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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촌 5년째. 농촌 오지에서의 생활을 하려면 쥐, 뱀, 고라니... 야생동물과 지네, 벌, 각종 벌레 등과 더불어 함께 살아가야 하지만, 집안에 쥐들이 드나들기 시작하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쥐가 뚫어 놓은 쥐구멍으로 뱀, 지네 등 다른 벌레들이 침입하는 통로가 되고 각종 무서운 병을 옮기는 원인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1년 동안 쥐가 외벽에 긴 터널을 뚫어 냉장고에 서식을 하며 음식물을 도적질하고, 냉장고 엔진을 불타게 하는 등 심각한 문제를 일으켰는데, 우여곡절을 겪으며 쥐를 퇴치하는 과정을 취재해 보았다. - 기자 말

벽에 터널을 파고 집안을 드나드는 들쥐. 몸 길이가 20cm가 넘은 것으로 보아 시궁쥐 종류다.
 벽에 터널을 파고 집안을 드나드는 들쥐. 몸 길이가 20cm가 넘은 것으로 보아 시궁쥐 종류다.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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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벽에 긴 터널을 파고 들어온 생쥐들

밤에만 주로 활동을 하는 쥐들은 약삭 빠르기 그지 없다. 작년부터 쥐들이 주로 밤에 다용도실에 놓아둔 쌀, 팥, 옥수수 등 곡식류들의 자루를 뜯어서 먹곤 했다. 아침에 다용도실에 들어가 보면 쥐들이 쌀자루에 구멍을 뚫어 먹다가 흘린 쌀의 낱알들이 자루 근처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쥐들이 어디를 통해서 안으로 들어왔는지를 파악을 해야 침입을 차단할 수 있을 텐데, 그 통로를 알아내기가 무척 어려웠다. 그러던 어느 날 다용도실 벽을 자세히 살펴보니 하얀 스티로폼이 팝콘처럼 하나 둘 떨어져 나와 있었다. 방한용으로 벽에 덧댄 스티로폼이다.

그렇다면 쥐들은 두툼한 스티로폼 내장 벽을 뚫고 터널을 만들어 다용도실로 들어온 것이 틀림없다. 어떻게 외부에서 벽을 뚫고 땅굴처럼 긴 터널을 만들어 벽을 타고 드나드는 쥐구멍을 만들었을까? 요즈음 부실공사로 무너진 '터널'에 대한 영화가 히트를 치고 있는데, 쥐가 만든 터널은 무너지지도 않는 모양이다.

쥐들이 두꺼운 방한벽을 갉아내어 스티로폼을 밖으로 쳐내고 밖에서 다용도실로 긴 터널을 파 통로를 만들어 놓고 있다.
 쥐들이 두꺼운 방한벽을 갉아내어 스티로폼을 밖으로 쳐내고 밖에서 다용도실로 긴 터널을 파 통로를 만들어 놓고 있다.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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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들은 형태상 딱딱한 물건 갉아먹기 선수다. 쥐의 이빨은 원래 치근(齒根)이 없어서 계속 자라난다. 한 쌍의 문치(門齒:앞니)는 끌 모양을, 그리고 구치(臼齒:어금니)는 치관부가 길다. 둘 다 치근이 없어 쥐들의 이빨은 평생 계속 자라난다. 문치는 그대로 두면 1년에 14cm나 자라나 결국 아무것도 먹지 못하게 된다.

쥐는 생후 2주부터 죽을 때까지 단단한 물질을 갉아 이가 자라나는 양 만큼 마모시켜야 한다. 갉는 물질은 나무, 옷감, 아연관, 플라스틱, 알루미늄 등 주위에 있는 딱딱한 물질 전부다. 전선줄을 갉아 누전을 시키거나 합선을 일으켜 화재를 일으키기도 한다.

그러므로 외부에서 들어오는 쥐구멍을 찾아내는 것이 급선무다. 그 입구를 알아내어 쥐구멍을 틀어 막아야 근본적으로 쥐들의 칩임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부 벽을 샅샅이 뒤져 쥐구멍을 찾았으나 도대체 어디에 출입구를 뚫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궁여지책으로 외부의 벽 둘레에 벽돌을 쌓아서 쥐들이 들어오지 못하도록 임시조치를 해 보았다.

