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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6년 4월 23일 저녁, 서울 종로에 자리한 극장 단성사에서 인기 신파극단 예성좌의 새로운 공연이 막을 올렸다. 톨스토이의 소설 <부활>을 각색한 <카추샤>. 사랑의 아픔을 안고 떠나가는 카추샤의 애처로운 모습이 관객의 심금을 울리는 순간, 구슬픈 퉁소와 바이올린 반주에 맞춰 카추샤 역을 맡은 주연 배우 고수철이 노래 한 곡을 불렀다. '카추샤 애처롭다 이별하기 서러워'. 2년 전 일본에서 먼저 발표된 뒤 번안곡으로 들어온 <카추샤의 노래>, 바로 한국 대중가요 최초의 작품이었다.

1916년 일간지에 실린 <카추샤의 노래> 악보
 1916년 일간지에 실린 <카추샤의 노래> 악보
ⓒ 이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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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4월로 100년 역사를 맞게 된 한국 대중가요의 다양한 최초 노래들을 한 자리에서 모두 들어 볼 수 있는 감상회가 22일 금요일 오후 6시 반에 예술의전당 내 국립예술자료원 심포니 감상실에서 90분 동안 열린다.

옛 가요 사랑 모임 유정천리에서 마련한 감상회에서는 1916년 <카추샤의 노래>를 비롯해, 1930년까지 발표된 대중가요 초창기 작품들 중 다양한 최초 의미를 지니고 있는 곡들을 들어 볼 수 있다.

1920년 무렵부터 유행하다가 1923년에 녹음이 이루어진 최초의 음반 수록 대중가요 <탕자자탄가>(일명 <희망가>), 음반 판매량 1만 장을 최초로 돌파한 것으로 추정되는 1926년 <사의 찬미>, 지금은 민요로 오해되고 있지만 사실 최초의 창작 대중가요인 나운규 영화 주제가 <아리랑>, <아리랑>보다 한 해 늦게 발표되었지만 작자를 명확히 알 수 있다는 점에서 또 다른 최초 의미를 가지고 있는 1927년 <낙화유수>(일명 <강남달>) 등이 주요 감상 곡들이다.

최초의 창작 대중가요 <아리랑> 음반
 최초의 창작 대중가요 <아리랑> 음반
ⓒ 이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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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글자글한 잡음에서 한 세기 대중가요의 연륜을 느낄 수 있는 당대 음원은 물론, 음반·가사지·노래책·기사 등 당시 상황을 보다 생생하게 보여 주는 풍부한 사진 자료도 함께 감상이 가능하다. 아울러 초창기 대중가요가 불가피하게 관련을 가질 수밖에 없었던 일본 대중가요 자료도 준비될 예정이다.

유정천리에서는 이미 작년 말에 한국 대중가요 100년을 기념하는 뜻으로 감상회에서도 선보이게 될 각종 사진자료를 수록한 탁상달력을 만들어 배포한 바 있고, <카추샤의 노래>가 초연된 4월 23일의 의미를 살리고자 이번 행사를 준비했다.

유정천리에서 제작한 한국 대중가요 100년 기념 달력
 유정천리에서 제작한 한국 대중가요 100년 기념 달력
ⓒ 이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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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회 자리에서는 또한 올해 탄생 100년이 되는 <목포의 눈물>의 가수 이난영의 전집 제작에 관한 보고 및 사전 예약 접수도 준비되어 있다. 2012년 <남인수 전집>에 이어 유정천리가 기획한 두 번째 전집인 <이난영 전집>은, 1933년부터 1963년까지 30년 동안 이난영이 녹음한 노래들 중 현재 자료 확보가 가능한 200여 곡을 수록해 6월에 완성될 예정이다.
참가 회비는 없으며, 관련 문의는 songcing@chol.com으로 가능하다.

덧붙이는 글 | - 글쓴이는 옛 가요 사랑 모임 유정천리 총무입니다.



태그:#유정천리, #대중가요, #100년, #카추샤의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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