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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면 거리를 장식한 현수막이 있다. 최영수 학생(서석중3)이 강원도소년체육대전 45kg급 역도에서 금메달을 딴 것이다. 인상, 용상, 합계를 모두 따 3관왕이었다. 작년에도 당시 서석중학교 3학년이던 고미정 학생이 역도에서 3관왕을 차지했다.
▲ 홍천군 서석면 거리를 장식한 현수막 서석면 거리를 장식한 현수막이 있다. 최영수 학생(서석중3)이 강원도소년체육대전 45kg급 역도에서 금메달을 딴 것이다. 인상, 용상, 합계를 모두 따 3관왕이었다. 작년에도 당시 서석중학교 3학년이던 고미정 학생이 역도에서 3관왕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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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천군 서석면 거리를 장식한 현수막이 있다. 최영수 학생(서석중3)이 강원도소년체육대전 45kg급 역도에서 금메달을 딴 것이다. 인상, 용상, 합계를 모두 따 3관왕이었다. 작년에도 당시 서석중학교 3학년이던 고미정 학생이 역도에서 3관왕을 차지했다.

영수는 초등학교 때부터 작은 체구에 군살 없는 몸매였고, 미정이도 운동신경이 있는 편이긴 해도, 역도에서 성과를 거두리라고는 아무도 생각 못했다. 하지만 그 자질을 알아보는 '눈'을 가지고, 동기를 부여 하고, 훈련과 코치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도운 이가 있었다. 바로 서석고등학교 이기복 선생(61)이다.

학생들의 자질을 알아보는 ‘눈’을 가지고, 동기를 부여 하고, 훈련과 코치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도운 이가 있었다. 바로 서석고등학교 이기복 선생(61)이다.
▲ 학생을 지도하고 있는 이기복 교사 학생들의 자질을 알아보는 ‘눈’을 가지고, 동기를 부여 하고, 훈련과 코치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도운 이가 있었다. 바로 서석고등학교 이기복 선생(61)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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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정이가 농구하는 걸 유심히 봤죠. 아주 뛰어난 재능을 가진 아이에요. 몸도 유연하고 스피드, 순발력이 아주 좋았어요. 영수도 마찬가진데, 체육시간에 움직이는 것 보면 딱 알아요. 저 아이 똘똘하다. 특히 쓸데없는 군살이 없었고, 아주 끈기가 있는 학생이에요. 아무리 자질이 있어도 자기가 힘들면 못하는데, 아주 잘 따라와 주었어요."

금메달을 따는 것은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닐지 모른다. 특히 영수는 역도를 하고 인생이 달라졌다고 할 정도로 마을과 학교에서 칭찬이 자자하다. 체격도 좋아지고, 자신감도 커진 것이다. 나도 초등학교 때부터 알고 지낸 영수의 달라진 모습이 감사하고 놀라울 뿐이다.

이기복 선생도 고등학교 시절 처음으로 역도와 관계를 맺고, 전국대회 우승(1985년)까지 한 경력이 있었다. 하지만 당시 비인기종목 체육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그리 쉬운 길이 아니었기에, 부모님 제안에 따라 체육교육과에 진학 후 체육교사가 되었다. 역도에 대한 매력을 느낀 그는 홍천중고로 부임하면서 20년 동안 그곳에서 수많은 역도선수를 발굴, 육성해왔다.

"벌써 30년 전 일이에요. 처음에는 홍천군에 가서 체육관 예산 좀 편성해달라고 부탁도 해봤죠. 이후에 군수도 만나고, 도청에도 가보고, 발로 뛰면서 역도훈련장 하나 만들어달라고, 역도꿈나무를 키워내고 싶다고 했죠. 그 때는 정말 열정이 많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기적 같은 일이 벌어졌다. 강원도와 홍천군에서 4000만 원을 지원 받아 1998년 국내최초 역도전용 체육관(200여평, 숙소 포함)이 건립된 것이다. 그곳에서 그가 길러낸 이들을 생각할 때, 젊고 패기 넘치는 교사의 간절한 소망과 열정이 이룬 쾌거라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이기복 선생님의 지도 하에 체계적인 훈련을 반복하며, 근력, 순발력, 스피드 등을 키워왔다.
▲ 역도 훈련 장면 이기복 선생님의 지도 하에 체계적인 훈련을 반복하며, 근력, 순발력, 스피드 등을 키워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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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도는 힘만으로 되는 경기가 아니에요. 민첩성, 유연성, 스피드, 순발력 이런 것들이 종합적으로 결합되어 있어요. 기초훈련도 해야 하고, 근력도 길러야 하고, 근육을 빠르게 이완하고 수축하는 훈련도 해야 하는데, 이런 과정을 거쳐 역기를 들어 올리면, 자신감도 생기고, 정서적으로도 굉장히 좋아요. 요즘은 교도소에서도 정서 순화의 목적으로 역도를 하고 있거든요. 특히 유연성을 생각할 때 남자보다는 오히려 여자에게 맞는 운동이에요."