그러나 소용없었다. 종류마다 차이는 있지만 쥐는 머리만 들이밀 수 있는 환경이면 어디든 침입이 가능하다. 직경 0.7cm~2cm의 작은 구멍이라도 틈만 있으면 출입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렇게 허술하게 방비를 해놓은 나를 보고 쥐들이 배꼽을 쥐고 비웃지 않았을까? 벽돌로 차단막을 쳐 놓았지만 여전히 쥐들은 다용도실을 보란 듯이 드나들었고, 심지어는 천장에서도 가끔 쿵쿵~딱딱 소리를 내며 달리기 경주를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벽돌을 쌓아 쥐구멍을 막았지만 어림없다. 쥐들은 0.7cm~2cm의 작은 구멍도 머리만 들어가면 침입을 한다.
 벽돌을 쌓아 쥐구멍을 막았지만 어림없다. 쥐들은 0.7cm~2cm의 작은 구멍도 머리만 들어가면 침입을 한다.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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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리 끝에 이번에는 쥐들이 드나들법한 다용도실 벽에 쥐덫과 살서제, 끈끈이를 놓아두었다. 요즘 개발되는 살서제는 만성제로 즉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목이 마르게 하고, 눈도 멀고, 귀도 멀게 하며, 모세혈관도 터지게 해서 밝은 곳으로 나가 서서히 죽게 하는 원리를 적용하고 있다.

그렇데 쥐들은 용케도 쥐덫을 잘 피해서 드나들었으며, 살서제도 먹지를 않았다. 딱 한 마리가 쥐덫에 걸려들기는 했지만, 쥐들은 동료 쥐의 사망사건에 아랑곳 하지 않고 계속 드나들었다. 쥐들은 참으로 영리하고 요망한 녀석들이란 생각이 새삼 다시 들었다.

쥐는 경계심이 강하여 낯선 물질을 보면 매우 조심스럽게 피한다. 새로운 먹이에 대하여 안심하고 먹을 때까지 최소한 2일~7일 동안은 탐색을 한 후 안전하다고 여겨질 때 비로소 손을 댄다고 한다. 이와 같은 조심성이 쥐의 생존을 높이고 있다. "생쥐 같은 놈"이란 말도 이처럼 쥐의 조심성에서 나온 말이다.

나는 지난 1년 동안 쥐를 퇴치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해 보았지만 매번 K.O패를 당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특별한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차일피일 미루어 왔다. 궁여지책으로 다용도실에 놓아두었던 곡식류와 음식류를 단단한 것으로 밀봉을 하거나 거실 안으로 들여 놓기도 했지만 안심이 되지 않았다.

다행히 쥐들이 아직까지 거실 안으로는 침입을 하고 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그대로 방치를 해두면 머지 않아 거실은 물론 침실까지 침입을 할지도 모른다.

그러니 그대로 두면 보다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것은 불을 보듯 뻔이다. 쥐들은 음식물을 도적질할 뿐만 아니라, 전염병을 옮길 수도 있다. 더구나 이곳 연천 최전방에 살고 있는 들쥐들은 유행성출혈열, 쯔쯔가무시병 등의 무서운 질환을 옮기는 바이러스나 병균을 전파하기도 한다. 그러므로 쥐들의 통로를 어떻게 해서든지 차단해야 한다.

"고양이를 한 마리 키워볼까?"
"아이고, 아서요. 집을 자주 비우곤 하는데 누가 그 고양이를 돌보게요."

아내는 집안에 동물을 키우는 것은 딱 질색이다. 집을 자주 비우게 되니 동물을 키울 수 없다는 것이다. 나는 집안에 고양이도 한 마리 키우고 싶고, 내 말을 잘 듣는 충직한 강아지도 한 마리 키우고 싶다.

그러나 아내의 결사적인 반대에 부딪쳐 아직까지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 가끔 들고양이들이 오긴 하지만 녀석들은 먹거리가 있지나 않나 하고 집안을 여기저기 기웃거리거나 쓰레기통을 뒤지다가 휘리릭 사라지곤 한다. 

냉장고 안에 진을 친 생쥐들의 반란

아니나 다를까?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 아내의 병원외래 때문에 서울에 머물고 있는데, 농작물에 물을 주고 보살펴 주기 위해 연천 집에 머물고 있던 친구 P로부터 전화가 왔다.

"형, 다용도실 냉장고가 다 녹아서 물이 질퍽하게 흘러내리고 있어요. 전기도 들어오질 않고."
"큰일이군! 외부에 있는 전원 코드에 냉장고 전원을 연결해보게."

