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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수시 전형의 학생부종합전형이 확대되면서 또 하나 긍정적인 변화로 이야기되는 것이 학생들의 독서량이 늘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정말 잘된 일이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학생들의 생활기록부에는 독서 관련 항목이 두 가지가 있다. 담임 교사가 입력하는 '(일반) 독서 현황'이 있고, 각 과목 담당 교사가 기록하는 '과목별 독서 현황'이 있다. 학년별로 또는 학기별로 기록할 수 있으니 1년에만 수십 권의 책을 읽었다고 적는 것이 가능하다.

단순히 읽은 책의 제목이나 저자, 출판사와 같은 객관적 사실뿐 아니라 그 책을 읽게된 이유나 책을 읽은 후 자신에게 일어난 변화를 적도록 권장한다. 교사들이 학생에게 추천하는 방식은 전공이나 진로와 연관된 책을 읽고 독서기록에 전공 관련성이 드러나도록 적는 것이다.

학생들의 반응은 극과 극이다. 일부 학생들은 이런 걸 적어내는 것을 무척 싫어해서 한 권도 적어내지 않으려 한다. 정 반대의 경우는 생활기록부에 다 적기가 민망할 정도로, 수십권을 읽었다고 담임과 과목 담당 교사에게 기록해 달라고 들고오는 학생들이다.

교사 입장에서는 둘 다 난감하다. 첫 번째 학생들에게는 "제발 한 권이라도, 만화책이라도 좋으니 적어만 내 다오"라고 읍소해야 하고, 두 번째 경우의 학생들에게는 차마 입밖으로 묻지는 못하지만 마음 속으로 '진짜 다 읽은 거 맞어?'라는 질문이 목구멍까지 올라온다.

실제로 책을 읽지 않고 인터넷 등에서 요약된 줄거리만 보고, 심지어는 제목만 보고 상상을 해서 적어내는 경우도 많다. 어떤 학생은 읽었다면서 기록해 달라고 요구하는 책이 너무 많아서 문제다. 아무리 책을 많이 읽는 교사라고 하더라도(실제로 그렇게 책을 많이 읽는 교사를 찾기도 힘들다) 학생들이 읽었다고 가져오는 책을 모두 읽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그 학생이 그 책을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 검증할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없다. 있다고 하더라도 읽었는지 여부를 확인해서 기록 여부를 교사에게 결정하라고 하는 것은 교사에게는 사실 고문이다. 학생이 읽었다고 들고왔는데 안 읽었다고 윽박지를 일도 없고, 그럴 필요도 없다. 결국 학생이 기록해 달라고 가져오는 거의 모든 책을 기록해 줄 수밖에 없다.

 둘은 모두 의대 진학을 꿈꾸며, 한창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종합전형(학종)을 준비하고 있다
 학생들에게 독서 기록 제출을 독촉하고 그것을 정리해서 생활기록부에 옮기면서 교사들에게 생기는 의문은 "학생이 무슨 책을 읽었는지를 생활기록부라는 공식 문서(그것도 사실상 평생 보관 문서)에 남기는 나라가 또 있나?"다.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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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또 문제가 생긴다. 다른 영역도 그렇지만 독서 기록에도 글자수 제한이 있기 때문이다. 담임 교사가 영역에 상관없이 기록할 수 있는 독서 기록칸이 다 채워지고 나면, 관련 과목 교사에게 과목별 독서기록에 넣어달라고 부탁해야 한다.

그래도 칸이 넘치면 과목별 세부특기사항에 적는 경우도 있고, 그것도 모자라면 '개인별 세부특기사항'란에 적는다. 담임교사가, 또는 학생이 이 교사, 저 교사를 찾아다니며 기록을 부탁하는 모양새가 참으로 우습다. 교사들이 학생을 붙잡고 방학 내내 제발 독서 기록 좀 내달라고 애원하는 모양새와 더불어 학생부 전형이 가져온 신풍경이다.

아무리 교사가 책 읽고(만화책이라도 좋으니) 독서기록을 위한 참고 자료를 제출하라고 해도 끝까지 하나도 가져오지 않는 학생들도 많다. 실제로 안 읽는 학생도 있지만, 독서를 많이 하면서도 제출하지 않는 학생도 있다. 가장 난감한 경우가 바로 이 경우다. 도서관에 살다시피 하며, 독서가 취미라고 할 정도로 많은 책을 읽는 학생이지만 굳이 감상문이니 독서기록이니 하는 것을 적어서 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단다. 이런 학생은 생활기록부만 보면 (진실과 달리) 책 한 권도 안 읽는 학생이다. 제대로 한 권도 안 읽었으면서 수십 권을 읽은 것처럼 기록된 학생과 비교하면 더욱 난감하다.

학생들에게 독서 기록 제출을 독촉하고 그것을 정리해서 생활기록부에 옮기면서 교사들에게 생기는 의문은 "학생이 무슨 책을 읽었는지를 생활기록부라는 공식 문서(그것도 사실상 평생 보관 문서)에 남기는 나라가 또 있나?"다. 왜 학생의 독서 기록을 생활기록부에 공개적으로 남겨야하는지 그 이유를 이해하기 힘들다.

