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 flickr

A씨: 송구합니다만…(중략)… 그 나름의 사정이 있는 겁니다.
B씨: 내 생각 쓴 거지 자네 의견 물어본 게 아닐세.
A씨: 언짢으신가. 바로 지우도록 하지. 알려주시게, 어찌해야 할지.
B씨: 있는 대로 쓴 대로 보면 좋겠네. 공감하면 좋아요 하고 아니면 그냥 지나가고.

대표적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가운데 하나인 페이스북에서 최근 이뤄진 이른바 '페친' 대화 가운데 한 토막이다. 주고 받은 말로 미뤄 짐작한다면, 두 사람 사이에서 편치 않은 감정이 느껴진다. 누군가가 올린 글에 '좋아요'를 눌러주곤 하는 페이스북. 그러나 대화가 항상 '좋은' 내용만으로 이뤄지는 건 아니다.

남녀의 사고방식이 크게 다르다 해서, 여성을 '금성인' 남성을 '화성인'이라 칭하기도 하는데 이런 남녀 차이는 페이스북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위 대화만 하더라도, 화자가 남자들이라는 점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무엇보다 두 사람의 말투가 성별을 어림짐작하게 한다. 그렇다면 위의 대화를 영어로 옮기면 어떨까? 대화를 읽는 사람이 영어 말투에 익숙하지 않은 한국인이라도 남성간 대화로 추정할 공산이 크다. 대화의 주제랄까, 혹은 논점 등이 '남자 냄새'를 풍기는 까닭이다.

페이스북 전세계적으로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언어가 다르고 문화권이 상이하지만, 페이스북의 국경을 초월하는 공통적인 면모 가운데 하나는 그 화자가 남자인지 여자인지를 대화내용과 방식, 사용 단어 등을 통해 얼추 맞출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에서도 확인됐지만, 컴퓨터의 연산 능력을 활용할 경우 화자의 성별 예측 성공률이 90% 안팎에 이를 정도로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남녀가 주로 사용하는 단어가 때로는 확연하게 때로는 미묘하게 다르더라도 컴퓨터가 판별해낼 만큼은 그 차이가 뚜렷하고, 대화 내용이나 관심 주제 등도 역시 성별로 분류할 수 있을 정도로 남녀가 대체로 다르기 때문이다.

미국과 호주 등의 국제공동연구팀이 학술지 '플로스원'(PLOS ONE)에 최근 기고한 논문에 따르면, 남성들은 대체로 전투적, 대립적 속성을 드러내는 반면 여성들은 친밀하고 가정적인 면이 자주 노출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여성들은 '아기', '감사', '행복' 등과 관련된 단어를 흔히 사용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에 비해 남성들은 '승패', '전투', '적', '자유', '해방' 혹은 이들 단어와 연관되는 어휘를 자주 사용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연구팀이 세계적으로 6만5000명의 유저들이 작성한 1000만 개 이상의 메시지를 분석한 결과이다.

사용하는 단어에 남녀 차이가 적지 않다는 것은 대화 주제 혹은 내용 또한 상당한 성별 차이가 있다는 뜻이다. 여자들은 가정, 친구, 사교생활에 관한 내용을 메시지로 삼는 예가 많았다. 남성들은 이와 달리, 뭔가 논쟁을 벌이거나 사람보다는 어떤 사회적 사안 등을 주제로 대화를 하거나 글을 올리고, 옳고 그름을 따지는 등의 메시지에 주력하는 양상을 보였다.

어휘와 내용에 남녀 차이가 확연한 가운데 흥미롭게도 일부의 통념과는 달리, 여성들 또한 주장 혹은 고집 세우기에 있어서는 남성에 뒤지지 않는 것으로 이번 연구에서는 밝혀졌다. 대화가 설령 겉으로는 날이 서지 않았다 하더라도, 자신만의 생각을 꺾지 않는 점에서는 여성이 오히려 근소하지만 남성을 앞설 정도였다는 것이다. 남녀를 두루 아우르고 유행에 민감한 SNS 상에서도 남녀는 여전히 일정 정도 다른 세상을 살고 있는 셈이다.

덧붙이는 글 | 위클리공감(korea.kr/gonggam)에도 실렸습니다. 위클리공감은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행하는 정책주간지 입니다.



태그:#페이스북, #남녀, #성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신축년 6학년에 진입. 그러나 정신 연령은 여전히 딱 열살 수준. 역마살을 주체할 수 없어 2006~2007년 북미에서 승차 유랑인 생활하기도. 농부이며 시골 복덕방 주인이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