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준열

최근 종영한 MBC 드라마 <운빨로맨스>의 제수호 역으로 첫 주연을 맡은 배우 류준열이 21일 오후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오마이뉴스 기자를 만났다. ⓒ 이희훈


'연기 좀 하는 신인.' 분명 영화 <소셜포비아>가 개봉했던 2015년 봄까지만 해도 배우 류준열(29)을 표현하는 말이었다. 하지만 그는 '스타 탄생의 산실'이라 불리는 tvN <응답하라 1988> 정환 역으로 빵 떴고, '라이징 스타'가 됐다. 그리고 2016년 여름. 첫 주연 작품 MBC <운빨로맨스>를 마친 류준열은 또 어떻게 변했을까?

'믿보황' 황정음과 '대세 배우' 류준열의 만남. <운빨로맨스>는 시작 전부터 많은 기대를 모은 화제작이었다. 동시간대 1위, 10.3%(AGB닐슨)라는 시청률로 기분 좋게 시작했지만 이후 시청률 하락세를 겪어야 했고, 결국 6.4%라는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첫 지상파 진출작이었던 만큼 아쉬웠을 법도 하다.

하지만 지난 21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류준열은 "시청률보다 최선을 다했다는 데 의의가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도 원하는 시청률이 나오지 않았다는 건 더 노력하라는 뜻이 아닐까 싶다"며 의연한 반응을 보였다.

첫 로코에서 만난 최고의 상대

류준열, 멈추지 않는 매력 발산 최근 종영한 MBC드라마 <운빨로맨스>에서 제수호 역으로 첫 주연을 맡아 열연한 류준열. 22일 오후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선 사진촬영을 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서로 좋아하는, 알콩달콩 달달한 장면 촬영하는 게 재미있었어요. 대본에도 물론 즐겁게 쓰여 있었지만, 배우들이 케미를 표현하는 게 중요하잖아요. 그런 부분들을 이야기하고 의견 공유하는 게 좋았어요. 정음 선배와 함께 하는 장면이 많다 보니 깊은 대화도 나눌 수 있었어요. 덕분에 처음엔 어려웠던 정음 선배와 편안한 사이가 됐어요." ⓒ 이희훈


<운빨로맨스>는 류준열에게 있어 첫 로맨틱 코미디 도전작이기도 했다. <응팔> 초반부터 '어남류(어차피 남편은 류준열)'라 불리며 덕선(혜리 분)의 강력한 남편 후보였던 그의 사랑은 결국 짝사랑이 됐지만, <운빨로맨스>에서 천재 게임회사 CEO 제수호로 분한 그는 마침내 사랑을 이뤘다. 게다가 상대는 '믿고 보는' 황정음. 로맨틱 코미디 연기에 첫발을 내디딘 그에게는 최고의 상대였다.

"서로 좋아하는, 알콩달콩 달달한 장면 촬영하는 게 재미있었어요. 대본에도 물론 즐겁게 쓰여 있었지만, 배우들이 케미를 표현하는 게 중요하잖아요. 그런 부분들을 이야기하고 의견 공유하는 게 좋았어요. 정음 선배와 함께 하는 장면이 많다 보니 깊은 대화도 나눌 수 있었어요. 덕분에 처음엔 어려웠던 정음 누나와 편안한 사이가 됐어요."

그의 역사적인 첫 키스신의 상대도 황정음이었다. 류준열은 "첫 키스신보다도 첫 뽀뽀신 때 너무 떨리고 긴장됐다"고 고백했다. "나름 서른이 넘었는데 많이 티내고 싶진 않았"다지만 카메라 앞에서 나누는 첫 입맞춤이 어찌 어색하지 않았을까.

"티내고 싶지 않았는데 메이킹 필름을 보니까 티 많이 나더라고요. 알 수 없는 표정 짓는 저를 보니까 너무 부끄럽고 얼굴을 어디다 둬야 할지 모르겠고. 재미있는 건 주변 친구들이 제 키스신을 보고 <운빨로맨스> 시청을 포기했다는 거예요. 제 실제 연애를 훔쳐보는 느낌이 든대요. 하하하. 다행히 정음 누나가 그 어떤 순간보다 베테랑답게 리드해주신 덕에 무사히, 아름답게 끝낼 수 있었어요. 실제로 보늬가 먼저 키스하는 장면이기도 했고요. 제게 첫 키스신을 선사한 정음 누나에게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애교? 단전에서 끌어올렸습니다"

귀여운 남자 완벽 소화한 류준열 최근 종영한 MBC드라마 <운빨로맨스>에서 제수호 역으로 첫 주연을 맡아 열연한 류준열. 22일 오후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선 사진촬영을 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수호의 솔직함을 보여주는 장치가 바로 애교였다. 귀여운 표정으로 보늬(황정음 분)에게 치대는 수호의 애교가 화제를 모았지만 정작 류준열은 "순전히 연기였다"면서 "단전에서부터 끌어올린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 이희훈


