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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나마 강의 생태계가 살아나는 장마철 한강.
 잠시나마 강의 생태계가 살아나는 장마철 한강.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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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같은 장마철, 물이 불어난 서울 한강엔 다양한 물고기들이 나타난다. 잉어, 붕어, 메기는 물론 숭어나 뱀장어도 볼 수 있는 등 일시적이나마 강의 생태계가 살아나 반갑다. 강변 산책을 하다 강물 위로 스프링처럼 튀어 오르는 물고기들을 보노라면, 오래전부터 내 안에 숨어있던 수렵본능이 불쑥 되살아나곤 한다. 당장이라도 낚싯대나 그물을 가지고 강가로 달려가고 싶어진다.

그렇다고 한강 아무데서나 물고기를 잡을 수는 없다. 강을 보호하기 위해 강변 대부분이 이 낚시 금지구역이다. 낚시를 할 때 쓰는 떡밥(혹은 어분) 등이 강을 오염시켜서다. 한강변에 마음 놓고 물고기를 낚을 수 있는 공식 낚시터가 있는데 바로 서래섬(서울시 서초구 반포동)이다. 주변 경치를 즐기며 편안하게 낚시를 즐길 수 있는 도시 강태공들의 명당 낚시터다.  

한강종합개발 때 생겨난 인공섬, 서래섬 

풍경을 즐기며 낚시하기 좋은 아담한 섬.
 풍경을 즐기며 낚시하기 좋은 아담한 섬.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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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래섬은 1982~1986년 제 2차 한강종합개발 때 반포대교·동작대교 사이 반포2동 앞에 만든 인공섬으로 3개의 작은 인도교가 연결돼 있다. 2만 5000㎡(약 7천 평)크기에 둘레 1.2㎞의 아담한 섬이다. 봄엔 유채꽃이 만발하고, 갈대밭과 호안 산책로는 연인들의 산책로나 사진촬영은 물론 호젓한 산책을 즐기기에도 참 좋은 곳이다.

서울 올림픽(1988년) 유치가 확정된 직후인 1982년, 당시 전두환 정권은 '한강종합개발사업'을 추진한다. 수해를 방지하고 수질을 개선하며, 유람선과 수상 레포츠가 가능하도록 한다는 목적이었다. 이때 김포 대교 아래 1007m 길이의 신곡 수중보가 생겼다.

수중보는 일종의 물속에 있는 댐이다. 유람선을 띄우기 위한 수심확보를 위해서였다. 이 수중보로 인해 한강은 바다와 차단되어 흐르지 못하는 이상한 강이 되고 말았다. 현재의 한강 모습은 1986년까지 4년에 걸친 대규모 강 개발 끝에 만들어진 풍경이다.

시민들의 편안한 쉼터 서래섬.
 시민들의 편안한 쉼터 서래섬.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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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래섬이 자리한 곳은 알고 보니 옛 지도에 '기도(碁島)'라고 나오는 섬이 있었으며, 한강개발 때는 모래언덕이 있었다고 한다. 사람이 만든 섬이지만, 그 안에도 자연은 깃들어 있었다. 이 섬은 하마터면 태어나지 못할 뻔했다고 한다.

1981년 반포 한강변에 인공섬을 만드는 문제를 두고 토론이 벌어졌을 때 일부 공무원들은 물 흐름이나 홍수 등을 이유로 이를 반대했다. 서래섬이 있는 부분까지 메워 둔치를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었다. 하지만 당시 서울시 한강개발추진본부장이었던 이상연 전 서울시 부시장은 "시민들의 휴식을 위해 이곳에 섬을 만드는 게 좋겠다."고 결정하고 그대로 추진했다.

