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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말없는 약속 20년'에 이어 이제는 제 자신을 시작으로 나의 심리적, 생활상의 문제들로 건강하고 행복한 생활에 걸림돌이 됐던 독(자신과 타인에게 해로움을 주는 요인)을 다스렸을 때 건강과 행복을 더 크게 느끼며 당당하게 생활하고 계신 분들의 이야기를 소개할까 합니다. 이 연재기사의 이름은 '내 안에 독을 다스리면 덕이 되고, 복이 된 사연'입니다. 지금까지 제가 상담한 내담자들의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볼 겁니다. 이 연재에 등장하는 이들은 모두 <오마이뉴스>에 본인의 이야기가 실리는 것을 동의한 사람들입니다. 물론, 이름은 가명으로 합니다. - 기자 말

[앞 기사] 불편한 엄마, 평생 손 한 번 잡은 적 없어

그녀가 친정어머님에 대하여 말하기 시작했다.

그녀: "이런 말씀 드리기는 부끄럽지만 사실 엄마를 제가 싫어해요. 아니 그보다 증오하고 있어요. 한번도 다정하거나 제가 필요한 것을 챙겨주지 않았거든요. 그리고 '살기 힘들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면서 어려서부터 저에게 얼마나 쌍욕을 했는지 모릅니다. '나는 힘들어 죽겠는데 왜 학교에서 늦게 오냐', '나는 힘들어 죽겠는데 지금까지 집안청소도 안해놓고 뭐했냐'라고 하면서 소리를 버럭버럭 질러댔고 잔정이라고는 전혀 느끼지 못할 정도로 차가웠어요. 그래서 저는 엄마라고 부르기도 싫었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예요. 전에는 엄마의 피가 제 몸에 있는 자체가 싫었습니다."(울음)

나는 그녀의 살아온 이야기를 특히 친정어머님과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 사람이 많이 아팠겠구나'라는 생각에 가슴이 먹먹했다. 그런 집안환경에 숨죽이며 울고있었을 어린 여자아이가 보이는 듯 했다. 엄마에게 애정을 못 느꼈다면 의지할 사람이 아무도 없었을텐데 얼마나 힘들었을까, 거기에 자녀에게 칭찬이나 격려가 아닌 소리를 버럭지르는 엄마를 바라보면서 또한 얼마나 불안했을까.

: "오죽하면 '엄마'라고 부르기가 싫었고 엄마의 피가 몸에 있는 자체가 싫을까 싶어요~."
그녀: "엄마가 함께 있어도 불안했고 엄마가 안 보여도 불안했었어요."
나: "엄마와 함께 있을 때는 야단맞을까봐 마음이 조마조마하셔서 불안하셨을 것 같고, 엄마가 안 보이시면 우리를 버리고 가버리셨나 싶어서 또 불안하고… 그 심정이 얼마나 슬프고 힘드셨을까 싶어요."

그렇지 않아도 전에 친정어머님에 대한 이야기가 전부는 아닐 수 있음을 짐작은 했지만 그 밑에 꽉 눌러 놓았던 덩어리가 지금에서 나오는 중이다.

그녀: "엄마는 심지가 강한 분이 아니세요. 지금도 그렇지만 당신에게 조금이라도 잘해주고 이해해주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을 자식보다 우선하는 사람이예요. 한번은 제가 처음으로 엄마가 자식을 생각하는 정도가 어이없어서 대들었던 적이 있었어요. 엄마는 자식도 먹여주고, 재워만 주면 된다고 생각하셔서 제가 '엄마 네 발 달린 짐승도 먹여주고 재워준다'고 했다가 엄마한테 죽지 않을만큼 맞았거든요. 그때 결심했어요. 더 이상 엄마와 이런 얘기는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요."

: "그런 결심을 하실 정도로 친정어머님과의 대화는 되려 무섭고 벽을 보고 하는 것 같았으니 친정어머님에 대한 감정이 닫히고 부정적인 생각을 하시는 것도 이해가 됩니다. 스스로 얼마나 힘들고 슬프고 괴로웠으면 그럴까싶어요."

그녀: "저는 그때부터 힘들거나 외롭거나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 때면 말은 안 나오고 걸핏하면 눈물이 나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다른 사람 앞에서 내 의견을 변호할 수가 없었어요. 비록 제가 억울한 일이 있어도요. 그러다가 대학 때 남편을 만났는데 너무 잘해주는거예요. 더군다나 엄마가 있는 집에서 벗어나고 싶었는데 잘됐다싶어서 그 사람과 결혼을 했지만 나에 대한 존중감 없는 남편의 말투와 태도 그리고 외도로 남편과 별거를 했고, 죽을 생각을 했었지요. 그런데 요즘에는 제가 선생님 앞이었지만 그래도 남편에게 할 말을 할 때 사실 제 스스로도 놀랐어요. 나도 이렇게 말할 수 있구나 싶어서요. 이렇게 말할 수 있는 나를 엄마가 그것을 막아버렸던 거예요."

그녀의 눈에서는 눈물이 흐르고 엉엉 소리내어 울지만 가슴에는 친정어머님에 대한 분노가 말도 못하게 강하게 올라왔다. 왜 안 그러겠는가 싶어 그녀의 속에 응어리를 시원하게 다 쏟아 놓을수 있도록 계속 진지하게 온 마음과 정신을 다해서 듣고 있었다. 그녀로서는 모든 문제의 원인을 친정엄마로 여기고 있으나 나는 딱히 해줄 말없이 그녀의 심정이 이해가 되었다.

