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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후 대전 동구 낭월동 골령골에서 열린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제66주기 17차 대전산내학살사건 희생자 합동위령제'에서 유족들이 헌화하고 있다.
 27일 오후 대전 동구 낭월동 골령골에서 열린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제66주기 17차 대전산내학살사건 희생자 합동위령제'에서 유족들이 헌화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장재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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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후 대전 동구 낭월동 골령골에서 열린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제66주기 17차 대전산내학살사건 희생자 합동위령제'에서 참석자들이 추모묵념을 하고 있다.
 27일 오후 대전 동구 낭월동 골령골에서 열린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제66주기 17차 대전산내학살사건 희생자 합동위령제'에서 참석자들이 추모묵념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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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후 대전 동구 낭월동 골령골에서 열린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제66주기 17차 대전산내학살사건 희생자 합동위령제'에서 금비예술단 전연순 씨가 진혼무를 추고 있다.
 27일 오후 대전 동구 낭월동 골령골에서 열린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제66주기 17차 대전산내학살사건 희생자 합동위령제'에서 금비예술단 전연순 씨가 진혼무를 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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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할퀴고 간 상처로/ 웃음도 대화도 모두 다 잃은 채/ 그늘진 얼굴로 살다 가신 내 어머니... (중략) 골령골 산자락에/ 뻐꾹 뻐꾹/ 뻐꾸기 소리 자장가 삼아/ 어느 곳에 잠드셨나."

대전 동구 낭월동 골령골에 노래 한 곡조가 울려 퍼졌다. 66년 전 한국전쟁 당시 이곳에서 오빠를 잃은 신순란씨는 자신이 지은 '자식 잃은 어머니 눈물'이라는 시에 곡조를 붙여 노래를 불러 시낭송을 대신했다.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제66주기 17차 대전산내학살사건 희생자 합동 위령제'가 27일 오후 대전 산내 골령골 추모공원에서 열렸다. 이날 위령제는 66년전 이 곳에서 우리 군경에 의해 학살당한 3000명에서 많게는 7000여 명에 이르는 희생자들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해 열렸다. 위령제에는 유가족을 비롯한 전국민간인학살 유족대표, 대전지역 시민사회단체 회원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

금비예술단 전연순씨의 '진혼무'로 시작한 1부 합동위령제에서는 전통제례 방식의 '헌작'과 원불교대전충남교구와 천주교정의평화위원회의 종교제례가 거행됐다. 2부 추모식은 희생당한 영혼들을 위로하는 '묵념'으로 시작되어 경과보고, 유족대표인사, 추도사, 추도시낭송, 추모공연, 헌화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이날 유족대표로 인사에 나선 김종현 대전산내학살사건희생자유족회장은 "2011년 6월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가 대전형무소 재소자 및 국민보도연맹원을 아무런 법적 절차없이 살해한 것은 명백한 불법행위라고 밝혔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최소 7000여 명 이상의 재소자와 보도연맹원, 예비검속자들이 살해되었다고 추정할 뿐, 신원이 확인된 희생자는 겨우 513명 뿐"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이는 진실위의 조사기일이 너무 짧았고, 부모·형제를 억울하게 잃고도 연좌제의 굴레에 얽매여 고통 속에 살아오다보니 지금도 후환이 두려워 신고조차도 못하고 있는 유족이 너무나 많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정부는 다시 특별법을 만들어 억울한 희생자들의 명예회복에 힘을 모아 암울한 역사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도사에 나선 김광년 (사)한국전쟁전후 민간인희생자 전국유족회장도 "국가 공권력에 의해 부모·형제를 잃은 우리는 지난 수십 년을 숨죽여 살아왔고, 이 땅의 이등국민으로 취급당했다"고 말했다. 그는 "비록 2005년 노무현 정부 때 특별법을 통해 진실규명과 명예회복을 추진했으나 너무나 미약했고, 지금도 우리는 피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제라도 다시 한 번 특별법을 만들어 여전히 해결하지 못한 진상규명과 명예회복, 후속조치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대식 대전민주의힘 상임대표는 "국민이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으면 진실은 결코 매장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기 골령골에 추모공원이 생기고, 역사의 이름으로 명예롭게 죽은 영혼들을 축원할 날을 곧 다가오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27일 오후 대전 동구 낭월동 골령골에서 열린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제66주기 17차 대전산내학살사건 희생자 합동위령제'.
 27일 오후 대전 동구 낭월동 골령골에서 열린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제66주기 17차 대전산내학살사건 희생자 합동위령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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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후 대전 동구 낭월동 골령골에서 열린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제66주기 17차 대전산내학살사건 희생자 합동위령제'. 사진은 FCD무용단의 헌무 장면
 27일 오후 대전 동구 낭월동 골령골에서 열린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제66주기 17차 대전산내학살사건 희생자 합동위령제'. 사진은 FCD무용단의 헌무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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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후 대전 동구 낭월동 골령골에서 열린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제66주기 17차 대전산내학살사건 희생자 합동위령제'에서 유족들이 제단에 큰절을 올리고 있다.
 27일 오후 대전 동구 낭월동 골령골에서 열린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을 위한 제66주기 17차 대전산내학살사건 희생자 합동위령제'에서 유족들이 제단에 큰절을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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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도사가 끝난 후에는 대전산내사건희생자유족회 전숙자·신순란 회원의 시낭송이 이어졌다. 이 곳에서 아버지를 잃은 전숙자씨가 애끓는 목소리로 시를 낭송하자 참석자들은 흐르는 눈물을 훔쳤다.

"새질리 산골짜기 아름드리 참 나무아래/ 열 다섯 살 소년은 보았노라/ 동포의 살육 현장/ 숨 조차 쉴 수 없던 그날의 만행을/ 강제 노력으로 파 놓은 구덩이/ 일열로 선 아비들/ 쏟아지는 총알 가슴에 안고/ 썩은 나무처럼 쓰러져 뒹굴 때..."

추모공연에는 가수 정진채씨의 '비가' 노래공연과 FCD무용단의 헌무공연이 진행됐다. 마지막 순서로는 참석자들이 제단에 헌화를 하면서 위령제는 마무리됐다.

이날 위령제에 참석한 유명자(대전 유성, 75)씨는 "아무리 생각해도 어떻게 이런 나라가 있을 수 있는지 모르겠다, 죄 없는 사람을 죽여놓고 60년이 흘렀는데 지금까지 사과 한마디 없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유씨는 "아비없이 고생하며 살아온 지난 세월을 어찌 말로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유씨의 아버지 고 유동렬씨는 대전 탄동에서 농사를 짓고 살았으며, 동네친구의 말에 '보도연맹원 가입서' 도장을 찍은 죄로 논에서 농사일을 하던 채로 끌려와 37세의 나이로 희생됐다.

유씨의 언니인 유금자(78)씨는 "억울하고 원통해서 눈을 감을 수가 없다"며 "늦었지만 이제라도 제발, 진실을 밝히고 희생자들의 영혼을 제대로 위로할 수 있게 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대전산내 학살사건은 1950년 6월 28일부터 7월 17일까지 3차에 걸쳐 대전형무소 재소자와 국민보도연맹원, 예비검속자 등 대량 학살(1차 : 6월 28~30일 1400명, 2차 : 7월 3~5일 1800명, 3차 : 7월 6~17일 1700~3700명)한 사건이다. 당시 희생자들은 충남지구 CIC, 제2사단 헌병대, 대전지역 경찰 등에 의해 법적 절차없이 집단 살해됐다.


태그:#대전산내학살사건, #산내학살, #민간인학살, #한국전쟁, #골령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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