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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회는 목사들의 성 문제로 무너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ID YH**)
"기독교 클래스…. 이런 일 하도 많아서 이제 놀랍지도 않네. 큰일이다, 이런 뉴스에 익숙해질 듯."(ID 이상*)
"신도들이, 믿으라는 하나님은 안 믿고 목사를 하나님과 동급으로 여기니 이 사달이 나는 거지요. 피해자 주장에도 불구하고 목사 편을 드는 신도들이 있으니 저런 목사들이 죄의식도 없이 더 뻔뻔해지는 것 아닙니까."(ID lent****)

<오마이뉴스>가 앞서 보도한 김해성 목사(현56세·남·중국동포교회·한국기독교장로회 소속) 성추행 의혹 피해자 인터뷰 기사에 달린 댓글들이다. "이제는 놀라운 일도 아니"라는 한 독자의 말처럼, 교회 목사들의 '성추문(성과 관련된 좋지 못한 소문)' 뉴스는 신문·방송 등 언론 매체에 끊임없이 보도돼왔다.   

1990년대부터 지금껏 언론에 알려진 교회 목사들의 '성추문' 역사를 <오마이뉴스>가 확인한 결과, 이는 매우 비슷한 방식으로 반복됐다. 새벽기도에 나온 40대 여신도를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되고, 자신이 교장으로 있는 신학원의 여학생·장애인 원생을 성추행·성폭행해 조사를 받는 등 비슷하면서도 다양한 사례가 발견됐다.

<오마이뉴스>확인결과, 교회 목사(남)의 여신도 성추행·성폭행 등 1990년대부터 지금껏 언론에 알려진 '성추문' 역사는 뿌리 깊고도 다양했다.
 <오마이뉴스>확인결과, 교회 목사(남)의 여신도 성추행·성폭행 등 1990년대부터 지금껏 언론에 알려진 '성추문' 역사는 뿌리 깊고도 다양했다.
ⓒ 네이버 뉴스라이브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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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목사 성추문' 관련 단어들로 과거 기사를 찾아보니, '목사'에 걸맞은 성직자의 모습보다는 '인면수심(人面獸心: 얼굴은 사람이나 마음은 짐승과 같다는 뜻)' 범죄자에 가까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현직 목사가 친딸을 9년간 상습적으로 성폭행하고 변태적 성행위를 강요해, 이를 견디다 못한 딸이 결국 그를 신고하고 과거 경험을 어렵게 책으로 펴낸 일도 있었다.

"그 사람이 입을 다물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사는 모습을 볼 때 나는 내가 입을 열어야 하는 이유를 더 확실히 알게 됐다. 그 사람이 내게 저지른 더러운 짓거리는 분명히 사실이다. 그 사람은 그때 그런 것처럼, 지금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목사 행세를 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렇지만 내게는 그 사람이 한 짓들이 내 영혼을 죽음에 이르게 할 정도로 심각한 것이었다. 그 속에서 나는 기도하고, 울부짖으며, 숨쉬고, 결국은 탈출하고, 살아남았다."
(은수연(가명), <눈물도 빛을 만나면 반짝인다> 135쪽, 이매진)

추후 교단으로부터 '이단'으로 불린 ㅎ목사(당시62세·남·서울 강동구 고덕동 승광교회)는 "몸을 합쳐야 천국에 간다"며 여신도 5명을 꾀어 상습 간음한 혐의로 1991년 3월 구속 영장이 청구되기도 했다. <오마이뉴스>는 1980년대부터 최근까지 교회 목사들의 성추문 관련 기사·서적 등을 분석해봤다(일시·장소·나이 등은 당시 언론에 보도된 대로 표기함).