청소년 시절 독서의 중요성을 모르거나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학생들이 책을 많이 읽는 것을 반대하는 교사도 없다. 그러나 학생부의 늘어난 독서기록이 사실이 아닐 경우가 있다(물론, 양심껏 독서기록을 올리는 학생이 있긴 하다). 정리하면, 늘어난 학생들의 독서기록은 독서활동이 활발해졌다는 의미가 아니라, 교사의 업무가 하나 더 늘었다는 의미다.

독서 기록을 둘러싼 논란은 또 있다. 이른바 양심의 자유와 관련된 인권 문제다. 누가 어떤 책을 읽고, 어떤 생각을 했느냐는 개인의 사상과 신념이 드러날 수 있는 민감한 내용이 될 수 있다. 물론, 학생이 독서 기록을 하기 싫으면 안 하면 된다. 그러나, 대입 근거자료로 사용된다는데, 생활기록부 독서기록란을 공란으로 버려둘 배짱을 가진 학생은 많지 않다.

여러 이유로 생활기록부에 독서활동을 공개적으로 기록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 적어도 생활기록부 공식기록에서는 제외하는 것이 타당하다. 학생의 독서 기록을 왜 학생 입장이 아니라 교사 입장에서 기록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꼭 필요하면 학생이, 자기 입장에서, 스스로 기록하게 하면 된다.

봉사활동과 과목별, 개인별 세부특기 사항은 믿을 수 있나?

봉사활동도 크게 다르지 않다. 사회복지학과와 같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학에서 봉사활동 몇 시간 이상 할 것을 요구하거나 봉사활동 시간에 비례해서 가산점을 주거나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럼에도, 학생부 전형에서 비교과 영역 중 가장 중요한 근거로 쓰일 거라고 교사들과 학생들이 막연하게 추측하는 영역이 봉사활동이다.

초중등교육법의 생활기록부 관련 조항이나 교육부 훈령, 생활기록부 기록 지침 등에도 '봉사활동을 최소 몇 시간을 해야 한다'는 기준은 없다. 대다수 학교들은 최소한의 시간(20시간 정도)을 학교에서 단체로 실시하고, 나머지는 학생들이 개별적으로 알아서 한다.

스스로 찾아다니면서 봉사활동을 할 정도의 정성(?)이 없거나, 이를 챙겨 주는 학부모가 없는 학생들이 가장 무난하게 봉사활동 시간을 채우는 방법은 헌혈이다. 헌혈 1회당 4시간의 봉사활동 시간을 인정해주기 때문이다. 어떤 근거로 그렇게 4시간을 인정해주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헌혈증 하나 가지고 오면 4시간 봉사활동 한 것으로 인정해서 기록해 준다.

문제는 고등학교 3학년 때이다. 1, 2학년 때는 학교에서 어느 정도 봉사활동 시간을 단체로 채워주는데 3학년 때는 이런 게 거의 없다. 그렇다고 고3이 학교 바깥의 기관을 찾아다니면서 봉사활동 시간을 채우기도 어렵다. 그래서 대부분의 3학년 힉생은 거의 봉사활동을 하지 않는다. 물론 어떤 학교들은 고 3때도 봉사활동을 했다고 기록하는데, 대부분 실제로는 하지 않고 서류로만 한 경우가 많다.

이건 비단 봉사활동만 그런 것이 아니다. 3학년 때 했다고 기록되어 있는 창의적 체험활동, 즉, 동아리활동, 자율활동, 진로활동란의 내용들의 대부분은 기록으로만 있는 것이지 거의 진행되지 않는다. 수시 전형, 특히 학생부전형에 3학년 1학기까지의 활동이 전형자료로 사용되기 때문에 하지 않은 활동을 한 것처럼 지어내서 3학년 생활기록부를 채우는 것이다.

요즘 생활기록부 내용 중에서 대학에서 가장 중요하게 전형 자료로 보고 있다는 과목별 세부 특기사항은 어떨까? 실제로 수업 하는 방식이 달라지고, 과제물의 내용이 달라진 경우도 있다. 그러나, 1년 또는 1학기 동안 진행한 수업 중 한두 개의 활동을 생활기록부 과목별 세부특기 사항에 기록하는 것이 그 학생의 수업 활동을 얼마나 잘 보여줄지 의문이다.

모든 과목 담당 교사가 모든 아이들의 과목별 세부특기 사항을 지켜본 대로 기록해 주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수업을 담당하는 학생들만 수십 명에서 수백 명이고, 그 모든 학생의 매시간의 수업 활동을 녹화해서 밤을 새며 돌려볼 수도 없다. 그러니, 많은 교사들이 성적 상위 학생을 중심으로, 또는 그 과목과 관련된 진로를 고민하는 학생들만 선택적으로 특별하게 기록해 준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아예 적어주지 못하거나 비슷한 내용을 조금씩만 바꾸어서 기술해 준다. 이것만으로도 교사들은 엄청난 심적, 물리적 부담을 느낀다. 학생 입장에선 수업이나 교육이 달라지지 않았음에도 교사의 업무 부담은 늘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윧.

