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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가 말하지 않는 것들>
 <뉴스가 말하지 않는 것들>
ⓒ 인물과사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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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가 말하지 않는 것들>이라는 제목을 접했을 때 언뜻 든 생각은 알랭드 보통의 <뉴스의 시대>와 맥스웰 맥콤스의 <아젠다 세팅>과 같은 관점을 가진 책이려니 했다. 하지만 미디어오늘 기자들이 펴낸 <뉴스가 말하지 않는 것들>은 언급한 두 책과 상당히 결이 달랐다.

알랭드 보통과 맥스웰 맥콤스가 언론 감시에 대해 중점을 두었다면, <뉴스가 말하지 않는 것들>은 언론 생태계 변화와 그에 따른 언론계 생존 전략에 초점을 맞춘 느낌이 강했다. 좀 더 적나라하게 말한다면, 언론계의 불안감과 조급함이 드러난 책으로 '언론계 자기개발서' 같은 느낌이랄까.

가령, 알랭드 보통은 '뉴스가 늘 우리 앞에 갖다 놓고자 애쓰는 슬픔과 고통을 명확히 인식하는 한편, 거기에 고착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는 언론이 '어젠다(책 본문에는 아젠다로 썼지만 기사 본문은 국어사전 외국어 표기법을 따른다 - 편집자말) 세팅'을 통해 이익을 추구하고자 하는 것을 독자들이 감시해야 함을 말한다. 반면, <뉴스가 말하지 않는 것들>은 저널리즘의 개념이 다 바뀌고 있다고 말하며, 어젠다 세팅 기능은 신문(언론)에서 독자로 넘어갔다고 주장한다.

"많은 독자가 이야기하는 내용이 아젠다고, 우리가 1면에 무엇을 썼는지는 이제 중요하지 않다. 기자의 역할도 바뀌었다. 예전처럼 출입처에 갇혀 출입처 이슈만 취재하고 쓰는 기자는 안 통한다. 예전에는 실크로드를 장악하면 끝났지만 이제는 누구나 배만 있으면 상단도 장악할 수 있다. 기존 언론의 논평 기능은 무너졌다."


이 말은 곧 "알랭드 보통이 틀렸다"고 말하는 셈이다. 또한, 한국의 주요 언론사들이 모바일 혁명으로 수익성을 담보하지 못하는 현실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디지털 환경에 쉽게 투자하지 못하는 이유를 말하고 있는 것이다.

알랭드 보통은 "'인류의 절반이 매일 뉴스에 넋이 나가 있다'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언론을 통해 결코 접할 수 없는 헤드라인이다"는 말로 뉴스 과잉 시대를 이야기한다. 반면, <뉴스가 말하지 않는 것들>은 "뉴스 과잉을 돌파할 수 있는 게 퍼스널 뉴스 필터라고 본다. 뉴스 소비자들은 인내심이 없다"는 말로 언론보다 뉴스 소비자의 우위를 이야기한다. 그렇기 때문에 언론이 위기라고 말한다. 알고도 당하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오늘도 생존에 급급한 모습을 이렇게 묘사한다.

"언론은 먹을 것 없는 땅에 금 부스러기를 받고자 곳곳에 콘텐츠를 만들고 뿌린다. 뉴스룸의 인력과 달리 이 같은 일을 하는 인력 대부분은 비정규직이다. 수익이 안 나오고 미디어 환경이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오늘도 언론은 인터넷 곳곳에 카드뉴스와 포스트를 뿌린다."


오늘날 언론계 공통 브랜드, '기레기'라니

<뉴스가 말하지 않는 것들>은 스스럼없이 자책과 셀프 디스를 하며 언론계 종사자라면 일정 부분 고개를 끄덕일 법한 이야기들을 전하기도 한다.

"브랜드는 미디어가 가진 최후의 자산이자 가장 견고한 토대다. 디지털 시대에 맞게 브랜드를 확장하고 강화하는 것이 지상 과제다. 그러나 오늘날 언론계가 공통적으로 소유한 브랜드는 '기레기(기자와 쓰레기의 합성어)'다."


언론계 종사자 중 누가 스스로를 '기레기'라 자칭하고 싶을까. 하지만 '언론의 자유는 대개 언론 소유주의 자유에 그친다'는 사실과 언론의 공공성을 확보하지 못하는 현실은 그러한 자책이 오히려 솔직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언론이 비판해야 할 정부부처와 세금을 매개로 언론과 유착관계를 보면 더더욱 그렇다. 정부부처 보도자료를 받아쓰며 언론 스스로의 책임에 눈감고 공론의 장을 왜곡하는 문제는 구조적이라 할 말을 잃게 만든다. 또한 정부부처만이 아니라 재벌에 의존하는 광고는 언론 스스로 재갈을 물리고 있다.