[1980년~1990년대] "하나님 명령"이라며 여신도들 성추행해 고소된 목사

▲ "하나님 명령이다" 여신도 3명 성추행한 ㅎ목사(47세·남·강남 대치동 ㅅ장로교회) 검찰 고소 -1991년 12월 10일 <경향신문> 14면
▲ "몸 합쳐야 천국 간다" 여신도 5명 상습 간음 혐의 ㅎ목사(62세·남·서울 강동구 고덕동 ㅅ교회) 구속 영장 -1991년 3월 13일 한겨레15면
▲ 여신도 6명 상습 성폭행·'몰카' 찍어 협박한 이혁용 목사(32세·남·서울 강동구 천호동 M 교회) 구속영장 -1992년 11월 23일 <동아일보> 22면
▲ 부모 잃은 고아, 양녀 삼은 뒤 13년간 상습 성폭행한 우완용 목사(42세·남·인천시ㅇ교회) 징역 5년 -1994년 10월 10일 <한겨레>·<경향> 23면
▲ "남편에게 알리면 죽이겠다." 새벽기도서 만난 주부 여신도 9년간 상습 성폭행·금품 갈취한 인호건 목사(41세·남·경기 양주 장흥면 송추감리교회) 긴급 구속 -1995년 1월 13일 <동아일보> 31면

목사 성추문 관련 과거 기사를 분석한 결과 교회 내 성범죄는 주로 남성 목사-여성 신도 사이에서 주로 발생했다. '성직자-신도'라는, 특수하고도 수직적인 관계가 대부분이었다. 범죄 발생 장소는 대개 인적이 드문 기도원이나 교회 등 인근 장소였으나, 때에 따라 길에서도 발생하는 등 다양했다.

이와 관련해 조용신 한국성폭력위기센터 센터장은 지난해 5월 '교회 성폭력의 현실과 과제' 포럼에서 "성직자에 의한 성폭력 피해는 폭력·위협보다는 유인·위계가 많이 작용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상담현장에 접수된 성폭력은 가해자가 대부분 성직자(목사·전도사)이고, 피해자가 (여)신도·하급 성직자·교회 직원"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범죄를 저지른 목사들은 자신의 직위를 십분 활용하는 모습이었다. 자신이 교장으로 있는 신학원 여학생들을 성폭행하거나, 자신이 시설장으로 있는 시설의 장애인 원생들을 성폭행하는 식이다. 교장·시설장·담임목사 등 권력의 정점에 있는 본인의 지위를 활용해 상대 여성을 성추행, 성폭행해 구속되는 경우가 많았다.

범죄를 저지른 목사들은 특히 자신의 직위를 십분 활용하는 모습이었다. 1991년 <경향신문>에 보도된 ㅎ목사는 "하나님의 명령"이라며 여신도들을 성추행하기도 했다.
 범죄를 저지른 목사들은 특히 자신의 직위를 십분 활용하는 모습이었다. 1991년 <경향신문>에 보도된 ㅎ목사는 "하나님의 명령"이라며 여신도들을 성추행하기도 했다.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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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예로 19~20세 초반이던 여신학생 2명을 성폭행한 혐의로 1994년 6월 구속된 최일홍 목사(48세·남·부산 금정구 부곡동 목양선교교회), 장애인 수용시설 원생들을 성폭행한 혐의로 1991년 8월 구속된 시설장 김만규 목사(41세·남·충남 천안군 성환읍)가 있다. 한 목사는 새벽기도에 나온 40대 여신도를 상습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경기의정부 경찰서는 12일 유부녀를 상습적으로 성폭행한 경기 양주 장흥면 송추감리교회 목사 인호건씨(41)를 긴급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인 목사는 지난 85년 3월경 연천군 초성리 감리교회에서 목사로 있을 때 새벽기도를 온 교인 이모씨(41)를 강제로 성폭행한 뒤 "남편에게 알리면 죽여 버리겠다"고 협박, 9년 동안 매달 한두 차례씩 상습적으로 성폭행하고 현금 300만원까지 갈취한 혐의다.(1995년1월 <동아일보>)

[2000년~2010년대] '목사 성추행' 검색하니 쏟아지는 기사들... "잘못된 신격화"

2000년대로 넘어오면서 언론에 보도되는 교회 목사들 성범죄도 늘어난 추세다. 15일 포털사이트에서 '목사 성추행'으로 뉴스를 검색한 결과 <네이버> 2145건, <다음> 2520건이 노출됐다. '목사 성폭행'도 마찬가지였다. '10대 처조카 수년간 성폭행한 목사, 징역 10년 선고' 기사 등 <네이버> 3813건 뉴스, <다음> 3390건의 뉴스가 도출됐다.

