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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결혼해 왔더니 스무살 두 딸이 있는 상황. 그녀가 겪는 고충은...
 한국에 결혼해 왔더니 스무살 두 딸이 있는 상황. 그녀가 겪는 고충은...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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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서른일곱인 보파(가명)는 캄보디아에서 온 결혼이주여성이다. 남편에겐 예전 부인 사이에서 낳은, 스무 살이 넘은 두 딸이 있다. 보파는 한국에 오자마자 이들과 한 집에서 같이 살았다. 남편의 벌이가 신통치 않아, 보파는 공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한국 생활에 적응하는 것도 벅찬 일이었지만, 집에 돌아가서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이젠 자신의 자녀가 된, 남편의 두 딸 때문이다.

두 딸은 보파를 받아들이지 않는 듯 행동했다. 예를 들면, 보파가 집을 비운 사이 물건을 망가뜨린 후 이것을 보파의 탓으로 돌렸다. 아직 한국말이 서툰 보파는 이 상황을 남편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한국 생활에 적응하기 위해 한국어를 배워야 했지만, 당장 돈벌이가 더 급했다. 보파는 퇴근 후 늦은 밤까지 혼자 한국어를 공부했다. 그런데 두 딸은 보파를 도와주기는커녕 둘이서만 알아듣는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때론 뒤에서 웃기까지 했다. 보파는 나이가 많이 차이나지 않는 두 딸이 자신을 엄마로 대하지 않고 무시하는 듯해 화가 났다. 보파는 외롭고 서러웠다.

캄보디아에서의 1년... 아이들은 화냈다

아마 재혼한 한국 가정에서도 이런 문제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보파의 경우 말이 통하지 않아 갈등이 더 커질 수 있다. 몇 년 전, 나는 아이들을 데리고 고향인 캄보디아에서 1년 동안 살았다. 아이들에게 엄마의 나라인 캄보디아를 보여주고 싶었다. 캄보디아 가족과 친척들은 우리 아이들을 아주 예뻐하고 아껴줬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아이들은 점점 의기소침해졌다. 사람들이 자신을 가리키며 캄보디아어로 수군거리는 것을 보고, 아이들은 자신을 놀린다고 생각했다. 아이들은 내게 화를 내며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 나는 아이들을 달래고 또 달랬다. 다행히도 아이들은 캄보디아어를 빨리 배워나갔다. 조금씩 말을 알아듣게 된 아이들은 더 이상 불필요한 오해를 하지 않았고, 남은 시간을 즐겁게 보낼 수 있었다.

새 가족 사이 갈등이 있다면

우리 아이들처럼, 보파가 한국말을 할 수 있게 된다면 갈등이 해결될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상상해보자. 만일 어느 날 갑자기 내 앞에 나이 어린 새엄마가 나타난다면? 그 새엄마와 한 집에서 살아야 한다면? 심지어 새엄마가 나와 말도 통하지 않는다면? 이미 어른이 된 내가 과연 새엄마를 환영하며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을지, 궁금하다. 그러니 두 딸의 입장도 이해한다. 어느 쪽이 잘못이라고 쉽게 말할 수 없다. 보파와 남편, 두 딸이 함께 해결해야 한다.

다문화가정에서 이런 문제가 많이 일어난다. 그래서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는 가족을 대상으로 한 무료상담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당연히 통역도 지원한다. 누구든 신청하면 상담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물론 상담을 받는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고 가족관계가 좋아진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가족들이 서로 상대방을 얼마나 이해하고 받아들이려 하는지, 정말 행복을 찾고 싶은지, 그들의 노력과 의지에 따라 결과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이들이 한 가족이 되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다. 내가 먼저 마음을 열고 조금씩 다가가려고 노력할 때 행복이 한 발짝 더 가까워지는 건 아닐까. 보파를 비롯한 모든 다문화가정의 행복을 빈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태그:#다문화, #결혼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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