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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시몹 :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플래시몹 :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 석남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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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지역 첫 혁신학교인 인천석남중학교를 찾았다. 인천형 혁신학교의 또 다른 이름은 '행복배움학교'이다. 인천시 서구 건지동산에 자리 잡고 있는 인천석남중학교는 지역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낙후되고 열악한 곳이지만, 이러한 힘겨운 환경에서 '배움의 공동체 수업'과 '참여와 소통의 교육공동체 협의회'를 양대 기둥으로 ▲창의적 교육과정 운영 ▲수업 혁신 ▲민주적 학교 운영 ▲학생자치 실현을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는 학교이다.

학교가 정말 몰라보게 달라졌어요

다른 학교에 갔다가 다시 인천석남중학교로 왔다는 학교지킴이 유재영 님은 "2013학년도에 비해 아이들이 너무나 달라졌어요. 만나면 먼저 인사하고, 얼굴에 적대감도 없고... 전에는 거칠고 자유로운 아이들을 엄격한 교칙으로 다잡기 위해 선생님들이 매일 아이들과 싸우는 것으로 비쳐졌는데... 그런데 지금 석남중학교 아이들은 정말 행복해 보여요!"라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실제로 인천석남중학교는 2012년 학교폭력대책위가 16회 열렸고, 선도위가 11회 열리는 등 총 40건의 학생사안으로 몸살을 앓던 학교였다. 신입생 1지망 지원율이 25%로 비선호 학교였고, 교사들도 대부분 신규나 타시도전입·타교육청 전입교사, 2·3지망 교사로 구성되어 30% 정도의 교사가 매년 교체되는, 사실상 기피학교에 가까웠다.

이런저런 이유로 학부모 만족도도 매우 낮았다. 그런 학교가, 현재는 1지망 비율이 95%에 이르고 있고, 2014년에는 학부모만족향상도가 인천지역에서 1위라고 하니 더욱 놀랄 수밖에... 대체 변신 비결이 무엇일까?

수업이 바뀌니 학교 문화가 달라지더라고요

석남중학교가 이렇게 달라지고 좋아진 것은 일차적으로 교사들의 변화, 즉 의식전환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김찬 교사는 "수업이 바뀌면 학교가 변한다는 생각으로 교사 위주의 일방적인 수업에서 학생 중심의 '배움의 공동체'로 학교를 구축했다, 학교를 학생들과 교사들이 서로 배우는 공간으로 변화시키고자 노력했다"면서 "교실 속에서 서로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함께 배움을 통해서 아이들은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문화를 자연스럽게 익힌 것 같다"고 말한다.

획일적인 수업에서 벗어나 창의적인 교육으로 변화를 선도하는 석남중은 ㄷ자 형태의 모둠형 책상 배치로 학생이 주인이 된, 수업 주도권이 교사에서 학생으로 전환한 '배움의공동체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석남중 교사들은 자신의 수업을 성찰하고, '한 아이도 소외됨이 없고, 또한 질 높은 배움'을 추구하기 위해 매월 1회 전체 또는 학년별로 공개수업을 실시하며, 매주 수요일 전문적 학습 공동체의 날을 운영한다.

또한 창의적인 교육을 위해 학교 구성원은 학교의 비전과 가치를 공유하고 학년별 핵심가치를 함께 정하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교과 교육과정을 재구성한다. 아직도 수업에 어려움은 있지만 공동성장의 가치를 함께 실현하는 배움의공동체 수업은 학교를 협력과 소통의 공간으로 바꾸었다고 교사들은 말한다.

교사의 인식이 바뀌면서 학생들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우선 아침풍경부터 달라졌다. 교문 앞에서 등교하는 학생의 두발 및 복장을 지적하고 훈계하는 무서운 교사는 찾아볼 수 없다. 대신 학생들 어깨를 두드려주고, 따뜻하게 손을 잡아주며 "사랑합니다"라며 반갑게 맞아주는 교사만 있을 뿐이다. 박봉숙 교감은 "등교시간을 오전 8시 50분으로 늦추니, 학생들 표정이 매우 밝아졌다"며 "아침맞이로 교사와 학생의 사이가 더욱 가까워졌고, 늦춰진 등교시간만큼 수업시간에 졸거나 엎드려 자는 학생도 사라져 전체적인 학교 분위기도 좋아졌다"고 말했다.

"학생들을 한번 믿어보자. 믿는다 하면서 진실로 믿고 맡긴 적은 없지 않았나 하는 자성에서부터 출발했어요. '학생자치 활성화'를 통해 학생들이 스스로 결정하고 실천하도록 한 것이죠. 두발규제를 풀고 화장금지 규칙도 해제하고, 교복 단속도 완화하고, 그리고 학생들의 말을 경청했어요. 그랬더니 아이들은 서서히 변하기 시작하더라고요!"

김찬 교사의 설명이다.

