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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5일 오전(현지시간)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 한중 정상 악수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5일 오전(현지시간)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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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한국 두 나라 모두 정권교체 시기

지난 5일 한중정상회담이 진행됐다. 지난 7월 한국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으로 인해 양국의 관계가 매우 안 좋다는 일반적인 평가 속에서 회담이 열렸다. 불투명하던 양국 정상 회담이 G20 정상회의 개최 직전에 결정되는 바람에 양국 간에 뭔가 획기적인 의견 조율의 결과가 있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워낙 그동안 확인된 양국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었기에, 기대보다는 내년 중국식 정권 교체, 즉 제19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를 앞두고 한창 물밑 작업 중인 관계 때문이지, 여태껏 최고 지도부 단위에서의 반응이 없었던 까닭에 중국의 최고 지도자인 시진핑이 어떤 톤과 표현으로 사드 배치를 반대할지에 세간의 귀추가 쏠렸다.

결과는 예상대로(?) 토마스 쿤이 말한 서로의 관점과 시각에 대한 교류나 소통이라기보다는 강변하는 패러다임의 '분절화'가 나타났다. 그러나 양국이 이번 사안의 본질에 대해서는 일정한 공식을 형성하는 계기가 된 것으로 평가된다.

각자의 입장만 평행선을 달리는 한국과 중국

전반적인 평가로는 이른바 패러다임의 분절화가 발생했다고 할 수 있다. 즉 언론에 공개된 정상회담 모두 발언을 살펴보면, 먼저 중국은 김신 장군의 '음수사원(飲水思源), 한중우의(韓中友誼)'의 예를 들며 중한 관계의 중요성을 상기시키고 관련 논의의 전개를 희망했다. 시각에 따라서, 특히 '음수사원'의 뜻은 현재의 한국에 대한 중국의 인식을 반영하듯 매우 감정적인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서두에서 밝힌 바에 따르면, 그 톤이 상당히 강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다음으로 한국은 중국의 한중관계의 인연과 중요성에 대한 상기에 동의를 표시하고, 양국 및 한반도 정세에 대한 논의의 전개를 기대했다. 모두 발언만 보면, 양국 모두 논의의 진전을 기대하는 측면이 있음을 읽을 수 있다. 그러나 막상 회담의 결과는 별다른 것이 없었다. 단지 중국 측 지역 갈등 증폭 가능성을 이유로 한 분명한 사드 반대와 북핵 문제에 대해서는 한반도 비행화와 평화 안정 유지 그리고 대화와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을, 한국은 북한 핵 위협 억제를 위한 사드 배치의 불가피성 주장 등 기존 입장을 반복했을 뿐이다.

기실 한국 내 사드 배치에 대한 국내외의 견해는 현상적으로 사드 배치의 이유, 효용성과 부작용 등과 관련한 찬성과 반대 측의 의견이 팽팽히 대립하고 있다. 이 의견들은 모두 북한 및 한반도 문제, 미중 패권 경쟁 등과 같은 연관된 문제에 대한 태도와 입장을 내포한다는 점에서 가히 '어떤 한 시대 사람들의 견해나 사고를 근본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테두리로서의 인식의 체계 또는 사물에 대한 이론적인 틀이나 체계를 의미하는' 패러다임 급이다.

그러나 이 개념은 토마스 쿤이 지식의 절대성 보다는 상대성과 주관성을 강조하기 위해 제출했다는 점을 상기할 때 여러 패러다임간의 경쟁은 필연적이라 할 수 있다. 물론 다른 시각과 견해와의 소통과 교류를 진행하기 보다는 대립과 비판이 주가 되는 패러다임의 분절화가 현실적으로 만연한다.

이번 한중 정상회담에서도 바로 이런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기실 이런 현상의 조짐은 직전에 열린 한러, 중미 정상회담에서도 이미 나타났기에 그리 큰 이변이 발생했다고 볼 수는 없다. 따라서 한국 측이 제시했다고 알려진, 중국·러시아용으로 보이는 북한 핵 문제가 해결된다면 사드는 필요 없을 것이라는 '조건부 사드 배치론'은 역시 그 설득은 물론이거니와 주목을 끄는 데에도 별 효과가 없었다. 각자 서로의 패러다임만을 강변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한미중 3자 협의론에 중국 언론 관심

그러나 굳이 성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이른바 사드 배치 문제와 관련한 '한·미·중 3자 협의론'은 중국으로부터 일정한 주목을 끌었다는 것이다. 특히 중국이 주목한 것은 청와대 관계자가 말했다고 보도된 사드 배치 문제의 본질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인식이다. 즉 한국 내 사드 배치와 관련된 국제적 갈등의 본질은 미중간 경쟁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3자가 모여서 관련 문제에 대한 협의를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중국 언론은 그 현실 가능성은 낮게 보지만, 비교적 상세하게 보도하는 등 관심을 보이고 있다. 왜냐하면 중국은 일관되게 한국 내 사드 배치가 미국의 대 중국 견제용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사드 배치 발표 초기만 해도 한국의 자주권의 문제라고 못 박은 입장에서 한 발짝 양보했다는 인상을 주기도 하기에 중국에 대해 일정한 성의를 보인 것으로 해석하는 의견도 존재한다.

