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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가 사라진다. 글로벌 저성장 기조와 기술의 발달은 우리 모두를 일자리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평생직장의 시대는 오래 전 끝났고, 100세시대 누구나 2~3번의 일(業)을 해야 생존한다. 국가도 사회도 답해줄 수 없는 문제, 결국 개인이 스스로 답을 찾아야 한다. 내 일은 내가 만들어가야 하는 시대다. 직장을 다니면서, 또는 홀로서기를 통해 '1인기업'을 운영해온 이들에게서 답을 찾고자 한다. '직장 다닌다고 직업 생기지 않는다'는 사실을 일찍 간파한 '1인기업가'들의 경험담을 통해 해법을 찾아본다. [편집자말]
컬러테라피스트 심민아 루미나 대표.
 컬러테라피스트 심민아 루미나 대표.
ⓒ 심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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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시절 피부질환 때문에 학교를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자신을 괴롭혔던 병에 대한 호기심으로 서경대 미용예술학과에 진학해 피부과학을 전공했다. 망가졌던 피부가 완치되면 행복할 것 같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얼굴의 문제가 아닌 마음의 문제가 남아있었던 것이다.

2004년 일본 색채학교에서 컬러테라피스트 색채심리전문가 과정 수료한 후 인간 심리에 대한 집요한 호기심이 그를 또 다른 학문의 길로 이끌었다. 학사편입으로 성균관대 생명공학대학에 진학, 뇌과학을 전공하게 된 것. '마음'이라는 키워드에 꽂혀 20대 내내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찾아 헤맸고 서른이 돼서야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찾았다. 바로 '트루 컬러'를 통해 사람들이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도록 돕는 일, 컬러테라피스트 심민아(34) 루미나 대표 이야기다.

색채학교 수료하고 뇌과학 전공... 서른에 하고 싶은 일 찾아

"컬러테라피(color therapy)라고 하면 보편적으로 색을 통해 마음을 치유하는 심리 트레이닝 기법 중 하나로 알고 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컬러테라피의 개념은 마음 치유에서 한 발 더 나아가 현실에서도 변화가 일어나는 것입니다. 각자의 창조성을 회복해 타고난 잠재력과 비전을 발견해 나가는 과정이죠."

창의교육기업 더플레이컴퍼니 컨설턴트로 직장생활을 시작한 심씨는 현재 컬러테라피스트 5년 차, 자신의 이름을 건 1인기업 루미나 대표 3년 차에 접어들었다. 올해 초 법인으로 전환한 루미나는 컬러와 심리를 기반으로 한 컨설팅 및 콘텐츠 개발 업무를 하고 있다.

심씨의 일은 루미나 내부적으로 진행하는 컬러테라피 상담과 전문가 양성과정, 그리고 기업 강연 등 외부 프로젝트로 나뉜다. 광화문에 위치한 루미나 스튜디오에서 진행하는 일대일 심리상담엔 '내가 누구인지 모르겠다'는 30~40대부터 '늦었지만 적성을 찾고 싶다'는 50~6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고객이 찾는다. 또한 컬러테라피스트 전문가 양성과정은 일본 색채학교, 영국 오라소마, 뇌과학 전공 등 세 가지 경험을 기반으로 심씨가 직접 설계한 독창적 콘텐츠로 진행한다.

외부 활동으로는 기업 워크숍과 지자체, 기관의 대형 프로젝트가 있다. 삼성전자, 현대차 등의 대기업이 구성원들의 소통, 조직 활성화, 스트레스 해소 등을 목적으로 컬러테라피를 활용한 워크숍을 요청해오면 강연 형식으로 진행한다.

최근에는 지자체나 기관으로부터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 빅게임 등 대형 프로젝트를 요청받는 일이 많아졌다. 지난 7월 은행연합회가 주최한 '더 로스트 시티(The Lost City)' 금융 빅게임이나 9월 초 청주 직지국제페스티벌에서 진행한 '청주 직지코드1377' 같은 대형 외부행사도 루미나의 프로젝트 중 하나다.

"게이미피케이션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지만 올해 제가 가장 주력하는 것은 컬러 테라피라는 본질에 집중해서 사람들이 자신의 트루 컬러를 발견하고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입니다.

그것을 위해 여러 가지 솔루션 개발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어요. 심리적으로 건강하게 사는 방법 중 하나로 '트루컬러 닥터'라는 솔루션을 개발 중입니다. 심리상담사나 정신과 의사를 만나지 않더라도 스스로가 주치의가 돼 할 수 있는 것들입니다. 간단한 명상처럼 내면에 집중하는 시간 1분만 있어도 우리 삶의 질이 달라지는 것을 체험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못하는 것은 단지 배우지 못해서죠."

1인기업 3년 차에 연매출 2억~3억 원, 연봉은 대기업 과장급

2015년 10월 서울시 창조전문인력양성사업으로 에듀테이너 양성과정을 진행중인 심민아씨.
 2015년 10월 서울시 창조전문인력양성사업으로 에듀테이너 양성과정을 진행중인 심민아씨.
ⓒ 심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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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컬러테라피스트로 일을 시작할 땐 지금처럼 회사까지 차릴 생각은 없었다. 그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 행복하겠다는 소박한 바람으로 시작했고, 하다 보니 그 일로 먹고살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버티다 보니 지금은 생업으로서도 당당한 일이 됐다. 심씨는 올해 루미나의 연매출 2억~3억 원을 바라보며, 자신의 연봉은 대기업 과장 수준은 되는 것 같다고 말한다. 하지만 아직은 수입의 많은 부분이 콘텐츠 개발 등 재투자에 고스란히 들어가는 상황이다.