다용도실에는 김치냉장고와 냉동고가 하나 놓여 있는데, 전원이 꺼지고 내용물이 녹아서 다용도실에 물이 강을 이루고 있다고 했다. 외부에 있는 다른 전원코드를 이용하여 냉장고 전원을 켜 보았지만, 김치냉장고에는 아예 전원이 들어오질 않는다고 했다. 일단 비상조치를 하고 P도 서울에 볼일이 있어 집을 떠났다.

P의 말을 전해 듣고 난 후 나는 매우 불안했다. 혹시 누전이나 되지 않았을까? 누전이 되면 화재 위험이 발생한다. 불안감을 참지 못하고 나는 즉시 연천 집으로 달려갔다. 집에 도착해서 누전차단기를 점검해 보니 다용도실로 연결되는 누전차단기 스위치가 아래로 내려와 전원이 차단되어 있었다. 어딘가에 누전이 되어 전원이 차단되어 있다는 증거다.

쥐들이 냉장고 안에 서식을 하며 전선 피복을 갉아 누전으로 인해 차단된 누전차단기
 쥐들이 냉장고 안에 서식을 하며 전선 피복을 갉아 누전으로 인해 차단된 누전차단기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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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용도실로 가서 냉장고를 일일이 점검해 보았다. 그 중에 전원이 들어오지 않는 김치냉장고를 끄집어내어 점검을 해보니, 맙소사! 냉장고 뒤쪽 공간에 쥐똥이 수북이 쌓여 있고 전선 피복 일부가 벗겨져 있질 않은가! 쥐들이 냉장고 안에서 진을 치고 살았다는 증거다. 냉장고 안이 따뜻하니 그곳에 은신처를 마련한 것이다.

쥐는 먹이와 물이 있고 조용한 곳이면 어디든지 은신처가 된다. 옥내의 이중 벽 사이, 마루나 천정 등의 공간, 가구 틈새, 쌓아놓은 저장물 밑 등 사람의 손이 미치지 않는 장소에 은신처를 만들며, 옥외에서는 쓰레기 처리장, 하수구 등에 쥐가 서식한다.

냉장고 안에 은신처를 마련한 쥐는 전선을 갉아 이빨을 마모시켜 피복이 손상된 전선이 합선을 일으키거나 누전이 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다행히 누전차단기가 작동되어 화재를 면했지만 하마터면 큰일 날 뻔 했다.

쥐구멍으로 뱀이 들어오면 더 큰일지이요

냉장고 서비스 센터에 전화를 해서 냉장고를 긴급으로 점검해달라고 요청을 했다. 급했다. 냉장고에 재여 놓았던 김치, 야채, 오디 등 내용물이 다 녹아서 하루만 지체되어도 다 버릴 판이었다. 마침 냉장고 기사가 백학면에 있다면서 밤늦더라도 오겠다고 하더니 늦은 오후에 도착했다.

"누전이 되어 엔진이 다 타버렸군요. 화재가 나지 않은 게 다행입니다."
"어이쿠, 큰일 날 뻔 했네. 그럼 어떻게 해야지요."
"수리를 할 수는 있는데요. 수리비가 14만 원 정도 들어갑니다. 그렇지만 워낙 오래된 냉장고여서 수리를 한 후에도 제대로 작동될지 의문입니다."
"그럼 새로 하나 살 수밖에 없군요. 그런데 또 쥐들이 들어오면 어떻게 하지요?"
"신형 냉장고는 쥐가 잘 들어갈 수 없게 구조가 되어 있어요. 그래도 안심을 할 수는 없지요. 쥐가 들어오지 못하게 잘 방비를 하는 것이 최선이지요. 쥐도 문제지만 그 쥐구멍으로 뱀이 들어오면 더 큰일입니다."
"뭐, 뭐요? 뱀이 들어와요?"
"네, 어떤 집에는 쥐들이 뚫어 놓은 구멍으로 뱀이 들어와서 난리가 났어요. 쥐구멍으로 들어온 독사에 물려 사망을 한 경우도 있구요. 근본적으로 쥐들의 통로를 차단하여 쥐나 뱀이 들어오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아하, 저런, 큰 일 나겠네요!"