이번 졸업식과 입학식 행사는 어떻게 할까 협의 중인 학생회
▲ 학생회 활동 이번 졸업식과 입학식 행사는 어떻게 할까 협의 중인 학생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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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남중은 지난해 2학기부터 교사와 학생, 학부모들이 함께 논의해 제정한 '생활협약'을 시행하고 있다. 이 생활협약에 따라 학교 밖에서 흡연한 학생은 담배를 피운 곳에 가서 담배꽁초를 줍고, 동네 주민들에게 진심어린 사과의 편지를 써서 흡연 장소 인근 가정에 전달한다.

일회적인 벌로 잘못을 털어내기보다는 학교와 지역공동체에 저지른 잘못을 스스로 느끼고 회복할 수 있게 하는 '회복적 생활교육'을 원칙으로 삼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한다.

이아무개 학생의 경우 "처음에는 괜히 담배를 피워서 꽁초를 줍고 편지도 써야 되는구나, 귀찮다는 생각 뿐이었다"며 "그런데 편지를 읽고 나서는 나도 모르게 마음이 따뜻해졌다. 하지만, 좋은 일을 해서 받은 편지가 아니어서 부끄러운 마음이 생겼고, 다음부터는 절대 담배를 피우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했다 한다.

석남중은 지난해 2학기부터 교사와 학생, 학부모들이 함께 논의해 제정한 '생활협약'을 시행하고 있다.
▲ 생활협약 석남중은 지난해 2학기부터 교사와 학생, 학부모들이 함께 논의해 제정한 '생활협약'을 시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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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이 학교의 진짜 주인이어야 하고, 학교는 꿈을 키워주어야

석남중은 민주주의 절차에 의해 학생회장 선거가 끝나면 바로 학생회 임원 및 해당 부서의 부원들도 공모와 면접으로 선발한다. 이렇게 구성된 학생자치위원회는 매주 월요일 점심시간에 모여 회의를 한다.

올해는 세월호 추모 행사를 학생회 주도로 진행하였다. <REMEMBER 20140416> 엽서를 제작하여 전교생 엽서쓰기, 리본 만들기, 기억의 정원 만들기, 세월호 추모공연, 플래시몹(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을 학교 운동장과 교실에서 진행하였다.

그리고 레몬트리카페를 운영하여 기금을 모금하였고, 이를 7월 7일 학생회 임원들이 광화문에 직접 가서 엽서와 함께 전달할 예정이라고 한다. 남승주 학생회 부회장은 "정말 많은 학생들이 호응해주고 함께 해 줘, 고생한 보람을 느낀다"고 뿌듯해했다.

남승주 학생회부회장은 “정말 많은 학생들이 호응해주고 함께 해 줘, 고생한 보람을 느낀다”고 뿌듯해했다
▲ 세월호 추모 공연 남승주 학생회부회장은 “정말 많은 학생들이 호응해주고 함께 해 줘, 고생한 보람을 느낀다”고 뿌듯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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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하루 점심시간에 학생들의 '끼'를 표출하는 것이죠. … 춤추고 노래하고 싶은 친구들, 차력하고 싶은 사람, 밴드 공연, 블록 맞추기 기록 도전하고 싶은 사람, 마술하고 싶은 사람 등등. … 정말 학생들이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이지요!"

조우영 교사의 이런 제안으로 석남중학교는 매주 수요일마다 '동아리 게릴라 콘서트, 점심 먹고 애들아 노올자!' 축제를 연다. 댄스, 치어리딩, 석남슈퍼스타S, 밴드부 공연 등 다양한 놀이마당이 펼쳐지는데, 준비하는 학생들이나 지켜보는 학생들이나 반응이 폭발적이라고 한다. 매번 강당에 사람이 꽉꽉 찬다고 했다. 

강민지(디아망 대표) 학생은 "'디아망'은 다이아몬드의 프랑스어로 '반짝반짝 세상에 빛을 비추자!'는 의미로 2013년도에 결성됐어요. 학교 안에 마련된 무대 <그린나래>에서 방과후에 자율적으로 모여 연습하고 있어요"라고 소개했고, 조소영(가온단 대표) 학생은 "'가온단'은 세상의 중심이 되자는 뜻으로, 2014년에 춤에 관심 있는 친구들로 결성되었고, 지난  해 전국치어리딩협회 주최 대회에서 3등을 했어요"라며 자랑스럽게 말했다.

매주 수요일 점심시간이 기다려진다는 석남중 학생들과 선생님들
▲ 동아리 게릴라 콘서트, 점심 먹고 애들아 노올자! 매주 수요일 점심시간이 기다려진다는 석남중 학생들과 선생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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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행복한 학교문화 실현을 위해 학생, 교사, 학부모가 함께 참여하는 석남공동체협의회 운영도 이 학교의 큰 특징이다. 올해 4월부터는 학생, 학부모, 교사 대표가 참여하는 공동체 협의회를 구성하였다. 이곳에서는 월 1회 모여 학교의 중요 현안을 협의한다. 이로 인해 학부모들의 학교 참여가 훨씬 자연스러워졌다고 한다.