"제가 처음 컬러테라피를 할 때는 '그게 뭔데? 그걸 해서 무슨 효과가 있는 거야?'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눈으로 효과를 확인하고 삶에서도 물질적인 변화를 일으키길 원하죠. 하지만 '심리' 문제는 시간이 걸리는 일이고 바로 효과를 확인하기도 힘듭니다. 처음엔 이런 것들을 설득하는 것이 매우 힘들었습니다."

컬러테라피스트 전문가 양성과정 역시 많은 사람들의 요청으로 시작했다. 2015년 3월부터 시작 7기생을 모집한 컬러 테라피스트 전문가 양성과정은 20명 조금 넘는 소수정예 인원으로 진행한다.

최근엔 대기업을 퇴사한 수강생들이 부쩍 늘었다. 기본과정, 전문가 레벨1, 전문가 레벨2 과정을 거쳐 에세이 제출 및 자신의 컬러테라피 워크샵을 시연해야 수료할 수 있다. 컬러테라피스트 전문가로 활동하려면 자신의 심리적 특성을 먼저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하므로 최소 6개월 과정을 수강해야 한다.

"대기업에 다니다 오신 분들이 겪는 '멘붕 포인트'가 있어요. 그들은 뭐든지 열심히 빨리 하면 되는 줄 알아요. 무슨 일이든 회사에서 일하듯이 해요. 하지만 자신을 발견하는 일은 그렇게 열심히 빨리 해서 되는 일이 아니거든요. 속도도 느리고 스스로 발견할 수 있는 시간과 환경이 필요한데 그들이 살아왔던 삶은 그렇지 않았던 거죠."

사실 멀쩡한 직장을 그만두고 나와 자신을 찾는데 시간과 돈을 쓴다고 하면 어느 누구도 응원해주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응원은커녕 '쓸데없이 자아찾기나 하고 있느냐, 소득도 없는데 어떻게 먹고 살려느냐' 등등 비난받기 쉽다. 심지어 부모마저 '심리' 해서 입에 풀칠이나 하겠느냐고 걱정한다. 사방에서 핍박 받고 반대하니 초조해 질 수밖에 없다.

'타고난 성향대로 살아가는 것' 기다려주지 않는 토양이 문제

지난 7월 열린 발렌타인 마스터스 클래스.
 지난 7월 열린 발렌타인 마스터스 클래스.
ⓒ 심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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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양성과정 중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이걸 하면 먹고살 수 있나요, 돈을 벌 수는 있나요'입니다. 저도 그 과정을 겪어왔기 때문에 이해는 하지만 '당장 돈을 언제부터 벌 수 있나요' 이렇게 물으면 어떤 확답도 해줄 수 없어요. 스스로 자신의 심리상태를 인정하고 확신을 키우는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이 있으니까요. 비단 컬러테라피뿐만 아니라 다른 어떤 영역도 마찬가지라 생각합니다."

생소한 직업인 컬러테라피스트로서 살아가는 심씨가 생각하는 가장 힘든 점은 따로 있다. 바로 사람들이 자신의 타고난 성향으로 살아가는 것을 기다려주고 지원해주지 않는 우리 사회의 각박한 토양이다. 

"요즘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정책들이 많지만 기술 위주의 스타트업에 쏠려 있는 것 같습니다. 본질적인 것을 찾는데 집중하는 창업자에 대한 지원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또 정부 사업 지원 절차도 좀더 간편했으면 좋겠습니다. "

심씨는 컬러테라피스트가 되고자 하는 이들 또는 1인기업가의 길을 가려는 이들에게 공통되는 조언을 했다.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것 자체가 현실적으로 힘든 일입니다. 학교에서 배운 적도 없고 사회에서 지원해주지 않아요. 1인기업이든 컬러테라피스트든 어디에도 내 편이 없는 외롭고 고독한 작업입니다.

하지만 한걸음 떨어져서 되돌아보면 어렵게 자신을 찾는 이 과정은 무척 소중하다고 느껴질 겁니다. 이 시간은 지금밖에 없습니다.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은 회피하거나 요령을 피울 수 없습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당신이 부족해서도 아니고 당신만 힘든 것도 아니라는 것입니다."

국내에선 아직 컬러테라피를 전문적으로 배울 수 있는 기관이 적고 민간자격증만 있는 상황이다. 자격증 취득 후에도 정식으로 트레이닝 할 수 있는 시스템이 부족하다. 그래서 이 분야는 스스로 개척하고 길을 만들어 온 이들이 이끌어가고 있다. 심씨는 최근 컬러테라피를 학문으로 다루고 연구하는 일에 힘을 보태게 됐다. 9월부터 고려대 심리학과 한성열 교수가 오픈한 만풀 아카데미 컬러테라피 12주 과정에 강사로 참여하기로 한 것이다. 평생교육대학원 졸업생을 대상으로 상담심리 현장에서 활동하는 이들이 함께한다. 상담심리 분야의 한 축으로 인정받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1인기업이라면 매순간 불안하고 두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극복방법은 불안과 두려움을 기꺼이 안고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뿐입니다. 컬러테라피스트 수강생들이 많이 하는 말이 '나는 아직 준비가 안 돼서...'입니다. 이들은 마음에도 레벨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누구나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있고 그것으로도 충분합니다."

컬러테라피 강의를 진행중인 심민아 루미나 대표.
 컬러테라피 강의를 진행중인 심민아 루미나 대표.
ⓒ 심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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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1인기업, #컬러테라피, #심리상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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