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거리무료급식은 오래된 역사를 가지고 있겠지만 지난 1997년 외환위기를 겪으며 거리로 내몰린 노동자들이 기차역, 공원 등지에 운집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어 지금에 이르고 있다. 시민들은 노숙인들이 개인의 나태함이 원인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국가의 경제위기에 급증하는 노숙인을 보며, 우리는 노숙의 문제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로 인식하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대구지역의 무료급식소는 경제불황으로 많이 축소된 편이지만 점심무료급식은 각 구별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저녁 무료급식은 대구역과 동대구역이 유일하다. 동대구역의 경우 200명 전후의 독거노인, 장애인, 노숙인, 쪽방주민, 실직자등 한 끼의 식사가 꼭 필요하신 분들이 이곳을 찾는다.

거리에서 식사를 하는 어르신들은 비가 올 땐 비를 맞고, 거센 바람이 불 땐 바람을 맞아가며, 흙먼지가 불 땐 또 그렇게 식사를 해야 했다. 기상상황도 그렇지만 많은 이들이 지나는 광장에서 혹여나 누군가 볼까봐 모자를 꾹 눌러쓰고, 등을 돌려서 밥을 먹는 이들이 많았다.

비오는 날 동대구역 인근에서 진행하고 있는 무료급식의 모습(사진제공:대구쪽방상담소)
 비오는 날 동대구역 인근에서 진행하고 있는 무료급식의 모습(사진제공:대구쪽방상담소)
ⓒ 대구인권시민기자단

관련사진보기


동대구역 무료급식은 동대구역 지하철역 광장에서 약15년 정도 이어져 오고 있었다. 하지만 2014년 시작된 동대구복합환승센터의 건립으로 무료급식을 하던 광장이 공사에 들어가 장소를 잃었다. 2014년 10월경 대구경북전문직단체협의회가 주최하고 대구사회연구소와 반빈곤네트워크가 주관해 국채보상운동기념관에서 '경제적 약자를 위한 실내무료급식소의 설치방안 토론회'가 개최되었다.

토론회에서는 무료급식을 이용하는 경제적 약자들의 사회적 욕구와 인권, 존엄성 보장을 위해서는 실내무료급식소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사회적 공감과 지방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이러한 시민사회의 관심과 적극적인 참여로 신천역 인근(동대구역과 1Km 거리)에 실내무료급식소 '희망나눔의 집'이 대구시청과 공공기업의 도움으로 2015년 7월 문을 열었다. 2016년 5월 현재 토요일을 제외한 매일 점심급식이 있고, 수요일 금요일 일요일은 저녁급식이 있다. 참여하는 단체는 교회, 절, 병원, 관공서, 지역단체, 자원봉사모임, 기업 등 다양하다.

이곳 신천역 희망나눔의 집을 찾는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동대구역 주변 어디에도 200여 명이 되는 인원들이 식사를 할 만한 마땅한 공간은 없었다. 공간은 가능하지만 주변주민들과 상인들의 현실적 문제들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보다 안정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코레일철도부지, 도시철도공간, 공원 등을 물색해 보았지만 그 단위들도 이용자불편을 이유로 난색을 표했다.

장소 선정에 어려움을 겪던 중 동대구역 근처에 적당한 공간이 나타났다. 유동인구가 적고 상대적으로 주민들과의 불편한 만남이 적은 곳이었다. 재건축사업 예정지지만 몇 년 동안은 급식소 운영이 가능하다고 한다. 하지만, 걱정은 급식소 건물을 매매하지 않고 임대하여 쓸 예정이라 계약기간이 끝나면 자리를 옮겨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또 재개발이 끝난 후에 급식소가 신축아파트 진입도로 입구에 위치하게 되어 아파트 주민들과의 급식소 운영에 대한 생각 차이가 나타날 수 있었다.

며칠 전 서울역 인근에 출장을 갔을 때 쪽방을 찾아가는데 2년 전에는 보지 못했던 커다란 빌딩이 또 들어서 있었다. 큰 도로변에는 30층 이상의 고층빌딩들이 들어서고 그 뒤편에는 쪽방과 같은 작은 건물들이 남아 있었다. 이 작은 건물들마저도 곧 없어질 예정인데, 그나마 현재 서울시청과 시민들의 적극적인 관심으로 대안을 마련해 주거지를 확보해 주고 재개발, 재생이 진행된다고 한다. 또한 '채움터'라고 하는 서울역 실내무료급식소는 대로변 상가와 철도부지를 토대로 운영하여 주변상인들의 불편함을 최소화했다.

사회복지안전망이 촘촘해서 아무도 그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 사회라면 좋겠지만, 안전망이 보듬을 수 없는 안타까운 사연을 가진 이들을 여전히 만날 수 있다. 이들은 변화하고 있는 지역사회에 능동적인 대처를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그 변화에 적응하거나 대안이 마련되도록 우리는 항상 그들과 함께 호흡하고 있어야 한다.

인권은 사람이 누려야 할 당연한 권리다. 또한 인권은 우리가 함께 존중하고 지켜야 할 의무이기도 하다. 배고픔을 견디지 못해 무료급식소를 찾는 사람들! 무료급식소에 가면 그들은 기본적 인권을 맛볼 수 있다. 앞으로 그 기본적 인권이 좀 더 맛나기를 바라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강정우 시민기자는 대구쪽방상담소에서 일하고 있으며, 인권위 대구인권사무소 인권상담네트워크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별별인권이야기'는 일상생활 속 인권이야기로 소통하고 연대하기 위한 공간입니다.



태그:#인권, #쪽방, #무료급식소, #무료급식, #노숙인
댓글

국가인권위원회 대구인권사무소와 함께 차별없는 인권공동체 실현을 위하여 '별별 인권이야기'를 전하는 시민기자단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