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성균관로 91 올림픽기념국민생활관 신관에 위치한 아이들극장. 지난 4월 30일에 문을 열어서 아이들을 맞이하고 있다.

서울 종로구 성균관로 91 올림픽기념국민생활관 신관에 위치한 아이들극장. 지난 4월 30일에 문을 열어서 아이들을 맞이하고 있다. ⓒ 김광섭


"연극 시작할 때, 소리치면 돼요?"
"안 돼요!"
"간식 먹으면 돼요?"
"안 돼요!"

인형극 시작에 앞서 배우가 아이들에게 말을 건다. 아이들은 씩씩하게 대답한다. 조금 늦게 입장한 아이들은 안내원의 인솔을 받으며 질서정연하게 자리에 앉는다. 뒷좌석에 앉은 어르신들은 한껏 기대에 들떠 박수를 친다. 지난 4월 30일 개관한 지자체 최초의 어린이극장인 종로아이들극장에서 열리고 있는 아이들의 상상력을 키우고, 온 가족의 웃음꽃을 피우는 '2016 키우피우 인형극 축제'의 현장이다.

지난 8일 <돌아온 박첨지>를 시작으로, <비발디의 사계·동물의 사육제>가 상연되었고, <공룡엄마>(6월 22~25일), <파란토끼 룰루의 모험>(6월 30일~7월 3일), <구렁덩덩 신선비>(7월 6~9일), <띠용이와 떠나는 환경캠프>(7월 13~16일) 총 6편의 우수 인형극이 펼쳐진다.

혜화동 올림픽기념국민생활관을 증축하여 문을 연 종로아이들극장은 300석 규모로 아이들이 마음껏 놀 수 있는 드넓은 공간, '아이의 들' 의미를 담고 있다. 연극뿐만 아니라 예술을 접목한 아이들을 위한 교육프로그램 공간으로도 활용될 계획이다. 연극을 통해서 세상과 맞닥뜨릴 때 나타난 문제를 간접 체험하여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기 위한 취지다. 엄마, 아빠, 어르신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지난 10일 종로아이들극장에서 만난 김숙희 초대 예술감독은 "솔직하게 이야기해도 돼요?"라며 아이들극장의 현 모습에 대해 먼저 입을 열었다.

시작은 미약하지만 끝은 창대하게

 인터뷰에 응해준 김숙희 종로아이들극장 예술감독. 그는 아이들극장에 대한 많은 애정을 갖고 있었다.

인터뷰에 응해준 김숙희 종로아이들극장 예술감독. 그는 아이들극장에 대한 많은 애정을 갖고 있었다. ⓒ 김광섭


"사실 조금 더 시험 가동을 하고 개관이 돼야 했는데, 생각보다 일찍 개관했어요. 공간에 대한 문제점도 많고, 공연을 홍보하는 시간도 부족했죠. 다행히 개관 공연인 <무지개 섬 이야기>(2015 아동창작희곡상)의 작품이 평이 좋았어요. 두 번째 축제인 2016키우피우 인형극축제는 너무 급하게 진행하고 있어서 널리 알리지 못했지만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그는 종로아이들극장이 제 모습을 갖추려면 1년의 시험 가동 기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현 문제점을 직시하고 이를 보완해나가는 작업과 함께 극단과 배우, 시민이 함께 종로아이들극장을 완성해가는 데 필요한 시간이다. 실제로 좌석이 딱딱한 느낌이 없지 않았고, 아이들을 위한 화장실, 수유실은 갖추고 있지만, 가족 단위로 찾을 시 극장 외에 즐길 편의시설은 미흡했다.

"첫 번째는 공간이에요.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조명도 모자란 것이 많아요. 전구도 일반극단에서 쓰는 전구가 안 꽂혀 있어서 그것을 바꾸는 작업이 필요하죠. 좌석의 불편한 점들과 음향 등 손볼 게 아직도 많아요. 실제로 직원들에게 1년은 시험 가동을 한다고 생각하자 이야기하고 있어요. 아직도 정리해야 할 것이 많아요."

아동극의 대모

 종로아이들극장의 모습. 이 극장이 아이들로 가득 차는 모습을 상상만 해도 웃음이 나온다.

종로아이들극장의 모습. 이 극장이 아이들로 가득 차는 모습을 상상만 해도 웃음이 나온다. ⓒ 김광섭


그는 어린이문화예술학교를 창립했고, 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 한국본부(아시테지) 이사장으로도 활동하는 등 20년 가까운 시간을 아이들과 보냈다. 공연계에서는 그를 아동극의 대모라고 부른다. 주변의 권유로 아동극에 몸을 담았지만, 지금은 천직으로 생각한다고.

"이 일을 하다 보니까 내 일인 것 같아서 작품도 만들게 되었죠. 교육연극학회에서 일을 하다가 아시테지까지 오게 되었어요. 전생에 연이 있지 않을까? (웃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어요."

아시테지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인간적 존엄성과 문화적 권리를 연극을 통해서 알리고 스스로 깨닫게 하는 1965년 파리에서 창립한 비정부 국제기구다. 그는 이곳에서 아이와 어른 모두를 행복하게 하는 공연을 기획하고 있으며 이 작업은 종로아이들극장과의 MOU를 통해서 서로 협업하며 아동극의 발전을 도모하는 일로 확장되고 있다. 아동극 배우와 극작가 지원, 작품 발굴에 대한 답은 여기서 찾을 수 있었다.

