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색이 짙던 한국전쟁 당시, '인천상륙작전'이 전세의 주요한 전환점이 됐다는 건 하나의 사실이다. 그 작전에 미국 사령관 맥아더 장군이 중심이었다는 것도 사실이다. 또한 그 작전을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 우리 해군 첩보원들과 켈로 부대원들의 활약이 컸다는 것 역시 사실이다.

하지만 사실들의 조합이 반드시 진실은 아니다. 27일 개봉한 영화 <인천상륙작전>이 위태로워 보이는 이유는 이 영화 전반에 한국전쟁에 대한 편협한 시선과 일부 진실을 외면하는 무책임함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단골 소재 한국전쟁

 20일 오후 서울 성동구 왕십리CGV에서 열린 이재한 감독의 영화 <인천상륙작전> 시사회에서 출연한 배우들이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왼쪽부터 배우 박철민, 이정재, 이범수, 감독 이재현, 배우 진세연, 정준호, 제작자 정태원.

지난 20일 오후 서울 성동구 왕십리CGV에서 열린 이재한 감독의 영화 <인천상륙작전> 시사회에서 출연한 배우들이 화이팅을 외치고 있다. 왼쪽부터 배우 박철민, 이정재, 이범수, 감독 이재한, 배우 진세연, 정준호, 제작자 정태원. ⓒ 이희훈


제목에서 예상할 수 있듯, 영화 자체가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간결하다. 맥아더 장군 역의 리암 니슨을 위시해 일단 인지도를 올려놓고, 사실은 맥아더 장군 보다 그 작전을 성공시키기 위해 아스라이 스러져 간 호국영령을 기억하자는 취지다. 이를 위해 위장 첩보원 장학수 역의 이정재와 북한군 장교 림계진 역의 이범수 등이 분투한다.

전쟁의 참상 속에서 동료를 챙기며 불가능해 보이는 첩보 임무를 하나하나 완수해 가는 군인들의 모습은 참 멋지다. 컴퓨터 그래픽 등의 일부 기술이 좀 조악해 보이고, 전반적으로 세련미가 떨어진다는 게 문제지만 <인천상륙작전>은 일견 전쟁 혹은 첩보 영화가 갖춰야 할 기본적인 구조는 갖추고 있다. 임무를 해내야 할 국군과 공산주의 이념에 투신한 북한군의 치열한 대결 말이다. 할리우드 전쟁영화에 비할 수는 없겠지만, 적은 예산을 감안하면 나름 박진감 넘치게 국지전을 묘사했다.

그래서 재밌다. 앞서 언급한 일부 기술적 흠을 잠시 넘겨두면 상업영화로서 <인천상륙작전>이 그렇게 망작은 아니다. 하지만 재밌는 영화가 모두 좋은 영화는 아니다. 지금까지 흥행한 모든 영화가 모두 훌륭한 작품이라고 말할 수 없는 이유처럼.

소재만 놓고 본다면 맥아더 장군과 인천상륙작전은 꽤 매력적이다. 이만희 감독의 <돌아오지 않는 해병>(1963)이 간접적으로 다뤘고, 심지어 007시리즈로 유명세를 떨친 테렌스 영 감독의 <인천>(1981)이라는 작품도 바로 이 소재를 다뤘다. 전자는 투철한 반공의식을 담고 있지만 나름 영화적으로 탄탄하다는 평을 받았고, 후자는 오히려 한국전쟁에 대한 기본적인 사실 확인조차 하지 않고 섣부르게 만들었다가 각종 비판에 시달리며 흥행에 대실패했다.

굳이 해당 소재가 아니더라도 한국전쟁 자체를 다룬 국내영화는 더욱 많다. 1960년 이후 '무찌르자 공산당, 국군은 최강'이라는 반공영화 일색이던 차에, 민주화항쟁을 거친 정지영 감독 등이 <남부군>(1990) 같은 작품으로 전쟁 비극과 실존적 질문을 던졌다. 그렇게 국내 전쟁영화는 보다 깊은 문제의식을 보이며 성장했다.

문제는 반공이 아니야

 영화 <인천상륙작전>의 한 장면.

영화 <인천상륙작전>의 한 장면. 배우들은 분투했지만, 제작자의 일차원적 고민이 아쉽다. ⓒ CJ엔터테인먼트


<인천상륙작전>이 최근작인 만큼 적어도 앞선 영화들보다 뛰어난 몇 가지 미덕을 갖춰야 한다. 2000년대 등장한 <태극기 휘날리며>(2004), <고지전>(2011), <마이웨이>(2011) 등은 기술적 진일보를 기반으로 상업적 재미와 함께 전쟁 속 자아의 혼돈을 그렸다. 나름  성찰의 태도를 유지하며 관객들에게 메시지를 던졌다.