김수잔나 3학년 학부모대표는 "저는 아이 둘 다 석남중에 보내고 있는데, 정말 학교가 많이 좋아지고 달라졌어요. 아이들이 학교생활을 재미있어 하니 학부모들 만족도도 높아요"라고 말한 뒤 "다들 이제는 동생들과 후배들도 석남중 보내자"는 분위기라면서 "이 모두가 선생님들의 헌신과 열정 덕분"이라며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레몬 씨앗은 파종하여 관찰일기에 적고, 레몬청 담아 카페 열어 기금 마련도 하고...
▲ 학부모님과 함께 하는 레몬트리수업 레몬 씨앗은 파종하여 관찰일기에 적고, 레몬청 담아 카페 열어 기금 마련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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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장실 수업 등 신선하고 감동적인 특색사업

석남중의 또 하나의 특징은 '교장실 수업'이다. 교장실 수업에 참여했다는 한 학생은 "학생들이 솔직히 교장실 갈 일이 없는데 교장실에서 교장선생님과 둘러앉아 대화식 수업을 하는 것이 참 신선했다"고 평가했다.

고보선 교장은 "사람을 키워내고 이끌어주는 일에 사랑보다 더한 마법은 없다고 생각한다"며 "아이들에게 민주, 정직, 자존을 강조한다. 특히 학생들의 자존감을 키워주는 학교, 아이들에게 희망을 주는 민주적 학교문화 정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또한 "사람이 지닌 꿈에는 소망과 희망의 단계가 있으며 희망이 보일 때 가장 행복하며 희망이 보일 때 열정의 마음을 갖는다"면서 "저희 석남 학생 모두 참교육 실현으로 희망을 갖는 행복학교에서 꿈의 열정을 품게 하겠다. 저 행복텃밭의 푸른 작물처럼 희망이 무럭무럭 자라게 하겠다"고 포부를 이야기했다.

석남중의 또 하나의 특징은 ‘교장실 수업’이다.
▲ 교장실 수업 석남중의 또 하나의 특징은 ‘교장실 수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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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남중은 이밖에도 돌봄이 필요한 학생들을 위한 모임인 '위하자 모임(상담교사, 복지사, 진로, 희망교사들로 구성)'을 만들어, 교사와 학생, 교사와 교사가 서로 협력하여 학생들 이야기를 들어주고 있다고 한다. 학생들은 단지 자기들 이야기를 들어주는 그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변화한다는 것이다. 또한 수업 부적응 학생에게 세심한 도움을 주기 위해, 1:1멘토링, 교장선생님과 함께 하는 모험놀이상담 등도 실시할 예정이란다.

설연희 교사(연구혁신부장)는 "이전 학교에서는 제 생각과 의견을 묻지 않았는데, 석남중은 제 생각을 끊임없이 묻고 제 의견이 학교 정책에 반영되다 보니 교사로서의 자존감이 높아진다"면서 "전에는 혼자 끙끙거리는 일이 많았는데 혁신학교에서 교실을 열고 동료교사들과 함께 고민하니 많은 문제가 해결되더라, 수업과 학교문화를 바꾸는 것은 아이들뿐만 아니라 선생님이라는 것을 새삼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김문숙 교사(교육과정부장)는 "수업에서 행복해지고 싶었는데 그것을 실현할 여건이 마련되어 있고 지원해 주는 관리자가 있어 행복하다"며 "다만 학교의 자율성이 확보되도록, 다시 말해 혁신학교다운 학교혁신이 가능하도록 교육청 차원에서의 보다 세심한 배려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학년 학생들의 써클대화(모두 금연양말을 신고
▲ 우리들도 우분투!!! 1학년 학생들의 써클대화(모두 금연양말을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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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남중, 인천지역에서 변화와 혁신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

기자가 만난 석남중학교 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교사들이 변했다. 학생들이 변했다. 교사와 학생 모두가 변했다. 이들은 적대적이지 않다. 이제는 서로 깊은 신뢰 속에서 상호 윈윈의 질적 전환을 모색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찬 교사는 "하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석남중학교 교사들과 학생들은 행복하다. 때때로 실패하고 좌절하고 깨어지고 서로 간에 화가 나도, 서로 이야기를 경청하는 교사와 학생들 간의 문화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에 희망적"이라고 말한다.

그렇다. 그렇기에 '인천형 혁신학교(행복배움학교)'라는 이름으로 역할을 하고 석남중학교에서 희망을 읽어내고, 정말 많은 자랑거리와 특색사업을 만들어내고 있는 학교 구성원 모두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덧붙이는 글 | 이와 유사한 글을 '교육희망'에도 보냅니다



태그:#혁신학교, #인천석남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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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포럼 <교육을바꾸는새힘>,<학교안전정책포럼> 대표(제8대 서울시 교육의원/전 서울학교안전공제회 이사장) "교육 때문에 고통스러운 대한민국을, 교육 덕분에 행복한 대한민국으로 만들어가요!" * 기사 제보 : riulkht@daum.net

공연소식, 문화계 동향, 서평, 영화 이야기 등 문화 위주 글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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