그녀: "그리고 동네에서는 창피해서 나갈 수가 없었어요. 제 친구들 집에서는 큰소리도 안나고 그 친구의 엄마, 아빠가 사이좋은데 우리집만 시끄럽고 아빠도 안 들어오고… 그래서 집안에서만 동생하고 둘이서 있었어요. 저보다도 동생은 더 심각했어요. 그러니까 선생님도 보셨지만 동생이 그렇게 비만인 것도 동생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움직이지는 않고 이것저것을 많이 먹어서 그래요. 저는 울고… 제가 아무 생각이 없는 사람이라면 모를까 그러니 어떻게 엄마를 좋아하겠어요. 저는 솔직히 아빠가 집에 안 들어오시는것도 이해가 되요."
: "저도 00엄마가 왜 친정어머님을 원망하는지 이해가 됩니다."

이런 경우가 있다. 부모님 중에 한분에 대한 감정이 상하여 분노하게 되면 다른 한 분에 대해서는 그 분이 책임(자녀를 보호하고 지도하는 등)을 이행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원망하기보다는 이해하고 외면하기보다는 그리워하는 자기 최면과도 같은 경우다. 그러나 이 점에 있어서는 명확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지금은 그 시기가 적절하지 않고 그녀를 마음으로 안아주고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이 우선으로 여겨졌다. 

: "동네에 창피해서 밖으로 나가놀지도 않을 정도였으니 친정어머님에 대한 감정이 어느정도인지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거기에 친정어머님의 욕설과 '힘들어 죽겠는데'라는 말을 들을 때마다 '나 때문에 그러나 나와 동생이 없으면 엄마가 저렇게 힘들게 일하지 않아도 되는 것 아닌가' 이런 생각들로 어린 딸로서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이었으니 더욱 난감하고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가슴이 답답했을 것 같아요. 그러니 그 어린아이로서는 슬프고 억울할 때 할 수 있는 것이 눈물 흘리는 것밖에 없었겠네요. 이런 딸들의 마음은 모른 채 친정어머님은 당신 목소리만 높였으니…."

그녀: "네. 답답하고 엄마가 원망스러워 심장이 멎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던 적도 많아요."
: "그렇지 않아도 지금 00엄마가 친정어머님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얼마나 속이 상하고 가슴이 답답했으면 가슴을 두드리며 아파하고, 속상해하고 눈물을 흘릴까 싶어요. 제가 00엄마 어린시절을 함께 지내지 않았음에도 충분히 그 상황이 그려지는 것 같아요. 그러니 얼마나 힘드셨어요."
그녀: "그리고 결혼해서도 남편과 함께 친정이라고 가면 시어머님과 달리 교양없이 입에서는 강한 말투에 행동은 거칠고… 사실 엄마가 창피해요. 남편이 엄마에 대하여 비난하는 것도 이해가 되요. 그러나 엄마는 그런 것은 아예 모르는 사람이예요. 사위가 있을 때만이라도 점잖은 척이라도 하면 좋겠는데 제가 이런 말을 엄마에게 하면 엄마는 되려 그러셨지요. '나는 솔직한 사람이라 ~~ 하는척은 못한다.' 기가막혔어요. 그게 솔직한 거에요? 모자라도 한참 모자란 것이지… 친정에 대하여 딸이 사위 앞에 무엇하나 내세울 게 없으면 얼마나 시댁의 부당한 대우를 받아야 하고 남편의 무시를 받게되는지 딸의 처지는 한번도 생각하지 않아요. 그렇게 못됐고 엄마 자격이 없는 사람이예요."

나는 그녀의 친정어머님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속으로 '엄마가 그러면 안돼지'를 외치고 있었다. 내가 이런 생각으로 있다보니 그녀의 친정어머님의 처지와 긍정적인 면을 찾아낼 수가 없었다. 계속 그녀는 이어나갔다.

그녀: "그리고 지금 우리애를 보는 것도 미얀하지 않아요. 나를 건강하게 잘 돌보았으면 지금 이런 일은 없었을 거니까. 엄마가 나를 보는 대신 손녀를 보는 거라고 생각해요."

친정어머님께서 새벽에 나가 청소일을 하시면서 첫째딸은 아프다는 이유로 둘째딸과 함께 손녀를 보살피는 상황에도 그녀는 그런 친정어머님에 대한 원망만 가득하다.

한편으로 친정어머니와의 갈등이 어디 그녀뿐이겠는가 싶다.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그녀와 유사하게 부모와의 관계에서 오는 마음에 상처가 많다. 그것은 다른 그 누구와의 갈등이나 상처보다 깊고 크게 자리하며 핵심이 되어 조종한다. 특히 친정어머니(생모)가 주는 상처는 마음장애(인격장애)로 자기중심으로 생각하고 행동하게 되어 공격적이 되기 쉬우며 그로 인하여 대인관계를 건강하게 맺기가 어렵다.

내 친구 한 명도 엄마가 시키니까 7살 때부터(1970년대) 추운 겨울에 찬물에 쌀을 씻어 밥을 했는데 그것을 모르고 살다가 7살된 자기 딸의 손을 본 뒤로 친정어머니와 연락없이 근15년을 지냈다. 7살된 자기 딸의 손을 보니까 그렇게 여리고 애기 손인데 친정어머니는 자기에게 밥과 집안일 전부를 하게 하고 본인은 여왕처럼 손에 물을 안 댔다는게 이유였다. 단지 그 일뿐이겠는가, 슬픈 일이다. 부모에 의해 상처받은 마음은 분석하고 치료하거나 아니면 스스로 깨달아 벗어나기 전까지는 마음에 장애가 되어 살아가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사랑하는 마음과 태도, 행동에도 연습이 필요하듯 부모가 되기 전에 꼭 받아야 할 교육은 부모교육이다. 가장 사랑하는 내 아이를 아프게 하지 않으려면.


태그:#부모, #자식, #원망, #교육, #인간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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