그런 면에서 '삼성 광고는 조·중·동 집중, 의존도는 한겨레'라는 한국언론재단 조사자료는 놀랍지도 않다. 그 자료에서 8개 신문 중 4대 재벌 광고 비중이 가장 높은 신문은 <한겨레>로 2014년 25.2%를 차지했다. 4대 재벌의 광고 비중이 가장 낮은 신문은 <조선일보>로 13.5%였다. 진보를 자처하는 언론이 재벌과 정부부처 광고에 목을 매야 하는 현실이 오늘날 언론계 현실이라는 점에서 씁쓸함을 더하게 하고 있다.

광고주 눈치 보랴, 모바일 퍼스트로 주류 언론의 의제 설정 기능이 약해지면서 새로운 뉴스 공급과 유통 모델이 출현하고 있다. 독자들은 더 이상 뉴스 공급자가 원하는 대로 체계적으로 뉴스를 읽지 않는다. 이런 현실에서 언론은 어떤 길을 가야 할까? 디지털 혁신 시대에 추구해야 할 가치는 무엇일까?

<뉴스가 말하지 않는 것들>은 디지털 혁신 시대에 추구해야 할 방법으로 신뢰할 수 있는 브랜드와 어떤 관점으로 어떤 기사를 쓸 수 있느냐, 양질의 뉴스 콘텐츠를 기반으로 하느냐를 묻는다. 그러면서 "<뉴스타파>와 <오마이뉴스>, <고발뉴스>처럼 적지 않은 유료회원을 보유한 사례들은 '콘텐츠 구입'이 아니라 신뢰할 수 있는 브랜드를 '후원'했다"고 분석한다.

"좋은 기사는 읽히기 마련이지만 적극적으로 드러내지 않으면 흐지부지 사라진다. 혁신은 멀리 있지 않다. 콘텐츠 틀을 바꾸고 비주얼을 강화했지만 메시지가 달라진 것은 아니다. 한두 차례 이벤트가 아니라 콘텐츠의 기획과 작성, 유통 전반에 걸쳐 좋은 기사를 더 잘 읽히게 만드는 방법을 끊임없이 고민하고 실험해야 한다."


알랭드 보통의 말처럼 '아침 일찍 일어난 우리를 기다리는 뉴스로부터 도망칠 수 있는 장소는 지구상에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모바일로 뉴스를 읽는 일은 이미 일상이 되었다. 이 혁명에서 언론계만 위기에 처했다고 엄살떠는 것은 유별나다.

사실 언론계 생존 전략에 대한 고민을 위주로 전하는 <뉴스가 말하지 않는 것들>은 뉴스 소비자의 긍정적인 모습을 외면하고 있다는 의문을 갖게 한다. 반면, 언론 감시의 필요성을 주장했던 알랭드 보통은 모바일 저널리즘에 대해 언론의 위기라고 하지 않는다. 오히려 기회라고 한다.

그는 "온라인 뉴스 기사 말미에 댓글을 다는 기능을 통해 일반인들이 지금껏 품고 있던 상상할 수 없는 수준의 분노가 드러난다"며 시민 저널리즘의 긍정성을 말한다. 책을 읽으며 '디지털 퍼스트'니 '모바일 퍼스트'니 하는 말들이 뉴스 소비자 입장에서 공허하게 들린 이유다. 모바일 퍼스트 시대, 모바일 저널리즘이 독자에게만 기회인지 언론계 스스로 물어야 할 것이다.


뉴스가 말하지 않는 것들 - 세상의 진실을 읽는 진짜 뉴스의 힘

이정환 외 지음, 인물과사상사(2016)


태그:#서평, #뉴스가 말하지 않는 것들, #알랭드보통, #모바일 퍼스트, #저널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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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편견 없는 세상, 상식과 논리적인 대화가 가능한 세상, 함께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사)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부설 용인이주노동자쉼터) 이사장, 이주인권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 『내 생애 단 한 번, 가슴 뛰는 삶을 살아도 좋다』, 공저 『다르지만 평등한 이주민 인권 길라잡이, 다문화인권교육 기본교재』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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