서래섬에서 만난 메기, 붕어, 거북이  

치렁치렁한 버드나무 그늘이 있어 더욱 좋다.
 치렁치렁한 버드나무 그늘이 있어 더욱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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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라솔과 낚시대를 꽂을 수 있는 시설이 마련돼 있다.
 파라솔과 낚시대를 꽂을 수 있는 시설이 마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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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래섬 부근은 물 흐름이 느리고 수온이 높아 붕어, 메기, 잉어 등과 함께 도시의 강태공들을 불러 모은다. 식성이 너무 좋은 나머지 강의 생태계를 망가트려 유해 물고기가 된 배스도 흔히 잡힌다. 배스는 주로 물 흐름이 없는 장소를 좋아해 강보다는 저수지나 호수에 많이 서식하는데, 한강도 물 흐름이 거의 없어 배스가 많이 산다고 나이 지긋한 강태공 아저씨가 알려줬다.

좋은 낚시터로 입소문이 난 섬이다보니, 나처럼 가짜 미끼(Lure)를 이용하여 고기를 낚는 루어 낚시를 하러 온 젊은 강태공들도 흔히 보였다. 장마철에 쏟아지는 비는 도시에 피해를 주기도 하지만, 강의 생태계에는 단비와 같다. 하천의 제왕 수염 달린 메기나 붕어, 누치, 참게, 뱀장어도 잡힌단다. 특히 뱀장어는 1킬로에 십 수 만원이 넘게 팔기도 하는 귀한 놈이다.

어느 운 나쁜 거북이가 물속에서 헤엄을 치다 낚싯줄에 뒷발이 걸려 올라왔다. 묵직한 손맛에 기대에 찬 표정을 지었다가 아쉬움으로 바뀐 강태공 아저씨는 외래종인 붉은 귀 거북으로 유해 어종이라고 한다. 인간을 위한 귀여운 애완용으로 들여왔다가 맘대로 방생하더니 이젠 생태계를 교란시킨다며 유해 어종이란 소리를 듣는 작은 거북이가 안됐다.

장마철 한강의 낚시꾼 어망은 풍성해진다.
 장마철 한강의 낚시꾼 어망은 풍성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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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나쁘게 낚시줄에 다리가 걸려 올라온 거북이.
 운나쁘게 낚시줄에 다리가 걸려 올라온 거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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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래섬은 수도권의 웬만한 유료 낚시터 못지않은 좋은 환경을 지니고 있다. 깨끗한 환경, 잘 조성된 산책로, 넓은 한강이 시야에 들어온다. 수질도 낚시터로 쓰이는 저수지 수질보다 낫다. 스피커에서 은은하게 퍼져 나오는 음악소리도 빼놓을 수 없다. 파라솔과 낚싯대를 꽂고 고정할 수 있는 시설이 마련돼 있다. 접근성도 좋아서 전철 동작역(4호선, 9호선)에서 도보 15분 정도로 가깝다.

10여 그루의 치렁치렁한 버드나무가 시원한 그늘을 드리워주어 여름 한낮에도 낚시를 할 수가 있다. 밤에도 시간제한 없이 시원하게 낚시를 즐길 수 있으니 어느 강태공 아저씨 표현대로 '신선놀음' 할 수 있는 곳이다.

서래섬 혹은 한강에서 낚시하기 위해서는 강태공들이 반드시 지켜야 할 사항도 있다. 우선 개인당 4대 이상의 낚싯대를 펼칠 수 없고, 훌치기 낚시(미끼를 달지 않고 세 방향으로 뻗어있는 바늘을 지나가는 물고기의 몸에 걸어서 잡는 낚시)를 해서는 안 된다. 떡밥을 사용해선 안 되며, 움직이는 인공미끼 혹은 생미끼를 사용해야 한다. 떡밥 낚시는 한강 부영양화를 일으키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이기 때문에 철저히 단속하고 있으며, 위반 시 과태료가 부과된다.

덧붙이는 글 | ㅇ 가는 길 : 수도권 전철 동작역(4호선, 9호선)에서 도보 15분
서울시 ‘내 손안에 서울’에도 송고했습니다.



태그:#서래섬, #한강, #한강낚시, #신곡수중보, #한강종합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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