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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임시국무회의에서 황교안 국무총리가 회의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27일 오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임시국무회의에서 황교안 국무총리가 회의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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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대체 : 27일 오전 11시 36분]

결국 박근혜 대통령은 정국 경색을 택했다. 정부는 27일 오전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임시 국무회의를 열어 이른바 '청문회 활성화법'에 대한 재의요구권을 의결했다. 즉, 거부권을 행사한 것이다.

이는 20대 총선 이후 싹 텄던 '협치'의 종료를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청문회 활성화법은 "국회 상임위가 법률안 이외에 중요한 안건의 심사나 소관 현안의 조사를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청문회를 상시적으로 개최"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국회법 개정안으로 지난 19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됐다.

그러나 청와대와 정부는 이를 '행정부 마비법'으로 규정짓고 법안 이송 5일 만에 '거부권 행사'라는 결론을 내놨다. 특히 국회 입장에서는 19대 국회 임기를 이틀 남겨놓고 기습을 당한 셈이기도 했다. 결국, 박 대통령이 불과 2주일 전 새누리당·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 등 3당 원내지도부와 만나 다짐했던 '협치'를 더 이상 누구도 신뢰하기 힘든 상황이 된 것이다.

"청문회 활성화법, 헌법이 규정한 행정부 통제수단 벗어난 것"

정부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청문회 활성화법=위헌' 주장을 되풀이했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국회법 개정안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현안 조사를 위한 청문회 제도는 입법부가 행정부 등에 대한 새로운 통제수단을 신설하는 것으로, '권력 분립 및 견제와 균형'이란 헌법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제정부 법제처장도 이날 국무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현안조사 청문회를 신설한 것은 헌법이 규정한 국회의 행정부의 통제수단을 벗어나 새로운 수단을 신설한 것"이라며 "권력 분립 및 견제와 균형이라는 헌법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황 총리의 주장에 동조했다.

이 뿐만이 아니었다. 제 처장은 "(청문회 활성화법은) 행정·문화·사법부 및 국민 등에게는 불출석 등에 따른 처벌 등 국정조사와 동일한 강제성을 가지면서 그 범위는 확대하고 개최요건도 대폭 완화했다"라며 "이는 헌법이 국회에 부여한 주요한 국정통제수단인 국정조사를 형해화시킬 우려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또 "(청문회 대상인) 소관 현안이 포괄적이어서 국정 및 기업 등에 과중한 부담을 줄 수 있고 주요 선진국에서도 보기 드문 사례"라고도 주장했다.

현 국회법 개정안에서 청문회 활성화 외에 다른 위헌 사유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개정안의) 고충민원에 대한 국민권익위원회의 조사요구 및 처리결과 보고는 헌법상의 근거 없이 입법부의 의무를 행정부에 일방적으로 보고하는 것"이라며 "이러한 입법례가 선례로 남을 경우 다른 행정기관이나 헌법기관에 특정한 의무를 부과하는 유사한 규정이 도입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물리적으로 재의 불가능한 시간대 노린 '꼼수', "20대 국회에선 재의 못한다"

그러나 이 같은 주장에도 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박 대통령이 지난 25일 아프리카 3개국 및 프랑스 국빈방문 일정을 위해 출국한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란 점이 주목된다. 입법부와의 정면충돌을 의미하는 거부권 행사를 해외에서 전자서명을 통해 행사하는 이례적인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특히 이는 "대통령이 거부한 국회법이 돌아갈 19대 국회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일각의 해석에 기초한 '꼼수'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19대 국회에게 남은 시간은 28, 29일 주말 이틀 뿐이다. 낙선자가 많은데다 여당도 이 같은 정부의 입장을 지지하고 있는 만큼 물리적으로 임기 내 본회의를 개최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지 않다.

더욱이 19대 국회가 통과시킨 법률안을 20대 국회에서 재의할 수 있는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박 대통령은 이날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이 같은 논란의 책임을 국회에 떠넘겼다. 즉, 대통령은 해당 법안을 정부로 이송한 국회 임기 내에 재의를 요구했는데도 국회가 제대로 책임지지 못했다는 논리를 세운 것이다.

"20대 국회에서 재의하겠다"는 야권의 논리도 반박 가능하다. '여소야대(與小野大)'로 재편된 20대 국회에서 이를 재의할 경우 다시 가결될 정치적 부담을 피해야 할 정부 측은 "19대 국회와 인적 구성이 다른 20대 국회는 이를 재의할 '주체'가 되지 못하므로 자연스럽게 청문회 활성화법은 자동폐기된다"는 주장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제정부 법제처장은 이날 '청문회 활성화법이 재의 되지 않을 경우, 19대 국회 임기 만료 후 폐기된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그는 "사실상 19대 국회에서 본회의 처리는 불가능한 상황에서 거부권을 행사한 것이 귀책사유이므로 20대 국회에서 재의하는 것이 맞다는 야당의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국회가 1차적으로 판단해야 된다고 보고 있다"라면서도 "헌법 51조의 단서에는 임기 만료 후에 그런 안건은 폐기된다고 돼 있다, 아마 조금 더 국회가 신중하게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논란은 계속될 예정이다.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법 5조 1항 임시국회 소집 요건에 따르면 3일 전까지 공고하게 되어 있는데 19대 임기가 29일까지임을 감안한다면 유효한 소지 공고일은 26일까지"라며 "27일 이후 대통령이 재의를 요구하게 되면 재의가 사실상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법적으로도 불가능하다, 즉 대통령의 재의 요구는 법적으로 불가능한 것을 요구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태그:#박근혜, #황교안, #청문회 활성화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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