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4주전만 해도 손흥민은 이적설의 중심에 있었다. 리우올림픽에서 빈 손으로 돌아온 손흥민은 토트넘에서의 불투명한 미래에 한계를 느끼고 분데스리가로의 복귀를 검토했다. 때마침 볼프스부르크가 제법 훌륭한 조건으로 손흥민의 영입을 타진했고 이적이 거의 성사단계에 이르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마우리시오 포체티노 감독은 예상을 깨고 손흥민의 잔류를 강하게 원했고 최종적으로 이적은 불발됐다. 많은 이들이 토트넘에서 손흥민의 미래에 대하여 의구심을 떨치지 못했다. 지난 시즌 주전경쟁에서 밀렸던 손흥민이 올시즌도 벤치만 달구다가 시간을 허비고 주가가 더 떨어지지않을까하는 우려가 많았다.

그로부터 다시 한달, 손흥민에게는 또 한 번의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첫 번째 반전이었던 분데스리가 복귀설과 토트넘 잔류가 손흥민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흘러간 상황이었다면, 두 번째는 온전히 손흥민이 자신의 노력과 기량으로 만들어낸 반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기량 뽐내며 활약 중

 손흥민의 멀티골 활약

손흥민의 멀티골 활약 ⓒ 토트넘 공식 소셜미디어


손흥민은 시즌 개막 이후 첫 출전이었던 4라운드 스토크 시티전에서 선발로 나서서 2골 1도움의 맹활약을 펼치며 반전의 서막을 알렸다. 지난 선덜랜드(1-0)와의 5라운드에서는 비록 공격 포인트를 기록하지 못했지만 골을 기록한 해리 케인을 제치고 공식 최우수선수(MOM)에 선정될 만큼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그리고 지난 24일 미들즈브러와의 6라운드에서 손흥민은 다시 전반에만 2골을 터뜨리는 맹활약을 펼치며 팀의 2-1 승리를 이끌었다. 스토크시티전에 이어 올시즌 2번째 멀티골이자 리그 3.4호골이었다. 4라운드부터 무려 3경기 연속 최우수선수로 선정됐는데 이 역시 프리미어리그 아시아선수로서는 최초의 기록이다.

손흥민은 지난 시즌 각종 대회에서 총 8골 5도움을 기록했으나 리그에서는 4골 1도움(28경기)에 그쳤다. 그런데 올해는 올림픽 출전 등으로 팀 합류가 늦었음에도 불과 3경기만에 벌써 4골 1도움을 터뜨리며 벌써 지난 풀시즌의 기록과 타이를 이뤘다.

토트넘의 팀내 최다득점이자 리그 전체로도 공동 4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리그 득점 공동선두인 세르히오 아게로(맨시티)-디에고 코스타(첼시. 이상 5골) 등과는 고작 1골차이다. 아직은 다소 이른 시점이기는 하지만 득점왕 후보로도 거론할수 있는 위치다. 또한 프리미어리그 역대 아시아선수 최다득점은 2014-15시즌 국가대표팀 동료인 기성용(스완지)이 기록한 8골인데, 손흥민이 지금의 페이스를 유지한다면 가볍게 뛰어넘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토트넘은 개막 후 리그 6연속 무패를 달리며 4승 2무로 리그 2위까지 뛰어올랐다. 특히 손흥민이 리우올림픽에서 복귀한 이후 선발 출전하기 시작하면서 최근 3연승을 내달렸다. 손흥민이 사실상 토트넘 상승세의 선봉장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토트넘은 최근 주포 해리 케인이 발목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한 상태다. 지난 시즌 프리머어리그 득점왕 케인은 복귀까지  약 두 달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서 토트넘으로서는 비상이 걸린 상태다. 설상가상 케인의 백업이자 대체자 역할을 해줄 것으로 빈센트 얀센은 활약 자체는 나쁘지않았지만 좀처럼 골을 터뜨리지 못하고 있다. 챔피언스리그까지 병행해야하는 토트넘으로서는 위기였다.

하지만 손흥민의 활약은 토트넘의 전력에 숨통을 트여주기에 충분했다.올시즌 손흥민의 포지션 경쟁자들이 하나같이 부상이나 부진에 빠져서 제몫을 못해주고 있는 가운데, 오히려 팀을 떠날 가능성이 높아보였던 손흥민이 실질적인 에이스로 부상하며 토트넘을 먹여살리는 존재가 되리라고는 누구도 에상하지못했다. 손흥민에게나 토트넘에게나 잔류가 신의 한수가 된 셈이다.

손흥민, 달라진 위상 확인

손흥민의 달라진 위상은 그를 바라보는 현지 언론의 평가나 코칭스태프의 대우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손흥민은 모나코와의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1차전에서 전반만 뛰고 조기교체되었는데 오히려 손흥민의 교체 이후에 경기력이 오히려 더 나빠졌고 결과적으로 팀도 패하면서 포체티노 감독의 용병술이 도마에 올랐다. 포체티노 감독은 "손흥민이 부진해서 뺀 것이 아니라 전술적인 이유였다."고 해명까지 해야했다. 손흥민은 오히려 이후 리그 경기에 한풀이를 하듯 폭발적인 모습을 선보이며 충분한 시간과 기회가 주어지면 언제든 제몫을 해내는 선수라는 것을 보여줬다.

BBC와 스카이스포츠 등 영국 주요 언론들도 손흥민의 활약상과 지난 시즌에 비하여 향상된 부분을 집중 조명하고 있다. 지난 시즌까지 손흥민의 가장 큰 약점은 공이 없는 상황에서의 비효율적인 플레이와 연계능력 부족, 그리고 잦은 기복이었다. 하지만 최근 손흥민은 매경기 최우수선수로 선정될만큼 꾸준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점유율 위주의  플레이를 추구하며 선수 전원에게 폭넓은 활동량을 요구하는 포체티노 감독의 전술에 맞춰, 손흥민은 최근 공격 진영에서 간결한 볼터치와 이타적인 플레이로 공을 많이 소유하지 않고서도 효율적인 플레이를 펼치고 있다.

또한 지난 시즌 손흥민은 좌우 측면 윙포워드와 공격형 미드필더, 최전방 공격수까지 여러 포지션을 땜빵식으로 넘다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포체티노 감독은 올시즌 손흥민을 사실상 왼쪽 측면 공격수로 고정시키고 있다. 케인의 부상 결장으로 전술적인 변화가 예상되었던 미들즈브러 전에서도 손흥민의 포지션과 역할은 변함이 없었다. 손흥민이 토트넘의 팀전술과 프리머이리그 스타일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렸듯이, 포체티노 감독도 손흥민의 성향과 장단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찾아가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지난 시즌 팀의 중심에서 밀려나며 많은 팬들의 비난과 의구심에 시달렸던 손흥민은 최근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다시 증명해내고 있다. 역대 아시아선수 EPL 최고 이적료의 가치가 헛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손흥민의 활약은 그 자체로 한국축구의 자부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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