기사 특성상 제목과 내용이 다소 자극적이라는 점, 관련 검색어로 어뷰징하는 기사(abusing: 언론사가 클릭 수를 올리기 위해 비슷한 기사를 재전송하는 것)가 있음을  고려하더라도 꽤 높은 수치다. '교회 목사 성추문'과 관련해, 2000년대 사례를 따로 정리하기 어려울 만큼 많은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 2009년 10월, "나와 성관계하는 건 하나님의 뜻"이라며 20대 여신도 6명 등을 수차례 걸쳐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된 T종교단체 조아무개 목사(46) 구속
▲ 2010년 9월, 청년 사역 성공모델로 꼽히던 '스타 목사' 전병욱 목사(전 삼일교회, 현 홍대새교회)가 목회실에서 여신도에게 구강성교를 강요한 의혹 등 당시 10여년 간 여신도를 상습 성추행했다고 언론에 보도돼 논란
▲ 2011년 1월, 경기 군포 교회 목사 강아무개(64)씨, 2006년부터 4년간 미성년 여신도 김양(15세) 등 신도 2명 13차례 성폭행, 10대 남녀 신도 성추행해 징역 9년 선고 

▲ 2012년 8월, 현직 목사가 초등학교 5학년이던 친딸을 성폭행, 약 9년간 상습 강간해 징역 선고. 딸은 이후 당시 일을 책으로 출판(<눈물도 빛을 만나면 반짝인다>).
▲ 2013년 3월, 전도사 시절 여신도를 성폭행하고 변태행위 강요·촬영한 목사 정아무개씨(39) 징역13년 선고
▲ 2016년 6월, 인천 A감리교회 청년부 담당 심아무개 목사(35), 20대 여신도 성폭행해 징역 3년 선고
▲ 2016년 8월, 전남 광주의 담임목사(65), 전도하겠다며 만난 지적장애 여고생 2명 강제 성추행한 혐의로 경찰 구속

대표 사례로는 2010년 여신도 구강성교 강요 의혹 등 성추행 문제가 불거져 교회를 옮기고 징계를 받은 전병욱 목사(현54세·남·현 홍대새교회·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청소년 사역 단체 대표였으나 과거 18세 미성년자에게 수차례 성관계 강요한 사실이 알려져 지난 8월 면직 당한 이동현 목사(현49세·남·전 라이즈업무브먼트 대표·대한예수교장로회 고신) 등이 꼽힌다. 전 목사 측은 그러나 작년 7~8월 "(성추행은) 구강성교가 아니었다", "자극적인 농담"이었다고 주장했다.

'구강성교 강요'의혹 등 여신도 강제 성추행 논란이 불거져 교회를 옮긴 전병욱 목사. 2013년 3월, "피해자에게 사죄하고 싶지 않느냐"란는 <뉴스타파M> 질문에 전 목사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전 목사 측은 이와 관련, 2015년 8월"성추행 피해는 단 한 건","구강성교 아닌 자극적 농담"이라며 "(나머지는)뉴스타파의 악의적 편집"이라고 주장했다.
 '구강성교 강요'의혹 등 여신도 강제 성추행 논란이 불거져 교회를 옮긴 전병욱 목사. 2013년 3월, "피해자에게 사죄하고 싶지 않느냐"란는 <뉴스타파M> 질문에 전 목사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전 목사 측은 이와 관련, 2015년 8월"성추행 피해는 단 한 건","구강성교 아닌 자극적 농담"이라며 "(나머지는)뉴스타파의 악의적 편집"이라고 주장했다.
ⓒ 뉴스타파M, 조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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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뿐 아니다. 지난 9일, <오마이뉴스>는 그간 이주민 인권 운동 등 활발한 사회선교로 '이주노동자의 아버지'라 불리던 김해성 목사(현56세·남·중국동포교회·한국기독교장로회 소속)의 성추문을 단독 보도했다. 김 목사는 자신이 대표로 있는 단체의 여직원을 성관계를 미끼로 한 금품 갈취 등 혐의로 고소했으며, 교회 여신도 A씨를 수차례 성추행한 의혹을 받고 있다.