그렇다면 <인천상륙작전>이 기술적으로 나아졌는가. 확신하기 어렵다. 맥아더 장군의 항공모함과 유엔군의 침투가 극적으로 묘사됐어야 할 인천 앞바다 장면, 종전 직후 환호하며 태극기를 흔드는 인파의 모습 등에서 거친 컴퓨터 그래픽 합성이 눈에 밟힌다. 초반 국지전은 꽤 훌륭하지만, 후반 전투장면에선 제한된 카메라 워크 등으로 박진감이 다소 떨어진다. 제한된 예산과 한계를 여러 배우들이 연기로 채우는 모습이다.

또 하나. 이 작품이 반공영화이며 애국심에 호소한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반공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1960년대든 2000년대든 사상과 표현의 자유는 보장돼야 할 소중한 가치이고, 감독이 굳이 지금 시점에서 반공영화를 만들고 싶을 수도 있다. 그러나 오로지 국가와 가족을 위해 임무를 완수해내는 모습이 그렇게 감동으로 다가올 지는 의문이다. 군복무를 마친 남성 입장에서, 군대 안에서 봐왔을 법한 정훈자료에 담긴 주제의식과 크게 차이가 없다.

영화의 더 큰 문제는 전쟁을 특히 남의 나라 전쟁이 아닌 우리의 아픈 역사를 깊이 고민한 흔적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적어도 앞서 언급한 몇 영화들엔 전쟁은 곧 비극이며 그 안에서 무수히 고통 받는 불특정 개인의 모습이 담겨있다. 단순히 총에 맞고 죽어서 슬픈 게 아니라 전쟁을 겪으며 파괴되어 가는 개인에 주목했고, 남은 사람들의 아픔을 묘사했다.

국가는 항상 요구한다. 대의를 위한 희생은 숭고하니 위기의 순간에 주저 말고 목숨을 바치라고. 그런데 개인이 주체가 되고 중심이 돼야 할 곳에 국가가 자리하는 순간 인류의 역사는 늘 비극이었다. 전쟁 영화뿐만 아니라 하물며 <제이슨 본> 시리즈와 같은 첩보영화에서도 국가의 강요와 음모 속에 개인은 늘 희생당했고 파괴되지 않았나. 그런 면에서 오히려 <인천상륙작전> 보다 <제이슨 본>이 더 현실감 있게 다가올 정도다.

맥아더를 연기한 리암 니슨은 알고 있었다. "맥아더 자체가 논란이 많은 인물"이라며 자신이 읽었던 여러 책을 제작보고회 당시 언급하기도 했다. 그만큼 인물에 조심스럽게 다가가려 했다. 아마 다른 출연 배우들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서양에서는 '잊힌 전쟁'이라며 제대로 언급되지 않는 한국 전쟁은 여전히 재조명 받고 재해석 돼야 할 우리의 아픔이라는 걸.

영화 속에서 배우들은 자기 몫을 다 해냈다. 적어도 보인 화면에서 말이다. 일단 그들의 임무는 성공이다. <인천상륙작전>에 대한 뼈아픈 일부의 혹평은, 그런 의미에서 배우가 아니라 일차원적으로 전쟁을 파악한 제작자 및 연출자에게 돌아가야 할 것이다.

존 트라볼타, 해리슨 포드 등의 후보군에서 가장 맥아더에 잘 어울리는 리암 니슨을 캐스팅 해놓고, <신세계> 이후 다양한 모습을 훌륭히 소화하며 제2의 전성기를 맞은 이정재를 세워 놨다는 건 훌륭한 선택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종합하면 이 영화, 각종 전투에선 잘 싸웠고 이겼다. 그렇지만 전쟁에선 이겼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심지어 흥행에 성공한다 해도 말이다.

한 줄 평 : 국가에 헌신하는 개인들의 고군분투, 영화가 끝나고 남는 건 여운이 아닌 허무함.

평점 : ★☆ (1.5/5)

 <인천상륙작전> 포스터. 종합선물세트 같은 영화이다. 다만, 그 가치가 표값에 굉장히 저렴할 뿐.

이정재와 리암 니슨을 캐스팅한 건 신의 한 수였다. 그리고 그 한 수를 고작 이 정도로 활용했다. ⓒ CJ엔터테인먼트


영화 <인천상륙작전> 관련 정보
감독 : 이재한
출연 : 이정재, 이범수, 리암 니슨, 진세연, 박철민, 정준호 등
제작 : 태원엔터테인먼트
제작 및 배급 : CJ엔터테인먼트
크랭크인 : 2015년 12월 4일
크랭크업 : 2016년 3월 10일
상영등급 : 12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 110분
개봉 : 2016년 7월 27일



인천상륙작전 이정재 이범수 리암 니슨 한국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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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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