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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닝

교복왕과 씨제스모델에디션에서 주최한 '제2회 월간 교복왕'에는 총 50명의 학생들이 참가했다.
 교복왕과 씨제스모델에디션에서 주최한 '제2회 월간 교복왕'에는 총 50명의 학생들이 참가했다.
ⓒ 씨제스모델에디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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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도 경험해본 적이 없는 일을 이해하는 건 불가능하다. 물론 책이나 방송을 통해 간접으로 경험할 수는 있지만 이 역시 완벽하지는 못하다. 그동안 나는 모델들을 인터뷰를 해왔지만 나의 삶은 그와는 거리가 멀었다. 한 번도 경험해본 적이 없는 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과연 내가 제대로 이해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길 무렵 직접 체험을 해봐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그리고 드디어 기회가 주어졌다. 교복왕과 씨제스모델에디션이 주최하는 '제 2회 월간 교복왕'이라는 컨테스트를 통해 하루 동안 모델로서 지녀야 할 소양을 배우고 체험해 보기로 했다. 실제로 여기 우승자인 손가은은 현재 모델로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그렇게 나는 지난 24일 십대 소년소녀들 사이에 51번 참가자로 자리를 잡았다.

첫 번째 퀘스트 <올바른 자세를 만들어라>

내 몸인듯 내 몸 아닌듯 내 몸 같은 느낌.
 내 몸인듯 내 몸 아닌듯 내 몸 같은 느낌.
ⓒ 최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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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찍거나 포즈를 취할 때 과하게 허리를 꺾거나 얼굴을 내미는 습관으로 인해 척추가 휘고 자세가 구부정해질 수 있는데 모델이라면 이걸 반드시 고쳐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슬림 앤스트롱'에서 나온 선생님으로부터 '바디쉐이핑'이라는 수업을 통해 곧은 몸을 만들기 위해 골반을 집어넣고 빼는 훈련에 돌입했다.

아이들 사이에서 안간힘을 썼지만 앙다문 입에서는 신음소리가 세어 나왔고 추라도 단 것 마냥 나의 두 다리는 80도 이상 올라가지 못했다. 집에서도 연습 할 수 있다는 코어단련 동작은 그나마 나았다. 하지만 플랭크 동작을 하며 1분도 아닌 10초를 버티는 동안 그 짧은 시간이 억겁처럼 느껴졌다.

# 결과: 능력치 10 상승 (유연성과 체력)

두 번째 퀘스트 <순발력을 키워라>

짧은 시간안에 안무를 익혀야 한다. 몸과 머리가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수업.
 짧은 시간안에 안무를 익혀야 한다. 몸과 머리가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수업.
ⓒ 최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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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배우는 것도 능력이라는 걸 사회생활을 하며 느꼈다. 완벽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얼마 없다. 그건 모델도 마찬가지일 거다. 어떤 콘셉트의 촬영을 하든 제한시간이라는 게 있기에 스태프들은 끊임없는 NG를 참아줄 수가 없다. 그래서 또 하나의 소양이라는, 눈치껏 보고 빠르게 따라하는 능력을 탑재해야 하는 순간이 왔다.

이번에는 댄스수업으로 트와이스의 'Cheer Up' 안무를 배워야 한다고 했다. TV로 볼 때는 참 쉬워보였다. 박수를 치고 뛰다가 손만 뻗는 것 같아 보였는데 실제로는 그 사이사이에 들어가는 동작이 많았다. 오른발로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왼발을 내딛어야 하는데 로봇도 아니고 같은 쪽 손발이 함께 움직였다.

연습할 수 있는 기회가 서너 번 밖에 없으니 몸이 기억하게 만드는 건 어려울 것 같아 벼락치기를 하는 심정으로 '오른손에 왼발'이라고 속으로 계속 되뇌었다. 효과는 있었다. 애써 태연한 척 했기에 아이들은 몰랐겠지만 몸도 마음도 바빴다. 어쨌든 댄스수업은 힘들긴 했어도 재밌었다.

