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리 슈틸리케 축구대표팀 감독이 손흥민(토트넘), 기성용(스완지)등 일부 해외파 선수들의 태도를 지적하여 눈길을 끌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26일 오전 10시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3·4차전에 나설 태극전사 23인 명단을 발표했다. 손흥민 등 유럽파 선수들 대부분도 변함없이 이름을 올렸다. 대표팀의 주축으로 꼽히는 유럽파에 대한 슈틸리케 감독의 신뢰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데 슈틸리케 감독은 유럽파에 대한 믿음과 별개로 뜻밖의 비판도 꺼내들었다. 대표팀과 소속팀에서 논란에 휩싸였던 일부 유럽파 선수들의 태도를 공개적으로 거론한 것이다.

이례적인 슈틸리케 감독의 유럽파 태도 비판

 울리 슈틸리케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26일 오전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다음달 초로 예정된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카타르, 이란과의 경기에 출전할 선수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울리 슈틸리케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26일 오전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다음달 초로 예정된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카타르, 이란과의 경기에 출전할 선수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슈틸리케 감독이 가장 직접적으로 언급한 것은 바로 손흥민이었다. 손흥민은 최근 소속팀에서 리그 3경기 만에 4골을 터뜨리는 등 화려하게 부활하며 절정의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손흥민의 활약상을 칭찬하면서도 "경기 외적인 부분에서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손흥민이 몇몇 장면에서 '불손한 태도'를 보였다며, "감독은 팀 전체를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선수가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확실히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슈틸리케 감독이 언급한 손흥민의 태도는 지난 중국과 1차전에서 벌어진 장면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된다. 손흥민은 당시 후반 44분 정우영(충칭)과 교체되면서 벤치에 있던 물병을 걷어차며 불만을 드러냈다. 또한 손흥민은 지난 6월 유럽 원정 당시에도 경기 중 교체되면서 벤치에 수건을 집어던지기도 했다. 자신의 경기력에 대한 불만족인지, 아니면 자신을 교체한 감독에 대한 불만인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보기에 따라서는 오해의 소지가 있었던 게 사실이다.

또한 슈틸리케 감독은 대표팀의 중고참급인 기성용과 이청용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기성용은 최근 소속팀에서 경기 중 교체되며 프란체스코 귀돌린 감독과 악수를 거부하여 도마에 올랐다. 이청용 역시 지난 시즌의 일이기는 하지만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소속팀 앨런 파듀 감독을 비판하여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엄밀히 말하면 대표팀과는 별개의 일이었지만, 슈틸리케 감독이 굳이 이 부분을 콕 집어 지적한 것은 혹시라도 벌어질 수 있는 대표팀 기강 해이를 방지하기 위한 사전 경고차원으로 보인다.

슈틸리케 감독은 평소 한국 선수들의 철저한 규율과 프로다운 마인드에 대하여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명실상부하게 한국축구를 대표하는 간판급 선수들이 불미스러운 행동으로 자꾸 도마에 오르고 있는데, 이는 선수 본인에게나 한국 축구의 위상 면에서도 도움될 것이 없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일부 선수의 태도 논란은 옳고 그름의 문제로 성급히 단정짓기는 어려운 사안이다. 유럽이나 남미에서는 선수들의 적극적인 의사표현이 보편화되어 있고, 감독의 지시에 일방적으로 복종하는 문화가 아니다. 교체에 불만을 품고 악수를 거부하거나  물병을 걷어차는 게 물론 보기좋은 행동은 아니지만 종종 일어날 수 있는 해프닝이기도 하다.

어느 정도는 선수들의 입장에서 이해해 볼 필요도 있다. 위계질서가 엄격한 한국 문화에서는 쉽게 받아들여지기 어렵지만 해당 선수들은 유럽에서 오랜 시간을 뛰며 현지의 문화에 익숙한 선수들이다. 손흥민은 과거에도 그라운드에서 강한 승부욕을 여러 차례 드러낸 바 있다. 이청용과 기성용의 행동은 어느날 갑자기 저지른 돌출행동이 아니라 출전시간이나 포지션 역할 등을 둘러싸며 오랫동안 누적되어온 감독과의 갈등이 한계에 이르러서 일부분 표출된 장면이었다. 몇몇 장면만 놓고 선수들의 태도나 인성을 부정적으로 재단하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

슈틸리케의 경고, 유럽파들이 가볍게 넘겨서는 안된다

 손흥민의 멀티골 활약

소속팀 토트넘에서 맹활약 중인 손흥민. ⓒ 토트넘 공식 소셜미디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슈틸리케 감독의 지적에 한번 더 귀를 기울여야 할 이유는 소속팀과는 또다른 국가대표팀이라는 특수한 환경, 그중에서도 큰 비중을 자치하고 있는 '유럽파'라는 특수한 지위 때문이다.

한국축구에 2000년대 이후 해외파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린 이래, '유럽파'는 대표팀 상위 5% 이내에 해당하는 엘리트로 대우받고 있다. 기대치가 높아진 만큼 책임감도 따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유럽파들의 대표팀내 위상과 발언권이 높아지면서 생기는 국내파들과의 위화감이나 특별대우에 대한 우려다.

지난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예선에서부터 이런 문제점이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유럽파 1세대인 박지성-이영표 등이 은퇴하며 대표팀을 아우를 구심점이 사라지면서 여러 가지 문제점이 드러났다. 역대 대표팀 감독들의 지나친 유럽파 우대와 의존도는 국내파 선수들의 박탈감을 초래했고, 심지어 몇몇 유럽파 선수들은 자신들의 특권을 과신하여 파벌을 조성했다는 의혹에 휩싸이기도 했다. 특히 기성용 같은 경우 이미 최강희 감독 시절 SNS 뒷담화 파문으로 한 차례 큰 곤욕을 치른 경력도 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의 실패도 결과적으로 박주영 등 기량이 떨어진 일부 유럽파 선수들에 대한 지나친 편애와 선입견이 가장 큰 원인 중 하나였다. 아무리 이름값이 높고 과거에 잘했다고 해도 팀을 위하여 헌신하고 희생할 자세와 준비가 되어있지않 은 선수들은 팀 전력에 마이너스일 뿐이다.

슈틸리케호 역시 이 부분에 대한 명확한 원칙이 서있지 않으면 똑같은 비극을 되풀이 하지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슈틸리케 감독은 누구보다 유럽파의 실력과 비중을 인정하고 있다. 이날 그의 지적은 유럽파라도 대표팀에서는 좀 더 자신을 낮추고 팀을 위해 희생하라는 헌신을 강조한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무엇보다 슈틸리케 감독은 외국인 감독이다. 바로 유럽축구 문화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외국인 감독이기에 슈틸리케 감독의 유럽파에 대한 태도 지적이 더 설득력 있게 다가오기도 한다.

슈틸리케 감독은 확고한 원칙과 소신을 바탕으로 팀을 운영하면서도 선수들의 의견을 잘 수용하는 것으로도 호평을 얻었다. 중요한 경기 중 현장에서 선수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포지션이나 포메이션을 수정하기도 했다. 유럽파 선수들도 국내 감독들에 비하여 슈틸리케 감독에게는 좀 더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데 부담이 덜했다.

그런데 이런 슈틸리케 감독이 바로 유럽파들의 태도에 경고의 메시지를 남긴 것은 가볍게 넘겨서는 안된다. 팀보다 위대한 선수도 없고, 규율과 기강이 바로 서지 못한 팀은 결코 강해 질수 없다. 유럽파 선수들이 국가대표로서의 책임감과 희생정신을 다시 한 번 환기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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