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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시 수성구 두산동 상화동산에 이상화의 형상과 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가 세워져 있다. 이상화 시인은 이곳에서 수성들을 바라보며 시를 노래했다.
 대구시 수성구 두산동 상화동산에 이상화의 형상과 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가 세워져 있다. 이상화 시인은 이곳에서 수성들을 바라보며 시를 노래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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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는 문학의 도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인 이상화가 수성들을 바라보며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를 목놓아 부르고 '운수 좋은 날'을 쓴 현진건과 이육사, 이장희, 백기만 등 일제강점기 민족시인과 한국문단의 대표 문인들을 배출한 곳이기 때문이다.

광복을 맞은 1945년 10월 전국 최초로 죽순시인구락부가 설립되고 한국 최초의 시 전문지인 <죽순>이 1946년 대구에서 발행됐다. 특히 1948년 3월에는 한국 최초의 문학비인 상화시비가 달성공원 내에 세워지기도 했다.

6.25전쟁 당시에는 박목월과 박두진, 조지훈 시인 등 대표 문인들이 향촌동 등에 거주하며 전쟁문학을 꽃피웠다. 문인들은 국내 최초의 문학예술 전문교육기관인 상고(상화와 고월)예술학원을 설립해 30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31일 도종환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대표발의한 '문학진흥법'이 국회를 통과한 후 정부가 440억 원 이상의 국비를 투입해 국내 문학관련 기록을 보관하고 전시할 국립 한국문학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대구시가 유치에 적극 뛰어들었다.

한국문학관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올해 상반기 중 공모를 실시해 부지를 확정하고 하반기에 설계를 마친 후 오는 2019년까지 박물관 형태로 건립해 근·현대 문학 관련 기록을 보관하고 전시한다.

이상화 시인이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의 시 모티브가 되었던 대구 수성못 아래 수성들. 지금은 빌딩숲으로 변했다.
 이상화 시인이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의 시 모티브가 되었던 대구 수성못 아래 수성들. 지금은 빌딩숲으로 변했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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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진 대구시장은 지난 3월 10일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대구육상진흥센터에서 열린 스포츠문화·산업 비전보고대회에서 스포츠산업 창조타운 조성과 함께 한국문학관 건립 유치에 적극 지원해줄 것을 요청했다.

권 시장은 당시 대구시가 3만 3000㎡ 정도의 부지를 제공하고 오는 2020년까지 400억 원의 사업비를 들여 추진하고 있는 예술창작촌과 연계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한다며 "우리나라 최초의 소설인 김시습의 금오신화 창작과 일연의 삼국유사 완성 등 문학 발생지인 대구가 최적지"라고 강조했다.

이후 지난 21일 대구콘서트하우스에서 이상희 전 장관과 신상철 전 대구시교육감이 공동위원장을 맡은 '국립한국문학관 유치위원회'가 출범식을 갖고 본격 활동에 들어갔다. 류형우 대구예총 회장과 장호병 대구문인협회장, 이병국 경북예총회장, 김주환 경북문인협회장이 상임위원장을 맡는 등 대구와 경북의 문인들이 적극 나섰다.

이들은 출범식에서 "대구는 일제강점기에 민족시인 이상화, 이육사 등 한국문단을 대표하는 문인들을 배출한 문향의 도시"라며 "6.25 전쟁 당시 전국 문인들의 주 활동 무대였고 지금도 그 흔적이 향촌동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고 한국문학관 유치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유치위는 이어 "대구경북에는 죽순, 영남시조문학회, 영남수필, 대구아동문학회 등 장르별 전국 최초로 결성된 동인들이 있고 김원일, 김주영, 이문열, 정호승 등 문사들을 가장 많이 배출한 도시"라며 "서울을 제외하면 문인이 가장 많은 도시이자 문학인구의 저변이 가장 두터운 지역"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1일 대구콘서트하우스에서 열린 '국립한국문학관'유치 위원회 출범식 모습.
 지난 21일 대구콘서트하우스에서 열린 '국립한국문학관'유치 위원회 출범식 모습.
ⓒ 대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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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위는 다음날인 22일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지역 문인과 문화예술인, 시민단체 회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국립한국문학관 대구유치를 위한 포럼을 개최하기도 했다. 포럼에는 이상규 경북대 교수와 오동욱 대경연구원 박사, 조두진 <매일신문> 문화부 기자가 발제자로 나섰고 김용락 민족작가회장과 김선굉 전 대구시인협회장이 토론에 참여했다.  

토론회에서 이상규 교수는 대구가 문화와 관련된 국립 기관의 불모지나 다름없다며 한국문학의 균형 발전의 축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고 조두진 기자는 전국의 내로라하는 문인들이 피란시절 대구에 모여 문학의 꽃을 피웠다며 '문학의 추억이 어린 도시'라고 강조했다.

대구문인협회는 이에 앞서 지난 1일 지역 문인과 에술인, 교수, 언론인, 정치인 등 500여 명으로 국립한국문학관 대구유치위원회를 구성하고 2.28기념공원 등 도심에서 100만인 서명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현재까지 약 1만여 명 이상의 시민들이 서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호병 대구문인협회장은 "대구는 한국문학의 발원지이자 근현대문학의 요람"이라며 "신라 향가는 물론 김시습이 쓴 <금오신화>의 산실이 경주 금오산이었고 이상화, 이육사, 현진건 등 항일저항문학의 산실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구에 국립 한국문학관이 건립된다면 대구는 한 지역의 중심도시가 아니라 한국문학의 앞날에 대해 기꺼이 고민하는 즐거움을 안을 것"이라며 "문학인과 문화예술인은 물론 시도민이 힘을 합쳐 한국문학관이 꼭 유치되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문학관 유치 경쟁에는 대구를 비롯해 서울 은평구, 서울 동작구, 강원 원주시와 춘천, 강릉, 경기 군포, 파주, 충북 진천, 청주, 전남 장흥, 광주, 인천 등 13개 자치단체가 뛰어들어 경쟁을 벌이고 있다.


태그:#한국문학관, #대구시, #유치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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