기사님 이야기를 들으니 겁이 덜컥 났다. 귀촌 5년째. 임진강변 금굴산 밑에 위치한 우리 집은 텃밭에도 수시로 뱀들이 드나든다. 지네는 거실과 침실에도 드나들고 있다. 뱀과 지네의 출입을 막기 위해 문틈과 집 둘레에 백반을 뿌려 놓기는 했지만 역부족이다.

농촌오지에서 살아가려면 야생동물과 벌레를 피할 수 없다. 쥐, 뱀, 벌, 모기, 고라니, 들고양이, 청개구리 등 잡다한 벌레들과 더불어 살아가야 하지만 그들로 인해 피해는 당하지 말아야 한다.

야생동물 중에서도 쥐들이 드나들기 시작하면 견딜 수가 없다. 하루 속히 쥐구멍을 틀어막는 비상조치가 시급했다. 그런데다가 음식물이 다 녹아서 당장에 김치냉장고도 필요했다. 결국 고장 난 냉장고를 버리고 백만 원을 투자하여 김치냉장고를 새로 들여 놓았다. 그리고 집수리를 잘 하는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쥐가 냉장고를 고장내는 바람에 새 김치냉장고를 구입했다.
 쥐가 냉장고를 고장내는 바람에 새 김치냉장고를 구입했다.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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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에게 전화를 했더니 현장을 점검해보아야 한다고 했다. 친구가 마침 시간이 있다고 했다. 나는 서울까지 가서 바쁜 친구를 집으로 데려왔다. 막역한 죽마고우지만 그게 예의 일 것 같아서였다.

더구나 그는 운전을 하지 않는다. 시간을 내준 그가 참으로 고마웠다. 아무나 불러 섣불리 집수리를 손댔다가는 돈도 돈이지만 공사가 커질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요즈음 집수리를 하는데 참으로 믿을 만한 사람을 만나기가 힘들다. 윗집과 앞집도 집수리를 하는데 한 달이면 끝날 수 있다던 집수리가 5개월째 계속되고 있다. 친구는 건물 외부 벽을 손전기를 들고 일일이 점검을 했다. 그리고 마침내 진단을 내렸다.

"외부 벽 맨 아래쪽 끝에 마감을 제대로 해놓지 않았군. 말하자면 집을 지을 때 제대로 마감을 하지 않은 부실공사를 한 거야. 샌드위치 패널 사이에 두꺼운 방한 스티로폼을 덧댔지만 마감을 해놓지 않아 패널이 그대로 노출되어 있어. 스티로폼으로 만든 패널은 부드러워 쥐들이 쉽게 구멍을 뚫을 수 있지. 쥐들이 스티로폼 패널을 뚫고 긴 땅굴을 판 거야. 집 전체 외벽에 'ㄴ'자 강철앵글로 빈틈없이 막아 놓으면 아마 쥐들의 통로가 차단이 될 것도 같은데...."

방한재를 넣은 건물 벽 밑을 마감을 하지않아 사이가 떠서 샌드위치 패널이 밑으로 노출출되어 있어 그 사이에 쥐들이 출입구를 만들어 집요하게 벽에 긴 터널을 뚫고 실내로 들어온 것이다.
 방한재를 넣은 건물 벽 밑을 마감을 하지않아 사이가 떠서 샌드위치 패널이 밑으로 노출출되어 있어 그 사이에 쥐들이 출입구를 만들어 집요하게 벽에 긴 터널을 뚫고 실내로 들어온 것이다.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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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와 함께 외부 벽에 물건들을 치우고 자세히 검사를 해보니 군데군데 스티로폼이 팝콘처럼 떨어져 나와 있고, 쥐들이 구멍을 뚫은 흔적이 보였다. 우리 속담에 '밤 말은 쥐가 듣고 낮말은 새가 듣는다'고 했다.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다. 쥐들에게 말이 새 나가기 전에 쥐구멍을 차단하는 공사를 먼저 해야 한다.

친구와 함께 전곡읍으로 가서 'ㄴ'자형 강철 앵글과 자재를 사왔다. 푹푹 찌는 무더위 속에서 공사를 진행했다. 비지땀을 흘리며 이틀간에 걸쳐 공사를 했다. 벽에 쌓아둔 잡다한 물건들을 들어내고 쪼그리고 앉아서 공사를 하는 일이 보통 일은 아니었다. 외부 벽 샌드위치 패널 맨 아래에 'ㄴ'자형 앵글을 덧대고 피스로 단단히 조였다. 그리고 마침내 공사를 완성하였다.