<응팔> 이후 개봉한 영화 <글로리데이> <섬, 사라진 사람들> 등은 <응팔> 출연 전에 촬영을 마쳤으니, 제수호는 그가 스타덤에 오른 후 선택한 첫 캐릭터다. <응팔>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만큼, 정환이와 수호는 서로 비교될 수밖에 없었다. 정환이와 수호는 모두 자신의 마음을 상대에게 터놓는 데 서툴렀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수호는 정환이와 달리, 스스로 확인한 마음을 감추는 법이 없었다. 수호의 솔직함을 보여주는 장치가 바로 애교였다. 귀여운 표정으로 보늬(황정음 분)에게 치대는 수호의 애교가 화제를 모았지만 정작 류준열은 "순전히 연기였다"면서 "단전에서부터 끌어올린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반응이 좋았던 건 정환이와의 갭 때문인 것 같아요. 수호는 아이 같고 자기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친구예요. 자기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내죠. 애교 연기가 어렵지는 않았지만,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결국은 정음 선배님이 잘 받아주신 덕에 반응이 좋았던 것 같아요. 상대 배우가 기쁘고 즐겁게 받아주니 저도 만족도가 높았거든요. 수호는 말도 빠르고 상대 눈을 보고 이야기하지 않는 친구였어요. 보늬를 향한 애교는 인간관계를 글로 배운 수호의 변화를 표현하는 거였죠."

정환·수호 말고, 류준열

진짜 사랑 보여준 진짜 남자 류준열 최근 종영한 MBC드라마 <운빨로맨스>에서 제수호 역으로 첫 주연을 맡아 열연한 류준열. 22일 오후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선 사진촬영을 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남자든 여자든 상관없이 누군가에게 자기 마음을 표현하는 건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솔직한 마음을 표현한다는 건 늘 박수받을 일이죠. 그게 꼭 사랑 고백에만 해당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 이희훈


정환이도 수호도 아닌, 류준열의 사랑법은 어땠을까? 정환이처럼 진중했을까? 수호처럼 솔직했을까? 류준열은 "둘 다 가지고 있는 것 같다"고 답했다. 결국 둘 모두의 모습을 자신에게서 찾을 수 있을 테니 하나를 꼽진 못하겠다고. 그렇다면 먼저 다가와 키스한 보늬처럼, 적극적인 여성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실제로도 적극적인 여성 너무 좋죠. 저는 용기 있는 선택에 늘 박수를 보냅니다. 남자든 여자든 상관없이 누군가에게 자기 마음을 표현하는 건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솔직한 마음을 표현한다는 건 늘 박수받을 일이죠. 그게 꼭 사랑 고백에만 해당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자신의 신념이나 생각을 누군가에게 표현하는 것도 마찬가지예요. 물론 강요하라는 뜻은 아닙니다."

기독교도인 류준열은 "미신을 전혀 믿지 않는다"면서 "오히려 반대되는 행동을 많이 한다, 예를 들면 물 조심하라고 하면 더 물가에 가고, 손 없는 날 이사하라고 하면 손 있는 날 하는 식"이라며 웃었다. 그런 그지만, 만약 여자친구가 보늬처럼 미신을 맹신한다면 "이해는 못 하지만 인정은 해줄 것 같다"고 말했다. "기본적으로 사랑하는 남녀관계에 있어 인정과 이해가 필요하다"면서 "이해도 하고 인정도 되면 베스트겠지만, 이해가 안 된다 해도 인정은 해줄 수 있다"고.

류준열의 새 키워드 '엉뚱'

 류준열

그는 작품 하나를 시작하고 끝내는 것을 '여행'이라고 표현했다. 여러 사람을 만나고 여러 감정을 느끼면서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기 때문이란다. ⓒ 이희훈


최근에는 정환이와 수호의 엉뚱함을 보는 듯한 황당 에피소드도 있었다. 류준열이 아이돌그룹 NCT 팬들과 달리기시합을 했다는 SNS가 빠르게 퍼진 것이다. MBC 뮤직 <쇼 챔피언> 사전 녹화 방청을 위해 기다리고 있던 NCT 팬들은 명단 접수가 시작되자 달리기 시작했다. 근처 카페에서 휴식 중이던 류준열도 이를 보고 함께 달렸다고. 심지어 팬들보다 빨리 도착했다고 한다. 류준열은 팬들에게 끊임없이 "무슨 일이냐"고 물었지만, 명단에 이름 쓰는 일이 더 급했던 NCT 팬들은 그에게 관심이 없었다고. 엑소냐는 질문에 결국 한 팬이 "NCT"라고 알려줬고, 류준열은 팬들에게 "축하드려요, 성공하세요"라며 박수를 쳐줬다는 내용이었다. 취재진이 이 에피소드에 대해 묻자 그는 진지한 표정으로 "꽤 오랜 시간 한 카페에 앉아있던 분들이었다"며 설명을 시작했다.