[관련 기사]
'이주노동자의 대부' 김해성 목사 성추문 의혹(첫 보도)
"가슴 만지고 태연하게 설교, 너무 황당했어요"(피해자 인터뷰)

한편, 유명 목사의 발언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물의를 빚은 일도 있다. 2005년 1월 전광훈 목사(현 사랑제일교회, 청교도영성훈련원장)가 약 2000명 목사들 앞에서 "(교회) 여집사들은 날 얼마나 좋아하는지 빤스(팬티) 벗으라면 다 벗는다",  2006년4월 설교 중 "강대상에서 앞에 앉아 있는 X들 보면 젖꼭지 새카만 게 다 보인다, 그럼 돼 안 돼?"라는 등 발언을 한 사실이 알려져 큰 논란이 일었다. 그러나 전 목사는 같은 해<뉴스앤조이>, 2011년<한겨레> 등 인터뷰에서 이렇게 해명했다.

"최근 교회에서 목사-여신도 간 성적인 문제가 많이 벌어지는데, 다수 목사들은 여신도가 유혹해서 생긴 일이라고 변명한다. 그래서 내가 '그건 변명이 안 된다, 목사가 빤스 벗으라고 하면 안 벗을 여신도가 어디 있나, 목사가 정신을 차려야 한다'는 맥락에서 한 발언이었다. 또, 그(설교)자리에 있던 여집사님들은 아무도 내 발언으로 수치심을 느끼지 않았다."

"목사, '영적인 아버지'로서 교회 내 강한 권한 행사"

수많은 언론 보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목사들의 성추문이 반복되는 것은 왜일까. 조용신 한국성폭력위기센터 센터장은 "가부장제 아버지를 뛰어넘은, '영적인 아버지'로서의 성직자의 강력한 권한 행사"를 꼽는다. 교회 내에 목사에 대한 잘못된 신격화를 강요하는 분위기가 있고, 이에 오히려 피해자의 의견이 묵살되기 쉽다는 지적이다. 

이런 분위기 탓인지 교회 내에서 성범죄 사건이 발생해도 가해자(주로 남성목사)들은 교회를 옮겨 목회를 계속하는 반면, 피해자(주로 여성신도)들은 아예 교회를 떠나거나 연락이 끊기는 경우가 다수였다. 전병욱·이동현 목사 사건의 피해자들이 그 예다.

"성직자는 강력한 권한을 교회에서 행사하며, 신도들에게 '영적인 아버지'로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교회에서는 '목사님을 통해 복을 받는다', '목사를 비판하면 저주 받는다'는 등 잘못된 신격화와 무책임한 맹신이 강요되며, 목사의 성범죄와 관련해서도 오히려 이를 은폐·비호하는 등 매우 관용적인 분위기다."(2015년 5월 '교회 성폭력의 현실과 과제' 포럼, 조용신 센터장)

교회 목사들의 성추문이 끊임없이 반복되지만, 교회법으로도 성범죄를 처벌할 명확한 징계 규정이나 근거는 아직 없는 게 현실이다. 목회자의 '성범죄'를 처벌하는 교단도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음 기사에서는 교회 목사들의 성범죄가 반복될 수밖에 없는 교회 내 구조적 이유를 살펴본다.

[목사 성추문 '흑역사'➁] 교회 목사 성추문, 매번 반복되는 이유는 '이것'


태그:#목사 성추문, #김해성, #전병욱, #이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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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오마이뉴스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매일매일 냉탕과 온탕을 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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