벽 전체 외벽 밑에 앵글을 덧대는 공사를 했다.
 벽 전체 외벽 밑에 앵글을 덧대는 공사를 했다.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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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도움으로 'ㄴ'자형 앵글을 외벽 전체에 덧대어 쥐들의 통로를 차단하는 공사를 했다.
 친구의 도움으로 'ㄴ'자형 앵글을 외벽 전체에 덧대어 쥐들의 통로를 차단하는 공사를 했다.
ⓒ 최오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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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덕분에 적은 돈으로 공사를 끝낼 수 있었다. 아마 친구와 같은 노련한 목수를 데려와 공사를 하려면 몇 백만 원은 훌쩍 넘어 들어갔을 것이다. 공사비보다도 쥐들의 통로를 정확히 진단하여 쥐구멍을 차단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바쁜 와중에 무더위를 마다 않고 무거운 연장통을 짊어지고 시간을 내준 그가 너무나 고마웠다. 그는 친구간의 의리를 매우 소중히 여기는 친구다.

공사가 끝나던 날 나는 친구를 서울 그의 집까지 바래다주었다. 수박을 한 통 사들고 그의 집으로 갔다. 그리고 친구의 구십 노모님께 넙죽 엎드려 절을 하고 5만 원 권 두 장을 꼬깃꼬깃하게 접어서 노모님 손에 넣어드렸다. 그 다음날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다.

"어이 친구, 자네가 다녀간 뒤로 엄니 입이 귀에 걸렸어. 무슨 용돈을 그리 많이 드렸는가?"
"허허, 그래? 자네한테 품삯을 주면 받지 않을 게 뻔하고. 해서 어머님께 용돈을 조금 드린 것 뿐일세. 무더운 여름에 너무 수고했어. 이 원수를 뭘로 갚지? 좌우간 고맙네." 
"고맙긴, 친구 좋다는 게 뭔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니 한 것 뿐이지. 그나저나 생쥐들이 더 이상 들어오지 않아야 할 텐데."
"자네가 그렇게 단단하게 막아 놓았는데 쥐들이 얼씬이나 하겠어. 하하." 

쥐는 12간지에서 영특한 영물로 다산과 부를 상징하기도 한다. 그러나 '쥐새끼 같은 놈'이란 욕설이 있듯이 쥐는 가장 비겁하고 치사한 인간성을 비유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또한 고대 인도나 이집트에서는 쥐는 밤의 심벌이었다. 허지만 그리스에서는 파멸과 죽음의 심벌이기도 했다.

중세에는 그리스도 포교와 함께 쥐는 마녀와 결부된다. 마녀는 쥐로 둔갑을 하거나 쥐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마녀재판 기록에는 마녀가 쥐를 만들었다는 고백도 있다. 또 쥐가 번식을 하는 것은 큰 재해, 특히 전염병이 번지는 불길한 전조로 믿었다.

예를 들어 14세기에 페스트가 유행했을 때, 마녀라고 의심을 받고 잡힌 자는 쥐를 만들 수 있는지의 여부를 가리기도 했다.

'신의 징벌'로 간주될 정도로 무서운 페스트는 백년전쟁을 통틀어 죽은 전사자보다 쥐들이 옮긴 페스트로 인한 사망자가 더 많았다. 일명 '흑사병'으로 불린 페스트로 인해 유럽의 인구는 1/5로 줄어들었으며, 백년전쟁이 중단되기도 했다.

인구 3명당 1명이 페스트에 감염될 정도였다고 하니 과연 '쥐=죽음을 불러오는 마녀'라는 말이 나올 법도 하다. 그만큼 쥐들은 무서운 존재다.

그런데 과연 이번 공사로 쥐들의 반란을 막을 수 있을까? 다행히 공사를 끝 낸지 한 달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쥐들이 들어온 흔적은 없다.

또 쥐 덕분에 외벽 틈을 막는 공사를 하여 뱀이나 다른 벌레들이 침입하는 것을 사전에 예방하고, 김치냉장고도 새로 구입을 하게 되어 한편으로는 쥐가 고맙기도 하다. 하지만 쥐들이 언제 다시 반격해 올지 불안한 마음을 떨칠 수 없다.


태그:#생쥐, #서생원, #쥐구멍, #흑사병, #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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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이야기, 여행, 작은 나눔, 영혼이 따뜻한 이야기 등 살맛나는 기사를 발굴해서 쓰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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