그리고 지금에서야 고백하는 건데 'Cheer Up'의 안무를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다. 물론 정확한 버전으로는 아니지만. 그게 아니었다면 큰 창피를 당할 뻔 했다는 생각에 아찔하기도 했다. 그래도 자원해서 앞으로 나가 춤을 췄으니 이만하면 성공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결과 : 능력치 30 상승 (순발력과 눈치)

세 번째 퀘스트 <멋지게 걸어라>

벽에 딱 붙어 서있는 것조차 쉽지 않은 험난한 모델체험의 길.
 벽에 딱 붙어 서있는 것조차 쉽지 않은 험난한 모델체험의 길.
ⓒ 최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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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자들 앞에서 워킹을 하고 있는 참가자.
 관계자들 앞에서 워킹을 하고 있는 참가자.
ⓒ 최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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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관문은 그야말로 내게는 난제였다. 그것도 31년간 풀지 못한. 태어나 단 한 번도 모델의 꿈을 꿔본 적이 없었던 건 짜리몽땅한 키 때문이기도 했지만 예쁘게 걷지를 못하기 때문이 더 컸다.

기억은 나지 않지만 엄마 말에 따르면 또래 아이들보다 두세 달 먼저 걷기 시작한 덕분에 마구잡이식으로 워킹하는 버릇이 생겼단다. 그런 내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그냥 걷는 것도 아니고 폼 나게 걸어야 하다니 미칠 노릇이었다. 그래도 나는 철판을 깔아보기로 했다.

"못해도 되니까 자신감 있게만 해요."

나는 선생님의 말을 믿고 따라가 보기로 했다. 본격적인 워킹수업에 앞서 자세교정을 했다. 바른 자세로 5분간 벽에 붙어 서있는 거였는데 이 날 한 것 중에 제일 힘들었다. 달걀을 살짝 쥔 손 모양을 하고 안쪽 복숭아뼈가 닿는다는 느낌으로 다리를 붙인 채로 코어에 힘을 주고 서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건 사람들이 흔히 편하다고 생각하는 것과 정반대의 자세였다. 이번에도 5분이라는 시간이 영원처럼 길게 느껴졌고 허벅지가 후들거리는데 참을 수 없을 지경이었다. 하지만 내 주변 아이들은 그 흔한 요령조차 피우지 않고 있었다.

"자 이제 네 다섯 명씩 걸어볼게요."

어디에 설지 몰라 갈팡질팡하는 내게 어린친구들이 옆에 서도 된다며 오라고 손짓했다. 열 살도 더 어린 아이들에게서 동기애를 느끼는 순간이었다. 정말 신기하게도 걷기만 하는 건데도 잘 하는 사람은 티가 났다. 포즈를 잡을 때도 어색해하지 않았다.

무대에서 그림자가 사라지는 순간까지 모델의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는 말을 되새기며 걷고 또 걸었다. 그리고 음악을 틀고 본격적으로 워킹을 하는 순간, 나는 그제야 인터뷰이들의 "느꼈다"는 그 기분을 알 것 같았다. 어설픈 포즈와 어정쩡한 자세일지라도 그 순간만큼은 내가 그렇게 원하던 '시크하고 카리스마 있는 모델'이 된 것 같았다.

# 결과: 능력치 25 상승 (근거 없는 자신감)

엔딩

실제 월간 교복왕 출신인 모델 손가은은 이 날 방문하여 참가자들을 격려하는 시간을 가졌다.
 실제 월간 교복왕 출신인 모델 손가은은 이 날 방문하여 참가자들을 격려하는 시간을 가졌다.
ⓒ 최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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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명의 아이들은 모델 혹은 연예인이 되겠다는 꿈을 위해 강원도에서 전주에서 그리고 포항에서 새벽4시에 일어나 이곳까지 왔다고 했다. 하지만 오늘 교복왕 선발대회를 통해 결선에 진출할 수 있게 되는 건 열 명 뿐이었다. 그리고 그 중에 단 한 명만이 모델의 꿈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다.

무대 뒤 대기실에서도 긴장을 풀지 않고 있던 아이들 모두에게 좋은 결과가 있다면 좋겠지만 그걸 믿기에는 나는 너무 나이를 먹어버렸다. 그래서 대신에 그 아이들의 이름을 기억하기로 했다. 진하늘, 이지원, 이민주, 이정서 그리고 홍세라 외 다수의 아이들아, 너희는 멋졌다!


태그:#모델, #체험, #씨제스모델에디션, #교복왕, #월간교복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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