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슨 본이 돌아왔다. 영화 <제이슨 본>은 그의 팬들이 환호해도 좋을 영화이다.

제이슨 본이 돌아왔다. 영화 <제이슨 본>은 그의 팬들이 환호해도 좋을 영화이다. ⓒ UPI코리아


세상에는 여러 부류의 정보요원(첩보원, 스파이)가 존재한다. < 007 > 시리즈의 제임스 본드처럼 긴박한 상황 속에서도 매력적인 여인들과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여유를 누리는 사람도 있다. 그런가 하면 <미션 임파서블> 에단 헌트 마냥 매번 자신이 속한 기관으로부터 배신자로 찍혀 추격당하지만, 동료들의 도움으로 무사히 위기를 넘기는 인물도 있다. 심지어 인터넷 댓글을 다는 것만으로도 본인의 임무를 다하는 이도 있으니까 말이다.

지난 2002년 영화로 처음 탄생한 특수 요원 제이슨 본(<본 아이덴티티>-<본 슈프리머시>-<본 얼티메이텀>)은 이들과는 차별되는 캐릭터였다. 자신의 기억을 잃고 본인이 속했던 기관 CIA로부터 1년 365일 추격 당하는 게 그의 일상이다. 힘들때 의지할 수 있는 가족, 친구, 동료 한 명 없는 고독한 존재.

여기에 마법 같은 최첨단 무기 없이 오직 몸 하나만으로 자신을 죽이려는 이들과 벌이는 육탄전과 구닥다리 차종으로 화끈한 추격전이 가능함을 보여준 각종 자동차 레이싱 장면…. 이른바 '아날로그 액션'의 진수 그 자체였다.

<본> 3부작의 등장 이후 각종 후발 주자 영화들 속 상당수 액션 장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제이슨 본을 교과서 삼아 만들어졌다고 봐도 과언은 아니었다.

폴 그린그래스 감독과 주연배우 맷 데이먼은 속편 제작 대신 <그린 존>을 선택하면서 본 시리즈도 사실상 끝이 날 줄 알았지만, 그들이 돌아오면서 실질적인 4편 <제이슨 본>은 기적적으로 등장할 수 있었다. (<본 레거시>는 기억에서 지워도 좋다)

대신 깊어진 맷 데이먼의 얼굴 주름과 흰 머리카락에서 볼 수 있듯이 40대 중반을 넘긴 그의 나이 탓, 또는 액션 연출팀의 교체 때문일까? 이전 3부작만큼의 다양한 격투 장면은 줄어들었다. 이 대목에서 기존 <본> 시리즈 마니아들에겐 논란 내지 아쉬움을 남기고 말았다.

은둔 생활을 하고 있던 제이슨 본이 갑자기 CIA의 표적으로 재등장하게 된 과정, 이전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그의 또 다른 과거사 등의 이야기도 설득력을 주기엔 2% 부족한 모양새다.

 이번 <제이슨 본>의 카 체이싱 장면은 가히 '역대급'이다.

이번 <제이슨 본>의 카 체이싱 장면은 가히 '역대급'이다. ⓒ UPI코리아


그런데도 <제이슨 본>은 첩보 액션물이라는 본연의 임무를 제대로 완수해냈다. 전작들에서 보여준 일관성 있는 분위기와 관객들에게 쉴 틈을 주지 않고 연속된 긴장감을 선사하는 것은 이번 신작에서도 여전했다.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CIA 국장 및 내부자들의 모습, 새롭게 등장한 의문의 정보 분석관 헤더(알리샤 비칸데르 분) 등의 캐릭터 역시 이전 작품들의 흐름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 흥미를 돋운다.

특히 영화 전반부 아테네에서 진행된 시위 장면 속 오토바이 추격 장면과 극 중 마지막을 장식한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의 경찰 장갑차 장면은 이른바 '역대급' 카 체이싱으로 손꼽아도 좋을 만큼 관객들에게 짜릿한 쾌감을 선사한다.

돌아와 줘서 고맙소. 제이슨!

간단 총평
- 줄어든 일대일 격투 vs. 역대급의 자동차 추격전
- 쉴틈 없이 2시간 내내 보는 이에게 쪼는 맛을 선사하는 연출력…. 본 시리즈만이 선사하는 짜릿한 쾌감
- 늘어난 제이슨 본의 흰머리…. 그도 늙고 보는 나도 늙었구나.
- 과거에 발목 잡혀 갑자기 모습을 드러낸 제이슨 본. 일부 이야기의 개연성엔 흠집
- 시리즈 특성상 이전 3부작을 보지 못한 분에게는 불친절한 작품. 꼭 케이블TV 재방이라도 보시길 (<본 레거시> 제외)
- 꽃길은 고사하고 맨날 가시밭길만 걸어야 하는 제이슨 본.  그는 과연 살아생전 '흙길'이라도 걸어볼 수 있을까?

오락성 ★★★★
작품성 ★★★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jazzkid)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제이슨 본 맷 데이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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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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