2008년 북경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사재혁 선수, 1990년 북경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김병찬 선수, 1998년 방콕아시안게임 은메달리스트 이강석 선수 등 그가 선발하고 지도한 국가대표 선수가 수없이 많다. 세계 주니어 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이들도 4명이나 되고, 최소 전국대회 이상에서 그의 제자들이 딴 메달만 해도 금메달 105개, 은메달 43개 동메달 30개나 된다고 한다.

이 선생 약력을 들으면서, 짧게 '아!'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홍천이 왜 '역도의 고장'이라 불리는지 이제야 알겠다. 그리고 그 애칭이 한 교사가 품은 열정으로 시작되었단 사실도 무척 흥미로웠다.

그에게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2015년은 그에게나, 역도계, 스포츠계에 큰 아픔이 있었던 해이기도 하다. 아끼는 두 제가 사재혁, 김병찬에게 닥친 일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두 제자에게 닥친 일은 스포츠계가 오랫동안 가지고 있던 문제이기도 했다. 체육계의 오랜 관행처럼 여겨지던 선-후배간 폭력의 문제가 사제혁 선수 사건으로 불거진 것이다.

이기복 선생님의 지도로 8개월 간 체계적인 훈련 속에 최영수 군은 강원도소년체육대전 45kg급 역도에서 금메달을 따 냈다. 인상, 용상, 합계를 모두 따 3관왕이었다.
▲ 역도 훈련장에서 훈련 중인 영수 이기복 선생님의 지도로 8개월 간 체계적인 훈련 속에 최영수 군은 강원도소년체육대전 45kg급 역도에서 금메달을 따 냈다. 인상, 용상, 합계를 모두 따 3관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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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찬 선수는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고도 제대로 된 복지혜택을 받지 못해 생활고로 안타깝게도 세상을 떠난 것이다. 우리나라 엘리트 스포츠 현실(20대 후반 30대에 은퇴해 재취업이 어려운 체육인의 현실)이 만들어낸 참사라고 할 수 있다.

두 사건으로 체육계의 문화를 바꾸려는 자성의 목소리도 커졌고, 은퇴한 체육인에 대한 복지법안 재정도 추진 중이라고 한다. 이 선생도 '잘 돼야지요'라는 한숨 섞인 말만 하셨다.

하지만 착잡한 마음속에도 그는 새로운 꿈을 꾸고 있었다. 이제 교사로서 정년퇴임이 몇 년 남지 않았다. 오히려 학교라는 틀을 넘어, 그가 가진 재능을 나누고 살고 싶다고 한다.

강원도소년체육대전 45kg급 역도에서 금메달을 딴 최영수 학생(서석중3)과 지도한 이기복 선생님
▲ 홍천서 역도선수 발굴 육성한 이기복 선생님(서석초) 강원도소년체육대전 45kg급 역도에서 금메달을 딴 최영수 학생(서석중3)과 지도한 이기복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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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면 인근에 좋은 땅을 물색해서, 약 1500평 규모로 수련원을 만들 예정입니다. 자연 속에서 호연지기를 키우면서, 어린이, 청소년,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기초적인 체력훈련도 하고 역도 꿈나무를 키워낼 수 있는 곳을 구상하고 있어요. 적절한 곳이 나왔으면 좋겠네요."

벌써 기대된다. 그 열정과 헌신이 한 생명, 한 생명을 만나 새로운 삶의 계기를 주고, 성장시킬 것이 보이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아름다운마을신문(http://admaeul.tistory.com/)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이기복, #역도, #서석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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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홍천군 서석면에 살고 있습니다. 마을에서 일어나는 작고 소소한 일들, '밝은누리'가 움틀 수 있도록 생명평화를 묵묵히 이루는 이들의 값진 삶을 기사로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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