"아시테지에서는 이미 하고 있어요. 아동창작희곡상도 있고 청소년창작희곡상도 있죠. 굳이 종로아이들극장에서 또 새로 만들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아시테지 수상작을 무대에 올리는 협업하는 형태로 가려고 해요. 수상작을 공연으로 올리는 일도 필요하므로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역할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 목적으로 '두려움을 용기로' 주제로 7월 20일부터 30일까지 열리는 아동청소년공연예술축제인 '제24회 아시테지 국제여름축제'도 종로아이들극장 무대에 오른다. 프랑스와 한국 극단이 함께 한 감성연극 <더 클라우드>(7월 23~24일), 일본 극단이 선보이는 인형극 <피노키오>(7월 20~21일), 스웨덴 무용극단의 <깡통 하나>(7월 26~28일), 가족뮤지컬 <환타지 오즈의 마법사>(7월 29~31일)가 그 작품이다.

"아시테지 축제는 100% 매진이거든요. 종로아이들극장을 널리 알리기 위해서 함께 했어요. 축제를 즐기면서 종로아이들극장이 우리 공간이라고 아이들과 어머니들이 느낄 수 있게 하려고요."

좋은 아동극은 교육이 담긴 선물 상자

 인형극 <돌아온 박첨지>의 공연 장면. 아동극을 관람하는 것도 교육의 일환이다. 좋은 아동극 한 편은, 아이에게 좋은 영향력을 많이 끼칠 수 있다.

인형극 <돌아온 박첨지>의 공연 장면. 아동극을 관람하는 것도 교육의 일환이다. 좋은 아동극 한 편은, 아이에게 좋은 영향력을 많이 끼칠 수 있다. ⓒ 김광섭


그는 종로아이들극장 예술감독으로 있으면서 가장 첫 번째 목표가 작품의 질적 보장이라고 했다. 대한민국 아동극의 현실은 좋지 않은 연극이 더 활개를 치고 있다는 것이다. 제값을 줘야 볼 수 있는 좋은 연극보다는 헐값에 볼 수 있는 연극들만 찾는 것이 안타깝다는 것이다. 그는 좋은 아동극은 교육이 담긴 선물 상자라고 했다.

"아이들, 청소년 공연은 사실 교육이거든요. 예쁜 선물 상장 안에 교육이 조금 숨어 있으면 돼요. 아이들이 막 선물을 풀고 싶을 거 아니에요? 이 선물 상자가 공연이고 그것을 풀어보면 교육이 숨어있는 공연이 좋은 공연이에요. 요새 명작 동화를 많이 이야기하는데, 명작은 책으로 보는 게 훨씬 낫고 상상력이 많아져요.

아이들이 사회에서 생기고 맞닥뜨리는 일들을 연극을 보면서 배우는 것이 중요해요. 아동극은 그런 상황이 왔을 때 아이들 스스로가 선택할 수 있게 도울 수 있는 교육의 방법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 구의역 사고가 왜 났는지 연극으로 풀어서 알려주는 거예요. 그 답을 아이들이 얻어가게 하면 그런 사고가 발생했을 때 아이들이 대처할 수 있게 되는 거죠."

그는 아동극은 어른들에게도 좋은 교육이자 문화라고 한다.

"문화적 혜택을 못 받은 어머니와 할머니들이 있어요. 그분들이 이런 혜택을 못 받고 살았기 때문에 너무 어려운 것을 보시면 힘들지만, 아이들 눈높이의 작품을 보여드리면 굉장히 잘 받아들이시더라고요. 와서 보시면 다 좋아하셨어요."

이렇게 예쁜 극장 없어요

 인형극  <돌아온 박첨지> 상연 후, 아이와 인형극 배우의 만남이 진행되고 있다. 이 아이들 중 누군가 커서 아동극을 만드는 일을 하게 된다면, 얼마나 기쁘고 보람찰까.

인형극 <돌아온 박첨지> 상연 후, 아이와 인형극 배우의 만남이 진행되고 있다. 이 아이들 중 누군가 커서 아동극을 만드는 일을 하게 된다면, 얼마나 기쁘고 보람찰까. ⓒ 김광섭


아이들이 아동극을 재미있게 보는 것에서 보람도 느끼지만, 그 아이들이 자라서 아동극을 자신과 함께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 뿌듯한 자랑이라는 그.

"초등학교 3~4학년 때 저와 인연을 맺은 세 명의 아이들은 어른이 되어서 제가 있는 곳에 직원으로 들어왔어요. 저와 함께 연극을 경험하면서 그 연극이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저와 뜻을 같이하고 있는 거죠. 축제 자원봉사도 함께하는데, 어디를 가든 자랑을 해요. 연극이 사람 사는 이야기잖아요? 사람과 사람이 자꾸 연을 이어가는 작업에서 보람을 느껴요."

그는 종로아이들극장이 항상 아이들이 넘치는 효율적인 공간이 되면 좋겠다고 했다.

"대학로에 극장이 많잖아요? 이렇게 예쁜 극장 없어요.(웃음)"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월간 <세상사는 아름다운 이야기>에 7월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종로아이들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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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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