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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과 일본군 위안부 피해 김복동·길원옥 할머니, '기억의 터' 추진위 관계자 등이 29일 기억의 터 제막식을 갖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일본군 위안부 피해 김복동·길원옥 할머니, '기억의 터' 추진위 관계자 등이 29일 기억의 터 제막식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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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대통령이 바뀌었어도 이렇게 (우리의) 속이 상하게 한 대통령이 없다."

29일 오후 서울 남산 통감관저터. 일제에게 나라를 빼앗긴 지 106년 되는 경술국치일이기도 한 이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아픔을 기리고 기억하는 공간인 '기억의 터' 제막식이 열렸다.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는 이 자리에서 최근 정부가 작년말 일본과 맺은 합의에 따라 피해자들에게 현금을 지급하려고 하는 움직임을 강력 비판하고 나섰다.

김 할머니는 "김영삼 대통령 때도 일본서 위로금 준다는 것 필요 없다며 (우리에게) 임대주택을 줘서 편안하게 해줬고, 김대중 대통령 때도 혹시나 생활에 고통받을까봐 힘써줬다"며 "(역대 대통령들이) 끝을 맺지는 못했지만 할머니들을 이렇게 괴롭힌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김 할머니는 "(정부가) 시골의 위안부 할머니들을 방방곡곡 찾아다니며 '언제 죽을지 모르니 살았을 때 단돈 한 푼이라도 받아야 되지 않겠냐'고 꼬시고 있지만, 그에 넘어가는 사람은 자기 집안에 끌려간 사람을 팔아먹는 것밖에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아베가 정권을 잡고 있으니 그가 기자들 모아놓고 사죄하고 할머니들 명예회복 시켜준 뒤 그 다음 배상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1백억이 아니라 1천억 줘도 못받는다"고 못 박았다.

최영희 '기억의 터' 추진위원장도 "소녀상 옮기는 얘기가 나올 때마다 기억의터가 언급되는데 여기는 소녀상을 감추어두는 골방이나 피난처가 아니다"며 "소녀상은 그 자리에서 20여 년을 싸웠던 할머니들의 고통의 눈물과 함성이 담긴 곳이므로 그곳에 있어야 역사다, 어느 누구도 옮길 수 없다"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일본이 진정한 사죄와 반성의 토대 위에서 엄정한 배상과 재발방지조치를 취하긴커녕 다시 군국주의 부활을 예고하는 상황에서 더욱 한심한 것은 우리 정부의 태도"라며 "할머니들에게 필요한 것은 돈이 아니고 진정한 사과"라고 역설했다.

박 시장은 이어 정부가 위안부 기록의 유네스코기록유산 등재 추진예산도 집행하지 않는다고 해서 서울시가 책임지겠다고 약속한 사실을 상기시키고, "이 공간도 서울시가 잘 관리하고 가꿔가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기억의 터'에는 임옥상 화백의 지휘 아래 <대지의 눈>, <세상의 배꼽> 등 두 개의 작품이 설치됐으며, 통감관저터 표지석과 1900년대 일본 공사였던 하야시 곤스케(林權助)의 '거꾸로 세운 동상'이 함께 전시돼 있다.

<대지의 눈>에는 고 김순덕 할머니의 그림 '끌려감'과 함께 피해 할머니 247명의 이름과 증언을 시기별(끌려가던 순간, 위안소에서의 처절한 삶, 귀향하던 때, 반세기의 침묵을 깬 이후 인권활동가로서의 새로운 삶)로 새겼다.

<세상의 배꼽>은 윤석남 화가가 만들었으며, '기억하지 않는 역사는 되풀이된다'는 글귀가 한글,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으로 새겨졌다. 주위에는 전국, 전 세계에서 마음을 모아온 할머니들과 국민들을 뜻하는 자연석들이 설치됐다.

'기억의 터'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가 세계적 인권 이슈로 부각되었는데도, 그 아픔을 기리고 기억하는 공간조차 없다는 자각에서 작년 조성추진위가 구성됐으며, 범국민 모금운동을 벌여 초등생부터 피해 할머니, 단체, 공무원노조 등 모두 1만 9755명이 모금에 참가했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일본군 위안부 피해 김복동 할머니가 29일 남산 '기억의 터' 제막식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일본군 위안부 피해 김복동 할머니가 29일 남산 '기억의 터' 제막식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 서울시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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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과 김복동·길원옥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 등이 29일 오후 남산 통감관저터에 조성된 '기억의 터' 제막식을 열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김복동·길원옥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 등이 29일 오후 남산 통감관저터에 조성된 '기억의 터' 제막식을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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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박원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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