"저는 드라마 대기 중이었어요. 갑자기 카페에 앉아계시던 분들이 한 마음이 돼서 각자의 목표를 위해 움직이는데 참을 수 없었어요. 호기심도 있었죠. 어린 소녀들이라 아이돌이라는 동물적 감각이 느껴졌어요. 그래서 엑소냐고 물어봤는데 아니라더라고요. 그룹명을 이야기해줬는데 못 알아들었어요.

아직도 의문인 건, 거기에 정말 아이돌이 없었거든요? 그 친구들이 나무 사진을 막 찍고 있더라고요. 이게 뭐냐고 물어봤더니 방청권을 얻기 위한 작업이래요. 그 친구들은 나무를 왜 찍고 있었을까요? 전 그들의 뜨거운 열정이 부러워서 응원의 메시지를 남겼는데, SNS에서 회자되면서 회사에서 난처해 했어요. 배우로서는 조금 창피했지만 훈훈한 에피소드였네요."

하지만 그에게도 그 '뜨거운 열정'을 지닌 팬들이 있다. 인터뷰가 이뤄진 카페 밖에는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그를 기다리고 있는 팬들이 여럿 있었다. <응팔>을 시작하기 전의 류준열과 지금의 류준열. 가장 큰 차이는 이같은 팬들의 존재가 아닐까?

"지금까지는 배우가 되는 데 힘이 되는 긍정적인 에너지나 응원은 가족이나 주변 친구들에게서 받았어요. 이제는 팬분들에게 많이 받아요. 드라마 선택을 빨리했던 것도, 팬분들을 빨리 만나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이에요. 기대하고 응원해주시는 글을 많이 봤거든요. 빨리 다음 작품을 선택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던 것 같아요. 타이트한 스케줄에도 웃을 수 있는 건 팬분들 덕분입니다."

호랑이띠 제수호, 호랑이띠 류준열

 류준열

드라마 <운빨로맨스>를 마친 류준열은 현재 장훈 감독의 영화 <택시운전사>에서 송강호, 유해진과 호흡을 맞추고 있다. 또 다른 여행을 떠난 배우 류준열을 기대해본다. ⓒ 이희훈


제수호와 류준열은 모두 1986년생 호랑이띠다. 하지만 수호는 서른의 나이에 완성된 커리어를 갖췄고, 류준열의 커리어는 지금부터다. 류준열은 "수호가 몇백 억 자산을 가진 인물이지만 만수르 같은 삶을 사는 인물은 아니잖아요"라면서 "수호는 끊임없이 갈망하고 고민하는 친구다, 그런 점이 나와 닮았다"고 말했다. "현재 위치에 만족하지 않고, 계속해서 고민하고 새로운 것들을 찾아 나가는 점이 비슷"하다고.

그는 작품 하나를 시작하고 끝내는 것을 '여행'이라고 표현했다. 여러 사람을 만나고 여러 감정을 느끼면서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기 때문이란다. 그런 반성들이 자신을 성장시킨다고 믿는다고. 그렇다면 그에게 <운빨로맨스>라는 여행은 어떤 성장을 가져다주었을까?

"추상적이기는 하지만, 사람을 대할 때 내 의지와 무관하게 그들이 생각하는 또 다른 제가 있거든요. 이심전심이 안 되는 경우가 많죠. <운빨>은 그런 서로 다른 마음들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해준 작품이에요.

또 운명과 싸우는 드라마였잖아요. 드라마는 사실 여러 가치관의 싸움인데 보통 부모님의 반대, 계급 차이 이런 에피가 주를 이뤘다면 <운빨>은 주인공들의 신념이 부딪쳤던 것 같아요. 저도 종교가 있지만, 자기가 가진 삶의 기준은 쉽게 변하지 않잖아요. 미신과 과학을 맹신하던 친구들이, 자신의 신념을 바꾸는 계기가 사랑이라는 것. 운명과 싸운다는 건 로맨틱 코미디가 다루기에는 너무 무겁고 크고 복잡한 주제였지만 그래서 더 의미가 있었어요."

<운빨로맨스>와 <더킹>이라는 여행을 마친 그는 당분간은 오롯이 영화 <택시운전사>라는 여행에 집중할 예정이다. 여행 동반자는 송강호와 유해진이다. <더킹>에서는 조인성, 정우성과 호흡을 마쳤다. 연이은 대작 캐스팅. 그에게 운빨이라도 작용했던 걸까?

"연이어 대작에 출연할 수 있었던 건 천운이죠. 제가 어떤 작품을 하는 데는 능력보다 운이 중요했다고 생각해요. 어쩌다 얻은 행운이라기보다, 주변 분들의 도움을 받았죠. 저는 인복이 많은 사람입니다."


운빨로맨스 류준열 제수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