중국은 미국의 아시아로의 회귀 정책으로 인해 이미 상당한 압박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실제로 그 결과가 세력 재편일지 아니면 세력 전이일지는 아직 결론 내리기 힘드나, 양국 간에 국제정치경제질서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경쟁이 현실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현재의 패권국인 미국은, 역사적으로 그래왔듯이, 잠재적 패권 도전국에 대해 다양한 측면과 수준에서의 견제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의 그 대상국인 중국에 대해서도, 이미 많이 언급됐듯이, 아시아로의 회귀 정책을 실시 중에 있다. 이 정책은 미국의 인정 여부와 관련 없이 동아시아에 있어서의 대 중국 포위 전략임에 분명하다. 이 지역에서의 기존의 분쟁 잠재 지역 즉 센카쿠 열도, 남중국해 등에서의 분쟁에 미국이 적극 개입하면서 중국을 매우 강한 수준으로 압박하고 있다.

한편 현재 명물허전의 패권국인 미국의 이런 조치에 대해 중국은 전면 대응하기보다 우회 전략을 펼치고 있다. 물론 대내적으로는 시진핑이 취임 일성으로 밝힌 '중국의 꿈' 담화에서와 같이 구체적인 시간표까지 밝히면서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현실적인 외교 정책의 차원에서 이와는 달리 적극적이지만은 않은 전략으로의 수정을 진행했다. 개혁·개방 시기의 대외 전략의 핵심이던 태평양과 동북아시아 중심의 동진 전략을 중앙아시아와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하는 서진 전략으로 변경한 것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사실상 미국과의 마찰을 부담스러워한 것이라고 판단된다. 2012년경부터 본격화된 이 전략은 현재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중국의 서진정책과 미국의 대중국 압박

그러나 미국은 중국의 이러한 전략 변경에도 불구하고 예상보다 더 집요하게 압박하고 있다. 실제로 이 일대일로 중 일로 즉 해상실크로드 구축 계획은 남중국해 분쟁과 이로 인한 동남아 국가들의 소극적인 반응으로 인해 거의 진척이 없다. 대신 러시아의 영향권인 중앙아시아 국가들을 대상으로 한 일대 사업에서만 일정한 성과를 내고 있다.

상황이 이러니 자칫하면 내정간섭으로도 비쳐질 수 있는 한국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해 명시적인 반대 입장을 제출한 것이다. 중국으로서는 실제 위협의 정도와 무관하게, 한층 더 자신을 압박하려는 조치로 이해하고 있는 것이다.

또 한국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 이후 대응을 살펴보면 중국의 이러한 불안감의 수준을 파악할 수 있다. 7월 초 한국 정부의 발표 이후 중국이 우선 취한 조치는 국내 불안감 해소를 위한 것이었다. 중국은 7월 24일 CCTV 뉴스를 통해 자국이 2010년 1월과 2013년 5월 그리고 2014년 7월에 중간 단계 요격 실험에 성공했고, 이는 미국과 유사한 수준의 미사일 방어 기술을 보유한 것이라고 다소 시기에 맞지 않는 사실을 보도했다.

자국민들에게 안심하라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또 중국 군사위원회 주석이기도 한 시진핑은 7월 27일 육군 기관을 시찰한 자리에서, 항일전쟁 시기 적의 교통망이나 통신 시설, 기계 설비, 거점 등을 파괴하는 전투를 가리키는 '포습(破襲)전'에 대한 준비에 만전을 기하라고 지시했다. 필요시 사드 배치 지점에 대한 직접 공격을 의미하는 것으로 중국 전문가들은 해석하고 있다. 더 나아가 중국 군사전문가들은 이를 위해 둥펑(東風)계열 미사일의 기동성 강화와 공대지 미사일화를 구체적인 방안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이렇게 봤을 때, 중국의 이렇게 명시적인 반대 의사 표시 외에도, 구체적인 대 국민 안심 메시지 전달과 군사적 대응 준비에 나설 정도로 긴장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한국 내 사드 배치의 본질 즉 미중 패권 경쟁 구도 하에서의 미국의 전방위적인 압박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3자 협의론은 중국의 초기 반응의 냉담함과는 달리 관심 끌기에는 일정한 효과가 있다고 판단된다. 냉담함의 원인은 한국의 제안에 있다기보다 미국이 받아들일지 등 현실성 여부에 있다고 할 수 있다.

한반도신뢰프로세스의 운명은?

하나의 패러다임이 중세 시대 천동설과 같이 '도그마(dogma)'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그 오류 가능성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한국 정부가 북핵 문제 해결이라는 목적을 위해, 더욱 강력한 제재의 수단으로 선택한 사드 배치 결정으로 인해 발생한 국내 및 국제적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시간과 정력을 쏟은 시기에 북한은 제5차 핵실험을 단행했다.

지금 시기에 현재 받아들인 패러다임의 오류 가능성에 착목해야 한다. 사드 배치와 관련된 문제의 본질을 적절하게 파악한 만큼 기왕 제안한 한·미·중 3자 협의를 통해 현실적 대안을 마련한다면 실제적인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돌입하기에 아직 늦지 않았다. 패러다임은 달라도 문제의 본질은 하나이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주장환 박사는 한신대 중국학과 교수입니다. 코리아연구원 홈페이지(knsi.org)에도 함께 실립니다.



태그:#한중정상회담, #시진핑, #사드, #한미중 3자 협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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