교육 활동-학생부 기록-대학 입시, 뭐가 우선인가?

다시 원래의 질문으로 돌아가서 "학생부 전형은 우리 교육에, 학교에, 학생과 교사에게 유익한 것인가?"에 대해서 고민해 보자. 교사에게 방학은 우선 좀 쉬라는 것이고(학생도 마찬가지이다), 둘째는 지난 학기의 수업과 교육 활동을 반성하는 시간이다. 그리고 셋째는 다음 학기 수업이나 학생 지도를 준비하는 것이다. 사실 둘째(지난 학기에 대한 반성)가 유의미하기 위한 전제조건도 그것이 다음 학기(또는 다음 학년)의 교육 활동을 더 잘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세상 사람들(학 교바깥의 사람들)이 보기에 휴식 시간 이상의 의미가 없어 보이는 방학이 교사에게 가지는 가장 큰 의미는 더 나은 다음 학기를 위한 준비 기간이라는 의미이다. 그런데, 이전에는 교사에게 너무도 당연하게 받아들여졌던 이 명제가 바뀌고 있다. 바로 학생부 전형을 대비한 생활기록부 기록 때문이다.

방학 내내 교사들, 특히 고등학교 교사들은 보충 수업 외에 생활기록부 정리에 시간과 노력을 들이고 있다. 각종 특기 사항란을 채우기 위하여 독서 기록을 챙기고, 과목별 세부 특기사항에는 뭘 적어야 하나 고민하며, 왜 아이들은 아무 것도 안 해 올까를 걱정하고 있다. 다음 학기 준비는 거의 신경을 못 쓴다. 어떤 교사들은 "방학이 더 여유가 없다"고 하소연이다.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학생부 전형의 확대가 학교 생활을, 나아가 학생과 교사의 관계를 바꾸어 놓았다. 부정적으로 말하자면 '심각한 주객전도(主客顚倒)' 장면을 목격하고 있다. 교사들은 방학을 거의 전부 바쳐서 생활기록부를 쓰고 있지만(가끔은 조작까지 하지만) 과연 그만큼의 시간과 열정을 쏟을 만한 가치가 있느냐 하는 의문이 제기된다. 교사가 그 시간과 열정을 더 의미있는 다른 활동에 쏟는다면 훨씬 더 나은 교육적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의 다른 표현이다.

교사와 학생의 의미 있는 교육활동과 그를 통한 학생의 삶의 변화 과정을 생활기록부에 기록하고, 그 생활기록부에 나타난 것을 근거로 하여 학생들의 교육 활동의 의미를 해석하고 평가하여 대학 입학을 위한 수시 전형(학생부 전형)의 근거 자료로 삼는 것이 애초의 순서이다. 그런데, 지금 학교에서 벌어지고 있는 장면들은 이것이 완전히 거꾸다. 의미 있는 교육활동과 그 과정이 생활기록부에 기록되는 것이 아니라, 생활기록부에 기록되기 위한 교육 활동을 조작(없는 것을 지어낸다는 부정적인 의미가 아님)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것이다.

이렇듯, (학교에서의) 교육 활동이 우선인지, 생활기록부에 적히는 것이 우선인지, 학생부 전형에 근거 자료로 활용되는 것이 우선인지 헛갈리는 상황이 2016년 현재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교사들, 거의 모든 학교가 처해 있는 장면이다.

이걸 언제까지 반복할 것인가? 현재 진행 중인 학생부 전형에 대한 논란이 '무엇이 교육이고, 무엇이 교육이 아닌지'라는 물음이 아니라, 어떤 것(심지어 어떻게 기록하는 것)이 대입에 도움이 되는지 안 되는지에 대한 물음을 중심으로 진행되어서는 어떤 해답도 나올 수 없다.

학생부 전형은 고교 교육 정상화에 백해무익하니 당장 없애야 한다는 주장을 하는 것이 아니다. 분명 나름의 장점이 있다. 그러나 적어도 학생부에 대한 너무 낮은 신뢰도(실제 교육의 양상이 아니라 어떻게 기록되어 있는지가 중요한 문제), 너무 낮은 가성비(교사들이 너무 많은 노력과 시간을 들여야 한다는 문제)에 의한 주객전도의 문제는 반드시 해결되야 한다.

정말로 지금 겉으로 드러나 보이는 학생부 전형이 가져온 변화가 학교와 교사, 학생에게, 우리 교육에 긍정적인 변화인지, 아니면 긍정적인 변화인 것처럼 보이는 착시인지, 더 나아가 우리 교육을 내용이 아닌 포장과 형식만 중시하는 결과 지상주의를 강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진지하게 따져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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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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