고 있어요."
나 : "네... 제가 이런 질문을 드리면 어떻게 여기실지 모르겠지만 혹시 똑깍인형은 앞으로 어떤 분위기가 있는 가정에서 살아가길 원하시는지 여쭤볼께요."
엄마 : "뭐..."

그 다음은 말을 잊지 못한다. 분명한 것은 지금 본인들의 생활처럼 건조한 대인관계 생활패턴을 원하지 안는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나 : "지금 집안 분위기 보다는 더 정이 흐르는 따뜻한 분위기에서 살아가길 혹시 바라시나요?"
엄마 : "아무래도 사람은 정으로 사는 거니까..."

혼자 말하듯 말하고 시선은 천장을 바라본다.

나 :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사람은 정이 흐르면 참으로 서로에게 따뜻하게 대하게 되고 서로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말과 행위를 덜 하는 것 같아요."

고개를 끄덕이며 나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가족 간의 정을 느낄 수 없는 환경 속 '똑깍인형'

똑깍인형의 엄마와 이야기 나누면서 친정과 시가에 대하여 들어보니 시가만큼이나 친정 또한 가족간에 정을 느낄 수 없는 환경이였다. 친정어머님은 외손녀를 두었음에도 본인 보다 예쁜 여자는 없다가 아니라 있어서는 안 된다는 주의였다. 똑깍인형의 엄마는 친정에서 외동딸이였으나 사랑의 느낌을 거의 받지 못하면서 자랐다고 한다.

보통 본인이 너무나 소중하고 예쁘다고 여기는 사람은 자기 닮은 동성자녀를 사랑스러워하는 것이 가능한데 그녀의 친정어머니는 그 친정에서 5남매 중에 가장 첫째딸이였던 관계로 친정부모님의 사랑과 보살핌을 독차지하고 자랐다고 한다. 똑깍인형의 엄마의 외조부모님은 늘 첫째인 친정어머님만 챙기고 최고로 여기셨다고 했다. 보통은 사랑을 받아본 사람이 사랑을 베풀 수 있는 것이나 때로는 다른 경우도 있다.

역시 사람은 '어떨것'이라는 추측이나 판단되어서는 안되는 것이라 여긴다. 편견을 내려놓고 상대를 있는 그대로 보고, 들어줄 수 있을 때 그 사람을 진정으로 알아가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태그:#아빠, #엄마, #술 , #장사,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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